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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윤경 변호사의 법률칼럼⑤] 사회근간 흔드는 기업ㆍ경제범죄와 형사법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1. 1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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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윤경 변호사의 법률칼럼⑤] 사회근간 흔드는 기업ㆍ경제범죄와 형사법
2011년 08월 26일 중앙일보 뉴스 원문기사보기


지난 6월말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170여 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누구든지 확정된 형사사건의 판결서와 증거목록 등을 인터넷 등으로 열람ㆍ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는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으로 해석된다. 2010년 2월 구성된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2011년 6월까지 1년 4개월여에 걸친 논의를 총 정리하여 수사기관의 책임감을 높이고, 피의자ㆍ피고인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며, 수사현실과 법률규정이 부합하도록 현행법을 정비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에 대해 비단 일반적인 범죄뿐만 아니라 기업ㆍ경제범죄와 관련해서도 각계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ㆍ경제범죄의 경우 사회적으로 더욱 큰 파장과 여파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는 오랜 시간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윤 변호사는 “기업범죄가 일반범죄와 비교할 때 대체적으로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 피해의 대규모성으로 인하여 더욱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며 “즉 불특정다수를 향한 기업범죄로 인한 피해는 쉽게 드러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액과 피해범위 또한 일반형사범죄에 비해 훨씬 커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심대하다”고 설명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기업ㆍ경제범죄란 무엇인가?

윤경 변호사가 부장판사 시절 처리한 형사소송으로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BBK 김경준 사건, 재벌 2, 3세들의 주가조작 사건, 각종 영업비밀침해 사건 등 경제ㆍ기업 관련 소송 외에도 뇌물수수, 배임수재 등 부패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BBK 의혹 사건’을 맡았을 당시 그는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 씨에게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요동치더니 쥐 한 마리 잡았다)’이라며 준엄하게 꾸짖어 주목받기도 했다.
기업ㆍ경제범죄에 대하여는 1939년에 Edwin H. Sutherland가 미국사회학회의 회장취임연설에서 '화이트칼라범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그 후에 출간된 그의 저서(White Collar Crime, 1949)에서, '화이트칼라범죄'를 "존경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그의 직업수행과정에서 범하는 범죄"라고 정의한 이래로 그것은 경제범죄의 대명사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기업활동은 고도의 복잡성과 기술성을 띠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연관관계를 갖고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범죄의 고의와 행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범죄와 동일한 용어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기업범죄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범죄의 수법인 행위의 특성에 따라 사기ㆍ기만형, 시장통제형, 폭력형, 뇌물형, 기본권 침해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도 피해자별로 분류할 경우 △경쟁자에 대한 행위, △정부에 대한 행위, △피고용인에 대한 행위, △소비자에 대한 행위, △일반대중에 대한 행위 등으로 구분되고, 행위영역별로 구분할 경우 △행정상의 범죄, △환경상의 범죄, △재정상의 범죄, △노동상의 범죄, △생산물제조상의 범죄,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윤경 변호사는 “주식투자사기, 탈세, 보조금부정획득, 독과점과 부정경쟁, 어음이나 수표의 위조 등 유가증권범죄, 신용카드범죄, 산업스파이, 폭리, 파산 등의 경제범죄는 일반범죄에 비해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① 첫째, 경제범죄는 그것의 불법성을 인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경쟁에 의하여 영위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서는 이윤추구와 성장이라는 근본동기로부터 어떠한 희생을 치르고라도 이익을 얻으려는 강한 욕구가 나오며 그것이 경제에 대한 질서틀을 뛰어넘게 만들기도 하는데, 어디까지가 ‘이익의 추구행위’이고 어디까지가 ‘법적인 질서틀의 일탈행위’인지의 구별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② 둘째,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이익추구를 당연시하는 경향 때문에 행위자는 죄의식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는 특정되지 않거나 일반 국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자기가 피해자라는 점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③ 셋째, 경제범죄자는 대부분 사회의 상류층에 속하며, 정치권력이나 사회의 유력집단과 결탁된 경우가 많아 처벌 정도가 가볍다. ④ 넷째, 경제범죄에 의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경제의 연쇄적 진행과 순환성에 비추어 한건의 대형 경제범죄가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뿐만 아니라, 경제거래에 있어서 신뢰를 파괴하여 불신풍조를 조장하며 경제윤리를 해침으로써 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ㆍ경제범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기업운영상 발생하는 형사문제는 한 순간의 대처에 따라 기업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운명뿐만 아니라 고용인, 소비자, 일반대중, 그리고 타 기업에게까지 인적ㆍ물적 손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ㆍ횡령은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징역 5년 또는 무기징역)으로 정해질 만큼 중대범죄이자 대표적인 ‘화이트칼라범죄’이다. 1990년대 이후 언론에 보도되는 대형경제범죄의 피해액은 수십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렀던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는 해당 기업의 주주와 채권자, 노동자, 관련 기업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쳐 건전한 사회발전과 공정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반사회적 범죄이다.
실례로 윤경 변호사가 담당했던 두산가(家) 4세 박 씨, LG그룹 방계3세 구 씨,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 김 씨 등 국내 굴지의 재벌가 후계자들의 주가조작사건들. 납품업체 선정과 인사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모 전 KT사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5천만 원이, 남 전 사장에게 인사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관련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모 전 KTF사장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에 추징금 23억여 원이 선고된 배임수재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윤경 변호사는, “경제범죄의 심각성은 단지 피해액이 크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범죄가 현재의 경제질서나 제도에 대한 신뢰의 감소를 초래하여 경제체제와 그 적절한 기능을 위태롭게 하고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ㆍ절도 등 피해 액수로는 얼마 되지도 않는 일반 형사범은 실형을 선고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같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80%가 집행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치기 일쑤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대검중수부에서 수사해 기소한 뒤 판결이 확정됐거나 항소심 판결까지 선고된 기업범죄 117건을 상대로 법원의 선고형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 107건, 벌금형 4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겨우 6건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현행법상 기업에 대한 형사적 제재는 대부분이 가벼운 수준의 벌금이나 기업경영자에 대한 단기자유형이 전부라 볼 수도 있다. 범죄로 인한 피해에 비해 기업범죄에 대한 강제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 결론적으로 이윤추구를 위한 제반행위를 별다른 제약 없이 행하고 기업범죄의 반복을 야기한다.
기업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자체에 대한 제재수단을 강화하거나 형사책임의 궁극적인 귀속자의 범죄를 확장시키는 방법 등 사법적 대응책을 고안해볼 수 있다.또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기업ㆍ경제범죄에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기업ㆍ경제범죄, 부정부패들을 있는 자들만의 문제라 치부해왔다. 그러나 이는 일반 시민, 소비자들과도 무관하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들이 어지럽혀놓은 사회질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가. 때문에 우리는 적극적인 태도로 소통하며 주체적인 감시자 역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윤경 변호사는 기업ㆍ경제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업금지․영업금지 등 보안처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제범죄는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여 범죄자의 영업활동이나 직업활동과정에서 범하여지며 법인이나 기업조직을 통하여 행하여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처벌보다는 직업금지나 영업금지 등의 보안처분(당해 업종으로부터 범법자를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도입한다면 경제범죄의 방지에 효율적인 제재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경제범죄로 얻은 이익을 박탈하는 방법(몰수와 추징을 강화하여 그 대상을 유체물에 한정하지 말고 권리나 무형적 이익까지 포함 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

윤 변호사는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 합의부장을 지내며 각종 중요 사건을 처리한 형사소송계의 노련한 전문가이다. 그가 재직한 형사합의부는 주로 경제, 기업 관련 형사소송(횡령, 배임, 주가조작 등), 부패사건(뇌물수수, 배임수재) 등을 전담한 부서였다.
판사 재임 당시 여러 권의 저서와 수십 편을 논문을 집필한 윤경 변호사는 법률정보포털사이트 ‘로앤비(LawnB, http://www.lawnb.com)’에 많은 형사 관련 천자평석를 게재하여 현재에도 형사전문변호사로서의 끊임없는 연구의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