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하나둘씩 발생하는 우울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젊은 것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비밀>
2주 전부터 새벽 5-6시 사이에 깬다.
그 전에도 새벽벌떡증이 생겨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증상이 없어졌는데, 얼마 전부터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도대체 원인이 뭘까?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된단다.
난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밤 늦게까지 ‘할 일’을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마음 편하다.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잠자리가 불편하다.
시간을 맞추어 놓은 시계가 이른 새벽에 울리면 ‘5분만 더 있다가 일어나야지’를 여러 번 마음 속으로 외치며 불안한 선잠을 자다가 결국 늦게 일어나곤 했다.
졸음을 참아가며 일해 봤자 집중도 되지 않았다.
동트기 직전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간을 사랑하는 애정 깊은 사람,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이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충만한 감성을 만끽하는 사람이 바로 ‘늦잠꾸러기 인간’이다.
물론 아침형 인간들은 ‘늦잠꾸러기 인간’들의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일을 하기는 한다.
저녁형 인간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일, 바로 “꼭두새벽에 일어나기”를 너무도 손쉽게 하는 의지의 한국인이 바로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출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고통스런 과정이다.
각종 자기계발서에 아침형인간이 되라는 외침은 나에게 저주의 말로 들렸다.
그런 내가 어느 순간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말이다.
지금 당신이 아침형 인간이 아니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언젠가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된다.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죽은 뒤에는 영원히 잠을 실컷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새벽에 벌떡 일어나 그나마 몸이 성할 때 세탁기라도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부릅뜨기 때문이다.
늦잠 자고 싶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새벽에 벌떡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늙은이로 살아야 한다.
가끔은 아침에 ‘Morning Erection’이 생긴다.
몸은 잠들어 있는데, ‘그놈’은 일어나기 몇 시간 전부터 벌써 깨어나 말짱한 정신으로 이리저리 뒤척인다.
전에는 ‘그놈’이 기특했다.
젊고 건강하다는 강력한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들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주 큰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놈’이 신호를 보낼 때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행동은 바로 화장실로 가서 볼 일을 보는 것이다.
그저 오줌보가 가득 찼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때 나이 든 사람이 범하는 최악의 실수는 정말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임무완수, 진화의 목표 달성’이라는 만족감은 얻겠지만, 아침 식사전 소량의 단백질 손실로 하루 종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조만간 이런 착각의 시절조차 부러워할 것이다.
내 숙명이니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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