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3256

[함부로 남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윤경변호사】

[함부로 남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윤경변호사】 어느 대학교수가 퇴임을 하게 되면 카리브해로 환상적인 휴가를 하기로 했다. 퇴임하던 날 교수는 여행할 생각에 마음은 들떴지만, 평생을 바친 직장을 뒤로 하고 떠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때로는 깊이 있게 때로는 폭넓게 학생들의 가슴에 심어주곤 했었다. 수십년을 강단에서 보내고서도 가르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휴가 중에도 말이다. 하지만 그는 멈추어야 할 때를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학자티를 낼 때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어떻든지 간에 기회만 오면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들었다. 그가 선실로 들어서면서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물었다. “이보게, 자네 심리학을 공부해 본 적 있나..

[상황이 불리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리한 것이다.]【윤경변호사】

[상황이 불리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리한 것이다.]【윤경변호사】 ‘금융시장에서의 투자’는 ‘도박판’과 비슷하다. ‘금융거래’나 ‘투자’를 노름판에서의 ‘도박’과 비교하는 것은 불경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의 거래건 도박이건 모두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되었고, 치밀한 두뇌싸움에서 다른 사람을 이겨야 성공할 수 있으며,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쾌감을 동반한다는 등의 공통점도 있으니, 전혀 다르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도박이 인류의 시작과 함께 존재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도박이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이해한 오락이라는 뜻일 것이다. 가치투자자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나 ‘피터 린치(Peter Lynch)’, ‘워렌 버핏(Warren Buffett)’ ..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윤경변호사】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윤경변호사】 곡도 좋지만, 가사 내용은 더 좋다. 샤워를 하면서 흥얼흥얼 따라 부르고 있노라면,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나처럼 영어발음이 나쁠 때는 대강 소리나는 대로 적어 외워 부르면 더 원어민 발음처럼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Well you done done me and you bet I felt it 웨르 유 돈돈 미인유 베라 펠팃 I tried to be chill but you're so hot that I melted 아 트라이투 버츄 소핫데라 멜티드 I fell right through the cracks 아 펠라이 뚜더크랙스 Now I'm trying to get back 나 암 트라잉 투 겟베엑 Before the cool d..

[걷는 즐거움 - 서촌마을]【윤경변호사】

[걷는 즐거움 - 서촌마을]【윤경변호사】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벼운 세수만 한 채 경복궁 옆 ‘세종마을(서촌마을)’로 향했다. 트레드밀(treadmill) 위를 걷는 것은 지겹고 단조로운데 반해 골목길을 걷는 것은 오랜 시간을 걸어도 재미있다. 발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골목길이 한가해서 좋다. 3시간 가량 걸으니 허기진다. 눈에 띄는 가게로 들어가 브런치를 먹었다. 브런치 카페의 분위기가 아늑하고 여유롭다. 서래마을, 경리단길, 홍대 앞, 이태원 등 지금까지 다녀 본 브런치 카페 중 가장 맛있는 곳은 사실 가로수길의 ‘에이블(ABLE)’이다. 낙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떨어진 낙엽을 밟고 걷노라면 가슴 속에 허허로운 바람이 분다. 낙엽이 되어 떨어지기..

[남산자락에 있는 동국대 캠퍼스와 장충단공원을 걷다.]【윤경변호사】

[남산자락에 있는 동국대 캠퍼스와 장충단공원을 걷다.]【윤경변호사】 이렇게 좋은 가을 날씨는 얼마 남지 않았다. 걷고 싶은 마음에 운동 삼아 아침 일찍 남산산책로로 향했다. 초록빛의 푸른 숲을 향해 크게 숨을 한번 쉰다. 축복이나 희망에도 색깔이 있다면 아마도 초록빛일 것이다. 동국대 캠퍼스에 주차를 했다. 남산산책로의 여러 갈래 길들이 동국대 캠퍼스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동국대는 오래 전 사법시험 1차를 볼 때 가본 것이 전부다. 그때는 언덕 위에 지어진 낡고 허름한 건물 안에서 시험을 치루었고, 캠퍼스가 작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남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공기도 깨끗하고 규모도 아주 크다. 중앙도서관 1층 카페에서 커피와 케익을 시켜 4층으로 가지고 올라가..

[치유하는 신비한 마음, 사랑]【윤경변호사】

[치유하는 신비한 마음, 사랑]【윤경변호사】 ‘깜비’를 좋아했지만, 깜비가 내 얼굴을 핥는 것은 싫었다. 특히 입술을 핥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밀쳐냈다. 그러다보니 깜비는 안아주면 한두 번 얼굴핥기를 시도하다가 그친다. 솔직히 비위생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이 오랫 동안 잘 이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깜비가 마지막 투병생활을 할 때 피부병이 생긴 몸을 쓰다듬고 손으로 쓸어주었다. 고름과 염증이 세균 덩어리겠지만, 나에게 피부병이 옮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아픈 깜비를 어루만지고 몸을 쓰다듬으면, 놀랍게도 상태가 진정된다. 주위에서는 “더러운 부분을 함부로 만지다가 병 옮으면 어떡해?”라고 걱정하지만, 지금껏 난 아무 병도 옮지 않았다. 고린도전서 13장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게..

[시간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윤경변호사】

[시간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윤경변호사】 어느 공무원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법원 공무원이었고,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부부는 은퇴 후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해외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궁상스러울 정도로 돈을 아끼며 평생을 구두쇠처럼 살았다. 유일한 낙은 시골에 내려가 심을 식물 종자를 구하고, 여행을 다닐 때 입을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결국 은퇴를 하지 못했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폐암으로 숨을 거두었다. 홀로 남은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고, 식음을 전폐한 채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 모은 돈에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그것은 부부가 함께 모은 그들의 돈이었고, 돈을 함께 쓸 남편이 곁에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시..

[신도림역의 추억]【윤경 변호사】

[신도림역의 추억]【윤경 변호사】 아이들과 함께 ‘맨오브라만차’를 보기 위해 ‘디큐브아트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처음 가보는 ‘디큐브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이 ‘신도림역’ 부근이다. 1987년에 약 1년간 신도림역 부근에서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 역사 부근에는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은 조그만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거나 드문드문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전철을 타고 신도림역에 내리면 주변이 어두컴컴했다. 공장지역이 밀집한 컴컴한 골목길을 10-15분간 걸어서 ‘성락교회’ 부근의 우성아파트(은행원였던 둘째 형님의 거주지)까지 갔었다. 당시에는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무섭기도 하고, 인기척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깨끗..

[난 ‘삶의 균형’보다는 ‘삶의 우선순위’란 말이 더 좋다.]【윤경변호사】

[난 ‘삶의 균형’보다는 ‘삶의 우선순위’란 말이 더 좋다.]【윤경변호사】 많은 사람들이 “내 삶에는 균형이 필요해.”라고 한탄한다. 균형 잡힌 삶에 대한 말을 자주 듣다보니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목적의식, 강한 의지력, 뚜렷한 성취욕구, 직업적 보람 등도 성공적인 삶을 만드는 요소다. 그것들을 추구하다 보면 당연히 불균형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중간의 선을 이리저리 넘나들게 된다. 남다른 성과는 일정 정도 이상의 집중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 가지 일에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자연히 다른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균형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삶(ba..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자를 불편해 하는 속 좁은 남자들]【윤경변호사】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자를 불편해 하는 속 좁은 남자들]【윤경변호사】 ‘오스카의 저주(Oscar love curse)’를 들어보았는가? 오스카의 저주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여배우들은 이혼을 하게 된다는 말에서 나왔다. 12년 동안 오스카상을 받은 12명의 여배우들 중에 9명이 이혼을 하였으며 대표적으로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할리 베리, 샤를리즈 테론, 힐러리 스웽크, 리즈 위더스푼, 케이트 윈슬렛 등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을 받은 여배우들의 남편이 ‘배우라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 확률이 훨씬 높았다. 남자들은 여자의 손에 길러지면서도 ‘여자보다 강하고 유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주입받으며 자란다.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고 용감하기를 바라는 건 본능에 가까운 요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