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인의 인도의무 지체책임, 이행지체】《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와 지체책임(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1506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수임인의 인도의무 지체책임, 이행지체】《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와 지체책임(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1506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채무의 이행기와 소멸시효 및 이행지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배은창 P.199-211 참조]
가. 민법 제387조에서의 기한의 의미
⑴ 관련 규정
❏ 민법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①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②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 이 있다.
⑵ 일반적으로 기한이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과 ‘채무이행’이 장래에 발생 또는 도래가 확실한 사실에 달려있는 것을 말하는 법률행위의 부관 중 하나이다. 기한은 시기(始期)와 종기(終期)로 구분되고, 시기는 기한사실의 도래로 법률행위의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정지기한’과 기한사실이 도래하여야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이행기한’으로 나뉘는데, 민법 제387조의 기한은 이행기한을 의미한다.
⑶ 이행기란 구체적인 채무에서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행기가 도래하면 채권의 소구력을 구체적으로 발생시키고, 이행지체는 원칙적으로 이행기의 도래를 필수 요건으로 한다.
⑷ 채무는 이행기의 유무 및 종류에 따라 ① 확정기한이 있는 채무, ②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 ③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 구분된다. 확정기한이 있는 채무는 그 이행기를 기일이나 기간과 같이 기한의 도래시기를 확정할 수 있는 기한으로 정한 채무를 의미하고,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는 그 이행기를 어떤 사실이 장래 발생하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 발생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기한으로 정한 채무를 의미한다[법률행위에 부관이 붙은 경우,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아야 하는 때에는 정지조건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 다89036 판결)]. 당사자가 이행기에 관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고, 법률에도 이행기에 관한 규정이 없는 때에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가 된다.
나. 채무의 이행기와 소멸시효의 기산점
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는다(민법 제166조 제1항).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때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원칙적으로 법률상의 장애가 아닌 사실상의 장애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302920 판결). 법률상 장애의 대표적인 예는 기한의 미도래나 정지조건의 미성취가 있다. 따라서 채무의 이행기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동일하다.
⑵ 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확정한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어떠한 사실이 발생하여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는 채권자가 언제라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채권이 발생한 때가 이행기이고(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87515 판결),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다. 채무의 이행기와 이행지체
⑴ 이행기가 도래하면 채권자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때부터 채권의 소멸시효도 진행하나,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하여 채무자가 곧바로 이행지체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채무의 이행기(=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와 이행지체의 기산점 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⑵ 확정기한이 있는 채무는 확정기한에 이행기가 도래하고 그때부터 채무자는 지체책임을 부담한다(다만 증권적 채권은 증서를 제시하여 이행을 청구한 때, 추심채무는 채권자가 이행의 청구를 한 때, 그 밖의 채무이행에 채권자의 협력이 필요한 채무는 채권자가 협력을 한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반면,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는 불확실한 사실이 발생하거나 불확실 한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 이행기가 도래하나[대법원은 ‘상당한 기간’이나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16643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05127 판결)], 채무자가 이행기가 도래하였음을 안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다만 통설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와의 균형상 기한의 도래 후에 채권자의 최고가 있으면 채무자가 기한의 도래 사실을 알지 못하더라도 최고가 있는 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본다).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도 채권이 발생한 때에 이행기가 도래하나, 채무자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이 성립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나(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다47886 판결),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다253297 판결)).
2.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와 지체책임(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15060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배은창 P.199-211 참조]
가. 문제의 소재
⑴ 이 사건 임대위임계약은 원고의 해지로 종료되었고[민법 제689조(위임의 상호해지의 자유) ①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이 사건 매매위임계약은 위임 사무의 완료로 종료되었다. 따라서 수임인인 피고는 위임인인 원고에게 민법 제684조 제1항에 따라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피고의 인도의무가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인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인지가 문제 된다[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각 위임계약에서 취득물 등의 인도 시기(확정기한)를 정하지 않았다].
⑵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인 경우 피고는 이행기가 도래하였음을 안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는 반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인 경우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행 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⑶ 이하에서의 논의는 이 사건 사안과 같이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의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에 대한 논의이고, 위임계약이 계속 중인 사안에 대한 논의는 아니다.
나.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
⑴ 관련 규정
❏ 민법 제684조(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 이전의무)
①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②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하여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권리는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⑵ 수임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681조). 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나 이전의무는 그와 같은 선관주의 의무에서 유래한 의무이다. 민법 제684조에서 정한 수임인의 취득물 등에는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타인으로부터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등뿐만 아니라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위임인으로부터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 통설 및 판례이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2851 판결).
다. 인도 시기
민법은 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의무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인도시기에 대하여 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당사자 사이에 인도 시기에 관한 약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나, 그러한 약정이 없을 때가 문제이다. 학계 및 실무에서 위임계약이 계속 중 인 경우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에 관하여는 일부 논쟁이 있으나(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라는 견해와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라는 견해가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임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는 일치하여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를 수임인이 취득물 등을 인도할 시기라고 한다. 채무의 성격에 관하여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지는 않으나, 위임종료 시를 불확정기한으로 한 채무로 보는 것으로 생각된다.
라. 대법원 판례의 검토
⑴ 위임계약 종료에 따른 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 시기
㈎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 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수임인의 위임인에 대한 취득물 등 인도시기는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라고 한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다64432 판결,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6다11295 판결).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얻은 총수익에서 위임계약의 취지에 따라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지출한 총비용 등을 공제하고 남아 있는 수익을 위임인에게 반환하여야 하는데, 그와 같이 반환할 금전의 범위도 위임종료 시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 위임인의 수임인에 대한 취득물 등 인도청구권이 발생하는 시점은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임인을 위하여 취득물 등을 수령한 때인데(대법원 1963. 9. 26. 선고 63다423 판결,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3다61931 판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취득물 등 인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17117 판결).
㈐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종합하면, 대법원은 위임계약 종료에 따른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를 기한의 정함이 있는 채무로 보고, 그 이행기는 위임계약이 종료한 때에 도래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위임계약이 종료한 때를 불확정기한으로 하는 채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⑵ 임치계약에 관한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 대법원은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 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임치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698조, 제699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고,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20140 판결).
즉 수치인의 임치물 반환의무를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 보고 그 권리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 이러한 대법원의 임치계약에 관한 판례는 위임계약에 관한 판례(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17117 판결)와 일관성, 정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위임계약 해지에 따른 취득물 등 인도청구도 위임계약 성립 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위임계약에서 위임인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하고 취득물 등의 인도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689조 제1항).
마. 대상판결(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15060 판결)의 검토
이 사건 각 위임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대수익금 및 매매대금 지급의무 는 위임계약 종료 시를 불확정기한으로 한 채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각 위임계약의 종료로 인하여 그 이행기가 도래하였음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⑴ 대법원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를 취득물 등의 인도시기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수임인이 반환할 취득물 등의 범위도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를 기준으로 정해지고(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다64432 판결,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6다11295 판결),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로 취득물 등을 취득한 때가 아니라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부터 위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17117 판결).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성격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를 불확정기한으로 한 채무로 판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확정기한이 있는 채무인지,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무인지는 각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⑵ 위임에 관한 민법의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임종료로 인한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는 기한의 정함이 있는 채무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민법 제681조는 수임인의 선관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는 위와 같은 선관주의 의무에서 유래되었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3다61931 판결). 선관주의 의무란 채무자가 채 무를 이행함에 있어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러한 성실한 이행에는 위임계약 종료 직후 위임인에게 취득물 등을 인도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위임인이 스스로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완료하였는지 파악하여 취득물 등의 인도를 청구하지 않는 한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위임사무 완료로 인한 취득물 등을 인도하지 않고 방치하더라도 채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은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민법 제683조는 수임인은 위임이 종료한 때에 위임인에게 지체 없이 그 전말(顚末) 을 보고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거래나 재산관리 등의 위임에 있어서는 계산(計算) 이 그 보고의 주요한 내용이 된다. 그런데 계산은 수임인의 위임인에 대한 취득물 등의 인도 범위를 확정하는 데 필요한 것이고, 계산을 완료한 후 그 전말을 보고하면서 취득물 등을 인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민법 제685조는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인도할 금전 또는 위임인의 이익을 위하여 사 용할 금전을 자기를 위하여 소비한 때에는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를 지급하고, 그 외의 손해가 있으면 손해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임인의 배임행위에 대하여 선의․악의, 고의․과실, 손해의 증명 유무를 불문하고 당연히 법정이자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이자 이상의 손해가 생긴 것을 입증하면 그 배상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수임인의 배임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 규정은 위임사무로 인한 취득물 등을 가급적 신속하게 위임인에게 인도하도록 하는 것과 그 취지를 같이 한다.
⑶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하는 금전 또는 위임인을 위하여 사용해야 할 금전은 즉시 위임인에게 인도하든지 또는 은행 등에 예금하여 이자 증식을 꾀하든지 하는 것이 수임인으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이다.
바. 대상판결(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15060 판결) 사건의 결론 (= 파기환송)
대법원은, 이 사건 각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 임대수익금, 매매대금 인도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위임계약이 언제 종료되었는지 심리한 다음 피고가 임대수익금, 매매대금 인도의무의 이행지체 책임을 부담하는 시기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대수익금, 매매대금 인도의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그에 대한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사. 보론 (= 위임계속 중의 위임인의 인도청구)
⑴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헌들은 모두 당사자 사이에 특약이 없으면 위임계약이 종료한 때가 수임인이 위임인에게 취득물 등을 인도할 시기라고 한다. 그럼에도 위임계속 중에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취득물 등의 인도를 청구한 경우에는 그때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고 수임인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임계속 중 위임인의 인도청구로 인하여 곧바로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는 근거를 밝히고 있는 문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⑵ 대법원은 위임계속 중에는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으므로(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17117 판결), 위임계속 중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 역시 기한의 정함이 있는 채무로 보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다만 위임계속 중에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취득물 등의 인도를 청구한 경우에 곧바로 이행기가 도래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⑶ 위임계속 중 위임인이 취득물 등의 인도청구를 하고 수임인이 그러한 인도청구를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 도래를 긍정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수임인에게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구체적인 위임계약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위임계약의 취지를 반영하여 위임종료 전이라도 위임인이 취득물 등의 인도청구를 한 때에는 즉시 인도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해석하거나, 위임인이 취득물 등의 인도청구를 하는 때에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보는 것이 위임의 본뜻에 부합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면, 위임계속 중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를 기한의 정함이 있는 채무로 보더라도 모순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⑷ 다만 수임인이 인도청구를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예를 들면,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얻은 총수익보다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지출한 총비용 등이 더 많은 경우 등)에는 위임종료 전에 위임인이 취득물 등의 인도청구를 하더라도 수임인은 이를 거절할 수 있고, 위임종료 전까지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으며 지체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의 이행기와 지체책임(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1다215060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당사자 사이의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등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하는 시기(= 위임계약이 종료한 때) 및 그와 같은 위임인의 인도의무가 기한의 정함이 있는 채무인지 여부(적극)이다.
⑵ 민법 제684조 제1항은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인도 시기는 당사자 간에 특약이 있거나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이고, 수임인이 반환할 금전의 범위도 위임 종료 시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4다64432 판결,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6다11295 판결 등 참조).
⑶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상가와 이 사건 아파트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2009. 1.경 피고에게 이 사건 상가의 임대 등 관리와 이 사건 아파트의 매도를 위임하였다.
피고는 2009. 4.경 이 사건 아파트의 매도를 완료하였고, 원고는 2015. 3.경 이 사건 상가의 임대 등 관리에 관한 위임을 해지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원고 지분 비율에 따른 이 사건 상가의 임대수익금과 이 사건 아파트의 매도대금 및 각 그에 관한 위임종료 시부터 다 갚는 날까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민법 제684조 제1항에 따른 수임인의 취득물 등 인도의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원고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다툰다.
⑷ 원심은, 이 사건 각 위임계약의 종료로 인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임대수익금, 매매대금 인도의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그에 대한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수익금 및 이 사건 아파트의 매매대금 중 원고 지분비율에 따른 금액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⑸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 사건 각 위임계약이 종료되었다면 피고는 위임사무의 처리로 취득한 임대수익금, 매매대금 중 원고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고에게 인도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각 위임계약이 종료된 때 임대수익금, 매매대금 인도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이행지체, 동시이행의 항변권】《이행기에 이행을 해태할 것, 기한의 유예, 이행지체의 시기(始期),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지연배상, 전보배상), 동시이행의 항변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이행지체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28-445 참조]
가. 요건
⑴ 채무의 이행이 가능할 것
⑵ 이행기에 이행을 해태할 것
⑶ 이행기에 이행을 해태한 것이 위법할 것
⑷ 고의·과실이 있을 것
나. 이행기에 이행을 해태할 것
이행지체라 함은 채무의 이행이 가능한데도 채무자가 그 이행기를 도과한 것을 말하는 것이어서 그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에는 이행지체란 있을 수 없다.
⑴ 기한의 유예
이행기를 원래보다 뒤로 미루는 것. 채권자가 ‘변제기 전’에 기존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그 채무의 변제기보다 뒤의 일자가 만기로 된 약속어음을 받은 때에는 기존채무의 변제기를 그 약속어음의 만기일까지 유예하는 의사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기존채무의 이행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다음에 기존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16367 판결).
⑵ 이행지체의 시기(始期)
㈎ 확정기한부 채무 : 기한이 도래한 다음 날(제387조 제1항 1문). 다만 추심채무는 예외.
㈏ 불확정기한부 채무 : 채무자가 기한이 도래함을 안 다음 날(제387조 제1항 2문)
㈐ 기한 없는 채무 : 채무자가 이행 청구를 받은 다음 날(제387조 제2항).
한편,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무에 정지조건이 있는 경우, 정지조건이 객관적으로 성취되고 그 후에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하면 바로 지체책임이 발생한다. 조건과 기한은 하나의 법률행위에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부관이므로, ‘조건의 성취’는 ‘기한이 없는 채무에서 이행기의 도래’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구금액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가 지체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청구권은 이미 발생하였고 가액이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것일 뿐이므로, 지연손해금 발생의 전제가 되는 원본 채권이 부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경우 불법행위가 발생한 시점에는 손해배상액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발생시점부터 지체책임이 성립하는 점에 비추어도 그러하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5다207044 판결).
㈑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채무
① 법정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한 경우 : 채무자가 이행 청구를 받은 다음 날
②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 특약 : 사유가 발생한 다음 날
③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 특약 : 채무자가 이행 청구를 받은 다음 날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한 당일
다. 이행기에 이행을 해태한 것이 위법할 것
⑴ 채무의 이행을 금지하는 보전처분이 있는 경우 이행거절권능 인정 여부 : 부정
㈎ 가압류의 경우
채권의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그칠 뿐 채무 그 자체를 면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압류가 있다 하여도 그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제3채무자는 그 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9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이러한 경우 제3채무자는 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4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가압류된 채권액 또는 가압류와 관련된 금전채권의 전액을 공탁할 수 있고, 이러한 방법으로 이행지체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
㈏ 가처분의 경우
이행보증계약에 기한 보증인의 보증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써 보증인에게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즉 지급거절의 권능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보증금지급의무가 실제로 발생하여 그 이행기가 도래하면 보증인은 보증채권자에게 이를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지체책임 발생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지는 한 그 이행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는 보증금을 채권자의 수령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자신의 보증금지급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지체책임도 면하게 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22778 판결. 이 판결은 나아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집행으로 인하여 보증채권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당해 가처분에서 정한 담보공탁금에 대한 권리의 행사로써 배상받을 수 있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보증인의 지체책임 발생 여부와 무관하다고 판시하였다).
2. 이행지체에 따른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28-445 참조]
가. 강제이행청구권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요하지 않는다.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부작위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채무자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부작위의무의 이행을 소구할 수 있고, 부작위를 명하는 확정판결을 받아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대체집행 또는 간접강제 결정을 받는 등으로 부작위의무 위반 상태를 중지시키거나 그 위반 결과를 제거할 수 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9다92883 판결).
나. 손해배상청구권
⑴ 원칙적으로 지연배상
㈎ 변화점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이행지체를 이유로 매매대금의 이자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반대로 매수인이 매도인의 인도의무 이행지체를 이유로 목적물의 사용이익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반대채무를 이행제공 하여 상대방을 이행지체에 빠뜨린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① 전자의 경우에는 매매의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인도하여야 하고[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4190 판결 : 특정물의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의 대금지급채무가 이행지체에 빠졌다 하더라도 그 목적물이 매수인에게 인도될 때까지는 매수인은 매매대금의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민법 제587조 참조), 그 목적물의 인도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 이행의 지체를 이유로 매매대금의 이자 상당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② 후자의 경우에는 매매대금을 매도인에게 현실적으로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8210 판결 : 피고들이 2002. 4. 30.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명도하여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들에게 매매잔대금을 전부 지급하였다는 주장과 증명이 없는 이 사건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인 원고는 매도인인 피고들에 대하여 매매 목적물의 인도의무의 이행지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목적물의 사용이익과 대금의 이자 사이의 등가성을 선언한 민법 제587조 2문에 의해 일반적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의 발생 요건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 매도인이 인도의무는 이행하고 소유권이전의무만 지체한 경우
① 분양받은 아파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이 장기간 지연되었다면 수분양자에게는 재산권을 완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주위 부동산들의 거래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등기절차가 이행되지 않아 수분양자 등이 활용기회의 상실 등의 손해를 입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등기절차 지연으로 인한 통상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② 이러한 법리는 분양된 아파트에 관하여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만을 이행하고 그에 관한 대지권이전등기의 이행을 장기간 지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7다230963 판결).
③ 나아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7다230963 판결 : 대지지분이전등기에 관한 피고들의 이행지체로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을 개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 발생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파기).
④ 이때 고려할 사정에는 당사자 사이의 관계,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정황 등이 포함된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6968 판결 등).
⑤ 그리고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
⑵ 예외적으로 전보배상
①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에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여도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거나(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다35497,2010다35503 판결)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는 채권자는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395조).
◎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다35497,2010다35503 판결 : 민법 제395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에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여도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원래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라도 채무자에게 이행지체가 있은 후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의 최고를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여 채권자에게 원래의 이행청구를 하는 대신에 그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즉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원래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및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와 전보배상청구권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를 얻는다. 이는 채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부담하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이제 채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게 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이 민법 제395조가 채권자에게 원래의 이행청구권과는 별개로 전보배상청구권을 선택할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규정인 점에 비추어, 채권자가 이행지체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무엇보다도 채권자가 위 규정 소정의 이행최고를 하였음을 주장·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위 규정에서 정하는 채권자의 이행최고는 채무자가 원래 의무를 부담하는 급부에 대하여 그 이행을 구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와 다른 종류의 급부를 행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해서 위 규정상의 이행최고가 행하여졌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새삼 그와 같은 채권자의 이행최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여 채무자의 적절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것에서 위와 같이 채무자에게 불리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② 이 규정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원래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라도 채무자에게 이행지체가 있은 후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의 최고를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여 채권자에게 원래의 이행청구를 하는 대신에 그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즉 전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채권자는 원래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 및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와 전보배상청구권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를 얻는다. 이는 채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부담하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이제 채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게 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이 제395조가 채권자에게 원래의 이행청구권과는 별개로 전보배상청구권을 선택할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규정인 점에 비추어, 채권자가 이행지체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무엇보다도 채권자가 위 규정 소정의 이행최고를 하였음을 주장·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위 규정에서 정하는 채권자의 이행최고는 채무자가 원래 의무를 부담하는 급부에 대하여 그 이행을 구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와 다른 종류의 급부를 행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해서 위 규정상의 이행최고가 행하여졌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채무자에 대하여 새삼 그와 같은 채권자의 이행최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여 채무자의 적절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것에서 위와 같이 채무자에게 불리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다35497 판결).
이 경우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은 전보배상청구권이 발생하는 때, 즉 최고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가 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4542 판결).
⑶ 책임의 가중
채무자는 자기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이행지체 중에 생긴 자기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채무자가 이행기에 이행하여도 손해를 면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392조).
⑷ 계약해제(제544조)
다. 이행지체의 종료
변제의 제공은 그때부터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한다(제461조). 채권자가 영구적 불수령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구두제공조차 없어도 된다. 주의할 것은 원금뿐만 아니라 변제제공 당시까지의 지연손해금까지 함께 변제제공 하여야 적법한 변제제공이 된다는 점이다.
라.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한 특칙(제397조)
II. 동시이행의 항변권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30-442 참조]
1.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발생요건
가. 동시이행의 항변권
⑴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의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바, 이러한 권리를 동시이행의 항변권이라 한다(제536조 제1항 본문).
⑵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그 본질이 연기적 항변권으로서 아래의 요건을 갖추면 발생하지만 항변권 일반의 법리에 따라 당사자가 항변권을 행사해야만 법원이 이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채무자가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지도 않는데 법원이 상환이행판결을 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⑶ 다만 당사자가 항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항변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일정한 실체법상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행지체저지효, 상계금지효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행지체책임을 묻거나 상계를 하기 위해서는 반대채무를 이행 또는 이행제공 하였다는 사실까지 아울러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나. 발생 요건
⑴ 쌍무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대립하는 채무의 존재 (하나의 쌍무계약 + 상환성)
㈎ 동산 매매의 경우
매도인의 목적물인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 부동산 매매의 경우
① 일반적인 경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 인도의무와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매매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고 매수인이 그 세액 상당액을 매매대금에 덧붙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매수인의 부가가치세 지급의무도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다58656 판결은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에 있어 고유의 대가관계가 있는 채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관계에서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약정 내용에 따라 그것이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된다.”라고 한 뒤, 매수인이 매매대금과 별도의 시기,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면,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매매대금 전부의 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시하였다
②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매매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 매수인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여 그 채무금 상당을 매매잔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의 근저당권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주기로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매도인에게 그와 같은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이치는 매수인이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실을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23103 판결 등).
이 경우 매수인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매매대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매수인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확인하여 이를 알고 있는 경우에는 확인된 피담보채무액,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상당하는 금액에 한하여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다6554 판결).
③ 가압류가 된 부동산의 매매
부동산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인도의무와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이 원칙이고, 이 경우 매도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한이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지는 것이므로 매매목적부동산에 가압류등기 등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은 이와 같은 등기도 말소하여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가압류등기 등이 있는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서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아울러 가압류등기의 말소의무도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8533 판결 등).
부동산 매수인의 매매잔대금 지급의무와 매도인의 가압류기입등기말소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었는데 위 가압류에 기한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되자 매수인이 강제경매의 집행채권액과 집행비용을 변제공탁 한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채무를 부담하게 되고, 그 구상채무는 가압류기입등기말소의무의 변형으로서 매수인의 매매잔대금 지급의무와 여전히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0다43819 판결).
④ 부동산매매계약과 함께 이행인수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부동산매매계약과 함께 이행인수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매수인이 인수한 채무는 매매대금지급채무에 갈음한 것으로서 매도인이 매수인의 인수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또는 임의로 인수채무를 대신 변제하였다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는 인수채무의 변형으로서 매매대금지급채무에 갈음한 것의 변형이므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에 있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양자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해석함이 공평의 관념 및 신의칙에 합당하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다23193 판결).
㈐ 부수적 의무의 경우
쌍무계약당사자인 을의 부수적 사항에 관한 선전의무채무와 갑의 새어름(비료) 연간 900톤 인수채무가 서로 동시이행하기로 하는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었거나 또는 선전의무가 계약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면 다만 을의 부수적 사항에 관한 의무위반만을 이유로 갑은 새어름 연간 900톤의 인수책임을 거절할 수 있는 을의 채무불이행이라거나 갑이 그의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동시이행항변권을 갖게 되는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76. 10. 12. 선고 73다584 판결).
⑵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을 것
㈎ 원칙
하나의 쌍무계약에서 발생하는 각 채무가 그 성질상 상환성이 인정되더라도, 당사자 사이의 특약에 의하여 자기의 채무를 먼저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 즉 자기의 채무는 변제기에 이르렀으나 상대방의 채무는 아직 변제기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선이행채무) 동시이행항변권이 발생하지 않는다(제536조 제1항 단서). 예를 들어 매매계약의 경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와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는 성질상 상환성이 인정되지만, 매수인이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에 앞서 대금 중 일부를 중도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매수인의 중도금지급의무에 대하여는 동시이행항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 예외
① 불안의 항변권(제536조 제2항)
ⓐ 의의 :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먼저 이행하여야 할 경우에도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으면 자기의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 요건 : 여기서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란 선이행채무를 지게된 채무자가 계약 성립 후 채권자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의 사정으로 반대급부를 이행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다833 판결,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24106 판결 : 아파트 수분양자의 중도금 지급의무는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회사가 수분양자를 아파트에 입주시켜 주어야 할 의무보다 선이행하여야 하는 의무이나, 건설회사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 등은 민법 제536조 제2항의 건설회사의 의무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또는 민법 제588조의 매매의 목적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경우에 매수인이 매수한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잃을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아파트 수분양자는 건설회사가 그 의무이행을 제공하거나 매수한 권리를 잃을 염려가 없어질 때까지 자기의 의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 수분양자에게는 이러한 거절권능의 존재 자체로 인하여 이행지체 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수분양자가 건설회사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지체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편 이와 같은 불안의 항변권을 발생시키는 사유에 관하여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와 같이 채권자 측에 발생한 객관적·일반적 사정만이 이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 특히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공사를 수행하는 도급계약에서 일정 기간마다 이미 행하여진 공사부분에 대하여 기성공사금 등의 이름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일회적인 급부가 통상 선이행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서와는 달리 위와 같은 공사대금의 축차적인 지급이 수급인의 장래의 원만한 이행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제된 측면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도급인이 계약 체결 후에 위와 같은 약정을 위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로 인하여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더라도 그 공사 내용에 따르는 공사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지급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어서 수급인으로 하여금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에 반하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불안 등과 같은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수급인은 민법 제536조 제2항에 의하여 계속 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각 채무가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가 아니더라도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불안의 항변권이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15791 판결).
ⓒ 효과 : 이처럼 대가적 채무 간에 이행거절의 권능을 가지는 경우에는 비록 이행거절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였다고 할지라도 이행거절 권능의 존재 자체로 이행지체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13754 판결).
② 선이행의무의 이행지체 중 상대방 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한 경우
매수인이 선이행하여야 할 중도금 지급을 하지 아니한 채 잔대금지급기일을 경과한 경우에는 매수인의 중도금 및 이에 대한 지급일 다음 날부터 잔대금지급일까지의 지연손해금과 잔대금의 지급채무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특별한 사정(대법원 1997. 4. 11. 선고 96다31109 판결)이 없는 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9930 판결 등).
3. 동시이행항변의 효과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30-442 참조]
가. 존재의 효과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발생하여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효과가 생긴다.
⑴ 이행지체 저지
① 쌍무계약에서 쌍방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일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상대방 채무의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4604, 54611 판결 등 참조).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이행기에 그 이행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② 이와 같은 효과는 이행지체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반드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자기채무의 이행을 제공하는 경우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1다3764 판결 등).
⑵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금지
①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상대방의 항변권 행사의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② 그러나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된다.
이 경우에는 항변권 행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③ 다만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양 채무를 현실적으로 이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는 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붙은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도 허용된다. 상계를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당사자 사이의 채무 변제를 용이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전채무 상호 간에 동시이행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상계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보수(공사대금)(100)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30)으로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위 보수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
나. 행사의 효과
⑴ 채무자의 동시이행의 항변권 행사의 필요성
법원이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에게 상환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고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법원은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요건사실이 현출된 것만으로는 상환이행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
⑵ 소송상 효력
㈎ 상환이행판결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으면 상환이행판결
상환이행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예를 들어 매매의 경우)은 다음과 같다.
① 매도인이 대금채권을 집행하는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는 것은 집행개시의 요건이다.
②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집행하는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집행문부여의 요건이다. 왜냐하면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명하는 확정판결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로서 별도의 강제집행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그 판결정본에 집행문이 부여되면 곧바로 의사의 진술(매도인의 등기관에 대한 등기신청의 의사표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2항). 이 경우 매수인이 매매대금지급 사실을 증명하여 재판장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문을 받아야만 의사표시 의제의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반대급부의 이행 등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는데도 등기신청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판결 등의 집행권원에 집행문이 잘못 부여된 경우에는 그 집행문부여는 무효라 할 것이나, 이러한 집행문부여로써 강제집행이 종료되고 더 이상의 집행 문제는 남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으므로, 매도인으로서는 집행문부여에 의하여 의제되는 등기신청에 관한 의사표시가 무효라는 것을 주장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등기의 말소 또는 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1다73021 판결).
③ 매수인이 인도청구권을 집행하는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집행개시의 요건이다.
㈏ 상환이행판결의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피고는 원고로부터 … 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 하라.”는 주문이 선고되는데, 이 경우 기판력은 피고의 채무에 관하여만 발생하고 원고의 채무의 존재 및 그 액수에 관하여는 발생하지 않는다.
4. 동시이행항변권 효력의 범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30-442 참조]
가. 시적 범위
㈎ 상대방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 시까지
①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상대방이 채무의 이행을 하거나 그 제공을 할 때까지 존속한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방이 채무의 이행을 하거나 그 제공을 하면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소멸한다.
② 그런데 쌍무계약에서 일방 당사자의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오히려 불성실한 상대 당사자에게 구실을 주는 것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94953 판결 : 영업양도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권이 금융기관에 예탁되어 있었는데 반대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회사가 공정한 매매대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언제든지 자신들이 소지하고 있는 주권을 인도하겠다는 취지의 서면을 회사에 제출한 사안에서, 반대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날부터 2월이 경과하였을 당시 회사에 주식매수대금 지급과 동시에 주권을 교부받아 갈 것을 별도로 최고하지 않았더라도 주권 교부의무에 대한 이행제공을 마쳤다고 보아 회사의 동시이행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일회적 이행제공’만 한 경우
① 지체자가 여전히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갖는지 여부
채권자가 자신의 반대채무를 한 번 이행제공 하여 채무자가 일단 이행지체에 빠진 경우, 채권자가 그 후에 다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 채무자는 더 이상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지에 관하여, 판례는 채무자가 한 번 수령을 지체한 것만으로 그에게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빼앗고 일방적인 이행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을 근거로 채무자는 여전히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② 지체자의 이행지체가 계속되는지 여부
채무자가 여전히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갖는다고 할 때, 채무자의 이행지체는 그 즉시 중단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계속되는 것인지에 관하여, 판례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먼저 한 번 현실의 제공을 하고, 상대방을 수령지체에 빠지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이행의 제공이 계속되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 이행의 제공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이 가지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시적으로 당사자 일방의 의무의 이행제공이 있었으나 곧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되어 더 이상 그 제공이 계속되지 아니하는 기간 동안에는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이행의 제공이 중지된 이후에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 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다26646 판결).
여기서 계속적인 이행제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을 이행지체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행장소에 그 서류 등을 준비하여 두고 매수인에게 그 뜻을 통지하고 수령하여 갈 것을 최고하면 되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장소로 정한 법무사 사무실에 그 서류 등을 계속 보관시키면서 언제든지 잔대금과 상환으로 그 서류들을 수령할 수 있음을 통지하고 신의칙상 요구되는 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거듭 수령을 최고하면 이행의 제공을 다한 것이 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된 기간 동안은 매수인이 이행지체로 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다6053 판결).
나. 물적 범위
상대방의 반대채무 이행이 일부에 그치거나 불완전한 경우에 채무자는 어느 범위에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⑴ 상대방의 반대채무가 ‘불가분적’인 경우
채무자는 자기의 채무가 가분적이든 불가분적이든 채무 전부에 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의 공사대금 지급의무와 수급인의 하자 없는 완성물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고(제665조 제1항 본문), 수급인의 완성물 인도의무는 불가분이기 때문에, 완성물에 하자가 있다면 도급인은 수급인으로부터 하자의 보수를 받기까지 수급인에게 공사대금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미지급 공사대금에 비해 하자보수비등이 매우 적은 편이고 하자보수공사가 완성되어도 공사대금이 지급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도급인이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하여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⑵ 상대방의 반대채무가 ‘가분적’인 경우
① 채무자의 채무가 ‘불가분적’인 경우
채무자는 채무 전부에 관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 전액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을 받기까지는 매수인에게 매매 목적물의 소유권 이전 및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② 채무자의 채무도 ‘가분적’인 경우
채무자는 상대방의 반대채무에 상응하는 자신의 채무에 관하여만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갖는다. 예를 들어 ⓐ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100)와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의무(30)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데(제667조 제3항), 구체적으로 도급인이 수급인으로부터 위 손해배상을 받을 때까지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위 손해배상액에 상응하는 보수(30)에 한한다. 따라서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한 그 나머지의 보수지급의무(70)에 관하여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갖지 못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90다카230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18다279804 판결 : 도급인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하고 이를 행사하는 경우 그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보수지급채무에 대한 이행거절의사를 밝히지 않더라도 수급인이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그러한 이행거절권능의 존재 자체로 도급인의 이행지체 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
ⓑ 그리고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와 임대인의 사용·수익케 할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데, 임대인이 임차인으로 하여금 그 임대차목적물의 일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게 한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고, 사용·수익하지 못한 부분에 상응하는 차임만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1989. 6. 13. 선고 88다카13332 판결: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목적물을 사용·수익케 할 임대인의 의무와 임차인의 차임지급의무는 상호 대응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수선의무를 불이행하여 임차인이 목적물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임차인은 차임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 수선의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부분적으로 지장이 있는 상태에서 그 사용 수익이 가능할 경우에는 그 지장이 있는 한도 내에서만 차임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뿐 그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으므로 그 한도를 넘는 차임의 지급 거절은 채무불이행이 된다.
ⓒ 또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 매매계약의 경우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 외에 근저당권말소의무도 매수인의 대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데, 매도인이 그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못한 경우 매수인은 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될 때까지 대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고 다만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또는 확인된 피담보채권액 한도에서만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1029 판결,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다6554 판결).
다. 인적 범위
⑴ 채권양도, 채무인수, 상속 (= 존속)
예컨대 채권이 양도되더라도 채무자의 양수인에 대한 채무와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반대채무는 여전히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양도된 경우 임대인의 양수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임대차목적물인도의무는 여전히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따라서 양수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때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을 때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겠다는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의 인도를 청구할 때에도 임차인은 양수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 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 있다.
⑵ 경개 (= 소멸)
5. 쌍무계약 이외의 영역에서의 동시이행의 항변권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439-442 참조]
가.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
⑴ 제549조(해제), 제561조(부담부증여), 제667조 제3항(수급인의 담보책임), 제728조(종신정기금) 등이다.
⑵ 제549조(해제)의 경우
① 원상회복의무 상호 간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의무에 대하여도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된다.
② 한편 판례는 매매대금채권의 ‘일부’가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대금을 수령한 후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 그 양수인의 대금반환의무는 매수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22850 판결).
③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 매수인으로부터 그 부동산을 다시 매수한 제3자의 처분금지가처분신청으로 매매목적부동산에 관하여 가처분등기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 매도인만이 가처분이의 등을 신청할 수 있을 뿐 매수인은 가처분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가처분이의 등에 의하여 가처분등기를 말소할 수 있는 법률상의 지위에 있지 않고, 제3자가 한 가처분을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일부이행으로 평가할 수 없어 그 가처분등기를 말소하는 것이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매수인의 원상회복의무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가처분등기의 말소와 매도인의 대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18526 판결).
나.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 동시이행관계
⑴ 채권자의 영수증 교부의무와 채무자의 변제의무(제474조)
다만 채권자의 채권증서반환의무는 그렇지 않다.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채무 전부를 변제받은 다음 채무자에게 채권증서를 반환하면 된다
⑵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
이는 양 채무에 대가적 견련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보
호해 주기 위하여 인정된다.
⑶ 계약의 무효·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 상호 간
⑷ 기존채무의 지급과 관련하여 어음이 교부된 경우 채무자의 원인채무와 채권자의
어음반환채무
㈎ 동시이행항변권의 인정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원인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경우 채무자는 어음을 돌려받을 때까지 원인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채무자의 원인채무와 채권자의 어음반환의무가 대가적인 견련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만일 채무자가 무조건 원인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면 채무자는 이로써 어음소지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결과 이중변제의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원인채무자에게 동시이행항변권을 준 것이다. 따라서 어음상 권리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여 채무자에게 이중지급의 위험이 없고 채무자가 다른 어음상 채무자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원인채권 행사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어음상환의 동시이행항변을 인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결국 채무자의 동시이행항변권은 부인된다(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9다69692 판결).
㈏ 원인채무의 이행지체책임
① 원인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이 교부된 경우 (예컨대 지급장소가 은행인 약속
어음을 발행한 경우 또는 다른 사람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배서교부 한 경우)
이 경우에는 어음에 의한 지급이 우선적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인채무자는 원인채무의 지급기일에 원인채권자에게 변제제공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원인채권자가 어음금 지급이 거절되었음을 이유로 원인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 비로소 원인채무의 변제제공을 하면 된다.
다만, 원인채무의 변제제공을 하면서 어음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원인채무의 현실적인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원인채무자가 원인채권자의 이행 청구에 대하여 이행제공을 하지 아니하면 동시이행항변권이 있다는 이유로 이행지체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② 원인채무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어음이 교부된 경우 (예컨대 문방구어음을 발행한 경우)
원인채무자는 원인채무의 지급기일에 원인채권자에게 변제제공을 하여야 한다. 다만 원인채무의 변제제공을 하면서 어음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원인채무의 현실적인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원인채무자가 원인채무의 지급기일에 이행제공을 하지 아니하면 동시이행항변권이 있다는 이유로 이행지체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47542 판결:채무자가 어음의 반환이 없음을 이유로 원인채무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채무자로 하여금 무조건적인 원인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이중지급의 위험을 면하게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기존의 원인채권에 터 잡은 이행청구권과 상대방의 어음 반환청구권이 민법 제536조에 정하는 쌍무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나 그와 유사한 대가관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므로, 원인채무 이행의무와 어음 반환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음의 반환과 상환으로 하지 아니하면 지급을 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며, 따라서 채무자가 어음의 반환이 없음을 이유로 원인채무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다고 하여 채권자가 어음의 반환을 제공하지 아니하면 채무자에게 적법한 이행의 최고를 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채무자는 원인채무의 이행기를 도과하면 원칙적으로 이행지체의 책임을 진다. 기존채무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어음을 교부한 사안이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63337 판결: 상품권 발행인이 상품권의 내용에 따른 제품제공이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그 소지인에게 그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에도 이중지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상 발행인의 손해배상의무와 소지인의 상품권 반환의무 사이에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나, 이는 민법 제536조에 정하는 쌍무계약상의 채권채무관계나 그와 유사한 대가관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므로, 발행인의 손해배상의무에 관하여는 그 이행의 최고를 받은 다음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⑸ 그 밖의 경우
①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입각하여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고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행에 있어서 견련관계를 인정하여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 일방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에는 자기의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서 볼 때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쌍무계약에서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가 아니더라도, 양 채무가 동일한 법률요건으로부터 생겨서 대가적 의미가 있거나 공평의 관점에서 보아 견련적으로 이행시킴이 마땅한 경우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91593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65911 판결 : 피고는 레미콘대금채무를 대위변제하여 A건설산업에 대하여 구상금채권을 취득하였다. A건설산업의 구상금채무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할 의무가 변형된 것으로 피고의 공사대금채무와 여전히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가 인정되므로, 두 채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반면, 금전채권의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채무를 모두 변제받은 다음 담보를 반환하면 될 뿐 채무자의 변제의무와 채권자의 담보 반환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69. 9. 30. 선고 69다1173 판결, 대법원 1984. 9. 11. 선고 84다카78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제공받은 담보를 반환하기 전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이행지체 책임을 진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7651 판결).
다. 동시이행의 항변권 행사와 권리남용
일반적으로는 동시이행의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항변권을 행사하는 자의 상대방이 그 동시이행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거나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이 실제적으로 어려운 반면 그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항변권자가 얻는 이득은 별달리 크지 아니하여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행사가 주로 자기 채무의 이행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여지는 경우에는 그 항변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 서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원고가 대한민국에 있는 피고를 상대로 물건의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의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에 피고는 그 물건의 반환과 상환하여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대한민국까지 물건을 운송하는데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고, 그에 비해 그 물건은 피고에게 인도되더라도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린 경우에는 피고의 위와 같은 동시이행의 항변을 권리남용이라 하여 배척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6. 해제의 효과로서의 동시이행관계 등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966-967 참조]
⑴ 원상회복의무 상호 간뿐만 아니라 원상회복의무와 손해배상의무 사이에도 동시이행관계가 있다.
◎ 대법원 1996. 7. 26. 선고 95다25138 판결 : 원심은, 그 판시 사실에 의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자신의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이후에 원고가 최고 없이 한 계약해제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판시 일자에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피고는 위 계약해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즉 원고가 이미 제작에 착수하여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계약은 피고의 무경험 등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동시이행의 항변에 대하여는 원고가 이 사건 카탈로그의 제작을 위하여 카탈로그 원부 및 사진필름 등 그 판시 물품을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사실은 인정이 되나, 원고가 부담하는 위 물품 등의 반환의무와 피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의무는 쌍무계약상의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의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의 이유로, 이를 각 배척하고, 나아가 원고가 입은 손해액을 금 755만 원으로 확정한 다음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위 금액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계약금 200만 원을 공제한 금 555만 원의 지급을 피고에게 명하였는바, 이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판결 중 피고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배척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점에 관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 또는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이 피고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배척한 부분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한다. 살피건대,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무와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바, 이 때 계약당사자가 부담하는 원상회복의무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의무도 함께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카탈로그의 제작을 위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교부한 카탈로그 원부 및 사진필름 등 그 판시 물품에 대한 원고의 반환의무와 피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의무와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다른 견해에서 피고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은 필경 계약해제에 있어서의 동시이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할 것이다
⑵ 동시이행판결의 반대의무 이행 또는 이행제공은 집행개시의 요건으로서 채권자가 이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나, 반대의무의 내용이 특정되지 아니하여 반대의무의 이행 또는 그 이행제공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채권자는 강제집행을 위해 동일한 청구의 소를 다시 제기하여야 하므로(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25216 판결 등 참조), 동시이행판결을 하는 법원으로서는 반대의무의 내용을 명확하게 특정하여야 하고 자칫 이를 가볍게 여겨 강제집행에 지장이 생김으로써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0804 판결 : 원심은 피고들(매수인)에게 이 사건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명하면서 ‘원고들(매도인)이 농협은행 주식회사와 사이에 판시 별지 3 목록 기재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기로 합의하거나 위 채무는 변제하는 등으로 소멸시킬 것’ 등을 반대의무로 하는 동시이행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반대의무에 기재된 내용은 명확하게 특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원심이 명한 반대의무는 소송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금융기관과 사이에 채무의 면책적 인수합의 또는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의 소멸인바, 이는 제3자와의 법률행위 또는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이어서 원고들의 의사만으로는 이행할 수 없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에 유의하여 원고들의 반대의무를 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특히, 기록상 원심 판시 별지 3 목록 기재 채무는 이 사건 건물 등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로서, 본래 이 사건 계약상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여 피고들이 이를 인수하기로 하고 그 이행을 위해 계약인수를 원인으로 피고 더블유컨벤션웨딩 유한회사를 채무자로 변경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원상회복으로서 다시 채무자를 변경하는 내용의 근저당권변경등기를 할 것을 반대의무로 하는 것도 고려하여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