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무식함 벗어나기】《나무 이름과 수많은 야생화의 이름을 아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일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8. 3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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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함 벗어나기】《나무 이름과 수많은 야생화의 이름을 아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일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서울을 떠나 시골길을 걷다보면, 숲이 우거진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예쁜 꽃과 나무들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활짝 핀 꽃과 물이 오른 나무의 싱그러운 교태에 감탄하는 나에게 작은 아이가 묻는다.

아빠, 저 나무 이름은 뭐야?”

 

구별할 수 있는 나무라고는 소나무 밖에 없는 나는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문 것처럼 더듬거렸다.

시골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어정쩡한 중소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양떼들 무리에서 스티브잡스 양워렌버핏 양을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김 양박 양을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일란성 쌍둥이들인데 말이다.

 

밤나무와 감나무 역시 밤이나 감이 열리지 않는 한, 양떼들과 똑같다.

그냥 나무들이다.

 

작은 아이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살짝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때 난 오래 전 고딩 시절 예쁜 여학생이 내게 접근한 이유가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 친구에게 건너가기 위해서였던 걸 알았을 때의 민망함과 당혹감을 느꼈다.

 

나무 이름과 수많은 야생화의 이름을 아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일까?

지금은 그렇다.

 

겨우내 잎 하나 없이 앙상하던 나무가 어느 날 꽃을 활짝 피워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만 그 나무가 제 이름을 알아주는데 대한 고마움으로 의기양양해서 더욱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 같다.

 

언뜻 언뜻 보이는 야생화도 그 빛깔이 너무 곱고 자태가 아름답다 예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나에게 다가와 향기를 뿜으며 인사를 한다.

더 이상 이름없는 야생화가 아니다.

 

아직도 주변에 이름을 모르는 꽃과 나무들이 많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 이름들을 배우게 될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