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창고/판례평석

<판례평석>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주요사실인지 여부【대법원 1995.8.25. 선고 94다35886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3. 4. 11. 16:54
728x90

<판례평석>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주요사실인지 여부【대법원 1995.8.25. 선고 94다35886 판결】(윤경변호사 / 민사소송전문변호사 / 부동산경매변호사)

 

【대법원 1995.8.25. 선고 94다35886 판결】

 

◎[요지]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채무의 소멸이라고 하는 법률효과 발생의 요건에 해당하는 소멸시효 기간 계산의 시발점으로서 소멸시효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는 변론주의의 적용 대상이고, 따라서 본래의 소멸시효 기산일과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변론주의의 원칙상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하여야 하는데, 이는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제목 :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 점

 

원심은, 소외 윤민성이 피고의 연대보증 아래 원고와의 사이에 계속적인 물품 외상거래를 하여 오다가 그 거래가 종료될 무렵에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된 물품대금 채무를 금 413,979,890원이라고 확정한 다음, 위 채무는 늦어도 그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약속어음들의 최종 지급기일인 1991. 3. 30.에는 전부 이행기가 도래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때부터 기산하여 3년이 경과한 1994. 3. 30. 이전에는 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 9.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 3.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변론주의의 대상인지의 여부(= 이 사건의 쟁점)

 

가. 변론주의의 의의

 

변론주의는 재판의 기초가 되는 소송자료 즉 사실과 증거의 수집‧제출을 당사자의 권능과 책임으로 하는 주의로서 그 중요한 내용의 하나가 주장책임인데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 한 사실에 대하여는 법원이 판결의 기초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으로 판결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할 분쟁의 쟁점형성을 양 당사자에게 맡기고 그리하여 어느 당사자도 상대방이 변론한 사실에 대하여서만 공격‧방어를 다하면 족하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공격‧방어의 목표를 명시하고 불의타의 위험을 방지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나. 소멸시효의 기사일이 주요사실인지 여부(쟁점의 해결)

 

⑴ 판례의 태도

 

판례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주요사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로 보면서, 취득시효의 기산점을 간접사실(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0120 판결, 1994. 11. 4. 선고 94다37868 판결, 1998. 5. 12. 선고 97다8496, 8502 판결 등)로 보고 있다.

 

취득시효의 기산점을 간접사실로 보는 이유는, ‘부동산에 관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그 부동산의 소유권(물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채권)을 취득하는 것이고, 따라서 취득시효기간이 완성된 후에 그 부동산이 제3자에게 처분된 경우 제3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게 되는데, 취득시효 기산일을 주요사실로 보게 되면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임의로 기산점을 정할 수 있게 되어 실제로는 제3자가 권리를 취득하기 전에 시효취득이 완성되었음에도 그 기산일을 후로 정함으로써 제3자가 권리를 취득한 이후에 취득시효가 완성되는 것이 되어 제3자에 우선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⑵ 원심의 판단 검토

 

① 원심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앞에서 본 주장책임의 기능에 비추어 변론주의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나, 이는 채무자가 주장하는 기산일보다 전의 일자를 기산일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일 뿐이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보다 실제의 기산일이 후일인 경우에는 법원이 실제의 기산일을 시효의 기산점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는 大는 小를 겸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당사자의 주장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다가 그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예측하지 아니 한 손해가 있다고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변론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할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②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채무자의 입증대상인 소멸시효기간을 계산하기 위한 시발점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이를 단지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 하게 되는 시점(시효완성의 효력으로서)으로 보는 것(즉 채무자가 일정한 시점 이후부터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 한다고 주장하였으니 그 주장 속에는 그 후일의 어느 시점부터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 한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으로서 이는 소멸시효 기산점의 의미를 오해 내지는 간과한 데서 비롯된 오류이다.

 

이는 그 반대의 경우 예컨대 어느 일시에 매매계약이 체결되거나 금원을 대여한 사실을 주장하여 그 시점 이후부터 존재하게 된 매매대금이나 대여금채권을 청구하는 경우에 법원이 임의로 그 이후 어느 일시의 매매계약 체결이나 대여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채권이 존재하게 된 시점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시점 이후이어서 大는 小를 겸한다는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주장 속에 포함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당사자가 1990. 1. 1.부터 3년의 소멸시효를 주장한데 대하여 법원이 1992. 1. 1.부터 3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경우 위 양 기간 사이에 일부 겹치는 부분은 있을지언정 후자가 전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애초에 당사자가 공격방어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의 일부인 것이 아니라 그와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양자 사이에는 동일성이 없는 것이다. 이는 양적 일부가 아니라 질적으로 별개의 대상이어서 大는 小를 겸하는 관계가 아니다.

 

⑶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주요사실로 보았고,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일시보다 후일의 일자를 기산점으로 하여 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그보다 전일의 일자를 기산점으로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 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변론주의의 위배라고 보았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법원이 임의로 채무자의 주장내용과 달리 인정하는 것은 그 상대방에게 예측하지 않은 손해를 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1990. 1. 1.부터 기산하여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는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가사 1994. 8. 1.자 시효중단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시효중단사유로서 항변할 필요가 없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의 판단과 같이 1992. 1. 1.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인정한다면 상대방으로서는 법원이 인정한 시효기간에 대하여는 중단사유가 될 수 있는 위 사실을 제출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즉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는 매우 의미 있는 항변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의 주장에 비추어 보아서는 아무 의미 없는 항변이었던 탓으로 상대방이 이를 제출할 기회를 잃어 버렸던 것이다.

 

결국 채권자가 이러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채무자의 시효항변내용이 어떠하든지 간에 소제기시까지의 가능한 모든 중단사유에 관하여 그것이 상대방의 항변에 대하여 의미있는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재항변으로 제출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되고 만다.

 

대상판결은, 이런 관점에 기초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변론주의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므로 법원으로서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대상으로 하여 판결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고, 만약에 실제의 기산일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 이후인 경우에는 그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에게 예측하지 아니한 손해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며, 실제의 기산일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 이후이기만 하면 언제나 법원이 임의로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대상 내지는 그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