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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개별조합원 사이에 체결된 사법상 약정의 효력, 도시정비법상 사업의 진행개요 및 관리처분계획의 내용과 법적 성격>】《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에서..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4. 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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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개별조합원 사이에 체결된 사법상 약정의 효력,  도시정비법상 사업의 진행개요 및 관리처분계획의 내용과 법적 성격>】《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할 사항에 관하여 특정 조합원과 사법상 약정을 체결한 경우 재건축조합이 그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지 여부, 개별 조합원이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사적 약정의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20639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재건축조합과 개별 조합원 사이의 사적 약정의 효력에 관한 사건]

 

판시사항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법적 지위(=행정주체) /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법적 성격(=행정처분) 및 이에 관하여 조합이 갖는 재량권의 행사 방법

 

[2]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총회가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지는지 여부(적극) /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총회결의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3]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혹은 변경을 통한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 외에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그와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 약정의 당사자인 개별 조합원이 조합에 대하여 약정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에 따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라 한다)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도시정비법 제38)으로서, 그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는다.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도시정비법 제74조에 따라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의 시행 결과 조성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사항과 조합원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는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행정계획의 일종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재건축조합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재건축조합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이용상황·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그 재량을 행사해야 한다.

 

[2]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라 한다)의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은 총회결의사항이므로,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과 재량이 무제한적일 수는 없으므로, 조합 내부의 규범을 변경하고자 하는 총회결의가 적법하려면 상위법령·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그 내용도 상위법령·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재건축조합에서 일단 내부 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됨에 비추어 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한다. 조합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취지의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내부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객관적 사정과 필요가 존재하는지, 그로써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내부 규범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들이 침해받는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그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조합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

 

[3]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라 한다)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혹은 변경을 통한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 외에 전체 조합원의 일부인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그와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 및 전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 사이의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개별 약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감안하여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범위 내에서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초과하여 개별 조합원과의 약정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만 하는 구체적인 민사상 의무까지 인정될 수는 없고, 약정의 당사자인 개별 조합원 역시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약정 내용대로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374-2380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최누림 P.554-567 참조 ]

 

. 사안의 개요

 

피고(재건축조합)는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던 중, 원고들(상가 구분소유자)의 요구에 따라 2009. 7. 11. 이 사건 2009년 합의를 체결하여, 신축상가 전면부 진입로 보장, 상가 대지지분 보장, 영업장 대체지원비 및 이주비 지급 등을 약정하였다.

 

피고는 2014. 8.경부터 같은 해 9월경 사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안산시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는데, 원고들 중 7인이 위 관리처분계획상 부담금 및 권리가액의 산정기준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그 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2018. 4. 7. 총회에서 위 산정기준을 변경하기로 결의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2009년 합의에 어긋나게 원고들에게 훨씬 불리한 내용이었다.

이에 원고들 중 7인은 위 결의에 관하여 결의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그 결의금지 및 효력정지결정이 내려졌고, 위 결의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자 피고는 2019년경 총회를 다시 열어 위 산정기준을 변경하기로 결의하였는데, 이 또한 여전히 이 사건 2009년 합의에 어긋나게 원고들에게 훨씬 불리한 내용이었다.

이에 원고들은 위 결의에 관하여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그 효력정지결정이 내려졌고, 위 결의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무효확인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들은 2019. 1. 2.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피고가 이 사건 2009년 합의를 위반한 것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피고도 그 사업 진행상의 필요에 따라 총회 결의로써 이 사건 2009년 합의를 수용하였고, 이를 사업시행계획에 반영하여 관할청으로부터 인가도 받았으므로, 위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민사상 채무가 있다고 보아,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재건축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은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그 내용을 철회ㆍ변경할 광범위한 공법상 재량권을 갖는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에 관하여 개별 조합원과 사법상 약정을 체결하더라도, 위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는 별론으로 하고, 조합이 위 약정에 구속되어 그 내용을 절대적으로 반영할 구체적인 민사상 의무까지는 없다.

 

. 사실관계

 

‘2009년 합의의 성립

 

피고(재건축조합)는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로 구성되었고, 원고들은 피고의 상가 조합원으로 상가 구분소유자 10명 전원이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라 한다)2009. 7. 11. 총회를 개최하여, 상가의 기존 대지지분 702.687을 신축상가 1층과 2층에 각 694.21로 하여 전용면적으로 신축 보상하고, 영업장 대체지원비로 세대당 5,000만 원씩 합계 5억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하였다(이하 ‘2009년 합의라 한다). 이는 신축상가를 110개 호실 및 210개 호실로 건축하여, 원고들에게 각 층별 1개 호실씩 각 2개의 상가를 무상으로 분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축상가는 전부 상가 조합원에게만 분양하는 내용이다.

 

관련 소송의 경과

 

피고는 2009. 10. 31. 총회에서 ‘2009년 합의를 포함한 추진위원회가 수행한 모든 업무에 대한 추인 의결을 하였고, 2014. 8. 23. 총회에서 ‘2009년 합의가 반영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한 후 인가를 받았다(이하 ‘2014년 관리처분계획이라 한다).

2014년 관리처분계획 중 상가 조합원 권리가액 및 부담금 산정기준에는 ‘2009년 총회에서 의결한 협의 내용을 기준으로 조합, 시공사, 상가 조합원 간에 체결하는 합의에 의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원고들 중 7명의 제소에 따라, 2014년 관리처분계획 중 상가 조합원 권리가액 및 부담금 산정기준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2017. 9. 8. 확정되었다. 판결이유의 핵심은 관리처분계획 중 상가 관련 부분은 ‘2009년 합의를 전제로 하는 내용과 그에 모순되는 내용이 함께 있어 상가 조합원의 권리가액이나 부담금이 어떤 내용으로 정해져야 하는지 확정하기 어려워 적법하게 수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피고는 2018. 4. 7. 총회에서 상가 조합원 권리가액 및 부담금 산정기준을 의결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상가 조합원에 대해 아파트 조합원과 동일한 비례율을 적용하여, 원고들은 1층에 20개 호실 및 2층에 10개 호실로 구성되는 신축상가 중 11개 호실씩 분양받고, 22,900만 원 내지 약 25,400만 원씩 환급받게 되어, ‘2009년 합의보다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었다.

 

원고들 중 7명의 제소에 따라, 2018년 총회 의결에 대한 무효 확인판결이 선고되어 2020. 2. 14. 확정되었다. 판결 이유의 핵심은 2018년 총회 의결이 상가 조합원들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거나 박탈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취지이다.

 

피고는 2019. 12. 29. 총회를 개최하여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의결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상가 조합원에 대해 아파트 조합원보다 높은 비례율 170%를 적용하여, 원고들은 1층에 20개 호실 및 2층에 10개 호실로 구성되는 신축상가 중 11개 호실씩 분양받고, 45,000만 원 내지 약 48,700만 원씩 환급받게 되어, 2009년 합의보다 여전히 불리한 내용이었다.

 

원고들의 제소에 따라, 2019년 총회 의결에 대한 무효 확인판결이 2021. 12. 17. 선고되어 이 사건 원심판결 선고 당시 이미 상고심 계속 중이었다.

 

재건축사업의 진행 상황

 

피고는 아파트 조합원에 대하여 입주지정기간을 2018. 4. 30.부터로 정하였고, 2018. 7. 26. 신축상가를 제외한 아파트 세대별 소유권이전 내용을 고시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고들은 2018. 8. 7.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선택적으로, 피고가 ‘2009년 합의를 반영하여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후 이전고시 등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함에 따른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피고가 ‘2009년 합의에 기초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후 이전고시 등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2009년 합의와 다른 내용의 2018년 및 2019년 총회 의결을 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함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원고들은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상가 조합원은 아파트 조합원과 달리 신축상가에 입주하지 못하였고, 원고들은 신축상가의 1층과 2층에 동일한 규모의 각 10개 호실의 점포 중 각 층별 1개 호실씩 분양받기로 하였음을 이유로, 아파트 조합원의 입주일 다음 날부터 41개월간의 임료 상당액으로 1인당 약 36,200만 원, 영업장 대체지원비로 1인당 5,000만 원 및 각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주장하였다.

 

1심과 원심은 모두 피고에게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지연손해금 일부를 제외한 청구액을 대부분 인용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 쟁점

 

이 사건 쟁점은, 개별 조합원이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사적 약정의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소극)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에 따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재건축조합이라 한다)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도시정비법 제38)으로서, 그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는다.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도시정비법 제74조에 따라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의 시행 결과 조성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사항과 조합원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는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43123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242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행정계획의 일종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재건축조합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재건축조합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이용상황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그 재량을 행사해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24057 판결 등 참조).

 

재건축조합의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은 총회결의사항이므로,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과 재량이 무제한적일 수는 없으므로, 조합 내부의 규범을 변경하고자 하는 총회결의가 적법하려면 상위법령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그 내용도 상위법령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재건축조합에서 일단 내부 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됨에 비추어 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한다. 조합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취지의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내부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객관적 사정과 필요가 존재하는지, 그로써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내부 규범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들이 침해받는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그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조합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35281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30539 판결 등 참조).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혹은 변경을 통한 집단적인 의사 결정 방식 외에 전체 조합원의 일부인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그와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 및 전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로서 가지는 재량권이 재건축조합과 개별 조합원 사이의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개별 약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감안하여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범위 내에서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초과하여 개별 조합원과의 약정을 절대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만 하는 구체적인 민사상 의무까지 인정될 수 없고, 약정의 당사자인 개별 조합원 역시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약정 내용대로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상가 조합원(원고들)과 체결한 합의 내용이 재건축조합(피고)에게 효력이 미치기는 하나, 피고도 공법상 행정주체로서 갖는 재량권에 따른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총회결의로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반드시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시킬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까지 볼 수 없고, 피고도 원고들에 대하여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구속력 있는 민사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어, 원고들로서는 피고가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적정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합의의 취지를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들의 신뢰를 침해한 데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합의 내용이 절대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이와 달리 피고가 원고들에게 합의 내용을 전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신축상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민사상 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 문제점 제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최누림 P.554-567 참조]

 

재건축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진행되므로, 재건축사업의 추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는 물론 재건축조합도 개별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과 다양한 형태의 사법상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약정은 재건축조합으로 하여금 특정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로 인해 재건축조합만이 아니라 약정의 주체가 아닌 다른 조합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과 체결한 약정의 효력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총회 의결사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도시정비법 제45).

 

총회에서 사법상 약정에 관하여 의결이 이루어져 재건축조합에 그 효력이 미치게 되더라도, 그 약정의 이행을 위해서 관리처분계획에 해당 내용이 반영되어야 하는 경우라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 등을 한 후 다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장군수 등의 인가까지 이루어져야 한다(도시정비법 제74).

 

문제는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과 체결한 사법상 약정에 대해 총회 의결이 이루어졌음에도,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 등을 하지 않거나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총회 의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이다. 이는 행정계획에 속하는 관리처분계획의 성질상 재건축조합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므로, 사법상 약정을 통하여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에 관한 재건축조합의 재량권을 통제할 수 있는지, 재건축조합의 위와 같은 재량권 행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특정 조합원에 대해서만 관리처분계획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 재건축조합에 대한 견제수단 또는 해당 조합원의 구제수단은 무엇인지와 관련된다.

 

3. 원고들과 추진위원회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합의의 주요 내용과 이 사건 청구의 주요 내용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374-2380 참조]

 

이 사건 합의의 주요 내용

 

상가 공급에 관한 부분 : 정비계획 결정·고시된 내용에 포함된 상가 가설계안을 기준으로, 상가의 면적을 축소하되 상가의 기존 대지지분 702.68를 신축상가 1층과 2층에 각 694로 하여 전용면적으로 신축 보상 한다.

영업장 대체지원비에 관한 부분 : 영업장 대체지원비는 5억 원(= 세대당 5,000만 원 × 10세대)으로 한다.

 

상가소유자인 원고들은 추진위원회와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위 합의는 조합설립 이전 주민총회의 결의를 거쳤으며, 원고들은 위 합의 이후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였음. 위 합의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총회에서도 추인되었는데, 이후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변경과정에서 원고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

 

원고들은 위 합의에 따라, 피고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거나 또는 위 합의에 따른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입주예정일로부터 입주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영업장 대체지원비 등을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구하고 있다.

 

4. 도시정비법상 사업의 진행 개요 및 관리처분계획의 내용과 법적 성격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374-2380 참조]

 

. 도시정비법상 사업의 진행 개요

 

 

 

. 관리처분계획의 개념과 내용

 

재건축사업은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공동주택을 신축하여 이를 배분하는 것을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데, 관리처분계획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정비사업으로 인하여 신축될 공동주택 등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는 행정계획이다.

 

개별 조합원 입장에서는, 누가, 어떠한 공동주택을, 얼마의 가격에 공급받을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이고, 조합 전체의 입장에서는 전체 사업의 비용과 수익은 어떠한가, 구체적으로 총공사비가 어떠하고, 조합원 분양 가격과 일반분양 가격은 얼마로 하는가 등이 정해져야 하는데, 양자는 아래와 같이 비례율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관리처분계획은 그 성질상 행정계획이고, 그 형성에 재량이 인정된다.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24057 판결(도시정비법상 도시환경정비사업에 관한 판례임) : 도시정비법 제48조 제2항 제1호는 관리처분계획의 기준의 하나로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이용상황·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상업지역·공업지역 등으로서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도심 또는 부도심 등 도시기능의 회복이나 상권활성화 등이 필요한 지역에서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것으로서 다수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토지등소유자들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이익 전부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의 관리처분계획은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반드시 수립하여야 하는 법률이 정한 행정계획으로서 토지등소유자의 지위나 권리·의무의 인정 자체에 관하여는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의 수립에 관하여는 이른바 계획재량행위에 해당하여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적법하게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이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이용상황·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하는 것인 이상, 그로 인하여 토지등소유자들 사이에 다소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이에 따른 손익관계는 종전자산과 종후자산의 적정한 평가 등을 통하여 청산금을 가감함으로써 조정될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관리처분계획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4029 판결 참조).

 

. 관리처분계획의 법적 효과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집행하는 이전고시의 효력이 발생하면 조합원 등이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받을 대지 또는 건축물에 관한 권리귀속이 확정된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6400 전원합의체 판결)

 

공공개발사업에서, 사업시행자의 권리 취득 및 배분 방식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보면, 취득ㆍ사용방식(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 취득ㆍ처분방식(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택지 조성 및 공급), 환권방식(환지처분)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도시정비법이 정한 관리처분계획 방식은,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조합원의 종전 자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고(재개발사업의 경우 수용, 재건축사업의 경우 매도청구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조합이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음), 신축 공동주택도 조합원의 경우 조합이 원시취득한 다음 이전등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명의로 보존등기가 이루어지게 된다.

조합원의 종전 자산에 대한 권리가 관리처분계획과 이전고시를 통하여 신축 공동주택에 대한 권리로 변경되는 公用煥權에 가깝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원에 대한 신축 공동주택의 공급에 관한 사항을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사법상 계약에 의하여 정해지도록 하지 아니하고, 관리처분계획이라는 행정처분에 의하여 정해지도록 정하고 있다.

 

실무상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과 분양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하나, 이는 관리처분계획에 의하여 형성된 법률관계를 구체화하고 보충하는 의미에 불과하고(서울고등법원 2014. 10. 15. 선고 201335797 판결. 대법원 2015. 3. 12.201478232 판결로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반하는 분양계약은 무효이다(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12971 판결).

 

대상판결(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206391 판결)의 사안에서 조합은 원고들과 이와 같은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할 사항에 관하여 사법상 약정을 체결하였다.

 

5. ‘2009년 합의의 효력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최누림 P.554-567 참조]

 

. 2009. 7. 11. 자 총회 의결 등에 따른 효력

 

‘2009년 합의는 상가 조합원의 비용 부담 또는 상가 관리처분계획에 관한 것이어서 상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간접적으로는 아파트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정비사업비 규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피고의 정관에서 정할 사항에 해당한다(도시정비법 제40조 제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38조 제10호 및 제15). , 원고들과 피고가 승계한 추진위원회 사이에 체결된 ‘2009년 합의는 정관에서 정할 사항에 관한 합의이므로, 피고의 집행부가 향후 그 내용대로 정관을 변경하거나 이에 관하여 총회 의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약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09년 합의가 체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고, 이에 대한 2009. 7. 11. 자 및 2009. 10. 31. 자 총회 의결 등이 순차로 이루어짐에 따라 피고 내부적으로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35281 판결). 다만 예외적으로 피고가 다시 유효적법한 총회 의결을 통하여 ‘2009년 합의내용을 수정폐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2009년 합의와 다소 다른 내용을 정한 2014년 관리처분계획 중 상가 조합원 권리가액 및 부담금 산정기준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고, ‘2009년 합의에 비해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2018년 총회 의결에 대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역시 ‘2009년 합의에 비해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2019년 총회 의결에 대해서도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이 사건 상고심 계속 중 확정되었으므로(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30539 판결), 결과적으로 ‘2009년 합의는 피고가 후속 총회 의결을 통해 적법하게 철회변경하지 못하였으므로, 여전히 조합 내부의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2009년 합의의 내용을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담한다.

 

. ‘2009년 합의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의 의미

 

문제 제기

 

재건축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도시정비법 제18)으로서,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는다.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도시정비법 제48조에 따라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2428 전원합의체 판결).

 

,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과 체결한 약정의 내용을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관리처분계획이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그 의무를 민사상 계약에 따른 채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이는 원고들이 구하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전제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2009년 합의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민사상 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쟁점이다.

 

견해의 대립

 

긍정설 : 재건축조합이 총회 의결 등을 통하여 개별 조합원과 체결한 약정의 내용을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이는 민사상 계약에 따른 채무에 해당한다는 견해이다.

부정설 : 재건축조합이 총회 의결 등을 통하여 개별 조합원과 체결한 약정의 내용을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이는 재건축조합 내부의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질 뿐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에 대해 민사상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이다.

절충설 : 재건축조합이 총회 의결 등을 통하여 개별 조합원과 체결한 약정의 내용을 반영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까지는 인정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 총회에서 그 관리처분계획()을 의결시킬 의무또는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인가까지 받을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견해이다.

 

대상판결의 결론 (= 부정설)

 

대상판결은 부정설을 채택하였다.

 

.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상고심 계속 중인 2022. 5. 26. 피고의 2019년 총회 의결에 대한 무효확인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30539 판결), 피고는 원고들과 관련된 상가 조합원 권리가액 및 부담금 산정기준등에 관하여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수립변경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가 위와 같이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변경할 때 적정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 내에서 ‘2009년 합의의 취지를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피고가 새로운 총회 의결로 ‘2009년 합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이미 무효로 확정된 2019년 총회 의결 이후의 새로운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2009년 합의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객관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피고가 새로운 총회 의결을 할 때 절차 및 내용의 측면에서 상위법령과 정관에 부합함은 물론 종전 내부 규범인 ‘2009년 합의의 존속을 신뢰한 원고들의 이익보다 새로운 총회 의결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이 우월하다고 평가되어 결과적으로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에는 ‘2009년 합의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총회 의결이 유효적법하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므로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할 때 반드시 ‘2009년 합의의 내용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6.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374-2380 참조]

 

.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분쟁의 배경

 

재개발ㆍ건축사업에서 상가 소유자의 지위와 갈등

 

최근 재건축이 진행되는 공동주택들은 대부분 1970~1980년대에 건축된 공동주택들로서, 당시 법령에 따라 부대ㆍ복리시설로 단지 내에 상가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있어서, 공동주택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는 재건축사업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개발이익의 규모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므로, 그 이해관계가 동일하지 않다.

 

상가 소유자와 주택 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재개발사업보다 재건축사업에서 더욱 부각되는 이유 (= 영업손실보상 등의 부재)

 

재개발사업에 있어서 조합에게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 권한이 부여되므로, 재개발사업으로 인하여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상가 소유자 등에게 토지보상법이 정한 영업손실보상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에서는 조합에게 수용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하므로, 수용의 효과로서 토지보상법이 정하고 있는 영업손실보상 등도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다.

재건축으로 기존 상가가 철거되면 상가 소유자로서는 영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는데, 법령상 영업손실보상이 보장된 것도 아니므로, 상가 소유자로서는 재건축 사업에 반대할 경제적 유인이 강하다.

 

그리고 도시정비법은 상가 소유자에 대하여 별다른 규율을 하고 있지 아니함

 

관리처분계획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공동주택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의 권리ㆍ의무가 정해지는데, 관리처분계획은 총회 결의에 의하여 수립되므로, 상가 소유자는 공동주택 소유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수이므로, 결의에서 불리한 지위에 있게 되고 이는 조합 의사결정과 관련한 갈등 요인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재건축사업에 반대하는 상가 소유자들과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 사이에 별도의 합의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하여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고 상가조합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조합과 상가협의회 사이에서 합의하는 이른바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의 유효요건에 관한 판례로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35281 판결이 있음].

 

.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할 사항에 관하여 조합이 특정 조합원과 사법상 약정을 체결한 경우 그 약정의 효력

약정이 사법상 무효인지 여부 (= 아님)

 

위 약정은 추진위원회와 원고들 사이에 체결되었고, 이후 조합이 설립된 이후 총회에서 이를 추인하였으며, 그 이후 관리처분계획에 반영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약정을 사법상 무효로 볼 근거는 없고, 대상판결도 이 사건 합의 자체가 사법상 효력이 부정된다는 취지는 아니다.

 

조합은 위 약정에 구속되는가? (=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 어려움)

 

관리처분계획은 행정계획이고, 조합은 그 수립 및 내용 형성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을 갖는다.

 

대상판결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조합이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하였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있어서 위 약정에 구속되지 않는다[원고들은 조합에 대하여 약정 내용대로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음].

 

위 약정 중 금원 지급 부분에 관하여도 원고들이 조합을 상대로 직접 소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영업장 대체지원비 부분은 그 의무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 이 부분도 원고들이 상가를 공급받기 위한 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대상판결은 원심이 위 부분이 이행기를 정하지 아니한 의무임을 들어 그 의무 내용대로 지급을 명한 것을 파기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도, 위 합의의 내용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위 약정 중 금원 지급 부분도 당연히 소구할 수 있지 아니함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임].

 

만약 조합이 특정 조합원에 대하여 공동주택 중 특정 동ㆍ호수(예컨대 펜트하우스)를 배정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더라도, 공동주택의 권리 귀속 등도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해져야할 사항이므로, 그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위 약정을 들어서 특정 동호수의 공동주택에 대한 이전등기청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합원에 대한 권리 구제 방식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항고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형성에 관한 재량에 비추어, 그 약정이 관리처분계획에 반영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관리처분계획이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에 위배되는 등 신뢰보호원칙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조합이 위 약정에 구속됨을 전제로 약정을 관리처분계획에 반영하거나 또는 약정 내용 자체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불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수립상 재량권 일탈ㆍ남용과 그로 인한 신뢰 침해를 들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원고들과 조합 사이의 사법상 약정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관리처분계획에 의하여 정하여질 내용이므로, 그 재량에 비추어 조합이 그 사업상 약정에 곧바로 구속되어 그 약정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고들은 관리처분계획이 그 형성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항고소송으로 구제받거나 또는 신뢰침해 등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재개발ㆍ재건축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를 설권적 처분으로 보아 조합을 공행정주체로 보고, 신축건물의 공급에 관한 사항은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할 사항으로서 조합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7. 대상판결의 요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 최누림 P.554-567 참조]

 

. 대상판결의 결론 (= 파기환송)

 

원심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2009년 합의내용을 전적으로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신축상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민사상 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한 후 그 액수를 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도시정비법상 관리처분계획의 성격 및 그와 별개의 민사상 약정과의 관계, 그에 따른 채권채무관계의 존부 및 내용과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부, 손해 발생 여부 및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 대상판결의 판시 요지

 

대상판결은 관련 사건인 대법원 202230539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를 토대로,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로서 가지는 공법상 재량권과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과 사이에 체결한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범위 내에서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개별 조합원과 체결한 약정의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민사상 의무를 인정할 수 없고, 개별 조합원 역시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사법상 약정의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을 강제할 수 있는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재건축조합과 개별 조합원 사이에 체결된 사법상 약정에 대하여 그 내용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민사상 계약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