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시골장터의 추억】《시골 장터는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오고 가는 기분 좋은 흥정 속에 삶의 무게를 덜어 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찾을 때마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8. 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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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장터의 추억】《시골 장터는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오고 가는 기분 좋은 흥정 속에 삶의 무게를 덜어 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찾을 때마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 지는 곳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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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 장터는 소년에게 괜한 흥분을 안겨 주었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데리고 가 하얀 운동화쫄깃한 찰옥수수’, ‘달콤한 팥빵을 사주셨다.

아버지와 함께 간 장터의 시골 짜장면맛도 잊을 수 없다.

아련하고 흐믓한 추억을 안겨주는 곳이 시골 장터다.

 

장터의 한 구석에 팔 것을 잔뜩 부려 놓은 주름살 깊게 패인 할머니의 구부러진 등이 보인다.

텃밭에서 손수 기른 채소와 동네 야산에서 직접 캐온 산나물이란다.

굳이 찾아 간 것이 아니라 지나는 길에 구경삼아 둘러 보았다.

늦은 오후라 여기저기 떨이가 한창이다.

단위도 몇 천원에 불과하다.

칠천 원에 몽땅, 삼천 원에 전부, 심지어 단돈 천 원에 다 가져가란다.

 

사람 좋게 웃는 모습, 기분 좋은 흥정.

판 만큼 채워가고, 산 만큼 얻어가는 곳.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곳이다.

열정적으로 물건을 파는 장터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며,

그 힘으로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사람이다.

 

삶에는 자신이 들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다.

지나친 의욕으로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어서도 안되고,

자기가 들어야만 하는 무게를 비겁하게 회피해서도 안되고,

자신의 짐을 남에게 모두 떠맡긴 채 무관심하게 돌아 있어서도 안된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의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비워 버린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가질 줄만 알지 비울 줄은 모른다.

모이면 모일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영혼과 육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삶이 피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놓아버려야 할 것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 장터는 각자가 지닌 삶의 무게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오고 가는 기분 좋은 흥정 속에 삶의 무게를 덜어 놓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찾을 때마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 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