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배방구】《또르의 배에 대고 “뿌-우”를 했더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4. 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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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방구또르의 배에 대고 -를 했더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어릴 적, 아버지는 내 배 위에 얼굴을 대고 -!” 하고 바람을 불어넣으셨다.

그 소리와 함께 간지럼이 몰려와, 숨 넘어가듯 웃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나는 웃기만 했지만,

아버지는 그 웃음 속에서 나와의 교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이젠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

나도 그 장난을 해봤다.

작은 배 위에 입을 대고 -!”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여자들이었던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건 좀하는 시선이 마음에 걸렸고,

그 장난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들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짧은 순간이었고,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멀어졌다.

 

그러다 우리 가족이 된 작은 존재, 또르.

또르는 남자다.

게다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배를 까고 발랑 뒤집힌다.

그 배 위에 입을 대고

장난스레 -!” 하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이 녀석은 세상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꼬리를 신나게 흔든다.

 

아이들은 말린다.

또르가 싫어할지도 몰라요, 아빠.”

하지만 또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다가올 때,

배를 조용히 까보이며 내게 말한다.

 

한 번만 더 해줘요, 그 장난.”

 

나는 웃고, 또르는 다시 꼬리를 흔든다.

아무 말도 없지만, 우리는 안다.

이건 우리들끼리만 통하는

작고 오래된 언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속엔

아버지와 나,

나와 아이들,

그리고 지금의 또르까지

서로를 웃게 만든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몸이 먼저 기억하는 사랑이 있다.

또르의 배 위에,

그 옛날의 웃음이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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