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방구】《또르의 배에 대고 “뿌-우”를 했더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배방구】《또르의 배에 대고 “뿌-우”를 했더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어릴 적, 아버지는 내 배 위에 얼굴을 대고 “뿌-우!” 하고 바람을 불어넣으셨다.
그 소리와 함께 간지럼이 몰려와, 숨 넘어가듯 웃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나는 웃기만 했지만,
아버지는 그 웃음 속에서 나와의 교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이젠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
나도 그 장난을 해봤다.
작은 배 위에 입을 대고 “뿌-우!”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여자들이었던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건 좀…” 하는 시선이 마음에 걸렸고,
그 장난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들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짧은 순간이었고,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멀어졌다.
그러다 우리 가족이 된 작은 존재, 또르.
또르는 남자다.
게다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배를 까고 발랑 뒤집힌다.
그 배 위에 입을 대고
장난스레 “뿌-우!” 하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이 녀석은 세상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꼬리를 신나게 흔든다.
아이들은 말린다.
“또르가 싫어할지도 몰라요, 아빠.”
하지만 또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다가올 때,
배를 조용히 까보이며 내게 말한다.
“한 번만 더 해줘요, 그 장난.”
나는 웃고, 또르는 다시 꼬리를 흔든다.
아무 말도 없지만, 우리는 안다.
이건 우리들끼리만 통하는
작고 오래된 언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속엔
아버지와 나,
나와 아이들,
그리고 지금의 또르까지
서로를 웃게 만든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몸이 먼저 기억하는 사랑이 있다.
또르의 배 위에,
그 옛날의 웃음이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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