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의 세상, 그리고 우리】《우리가 단지 ‘햇살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하다 해도, 그 먼지를 환하게 비추는 햇살이 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진드기의 세상, 그리고 우리】《우리가 단지 ‘햇살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하다 해도, 그 먼지를 환하게 비추는 햇살이 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진드기는 참 단순한 존재입니다.
그저 태어나고, 짝짓기를 하고, 죽습니다.
먹고 자라고 사랑하는 일 외엔 그들의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눈으로 보지 못합니다.
귀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오직 하나—냄새,
정확히는 우리 몸에서 나는 부티르산이라는 냄새만을 기다립니다.
그 냄새가 맡아지면, 그들은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집니다.
몇 시간, 아니 몇 달, 심지어 몇 해를 기다리다가도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전력을 다해 뜁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오직 따뜻함만이 목표가 됩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진드기의 눈에 세상이란 얼마나 단순하고도 기묘할까?’
그리고 다시, 우리를 돌아봅니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복잡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거대한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느끼곤 하죠.
하지만 한 발짝 물러나 보면, 우리는 그저
서울의 한 모퉁이, 작은 아파트의, 작디작은 한 사람일 뿐입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의 고민, 아픔, 슬픔은 어쩌면 먼지 한 톨만큼의 무게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살은 우리를 향해 찬란하게 비춥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빛이 허공을 떠도는 먼지를 감싸 안듯,
보잘 것 없는 나의 존재조차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
우리가 단지 ‘햇살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하다 해도,
그 먼지를 환하게 비추는 햇살이 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작기에 더욱 귀한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