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산책】《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맛본 낭만과 황홀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빗속의 산책】《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맛본 낭만과 황홀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친구와 화창한 봄날의 산책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조용히 울음을 머금고 있다.
화창한 날씨도 좋지만,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내려도 아무 상관 없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운치가 있다.
그냥 빗속을 거닐고 싶었다.
장대비 오는 날 흙길을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바람 부는 날 숲을 노니는 바람에 온 몸을 맡기고 싶다.
나무줄기에 귀를 대고 나무 몸통 속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우리는 우비를 입고 걷기 시작했다.
순간 회색빛 구름이 낮게 드리우고, 말없이 굵은 빗방울을 쏟아냈다.
누군가에겐 성가시고 짜증나는 이 비가
나에겐 오래 기다려온 낭만이었다.
우비 위로
빗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릴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가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우비 위에 떨어지는 비의 감촉과 소리는 묘한 황홀감을 선사했다.
2시간 내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울림은 빗소리 위로
잔잔히 번져 나갔다.
멀리 보이는 산엔
운무가 내려앉아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려 놓았고…
그 순간,
세상은 마치
우리 둘만을 위한 장면이 되었다.
빗속의 산책.
그 하루는,
단순한 추억 이상의 마음속 풍경이 되었다.
아무리 아름답고 정밀한 예술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고 부서진다.
그러나 마음 속에 깃든 사랑과 추억은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시간이 흘러 오늘 핀 꽃은 내일이면 질 것이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여 오늘의 순간을 망치는 어리석음과 다가 올 미래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오늘의 중요한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