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이름 없는 나무 앞에서】《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피어난 꽃. 그 변화를 알아보고 감동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 하나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5.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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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무 앞에서】《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피어난 꽃. 그 변화를 알아보고 감동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 하나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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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잠시 떠나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다.

우연히 들어선 산책로, 짙게 우거진 숲과 싱그런 바람이 나를 반긴다.

꽃들이 수줍게 피어 있고, 나무들은 봄빛에 물들어 한껏 생기를 뽐낸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을 때,

작은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묻는다.

아빠, 저 나무 이름은 뭐야?”

 

나는 멈칫한다.

소나무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서울도 시골도 아닌 어중간한 도시에서 자란 나에겐

그 나무도, 이 꽃도 그냥 그 나무’, ‘그 꽃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밤나무와 감나무도 열매가 열리기 전엔

서로 구별할 수 없었다.

한 무리의 양들 사이에서 스티브잡스 양워렌버핏 양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그저 이름 모를 나무들일 뿐이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 스치듯 떠오른 실망의 빛.

마치 고등학교 시절, 예쁜 여학생이 다가왔을 때

그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니라 내 친구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처럼,

묘한 민망함과 당혹감이 스며든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

나무 이름을 아는 일,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걸까?

지금은 그렇다.

 

나무 이름과 수많은 야생화의 이름을 아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일까?

지금은 그렇다.

 

겨우내 잎 하나 없이 앙상하던 나무가 어느 날 꽃을 활짝 피워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만 그 나무가 제 이름을 알아주는데 대한 고마움으로 의기양양해서 더욱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 같다.

 

언뜻언뜻 보이는 야생화도 그 빛깔이 너무 곱고 자태가 아름답다 예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나에게 다가와 향기를 뿜으며 인사를 한다.

더 이상 이름없는 야생화가 아니다.

 

아직도 주변에 이름을 모르는 꽃과 나무들이 많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 이름들을 배우게 될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