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4)】《키르기스스탄의 전통가옥 유르트에서 전통공연을 보며 저녁식사를 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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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4)】《키르기스스탄의 전통가옥 유르트에서 전통공연을 보며 저녁식사를 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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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사막의 도시를 뒤로한 지금,

나를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다른 풍경.

산의 나라, 키르기스스탄이다.

 

비슈케크에 도착하자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고,

사방으로 둘러선 톈산산맥의 실루엣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나라는

국토의 90%가 산으로 이루어진 곳.

높고 깊은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고,

때로는 구름이, 때로는 별빛이 그 봉우리를 감싼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그 산의 품에 안긴 도시다.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조용하고 단단하다.

자연의 틈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 있다.

 

해가 지고 나면 비슈케크의 공기가 달라진다.

산맥 너머로 붉게 물든 노을이 사라지고 나면, 도시에는 어둠 대신 전통의 숨결이 찾아온다.

그 밤, 한 끼의 식사는 단순한 저녁이 아니라 시간 여행이 된다.

 

찾아간 곳은 비슈케크 외곽에 자리한 전통 디너쇼 레스토랑.

실내는 유르트(유목 천막)를 연상케 하는 따스한 곡선의 공간,

손님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도톰한 러그, 나무 장식, 색색의 전통 자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곧, 식탁 위로 키르기스 전통 음식이 차려진다.

 

양고기 숯불구이, 샤슬릭(꼬치구이), 이름 모를 전통 음식

한 입 한 입이 모두 유목의 역사, 초원의 맛이었다.

식사가 무르익을 즈음, 조명이 어두워지고

그 위로 울려 퍼지는 것은 돔브라, 샨코브즈의 떨림.

세 줄짜리 전통 악기입 안의 작은 하프에서 나오는 소리는

한때 말을 달리며 유라시아를 누비던 기마민족의 맥박 같았다.

 

이어지는 공연은 마치 시()와도 같았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현지인들의 노래와 음악은

한 나라의 과거와 오늘, 그 모든 계절을 보여주었다.

몸짓 하나, 눈빛 하나에도 대초원의 바람이 스며 있었다.

 

한 민족의 삶과 기억, 리듬과 온기를 접시에 담아 마주한 시간이었다.

비슈케크의 밤은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될 이야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