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생명】《"당신도 괜찮으신가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찻잔 속의 생명】《"당신도 괜찮으신가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환경운동가인 조애나 메이시가 쓴 「내가 사랑한 세상 World as Lover, World as Self」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그녀가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북인도 히말라야 기슭의 티베트 난민공동체에서 활동할 때였다.
어느 날 오후, 티베트 승려들과 회의를 하는 도중에 파리 한 마리가 그녀의 찻잔 속에 빠졌다.
조애나 메이시에게 그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일 년 넘게 생활한 터라 찬장 안의 거미도, 신발 속의 전갈도, 이제는 놀랍지 않았다.
그래서, ‘그까짓 파리쯤이야’하면서 그녀는 스스로의 평정심을 내심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 스친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가 있었고,
그걸 놓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회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던,
티베트의 고승 최걀 린포체.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단지 제 찻잔에 파리가 빠졌을 뿐이에요. 정말 괜찮아요.”
그러자 린포체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오오, 찻잔에 파리가 빠졌군요.”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남았다.
조애나는 웃으며 다시 말한다.
“노 프라블럼이에요.”
그러자 린포체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그 조그만 파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건져냈다.
회의가 이어지는 동안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떴고,
잠시 후 환한 얼굴로 돌아와 그녀에게 속삭였다.
“파리는 이제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는 파리를 잎사귀 위에 놓고,
그 작은 날개가 다시 펄럭이길 지켜보았다고 했다.
곧 하늘로 오를 테니 걱정 말라고.
조애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던 기준은 철저히 ‘나’에 머물러 있었음을.
나는 괜찮으니, 문제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찻잔 속에 빠진 파리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일 수 있었다.
린포체는 문제의 기준을 ‘파리’에 두었다.
그가 구한 것은 단순히 파리가 아니라,
삶의 자리를 잃은 하나의 생명이었다.
그 순간,
그녀에게 회의에서 양모 카페트 지원사업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건
작은 생명이 살아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가슴 안에, 조용한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곧잘 말한다.
“노 프라블럼.”
하지만 그 말이 진실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 기준이 ‘나’에서 ‘당신’으로,
더 나아가 ‘우리 모두’로 옮겨가야 한다.
"당신도 괜찮으신가요?"
이 물음이 삶의 중심에 자리잡을 때,
비로소 세상은 더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것보다 더 높은 성품은 없다.
타인에게 문제가 있으면 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
세상이 아프면 나도 아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