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베낀 삶】《인생은 필사본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써 나가는 책이다.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잘못 베낀 삶】《인생은 필사본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써 나가는 책이다.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어느 수도원의 이야기이다.
한 젊은 수도자가 새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가 맡은 첫 임무는 고참 수도자들이 경전을 필사하는 작업을 돕는 일이었다.
그 수도원은 수 세기 동안, 오직 필사만을 업으로 삼아 온 곳이었다.
한 세대가 경전을 베껴 적으면, 다음 세대는 그 필사본을 다시 옮겨 쓰고,
그다음 세대는 또 그 필사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원본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그러나 원본은 깊은 지하 창고에 잠들어 있었다.
아무도, 정말 아무도 원본을 들춰보지 않았다.
오직 필사본만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졌고,
그 진리는 수도원 밖 세상으로 전파되었다.
몇 달이 지나고,
젊은 수도자는 조심스럽게 수도원장에게 물었다.
“혹시... 원본과 필사본을 대조해본 적은 있습니까?”
그 말에 잠시 뜸을 들인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오랜 경험과 신중함으로 경전을 써왔네. 하지만 그대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렇게, 수도원장은 오랜 세월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던 지하 보관소로 향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젊은 수도자가 그를 찾아 내려갔다.
어두운 보관소 안에서,
수도원장은 벽에 머리를 찧으며 흐느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젊은 수도자가 놀라 물었다.
그때 수도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댔다.
“원본에는…
‘즐겁게 살아라(celebrate)’라고 되어 있더군…
그런데 우리는…
‘독신으로 살아라(celibate)’라고 수백 년간 베껴 왔던 거야...”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기준,
누군가의 필사본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부모가 그러니까,
선생이 그러니까,
사회가 그러니까,
신이 그러니까.
그러나 그 ‘그러니까’에
우리의 고유한 삶이 얼마나 지워졌는지를 묻는 이는 많지 않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게 맞아.”
“그렇게 사는 거야.”
“그 길이 정답이야.”
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 말들이,
혹시 원본이 아닌 잘못된 필사본에서 왔다면?
진리는 필사본 속에 있지 않다.
진리는 살아 있는 오늘의 삶 속에 있다.
오류로부터 벗어나려면,
용기를 내어 ‘원본’을 들춰봐야 한다.
스스로의 경험과 감각으로 삶을 새겨야 한다.
우리는 필사자가 아니라
스스로 써내려가는 작가이다.
삶은 복사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우리만의 인생을 써 내려가자.
수도원장이 몇 백 년 만에 발견한 그 말처럼,
우리의 인생도
‘즐겁게 살아야 할 이유’를 되찾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