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친구 별장 가는 길(2)】《어떤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삶이라는 여행의 한 구간을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행운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7. 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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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별장 가는 길(2)】《어떤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삶이라는 여행의 한 구간을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행운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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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대너리스를 나와, 우리는 두물머리 근처의 수종사로 향했다.

산중턱에 자리한 절.

차창 밖으로 스치던 풍경이 점점 높아지고, 굽이진 길을 따라 올라서니

눈앞에 펼쳐진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 지점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졌다.

고요했고, 바람은 은은했고, 마음은 문득 맑아졌다.

 

잠시 머문 후, 설악 인터체인지 근처 닭갈비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디서든 숯불 닭고기는 실패가 없는 선택이다.

괜히 설렘이 앞서 와인 한 잔을 곁들였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의 한 끼는 늘 작은 모험처럼 느껴진다.

그 모험 끝에 만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별장.

테라스 위에는 바비큐 요리, 수박과 포도, 신선한 야채, 와인과 맥주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마치 여름 한복판을 통째로 차려낸 듯한 풍경.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산속의 공기는 신기하리만치 시원했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근처 조그만 개울가에 가서 천렵도 즐겼다.

물살을 가르며 움직이는 손끝, 물고기의 반짝이는 은빛 비늘,

그리고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시원함이

, 정말 여름이라는 계절을 통째로 만지는 느낌이었다.

 

해가 기울고, 저녁에는 와인을 곁들인 바비큐 파티.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그렇듯 음식도 경치도 아닌 사람이었다.

 

사람을 만나면, 문득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내 안의 감각이나 기쁨, 두려움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사람.

그런 순간은 참 소중하다.

세상과의 거리마저 가까워지는 것 같아진다.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같은 길목을 함께 지나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심리학자 밀턴 에릭슨이 책을 팔러 다녔던 시절의 일화가 생각난다.

한 농부에게 책을 권했지만, 농부는 난 아무 것도 읽지 않아. 우리 돼지들에게만 관심 있어.”라며 매정하게 말한다.

하지만 에릭슨은 묵묵히 그 곁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무심코 돌멩이로 돼지의 등을 긁어주었다.

그 순간, 농부는 마음을 열었다.

자네는 돼지를 좋아하는군. 그럼 자네도 좋은 사람일 거야.”

결국 농부는 에릭슨을 집으로 초대했고, 책도 사 주었다.

 

사람은 말보다 행동에 반응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그 행동과 분위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이다.

진심은 감춰지지 않는다.

신조차도 우리의 말보다, 삶의 태도를 보고 신뢰한다는 말처럼.

 

어느 날, 코끼리와 개미가 숨바꼭질을 했다.

개미가 술래일 때, 덩치 큰 코끼리는 금세 들켰다.

이번엔 코끼리가 술래.

개미는 코끼리가 들어올 수 없는 작은 사원으로 숨었지만,

코끼리는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개미가 신발을 벗어 놓고 들어갔기 때문.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흔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가식이 없을수록, 진심은 쉽게 통한다.

 

그날 저녁,

나는 오랜 친구들 덕분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누군가는 고기를 굽고, 누군가는 와인을 따르고,

누군가는 말없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한 기쁨과 깊은 공감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었다.

 

삶은 여행이고,

그 여행길에서 이런 사람들과 한 구간을 함께 걷는 것.

그게 바로,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