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6)】《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는 ‘승리 공원(Park Pobedy)’에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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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6)】《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는 승리 공원(Park Pobedy)’에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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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케크의 가랑비는

어느 도시보다 조용하게 지나간다.

 

부라나탑을 향해 가는 도중 차창밖에 보이는 승리 공원(Victory Park / Park Pobedy)에 내렸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수많은 병사들을 기리는 이 공원은

도시의 소란과는 조금 떨어진,

고요함이 깃든 장소였다.

 

입구를 지나

조금 걸어 들어가니

한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은 모습.

 

그녀는 "기다리는 어머니"였다.

전쟁터로 떠난 아들을

끝내 다시 보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의 상징.

 

그녀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Eternal Flame)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말없이,

우리는 너를 잊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듯한 불꽃.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묘하게 따뜻하고,

묘하게 아팠다.

 

이 공원은 단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실과 기다림, 침묵 속에서 지켜낸 인내의 장소였다.

 

우리는 흔히 전쟁을 병사들의 이야기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가장 긴 전쟁은

남겨진 이들의 마음속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어머니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절망을 끌어안은 채.

 

누군가는 칼을 들고 싸웠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아 견뎠다.”

 

그날, 비슈케크의 공원 한복판에서

나는 한 여인의 기도와

한 시대의 슬픔을 조용히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