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6)】《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는 ‘승리 공원(Park Pobedy)’에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6)】《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는 ‘승리 공원(Park Pobedy)’에서》〔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비슈케크의 가랑비는
어느 도시보다 조용하게 지나간다.
부라나탑을 향해 가는 도중 차창밖에 보이는 승리 공원(Victory Park / Park Pobedy)에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수많은 병사들을 기리는 이 공원은
도시의 소란과는 조금 떨어진,
고요함이 깃든 장소였다.
입구를 지나
조금 걸어 들어가니
한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은 모습.
그녀는 "기다리는 어머니"였다.
전쟁터로 떠난 아들을
끝내 다시 보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의 상징.
그녀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Eternal Flame)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말없이,
“우리는 너를 잊지 않았다”고 속삭이는 듯한 불꽃.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묘하게 따뜻하고,
묘하게 아팠다.
이 공원은 단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실과 기다림, 침묵 속에서 지켜낸 인내의 장소였다.
우리는 흔히 전쟁을 병사들의 이야기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가장 긴 전쟁은
남겨진 이들의 마음속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어머니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절망을 끌어안은 채.
“누군가는 칼을 들고 싸웠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아 견뎠다.”
그날, 비슈케크의 공원 한복판에서
나는 한 여인의 기도와
한 시대의 슬픔을 조용히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