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9)】《촐폰아타로 가는 길목, 야생꿀에 찍어 먹은 부침개 ‘카타마’의 기억》〔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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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9)】《촐폰아타로 가는 길목, 야생꿀에 찍어 먹은 부침개 카타마의 기억》〔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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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폰아타로 향하는 도중,

낡은 간판 아래 작은 음식점 하나를 발견했다.

 

허름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피어오르는 양파향과 구수한 기름 냄새는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 만난 건

이 지역의 전통 부침개,

카타마(Qatlama)’.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양파가 듬뿍 들어가 은은한 단맛을 더해주고,

밀가루 반죽은 겹겹이 접혀

입 안에서 사르르 풀려나간다.

 

고급 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고,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던 고소함이 입 안을 감싼다.

 

문득,

한국의 부침개가 떠올랐다.

장마철 창밖의 빗소리와 함께

어머니가 붙여주시던 부침개의 냄새.

 

낯선 나라의 양파 부침개가

그 시절의 내 기억을 톡 건드린다.

 

아마 음식이란,

입에만 남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오래된 문 하나를 슬그머니 열어주는

열쇠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나온 건 따뜻한 밀크티,

그리고 해발 3,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채취했다는 야생꿀 한 접시.

그 꿀을 보자마자 나는 숨을 멈췄다.

빛깔은 일반 꿀과는 전혀 달랐다.

크림색에 가까웠고,

점도는 마치 오래 숙성된 숲의 수액처럼 느릿하고 묵직했다.

냄새를 맡자마자 들꽃과 백리향, 타임의 향이 코끝을 스친다.

 

카타마 한 조각을 조심스레 꿀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그 고소함과 진한 단맛이 어우러져

입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녹아내렸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이 땅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고산 들판 위 작은 꽃들이 보내준 선물 같았다.

 

따뜻한 밀크티 한 모금으로 마무리하면

묘하게 고소하고 담백한 여운이 입가에 오래 남는다.

 

그 조그마한 식당 안,

낯선 맛을 받아들이는 나,

그리고 부드럽게 퍼지는 허브 꿀의 향기.

 

그 순간 나는

다른 어느 관광지보다도

이 허름하고 작은 식당의 테이블에서 이 나라의 가장 깊은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