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7)】《중앙아시아의 보석으로 불리는, 천혜의 자연경관 ‘카인디호수(Kaindy Lake)’을 보기 위해 말을 타고 절벽길을 가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7)】《중앙아시아의 보석으로 불리는, 천혜의 자연경관 ‘카인디호수(Kaindy Lake)’을 보기 위해 말을 타고 절벽길을 가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물속에 잠긴 시간, 카인디 호수의 침묵을 걷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역, 해발 2,000m.
톈산 산맥 깊은 골짜기 안, ‘수몰된 숲’이라 불리는 카인디 호수는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보석이다.
그 호수에 닿기까지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험이다.
구소련 시절 만들어진 낡은 4륜 구동차에 몸을 싣고, 비포장 산길을 따라 30분.
이윽고 차마 차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이르면, 말로 갈아탄다.
말을 탄 채, 깎아지른 절벽 옆의 좁고 험한 길을 따라간다.
절벽 아래는 아찔한 깊이의 계곡.
게다가 이번엔 마부도 없이, 오롯이 나와 말만이 길 위에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마주했을 때, 순간 두려움에 고삐를 바짝 당기자 말이 멈춰 선다.
뒤따라오던 현지 마부가 조용히 말한다.
"고삐를 느슨하게 잡으세요. 말은 길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고삐를 놓고, 말에게 몸을 맡긴다.
말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길을 알고 있었던 듯 능숙하게 발을 내딛는다.
급경사를 내려가며 가슴은 쿵쾅거렸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환희가 올라온다.
“와—” 나도 모르게 터뜨린 환호성은 협곡에 메아리친다.
그렇게 도착한 카인디 호수.
푸른 거울처럼 고요한 수면 위로
침엽수, 가문비나무의 줄기들이 물속에서 솟아 있다.
어떤 이는 그것을 “나무들의 무덤”이라 불렀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숲의 환생”처럼 느껴졌다.
나무는 죽지 않았다.
그저 물속에서 조용히,
또 다른 생의 방식을 택했을 뿐이다.
에메랄드빛 호수는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석회암 성분 덕에 생긴 그 신비로운 색은
하늘보다 더 깊고, 바다보다 더 투명하다.
나는 문득, 일본 홋카이도에서 보았던 ‘청의 호수(아오이 이케)’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곳은 그보다 훨씬 깊고 크며, 더 감동적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환상, 그 한복판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
이번엔 말을 서로 이어 묶고, 선두의 말이 무리를 이끈다.
좁은 협곡길을 따라 조용히 내려가며, 나는 문득
실크로드를 따라 절벽 위를 묵묵히 걸어가던 카라반(Caravan)을 떠올린다.
그 순간 나는 시간 여행자가 된다.
천년 전 대상들의 발자국 위를 따라
말의 발굽 소리로 역사의 기억을 흔들며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