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8)】《중앙아시아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차른 캐년(Charyn Canyon)에서 하이킹을 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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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18)】《중앙아시아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차른 캐년(Charyn Canyon)에서 하이킹을 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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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침묵 속을 걷다 차른 캐니언(Charyn Canyon)의 고요한 하이킹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동쪽으로 200km,

붉은 대지의 심장이라 불리는 차른 캐니언(Charyn Canyon).

사람들은 이곳을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부른다.

처음엔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 여겼지만,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침묵 앞에서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곳은 마치 화성과 지구의 경계 같았다.

200만 년의 세월, 차른강의 물살과 바람이 조각해낸 협곡.

총 길이 154km, 붉은 퇴적암은 종잇장처럼 겹겹이 쌓이고,

기묘하게 솟은 기암괴석은 마치 시간의 조각처럼 우뚝했다.

 

햇살이 스치면 바위는 붉은빛에서 금빛으로,

그리고 자주빛으로 천천히 바뀌어간다.

하늘은 투명하고, 공기는 건조하고,

나는 그 고요한 틈을 걸었다.

그 길은 단지 풍경이 아니라, 성찰의 통로였다.

 

바람 소리, 자갈 밟는 발소리, 나의 숨소리만이

붉은 협곡 안에서 조용히 메아리쳤다.

걷는 내내 지난 여행과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내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선명히 들었다.

 

절벽 아래로 잔잔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돌아보면, 나는 그 풍경의 일부였다.

풍경은 내 안에, 나는 풍경 안에 있었다.

하이킹을 마치고 협곡 끝에서 뒤를 돌아봤다.

 

이제 나는 그 길을 지나온 길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상하게도

남은 건 그 풍경보다, 그 속을 걸었던 나 자신이었다.

 

붉은 대지 위의 한 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