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3)】《바람과 향신료가 스치는 곳 – 부하라 중앙시장(Kolkhozny Bazaar)》〔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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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3)】《바람과 향신료가 스치는 곳 부하라 중앙시장(Kolkhozny Bazaar)》〔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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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미나렛과 고대 마드라사(메드레세)가 부하라의 정신이라면,

그 아래를 지탱하는 살아 있는 숨결은 시장에서 느껴진다.

 

센트럴 바자르라 불리는 Kolkhozny Bazaar(콜호즈 바자르)에 들어선 순간,

나는 마치 시간의 틈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둥글게 이어진 지붕 아래,

흙냄새와 과일향, 그리고 화덕에서 방금 나온 따뜻한 빵 내음이 어우러진다.

길게 늘어선 목조 기둥 사이로

좌판들이 조용히 나란히 줄을 지어 있다.

그 위엔 하얀 밀가루를 살짝 뒤집어쓴 우즈베크 전통 빵과

말린 살구, 호두, 그리고 향신료 봉지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한쪽 구석으로 가니,

튀르키예의 바클라바를 떠올리게 하는 각종 견과류 디저트가 한 가득이다.

 

상인들이 맛을 보라며 작은 조각들을 건네고,

나는 그 맛에 이끌려, 주는 대로 모두 받아먹었다.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환대가 이 시장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일 가게 앞에서는 살구 몇 개를 샀다.

한 입 베어 물자,

살며시 터지는 달콤함에

부하라의 햇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따끈한 빵 한 조각을 손에 쥐고 걸음을 옮기며,

문득 생각했다.

이곳은 이슬람 문명의 중심이기 이전에,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이다.

그 당연한 진실이,

바람 속에 섞인 향신료 냄새처럼 내 마음을 맴돌았다.

 

센트럴 바자르.

부하라에서 가장 진짜다운 하루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서는 안 된다.

건축도, 유산도, 오래된 기록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삶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