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6)】《부하라(Bukhara)의 야경》〔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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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6)】《부하라(Bukhara)의 야경》〔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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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고요 사이, 부하라(Bukhara)의 밤을 걸었다.

 

해가 지고, 부하라에 밤이 내린다.

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던 돔과 미나렛은

이제 조용히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은은한 조명 속에서 자신을 다시 드러낸다.

 

칼란 미나렛은 낮보다 더 신비롭다.

빛에 젖은 황토색 탑은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침묵의 첨탑처럼 보인다.

나는 그 앞에 서서

무너진 시간들이 쌓여 만든 기둥을 바라본다.

그 위에 깃든 별빛이

내 마음속 어둠까지 환하게 비추는 것 같다.

 

라비 하우즈 연못가에선

잔잔한 물결 위로 불빛이 흔들린다.

고요한 수면 위에 비친 돔의 그림자,

바람에 출렁이는 반사광,

그리고 연못 곁 차이하나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우즈벡 음악.

부하라의 밤은 소리보다 빛으로 말한다.

 

이 도시는 밤이 되어야 비로소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낮의 화려함과 붐비는 상점들이 걷히고 나면,

부하라의 오래된 숨결과 속삭임이

하나 둘씩 골목을 따라 퍼져나온다.

 

아르크 요새의 성벽도,

나지르 지반 베기 마드라사의 타일도,

이스마일 사마니 묘의 벽돌도

밤이 되면 모두 빛을 흡수하며 말없이 빛난다.

 

그 사이를 걷는 나 또한

말을 줄이고, 마음을 비운다.

걸음은 느려지고, 생각은 깊어진다.

낯선 도시였던 부하라는

이제 내 안의 어느 기억처럼

익숙하고, 조용하고, 다정하다.

 

이 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조용한 부하라의 밤을 걸었던 이 시간이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몇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