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곁에 두고, 삶을 사랑하기】《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남긴 문장, 그리고 지금 이 순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죽음을 곁에 두고, 삶을 사랑하기】《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남긴 문장, 그리고 지금 이 순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열여섯의 나이에, 아버지가 농민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그날 이후 그는 평생 간질을 안고 살아야 했다.
스물여덟 살 무렵엔 혁명 운동에 연루된 죄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다.
눈 덮인 페테르부르크의 광장에서, 스물세 명의 사형수들과 함께 사형 집행장으로 끌려갔다.
그는 세 명 중 한 명으로 말뚝에 묶여 방아쇠가 당겨지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한 병사가 외쳤다.
“집행 중지!”
황제의 특별 사면이었다.
죽음 앞에서 삶이 돌아왔다.
그 극적인 반전 속에서 친구 하나는 미쳐버렸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경험을 평생 가슴에 품었다.
그는 자신에게 남은 삶을 문학에 바치기로 했다.
죽음을 경험한 자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이미 죽은 자들이 깨달은 것을 글로 남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삶은 하나의 선물이다.
매 순간이 축복일 수 있다.
나의 낡은 머리는 떨어져 나갔고,
사랑하고 고뇌하고 갈망할 수 있는 살과 피만 남았다.”
유배지에서 돌아온 그는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불멸의 문학을 남겼다.
그 문장들엔, 간신히 살아남은 자의 치열함과 절실함이 배어 있다.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그제야 우리는 비로소 매일을 선물처럼 여기게 된다.
간발의 차이로 살아남았다는 자각은
우리 안의 쓸데없는 분노와 허영, 미루기에 마침표를 찍게 한다.
눈앞에 놓인 아침이 소중해지고,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이 더 깊어지고,
무심히 흘려보냈던 시간이 아깝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가장 아까운 삶이란
‘매 순간을 살지 않은 삶’이다.
우리는 가끔 상상한다.
만약 내일 대재앙이 닥친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그땐 하고 싶었던 일을 더는 미루지 않을 것이다.
미뤄둔 여행을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고백하고,
보고 싶었던 전시회를 찾아가며, 배우고 싶었던 것을 시작할 것이다.
‘언젠가’라는 미지의 미래 대신, ‘지금’을 붙잡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고,
우리의 게으름은 절실함을 다시 눌러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넘긴다.
그렇지만 꼭 대재앙이 있어야만 삶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걸까?
그럴 필요는 없다.
단지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이니까.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사랑하자.
아주 작은 오늘이라도 내 삶의 진심으로 살아내 보자.
그것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남긴 문장의 무게이자
삶에 대한 그의 고백이기도 하니까.
“죽음이 삶을 더 깊게 만든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문장은 그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