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마지막’ 추억여행, 동유럽 걷기]【윤경 변호사】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이후부터는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나에게는 아들이 없어 내 제사를 지내 줄 후손도 없다.
제사에 대한 내 생각도 달라졌다.
내가 본 적도 없는 후손이 나를 기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는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다.
같이 무작정 걷기로 했다.
아이들은 몇 년 안에 우리 품 안에서 떠나 모두 독립을 할 것이다.
큰 아이의 경우 그 시기가 바로 내년으로 다가 왔다.
이번 추석연휴가 큰 아이가 떠나기 전 마지막 가족여행이 될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나면 가끔씩은 사위들과 함께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난 단촐하고 가벼운 여행이 여전히 더 좋지만 말이다.
12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 떠오른 아버지 얼굴은 ‘돌아가실 적의 늙으신 모습’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물놀이와 놀이공원을 갔던 추억, 시골장터에 갔던 기억, 초등학교 운동회의 기억 등에서 보았던 그때의 아버지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준 ‘추억 속의 모습’만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버지에게 아무런 추억을 남겨 드리지 못했다.
대학 입학 후 서울로 상경함과 동시에 명절이나 생신 때 뵙는 것 외에 여행을 함께 한 적이 전혀 없었다.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와 함께 한 경험과 추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지금도 한이 맺힌다.
명절이나 생신 때 용돈이나 선물을 드리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것만으로 추억이 생기지 않는다.
효도 여행을 시켜드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단 한번 만이라도 부모 자식 간에 함께 해외여행을 해 봐라.
세대 간의 차이가 없어지고, 대화가 트인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 왔다.
이집트, 일본, 중국, 캄보디아, 마카오, 태국 등 말이다.
전에는 장모님께서 사위를 다소 어려워 하셨는데, 여행을 함께 다녀온 후부터는 정말 친해지고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들과 여행가기를 싫어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와 함께 여행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흔쾌히 부모와 추억을 만들 귀한 시간을 내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죽은 후 ‘제사’를 지내기 보다는 ‘아빠와의 좋은 추억’을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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