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피해자들에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본 사례(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다30365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으나 대법원이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경우, 그 시점 이후에는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 기간 군수사업체인 구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갑 등이 위 회사가 해산된 후 새로이 설립된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힌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이 선고될 때까지는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2]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대법원이 이에 관하여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점 이후에는 그러한 장애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 기간 군수사업체인 구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갑 등이 위 회사가 해산된 후 새로이 설립된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2012. 5. 24. 선고한 2009다68620 판결 및 2009다22549 판결 에서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이라고 한다)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나,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여전히 국내외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로서는 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고, 대법원은 2018. 10. 30. 선고한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V-하), 홍승면 P.773-774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원고들은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 일본의 핵심적인 기간 군수사업체였던 구 미쓰비시중공업의 공장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하였던 사람이거나, 위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상속인임
⑵ 원고들은 ‘피고가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사실상 동일한 법인으로 구 미쓰비시중공업의 채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2014. 2. 27. 피고를 상대로 강제동원 및 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함
⑶ 원심은 ‘원고들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원고들에게 객관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함
⑷ 대법원은 ‘원고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61381)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함
나.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⑵ 채무자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⑶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또는 그 상속인)인 원고들이 일본 기업에 의해 강제노동 강요를 당하였음을 이유로 그 일본 기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지급을 청구한 사안이다.
⑷ 원심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서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14. 2. 27. 무렵까지도 원고들에게는 객관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⑸ 대법원은, 대법원 2018. 10. 30.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에게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다303653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V-하), 홍승면 P.773-774 참조]
가.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⑴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됨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①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②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③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 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④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 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⑵ 문언 자체로 이해가 되는 ①·③·④ 유형과 달리 ‘②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는 문언해석만으로는 그 의미와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움
‘객관적인 권리행사 장애사유’라 함은 주관적 사정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특정한 채권자가 아 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기에 권리의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를 의 미함
⑶ ②유형으로 권리남용이 인정된 사례는 6·25 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 유신정권하 인권침해 사건 등과 같은 과거사 사건에 국한되며, 그 이외에는 ②유형으로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판결을 찾아보기 어려움
나.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객관적인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해소된 시점(=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시)
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05년에 처음으로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음
⑵ 제1심과 항소심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은 2012년 원심을 파기하였고(이하 ‘2012년 판결’)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확정됨
⑶ 대법원의 2012년 판결로 손해배상청구의 인용가능성이 높아지자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함
대상판결(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다303653 판결) 사건의 경우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인 2014년에 소 제기됨
⑷ 대상판결(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다303653 판결) 사건의 쟁점은 선행사건과 대부분 동일한데, 이 사건에서 피고는 ‘2012년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피해자들의 객관적인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소멸하였는데 원고들은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4년에야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새로이 주장함
⑸ 이에 대해 대상판결(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18다303653 판결)은 ‘대법원의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 즉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객관적인 권리행사 장애상태가 계속되었다’고 판단한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