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5)】《부하라의 가장 오래된 건축 및 고고학 기념물인 ‘아르크성(Ark of Bukhara)’》〔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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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여행(25)】《부하라의 가장 오래된 건축 및 고고학 기념물인 아르크성(Ark of Bukhara)’》〔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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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도시 부하라 한가운데,

태양빛에 부서지는 흙빛 성벽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이곳이 바로 아르크 성(Ark Fortress).

왕들이 머물고, 재판이 열리고, 역사가 조용히 퇴적된 장소.

 

처음 경사로를 따라 오를 때,

나는 문득 한 왕의 발소리를 상상했다.

그가 이 길을 걸었을까.

그의 결정 하나로 목숨이 좌우되던 시절,

이 요새는 권력과 두려움, 그리고 기도가 뒤섞이던 작은 세계였다.

 

입구를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벽은 말이 없지만,

그 위에 남겨진 균열과 색바랜 문양들이

수백 년 전의 숨결을 들려주는 듯하다.

 

궁전의 잔해, 감옥의 흔적,

그리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던 모스크의 그림자.

그 모든 것들이, 오늘의 바람 속에 살아 있다.

 

아르크 성의 꼭대기에 서서

부하라의 붉은 지붕들을 내려다본다.

그 풍경은 마치,

이 성이 여전히 도시를 품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저녁 무렵,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갈 때,

성벽은 금빛으로 물든다.

돌로 쌓은 시간 위에, 햇살이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나는 성을 내려오며 생각한다.

지금 내가 올라가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는 모두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들이라면,

나는 그 끝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