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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석명의무, 지적의무>】《투자자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주장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채무불이행책임만 주장되었음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의 적법성(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다30017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9. 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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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석명의무, 지적의무>】《투자자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주장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채무불이행책임만 주장되었음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의 적법성(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30017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집합투자기구의 투자자들이 수익증권을 판매한 금융투자업자를 상대로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판시사항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등이 은행이 위탁판매하는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하였다가 손해를 입자, 은행을 상대로 은행이 수익증권을 판매할 때 투자자보호의무 등을 위반하였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등이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과 관련한 주장을 한 것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하는 것인지 불명료한데도 석명권 행사 없이 등의 청구원인에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수 개의 청구가 선택적으로 병합된 사건에서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 개의 청구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원심이 수 개의 선택적 청구 중 하나의 청구에 대하여 일부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 원고와 피고가 모두 상고 또는 부대상고를 하였고 그중 피고의 상고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할 경우, 파기의 범위 /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2] 등이 은행이 위탁판매하는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하였다가 손해를 입자, 은행을 상대로 은행이 수익증권을 판매할 때 투자자보호의무 등을 위반하였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등이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과 관련한 주장을 한 것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하는 것인지 불명료하고, 은행도 등의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주장에 불법행위책임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주장에 대한 방어를 했던 것으로 보이며, 등이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주장 외에도 청구원인으로 여러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주장에 관하여 은행에 적절한 방어의 기회가 제공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석명권 행사 없이 등의 청구원인에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수 개의 청구가 선택적으로 병합된 사건에서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는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 개의 청구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다. 원심이 수 개의 선택적 청구 중 하나의 청구에 대하여 일부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 원고와 피고가 모두 상고 또는 부대상고를 하였고, 그중 피고의 상고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할 경우, 상고심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외에 나머지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응하는 부분까지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손태원 P.212-231 참조 ,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2. 1.자 공보, 황진구 P.1-6 참조]

 

. 사안의 개요

 

피고 중소기업은행은 소외 1 자산운용 주식회사가 설정, 운용하는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에 관한 위탁판매를 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에 관한 투자권유를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도하였음

 

소외 1 자산운용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각 펀드의 집합투자재산을 외국 소재 특수목적법인인 소외 2 회사가 발행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였고, 소외 2 회사가 수령한 사모사채 발행대금은 그 운용업무를 담당하는 소외 3 회사가 미국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음

 

그런데 소외 3 회사의 대표자가 투자자산의 가치를 조작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소외 3 회사와 그 관계회사인 소외 2 회사 등의 자산과 현금흐름이 동결되었고, 결국 이 사건 펀드의 수익금 지급도 모두 중단되었음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수익증권 등을 판매할 때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에는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음

 

그러나 대상판결은 당사자들이 각각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원고가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과 관련한 주장을 한 것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하는 것인지 여부가 불명료한 점, 원고는 위 주장 외에도 선택적으로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의 하자와 관련한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담보책임을 주장하고 예비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에 대한 취소 주장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책임 주장도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였어야 하는데, 원심의 판단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보았음

 

이때 파기의 범위가 문제되는데, 원심은 불법행위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고, 나머지 주위적, 선택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각각 기각하였는바, 원심판결 중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나머지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 및 원고의 예비적 청구 중 피고 패소 부분도 같이 파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음

 

. 사실관계

 

피고는 투자중개업 등을 영위하는 겸영금융투자업자로 집합투자업자인 A 자산운용회사가 설정, 운용하는 사모투자신탁(이하 이 사건 펀드라 한다)의 수익증권에 관한 위탁판매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에 관한 투자권유를 하여 그 펀드의 수익증권(이하 이 사건 수익증권이라 한다)을 매도하였다(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A 자산운용회사는 이 사건 펀드의 집합투자재산을 외국 소재 특수목적법인이 발행하는 사모사채(Note)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였고, 해외 운용사는 사모사채 발행대금을 미국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였다.

 

그 후 해외 운용사의 대표 B가 대출실적 자료를 부풀리는 등으로 투자자산의 가치를 조작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법원에서 해외 운용사에 대한 법정관리 절차가 개시되었고, 이로 인해 해외 운용사 및 관계회사의 자산과 현금흐름이 모두 동결되었으며, 이 사건 펀드의 상환금 및 수익금 지급도 중단되었다.

 

. 원고의 청구원인

 

주위적 청구

 

원고는 주위적으로 민법 제580조의 담보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 민법 제572조 또는 제574조의 담보책임,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관련 손해배상책임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였다. 구체적인 주장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수익증권에는 대출채권에 관한 가치평가 조작 등으로 인하여 수익증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하자가 있었으므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580조 제1, 57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 피고는 위탁판매업자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하자 있는 수익증권을 매도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담보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원고에게 수익증권 매수대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매매계약은 목적물의 수량이 부족하거나 권리가 일부 멸실된 것과 유사한 구조로 체결되었으므로, 원고는 민법 제572조 또는 제574조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 피고는 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수익증권 매수대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수익증권 판매와 관련하여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예비적 청구

 

원고는 예비적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착오 취소 주장을 하였다. 즉 이 사건 수익증권을 매수할 당시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그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이 사건 수익증권 매수대금 등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 원심의 판단

 

원심은 주위적 청구 중 민법 제580조의 담보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 민법 제572조 또는 제574조의 담보책임 주장과 예비적 청구는 배척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원고가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원고의 주위적 청구원인에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에 따른 손해 배상책임을 주장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를 하면서 불법행위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 피고의 상고이유

 

피고는 상고이유 중 하나로 원심이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것이 처분권주의 내지 변론주의를 위반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즉 원고는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한 적이 없는데도, 원심이 아무런 석명 없이 원고가 주 장증명하지도 않은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 심판함으로써 처분권주의 및 변론주의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는 투자자보호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적합성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 등 펀드의 불완전판매에 관한 개별 사유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장증명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 쟁점의 정리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대체로 이 사건 수익증권에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담보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주장하는 것이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는 변론 과정에서 투자자보호의무,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언급을 했고, 그 의무 위반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다. 그렇다면 원심과 같이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주장을 한 것으로 선해할 수 있는지, 그와 같이 선해하여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 처분권주의 위반인지가 쟁점이 된다. 또한 원고의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모호하다면 법원에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 원심은 아무런 석명 없이 원고의 주장을 원고에게는 유리하게, 피고에게는 불리하게 선해를 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태도가 석명 또는 지적의무 위반한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 결론

 

위 판결의 쟁점은,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에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42765 판결,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1271725 판결 등 참조).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등에 재간접투자를 하는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인 원고들은 해외운용사 측의 비위행위로 인하여 투자자산이 모두 동결되어 펀드 상환금 및 수익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자,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금융투자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수익증권 판매 과정에서 피고가 투자자 보호의무 등을 위반하였다는 주장을 하는 원고들의 청구원인에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선해하여 불법행위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들의 청구원인에 채무불이행책임 외에 불법행위책임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가 불명료하였고, 피고로서도 원고의 주장에 불법행위책임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주장에 대한 방어를 했던 것으로 보이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여러 다양한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주장에 관하여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의 기회가 제공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투자자보호의무 등 위반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책임 주장도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주장의 취지를 명확히 한 다음 그에 맞는 요건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을 할 수 있게 하고 피고에게도 분명해진 청구원인에 대하여 충분하게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3. 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인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인지 불분명한 경우 법원의 석명의무, 수개의 청구가 선택적으로 병합된 사건을 파기하는 경우 파기의 범위, 이른바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에 순위를 붙인 부진정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300713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2. 1.자 공보, 황진구 P.1-6 참조]

 

. 소송물이 다른 경우와 법원의 석명의무

 

우리 판례와 통설은 이른바 선택적 청구(선택적 병합)를 허용함

 

대표적으로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민법 제390)와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청구(민법 제750)와 같이 청구원인이 양립 가능하고 원고로서는 수개의 청구 중 어느 하나가 인용되면 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임

 

선택적 청구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이유 있는 청구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인용해 주면 됨. 청구취지가 다른 경우에는 법원이 임의로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인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으므로 선택적 병합의 경우에는 청구취지가 동일하여야 함. 동일한 액수의 금전지급청구 등(물론 청구원인이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선택적 병합이 될 수 없음. 예를 들어 대여금 청구와 소비대차계약이 무효일 경우의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청구원인이 양립할 수 없으므로 선택적 청구가 아니라 주위적 예비적 청구의 관계에 있음)

 

판례는 구 소송물 이론에 따르고 있으므로 선택적 병합을 인정하고 있으나, 신 소송물 이론에서는 구 소송물 이론이 인정하는 선택적 병합은 청구는 1개이고 단지 공격방어 방법이 복수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

 

판례는 구 소송물 이론에 기초하여 선택적 병합을 인정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대상판결(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300173 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소송물임. 청구하지 않은 소송물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변론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처분권주의 위반이 됨

- 구 소송물 이론에 따라 위의 경우에 소송물이 다르다고 보면, 원고가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다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음(반대도 마찬가지임). 원고로서는 권리 구제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반면, 피고 입장에서는 여러 번 응소당하는 불이익을 입을 수 있음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549422 판결 : 민사소송법은 처분권주의라는 제목으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심판 대상은 원고의 의사에 따라 특정되고,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다카550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61646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선행판결에 따른 의무 위반 또는 2004. 3. 15.자 약정에 따른 의무 위반을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일관되게 유지하며 다만 선행판결의 효력이 영업비밀에 한정되고, 영업비밀성이 소멸되어 더 이상 그 사용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원고 특정 기술정보가 원고의 노하우이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을 뿐이다. 선행판결이나 2004. 3. 15.자 약정에 따른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와는 그 요건과 증명책임을 달리하는 전혀 별개의 소송물이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비록 영업비밀성에 관한 공방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판단에는 원고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하여 판결함으로써 민사소송법 제203조에서 정한 처분권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

 

이와 같이 원고가 청구한 것과 다른 소송물에 관하여 심판하는 것은 처분권주의에 반하고, 선택적 병합이 가능한 경우 기판력이 어디에까지 미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소송물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여야 함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69385 판결 : 위와 같은 소장 및 원고의 준비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복직거부에 의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 퇴직금 상당액을 청구한 것으로만 볼 수 없다. 또한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채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다면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11055 판결 등 참조), 설령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원고가 위 퇴직금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기재 내용에 비추 어 원고의 청구원인이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위 퇴직금을 근로계약에 의하여 청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손해배상으로서 청구하는 것인지 명확히 한 다음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 선택적 병합과 상소

 

요약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음

 

판례는 구 소송물 이론을 취하여 선택적 병합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취급에서는 신 소송물 이론에 따라 하나의 소송물에 대하여 여러 주장을 한 것과 유사하게 취급하고 있음

 

원고 청구를 인용하는 경우, 다른 소송물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않고 주문에도 기재하지 않음

 

원고 청구를 인용하든 모든 기각하든, 어느 쪽에서 항소하면 항소심으로 이심되고 선택적 청구가 모두 심판의 대상이 됨

 

항소심에서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항소심 판결 선고로 확정되는 부분은 없음. 상고하면 모두 상고심으로 이심됨

다만 다음의 점은 주의하여야 함. 예를 들어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 또는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여 1,000만 원을 청구하였는데,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500만 원만 인용하였고(1심에서 500만 원 인용한 데 대하여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 경우 든, 1심에서는 전부 기각되었는데 항소심에서 500만 원 인용한 경우든 상관없음), 피고만 상고한 경우 원고가 패소한 500만 원 부분은 확정됨. 그러나 인용한 500만 원 부분은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이든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이든 상고심으로 이심되는 것이고, 상고심에서 파기하면 두 청구 부분 모두 파기되어 환송 후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것임

 

. 선택적 병합을 부진정 예비적 병합 형태로 청구한 경우 항소심의 심판 범위

 

우선,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가 구분하는 것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님

예를 들어 대여금 청구와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가 언제나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님. 반대로 언제나 양립 가능한 것도 아님

소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지만 기망에 의한 경우, 채권자는 대여금청구를 할 수 도 있고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음.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하여 그 계약을 취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

그러나 청구취지는 동일하지만 계약상 청구를 하고 그 계약이 무효라면 (비로소)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는 양 청구가 양립할 수 없으므로 주위적 예비적 청구 관계에 있다고 할 것임

 

선택적 청구에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에 관한 판례의 입장은 분명함. 대상판결(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300173 판결)도 이러한 판례를 재확인하고 있음

 

⑶ ①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적극 찬성하는 견해가 있고(대법원 2021. 5. 7. 선고 2020292411 판결), 반면 leading case(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96868 판결)의 사안은 선택적 병합에 해당하지 않고 진정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음. leading case의 사안은 부진정 예비적 병합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고 이러한 경우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관하여는 예비적 병합에 관한 기존 판례 법리에 따르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지 않은 경우 주위적 청구 부분은 항소심에 이심되지만 심판범위에서는 제외됨), 항소심이 석명권을 적절 하게 행사하여 원고에게 부대항소를 촉구하는 것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견해(대법원 2013 96868 판결의 법리에 반대하는 취지로 읽힘)도 있음

- 판례의 태도에 적극 찬성하는 견해에서는 부진정 예비적 병합은 상소심에서는 선택적 병합으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함(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278873 판결)

- leading case 사안이 진정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는 견해에서는 선택적 병합뿐만 아니라 (예비적 병합에 관한 현재의 판례와는 달리)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도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 항소한 경우에도, 항소심에 이심된 모든 청구(1심판결에 원고가 항소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때 주위적 청구가 분리확정되는 것이 아님)가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함

 

현재의 판례 법리에서 선택적 병합(청구)이 허용되는 사안들은 신 소송물 이론에서는 단일청구로 취급하고 있고, 원고도 하나의 소송 안에서 두 청구 모두에 대해서 집행권원을 얻을 것을 희망하지도 않음. 항소심이나 상고심 판결로 어느 한 청구가 분리 확정되는 것으로 취급하면 불합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음. 이는 선택적 병합을 부진정 예비적 병합 형태로 청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측면에서 판례의 확립된 입장은 수긍이 감

- 다만 다른 한편으로, 성질상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청구에 대하여 부진정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면서도,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관하여는 예비적 병합에 관한 판례 이론과 다른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 정합성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듦. 부진정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관하여는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야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할 수 있다는 것 이 판례 법리의 가장 강력한 논리일 것이나, 항소심의 심판범위를 제한함으로 인한 불합리는 진정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는 법원의 심판 순위는 당사자가 붙인 순위에 따라야 하고,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면 모르되 기각하는 경우에는 설령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더라도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판단해 주고 주문에도 표시하여야 함(확정되면 기판력이 발생함). 주위적 청구의 운명도 당사자에게 좌우되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지 않으면 항소심 심판범위도 예비적 청구 부분으로 제한됨

- 반면 선택적 청구의 경우에는 어느 청구든 인용하는 경우에는 다른 청구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고 주문에도 표시하지 않음

- 이와 같이 예비적 병합과 선택적 병합의 심판 순위, 주문, 당사자의 처분권 등에는 차이가 있는데 부진정 예비적 병합을 허용하면서도 항소심 심판범위에 관하여서만은 예비적 병합에 관한 논리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에는 일관성이 없다고 여겨짐

 

결론적으로는 현재의 판례 이론이 어떤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됨

 

4.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손태원 P.212-231 참조]

 

. 법적 성질

 

금융투자업자가 투자권유 과정에서 설명의무 등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을 때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불법행위책임만 성립한다는 견해불법행위책임 외에 채무불이행도 물을 수 있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⑵ ㈎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26205 판결은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부당한 투자권유를 한 경우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다만 위 판결의 결론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후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38199 판결은 결론에 있어서도 투자자(고객)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그 밖에 증권투자신탁회사의 수익증권거래에서 강행규정에 위반된 수익보장약정이 있었던 사안(대법원 1998. 10. 27. 선고 9747989 판결),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증권거래에서 단정적 판단의 제공에 의한 권유행위(“작전종목이다.”, “정보가 100% 확실하다.”고 말하며 투자권유)를 하여 투자자가 손실을 본 사안(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028537, 28544 판결), 주가지수 선물거래에 관한 사안(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30943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50312 판결,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61382 판결,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6363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62641 판결), 통화옵션계약(KIKO) 사안(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53683, 5369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146, 115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26746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금전신탁 사안(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1767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6872 판결) 등에서도 금융기관의 투자자(고객)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여 인정하였다.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되어 2009. 2. 4.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른 펀드의 수익증권판매 및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17220 판결).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인정된 사례는 찾기 어려운데, 과거에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할 여지도 있다고 검토된 바 있다. 증권투자신탁에서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과 다른 투자신탁운용계획서를 교부한 사안이었던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453197 판결에 대한 해설에서는 위탁회사와 수익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인정된다면, 불법행위책임뿐만 아니라 채무불이행책임도 인정될 수 있고, 특히 투자자보호의무에 관해서는 불법행위책임만 문제 되고 있으나, 채무불이행책임도 성립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2010년대 이후 선고된 판결들은 대부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책임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에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547075 판결은 고객보호의무로서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키코 관련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재상고심으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불법 행위책임으로 구성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황이었다. 이에 원고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으로 인 한 손해배상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구성하여 주장하였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510433 판결은 금융기관이 고객과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때 투자권유 단계 또는 계약 체결 준비 단계에서 부담하는 고객보호의무로서의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는 신의칙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인정되는 의무일 뿐이고 그 후 체결 되는 계약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의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그 의무에 위반하더라도 고객에 대한 채무 불이행을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구체적인 법리 설시 없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326425 판결은 신탁회사가 특정금전신탁의 신탁 재산인 금전의 구체적 운용방법을 미리 정하여 놓고 고객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한 사 안으로 고객을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 쟁점이 되었는데, 그 판단에 따라 지연손해금률이 달라지는 상황이었다(채무불이행책임: 6%, 불법행위책임: 5%).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고객보호의무를 위반한 금융투자업자의 책임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의 성립만 인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현재의 실무는 대체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판시에 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채무불이행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남아 있다.

 

.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격

 

구 자본시장법은 제47조에서 금융투자업자의 투자자보호의무 중 하나인 설명의무 에 관한 규정을 두고, 48조에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두었다.

현재는 제47조가 삭제되고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19조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여전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48조에서 규율하고 있다.

 

구 자본시장법(2020. 3. 24. 법률 제17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7(설명의무)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일반투자자가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금융투자업자는 제1항에 따라 설명한 내용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하였음을 서명, 기명날인, 녹취,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 중 하나 이상의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투자업자는 제1항에 따른 설명을 함에 있어서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하 중요사항이라 한다)을 거짓 또는 왜곡(불확실한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 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하여 설명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하여서는 아니 된다.

48(손해배상책임)10)

금융투자업자는 제47조 제1항 또는 제3항을 위반한 경우 이로 인하여 발생한 일 반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금융투자상품의 취득으로 인하여 일반투자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 등의 총액에서 그 금융투자상품의 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그 일반투자자가 회수하였 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뺀 금액은 제1항에 따른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현 자본시장법 제48조의 규정은 아래와 같다.

금융투자업자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19조 제1항 또는 제3항을 위반한 경우 이로 인하여 발생한 일반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금융투자상품의 취득으로 인하여 일반투자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금전 등의 총액에서 그 금융투자상품의 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그 일반투자자가 회수하였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뺀 금액은 제1항에 따른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학설상으로는 불법행위책임의 특칙이라는 견해와 법정책임이라는 견해가 나누어져 있다. 전자의 견해는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때문에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을 두었다고 설명하고,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 중 자본시장법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사항(예를 들어 손해배상의 방법, 소멸시효 등)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는 견해이다.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법리를 밝힌 선례는 찾기 어렵다. 다만 참고할 수 있는 선례로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211032 판결은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에서 규정한 증권신고서 등의 거짓 기재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민법상 불법행 위책임과는 별도로 인정되는 법정책임이지만, 그 실질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 다르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하면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지연손해금의 발생 시기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 동일하게 보았다. 여기서 법정책임이라는 판시는 불법행위책임과 별개의 성격을 가지는 법정의 책임이라는 취지라기보다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 청구권경합 관계에 있으면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별도로 인정되는 책임이라는 것에 강조점이 있다[상법상 손해배상책임(예를 들어 제401조 제1항에 따른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법정책임설><불법행위특칙설>의 대립에서 사용되는 법정책임이라는 용어에 함축된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법정책임이라는 표현에는 상법상의 독자적인 책임으로 소멸시효 기간 등에 관하여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강조점이 있다(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0236848 판결 등 참조)].

자본시장법 제125(거짓의 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 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이하 생략)

 

자본시장법에서는 설명의무(구 제47)를 위반한 경우에는 제48조의 손해배상책임이, 적합성의 원칙(구 제46) 또는 부당권유의 금지(구 제49)를 위반한 경우에는 제64조의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되는데, 자본시장법상 위 각 손해배상책임 역시 그 실질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면서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책임의 귀속주체, 요건 및 입증책임이 다른 별도의 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양자를 청구권경합 관계로 보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격도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과 마찬가지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특칙이면서 한편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 별도로 주장할 수 있는 청구권경합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청구와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청구는 구 소송물이론에 따라 청구의 근거 조문이 다른 별개의 소송물이고, 투자자로서는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과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손해액 추정 규정을 활용할 수 있는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이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책임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하므로, 대체로는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을 먼저 주장하게 될 것이다.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손해액 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투자금에서 회수금을 차감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만약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의 손해액이 그보다 작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과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 책임 사이에 중대한 차이는, 손해액 추정 규정의 적용 가능 여부에 있다.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할 때에는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2항의 손해액 추정 규정을 활용할 수 없고, 투자자가 손해액을 증명해야 한다. 금융투자업자의 법령 위반 등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제64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에서도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2항을 적용 내지 유추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판례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사안에서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2항과 동일하게 지급 총액에서 회수 총액을 차감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519117, 19124 판결 등 참조), 결과적으로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과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손해액은 동일할 수 있다.

 

5. 채무불이행책임만 주장되었음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의 적법성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손태원 P.212-231 참조]

 

.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의 비교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은 성립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별개의 청구권이다. 하나의 행위가 채무불이행 요건과 불법행위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권리자는 두 개의 손해배상청구권 중 어느 것이든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경합 관계에 있다(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15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성립요건 측면에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24)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위법성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 이므로, 그 판단은 실질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의 유무에 달려있다. 이 때문에 위법성은 채무불이행책임의 요건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효과 측면에서도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은 동일하지 않다. 특히 손해액 산정 및 소멸시효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다. 손해액 산정과 관련하여,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는 채무불이행책임에서 인정되지만, 불법행위책임에서의 손해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불법행위책임에서의 손해는 불법행위가 있기 전과 후의 재산상태를 비교한다는 점에서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 즉 약속된 상태로 이행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비교하는 것과는 다르다. 소멸시효기간과 관련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은 계약상 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에 따라 10년 또는 5(상행위) 등인데 반해, 불법행위책임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다. 판례는 채무불이행책임에 대한 소멸시효 항변에 불법행위책임에 대한 소멸시효 항변이 포함 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651110 판결 등 참조).

 

처분권주의 위반 여부

 

당사자가 불법행위책임만 주장한 경우에 별다른 석명 없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 한 것은 처분권주의 위반으로 위법하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

예를 들어 대법원 1963. 7. 25. 선고 63241 판결은 피고(반소원고)들이 원고(반소피고)에 대한 반소 청구원인으로 원고(반소피고)가 보통파 종자를 옥파 종자라고 피고(반소원고)들을 속여서 손해를 입게 하였다면서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고 따로 채무불이행책임 주장을 한 적이 없음에도 별다른 석명 없이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책임 주장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권주의를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 당사자의 주장을 선해한다는 것의 의미

 

선해의 의의

 

재판실무에서는 당사자의 주장을 선해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있는 법률용어는 아니다. 당사자의 주장을 해석한다거나, 당사자의 주장에 포함된 것으로 의제한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선해는 당사자가 법률적으 로 명확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 주장 취지 속에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이 숨겨져 있다면 법원이 그 내용을 스스로 드러내어 판단해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선해의 허용범위는 사건의 특성과 난이도, 당사자의 특성과 전문성, 소송 진행 상황, 주장의 구체성, 소송대리인의 존부와 역할, 소송 문화, 법원과 당사자의 역할 분담에 대한 법원의 관점 등에 따라 달라진다. 선해가 지나치면 대심구조를 토대로 하는 민사소송의 중립성과 공평성이 저해될 수 있으므로 대심구조와 변론주의 형식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법원은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말하고자 하였던 바를 탐구하여 들어가되, 당사자가 실질적으로도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선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판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선해의 허용범위를 넘어서, 특히 당사자의 주장을 석명권 행사 없이 다른 주장으로 선해한다면 이는 해석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특히 선해하는 주장이 별개의 청구원인사실을 구성하는 경우 소송물의 병합 문제가 발생하고 청구의 특정 문제가 되어서, 그 주장이 예비적 병합관계에 있는지, 선택적 병합관계에 있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선해와 석명 또는 지적의무

 

선해의 문제는 법원의 석명권 행사, 석명 또는 지적의무와 맞닿아 있다. 선해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영역의 주장은, 법원이 석명권 행사를 통해 그와 같은 주장을 하도록 소송지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법원으로서는 대심구조와 변론주의를 해치지 않고 당사자의 권리구제와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기 위해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선해할 수 있을 뿐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법원에 석명 또는 지적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당사자가 직접 소송 수행을 하는 경우에 법률 지식 부족으로 적절한 주장증명을 하지 못하여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의 제약에 따 라 패소판결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와 같은 결론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법원의 고민이 가중된다.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을 어느 범위에서 선해할 것인지, 어느 범위에서 석명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법관 개인의 가치관과 직무 경험 등이 영향을 주게 되어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참고 선례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55125 판결은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되어 2009. 2. 4. 시행된 자본시장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구 증권거래법이라 한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된 사안에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정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주장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충분하며, 또한 반드시 주장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진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위 판결은 상장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회생절차개시신청 사실을 뒤늦게 신고하여 수시신고의무를 위반하자 그 상장법인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으로, 원고의 청구원인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인지, 아니면 구 증권거래법 제186조 제1항 제3호의 신고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제186조 제4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14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는데, 원심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을 구 증권거래법 제186조 제1항 제3호의 신고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제186조 제4항에 의해 준용되는 제14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로 선해하면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구 증권거래법 제186(상장법인 등의 신고공시의무 등)

상장법인 또는 코스닥상장법인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 또는 이사회의 결의내용 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 없이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신고하여야 한다.

3. 법률의 규정에 의한 법인의 정리절차개시의 신청이 있거나 사실상 정리를 개시한 때

8조 제214조 내지 제16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의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14(거짓 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

유가증권신고서와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설명서(예비사업설명서 및 간이사업설명서를 포함한다) 중 투자판단 또는 유가증권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유가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때에는 다음 각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유가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 시에 그 사실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하 생략)

 

. 석명 또는 지적의무

 

법률 규정

 

앞서 검토한 것처럼 선해의 문제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와 맞닿아 있다. 민사소송법 은 석명 또는 지적의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석명권구문권 등)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 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알리고 제1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 청할 수 있다.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소극적 석명과 적극적 석명

 

석명은 소극적 석명과 적극적 석명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석명은 당사자가 밝힌 소송관계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으며, 이 한도 내에서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당 사자의 신청이나 주장에 불분명, 불완전, 모순 있는 점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석명권의 과도한 행사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반면 적극적 석명은 새로운 신청, 주장,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권유하는 것으로 그 제한이 필요한바, 이에 관하여는 제한적 허용설(사안의 적정한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신청이나 주장이 없는 경우, 또는 종전의 신청이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면 패소할 것이 틀림없는 것으로 예상되어 승패가 뒤바뀌게 되는 경우 등에는 적극적 석명이 가능 하다고 하는 견해)과 무제한 허용설의 대립이 있다.

 

지적의무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에 따른 법률적 관점 지적의무는 당사자를 예기치 못한 판결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되고, 당사자에게 재판을 받을 실질적 권리를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며, 법원으로 하여금 소송자료의 법률 면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심리를 다하게 하여 상급심이나 별소에서 당사자 쌍방이 사실관계를 별개의 법적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법원이 재차 그 사건을 심리하는 일이 없게 하는 분쟁해결 일회성의 원칙과 소송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에 따른 지적의무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법관의 석명의무의 하나로 보는 견해(석명의무설)와 석명의무와는 별개의 목적과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견해(별개의무설)가 대립하는데, 선례는 주로 석명 또는 지적의무라고 표현하는 등으로 석명의무와 지적의무를 엄밀하게 구별하지 않고 있다.

 

지적의무의 대상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한 것으로, 법률상 사항이어야 하고,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법원은 적절한 방법으로 당사자가 간과한 법률적 관점을 지적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불이익의 배제를 위한 방어적 의견 진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고, 이익을 받을 당사자로 하여금 불이익을 입을 당사자에게 지적하였음을 알고 있게 해야 한다.

 

석명 또는 지적의무 위반 인정 사례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가 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인지 불법행위책임인지 불명 확한 경우에는 법원이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는 이를 계약책임으로 구성하느냐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당사자가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당사자로 하여금 그 주장을 법률적으로 명쾌하게 정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거를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단정한 후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42765 판결 참조).

 

최근 대법원판결 중에는 원고가 소장에서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권을 주장했다가 그 후 별도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지 않고 구상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민법 제425조 제2항에 따른 보증인의 피보증인에 대한 구상권을 언급하기도 한 사안에서, 원고가 주장한 채권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석명권을 행사했어야 함에도 원심이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권과 민법 제425조 제2항의 구상권을 혼용하여 그 청구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석명 또는 지적의무 불이행을 지적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200843 판결 참조). 이처럼 2가지 주장이 가능한 원고의 청구 원인을 분명하게 정리하지 않고 양자를 혼용하면서 청구를 인용한 것은 석명 또는 지적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원고가 매연 등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관한 민법 제217조를 유추하여 인접 토지 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담장에 손상을 가하는 것을 용인하고 담장 등을 재설치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의 주장은 민법 제217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실질적으로는 민법 제237조 제1항에 따른 새로운 담장 설치에 관한 협력의무 이행청구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과 그 근거로 든 사유 사이에 현저히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불명료한 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원심이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법적 근거를 잘못 주장한 것은 아닌지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관련된 심리를 해야 하는 등으로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127172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법원은 원고가 그 주장에 부합하는 법적 근거를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하여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300173 판결) 사건에 관한 검토

 

원심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투자자보호의무 위반 관련 청구원인이 채무불이행책임인지 불법행위책임인 지가 불명료했음, 피고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가 제공되지 못함, 불법행위책임 주장을 하는 경우에도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구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 중 무엇을 주장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음)로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원고의 청구원인에 불법행위책임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므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처분권주의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석명권, 석명의무】《석명권의 범위 및 대상, 석명권의 행사방식(석명준비명령), 석명권(석명의무)의 행사불행사에 대한 불복, 석명처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석명권 

 

가. 의의

 

 석명권이라 함은 당사자의 진술에 불명확모순결함이 있거나 또는 입증을 다하지 못한 경우에 법원이 당사자에게 질문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뿐만 아니라, 널리 당사자가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을 지적하여 의견진술의 기회를 줌으로써 변론을 보다 완전하게 하는 법원의 권능을 말한다(민소 136).

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주의 또는 소송수행 기술의 부족으로 인하여 주장할 사항을 불완전하게 주장하고 증거제출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에 주장책임이나 증명책임의 분배에 따라 재판하게 되면 승소할 수 있는 소송인데도 패소하는 수가 있으므로,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법원이 적정한 재판을 위하여 당사자의 소송자료 제출책임에 협력할 것이 요청되는바, 이것이 석명권의 제도적 의의이다.

 

 석명은 법원의 실질적인 소송지휘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서 법원이 후견적 역할을 행사하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에는 석명의무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석명권은 권리와 의무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법률전문가 아닌 당사자본인소송의 경우에 법원의 석명의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은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관하여, 이는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적시제출주의(민소 146)와 재판장이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그 제출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기간 제도(민소 147)를 도입하고, 변론준비절차를 대폭적으로 확대강화하였는바(민소 279조 이하), 석명권은 이러한 제도와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이러한 제도를 적절히 활용함과 아울러 이러한 제도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와 결합된다면 법원의 석명권은 과거와 비교하여 더욱 강력해지고 소송진행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소송지휘 권능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석명의무의 위반

 

 민사소송법은 석명권(136조 제1)과 석명의무(동조 제4)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음

 

 민사소송법 제136(석명권(釋明權구문권(求問權) )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석명의무의 입법목적은 이른바 불의타의 방지임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은 이유로 이루어진 판단은 당사자가 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 종중대표자의 적법한 대표권 유무에 관한 법원의 석명의무(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6973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종중 대표권 존부에 관한 심리의무,  상고심에서 소송행위를 추인하는 서면이 제출된 경우의 처리이다.

 

 종중이 당사자인 사건에서 종중의 대표자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지는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다. 법원으로서는 판단의 기초자료인 사실과 증거를 직권으로 탐지할 의무까지는 없더라도, 이미 제출된 자료에 따라 그 대표권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엿보인다면 상대방이 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다투지 않더라도 이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21039 판결 등 참조).

 

 권한 없는 대표자가 한 소송행위의 추인은 상고심에서도 할 수 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9208953 판결 등 참조).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상고심에서 제출된 추인서까지 포함하여 소송요건을 갖춘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

 

 종중인 원고가 권한 없는 자를 대표자로 하여 소제기를 한 후, 원심에서 새로운 대표자를 내세워 기존 소송행위 추인의 취지로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하였는데, 원심은 새 대표자의 대표권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전혀 없었음에도 당사자표시정정신청 당시에 대표권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위 신청을 추인으로 볼 수도 없다는 사유로 소를 각하하였다.

이후 원고가 상고를 하면서 새로 추인서를 제출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석명절차도 없이 당사자가 다투지도 대표권을 문제삼아 소를 각하한 것은 석명의무 위반이고, 환송 후 원심에서 상고심에서 새로 제출된 추인서까지 포함하여 소송요건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라. 상소장인지보정명령에 따라 인지액 상당의 현금을 송달료로 잘못 납부한 경우 상소장을 심사하는 재판장이 신청인에게 인지를 보정하는 취지로 송달료를 납부한 것인지 석명을 구하고 다시 인지를 보정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는지 여부(대법원 2021. 3. 11. 2020마7755 결정)

 

 이 사건의 쟁점은, 상소장 인지 보정명령에 따라 인지액 상당의 현금을 송달료로 잘못 납부한 경우 상소장을 심사하는 재판장이 신청인에게 인지를 보정하는 취지로 송달료를 납부한 것인지 석명을 구하고 다시 인지를 보정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는지 여부이다.

 

 상소장에 법률의 규정에 따른 인지를 붙이지 않은 경우 원심 재판장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흠을 보정하도록 명해야 하고, 상소인이 위 기간 내에 흠을 보정하지 않은 때에는 원심 재판장은 명령으로 상소장을 각하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99, 425).

 

 상소인이 인지의 보정명령에 따라 인지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수납은행에 납부하면서 잘못하여 인지로 납부하지 않고 송달료로 납부한 경우에는 인지가 납부되었다고 할 수 없어 인지 보정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나, 그 경우에도 인지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송달료로 잘못 납부한 상소인에게는 다시 인지를 보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 원심 재판장은 인지 보정명령 이후 수납은행의 영수필확인서와 영수필통지서가 보정기간 내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상소장을 각하해서는 안 된다. 인지액에 해당하는 현금이 송달료로 납부된 사실이 있는지를 관리은행 또는 수납은행에 전산 그 밖에 적당한 방법으로 확인하고 만일 그러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상소인에게 인지를 보정하는 취지로 송달료를 납부한 것인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다시 인지를 보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보정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상소장을 각하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하다(대법원 2014. 4. 30. 201476 결정 참조).

 

 재항고인은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장을 제출하였는데 상고심 인지를 보정하라는 명령을 받고 인지액에 해당하는 현금을 송달료로 납부한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장이 보정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상고장 각하명령을 한 사안이다.

항소심 재판장은 재항고인에게 인지를 보정하는 취지로 송달료를 납부한 것인지 석명을 구하고 다시 인지를 보정할 기회를 주어야 했다는 이유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마. 건물철거청구가 신의칙위반으로 되는 경우 그것이 변론과정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에 대한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00914, 20092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건물철거청구가 신의칙위반으로 되는 경우 그것이 변론과정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에 대한 석명 또는 지적의무가 있는지 여부(= 적극)이다.

 

 갑이 자신이 소유하는 토지상에 있는 건물의 소유자인 을을 상대로 건물의 철거와 부지 부분의 인도를 구하였다.

 

 원심법원은, 갑과 을의 조부인 병이 당시 갑의 아버지인 정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위 토지 등을 아들들에게 유증하는 내용의 인증서에 따라 을의 아버지인 무가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받았고, 무로부터 건물과 부지 부분을 증여받은 을은 무를 대위하여 정의 상속인인 갑에게 부지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므로 갑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에 근거한 갑의 건물 철거 및 부지 부분 인도 청구에 대하여 을이 무를 대위하여 갑에게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신의칙 위반 주장을 한 적이 없으므로, 갑도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툴 수가 없었는데도, 인증서 기재에 유증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부 등에 관하여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병이 인증서에 의하여 무에게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하였다고 인정하고, 그에 따라 정이 무에게 부담하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상속인인 갑이 부담하게 되었으므로 갑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석명의무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바. 다툼이 있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가 당사자의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불완전·불명료한 경우,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73045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다툼이 있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가 당사자의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불완전ㆍ불명료한 경우,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이다.

 

 원심은, 피고와 채무자 사이에 매매예약이 체결될 당시 채무자의 적극재산으로 공장용지 및 건물, 예금 채권만이 있다는 전제로 채무자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매예약의 방법으로 처분함으로써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당시 적극재산으로 차량 2대를 보유하고 있었음을 주장하였고 관련 증거도 제출하였는바, 원심은 적절한 석명을 통하여 차량 소유관계나 그 가액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아니하였다.

 

사.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다261605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종중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에서 그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것으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가 당사자 사이에 쟁점이 된 바가 없음에도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이를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에 석명의무 위반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적극),  정기 대의원회가 총회를 갈음한다는 원고 규약 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무효인지 여부(소극)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37185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2516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276973 판결 등 참조).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그리고 종원 상호 사이의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족 집단체로서, 종중이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4702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보면,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30566 판결 참조).

 

 종중인 원고(도급인)가 피고 회사(수급인) 및 피고 회사 대표이사와 원고의 총무였던 사람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피고 회사 대표이사 등이 도급계약서를 위조하여 건물 신축에 있어 정당한 부가가치세를 초과한 부분을 편취하였거나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회사가 위 부분 상당액을 부당이득하였다는 이유로 반환을 구하는 사안이다.

 

 원심은, 원고 대의원회의에서 이 사건 소 제기에 관한 사항 등이 의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규약 제12조는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함으로써 종중총회의 역할과 권한을 포괄적으로 정기 대의원회의에 양도ㆍ위임하고 있어 이는 사단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총회를 배제하고 형해화하는 규정이므로 무효라고 본 다음, 이 사건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ㆍ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직권으로 판단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하였다.

 

 대법원은, 원고 규약 제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원고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 부분 규약이 무효인지 따라서 이 사건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소각하한 원심판결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 관점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석명의무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석명권의 범위

 

석명권은 그 기능면에 있어서는 변론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실제 그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석명권에 있어 핵심적 과제이다.

실무에 있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범위 및 한계가 인정되고 있다.

 

. 석명권의 범위(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11055 판결)

 

 판시 내용

 

 원고 대한민국이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체납된 국세채권이 피고의 근저당권에 기한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배당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로 변경한 사건에서, 1심법원은 배당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법원은 피고가 현실적으로 배당금을 수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무릇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채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다면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는 자신의 배당이의로 피고에 대한 배당이 유보되었고 그 이후 피고가 배당금을 수령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면서도 그 배당금 상당의 금원의 반환을 구하고 있어 청구원인과 모순 또는 일치하지 않은 청구취지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배당유보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나 효과에 대하여 명백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 1심에서는 원고의 국세채권이 피고의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에 우선하는지 및 원고의 증액 교부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만 변론이 이루어졌고, 원심에서도 피고가 배당금을 수령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원고의 진술만이 이루어졌을 뿐 이러한 상태에서 피고가 취득한 부당이득이 무엇인지 및 원고가 곧바로 배당금 상당의 금원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배당금지급채권의 반환을 구하여야 하는지의 법률적 사항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변론이 이루어진 바가 없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분쟁은 위 배당금을 누가 수령하여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적절하고도 간명한 방법은 배당이의의 소이며, 원고도 당초에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를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로 변경하면서도 그 청구원인과 모순되는 청구취지를 주장하였고 이는 원고가 배당유보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나 효과를 오해한 데서 기인한 것이 명백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청구취지를 피상적 · 소극적으로 파악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여 법률적으로 합당한 청구취지로 정정하도록 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실질적으로 분쟁이 해결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금원의 반환을 구하는 청구취지가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려면 원고에게 오로지 금원의 반환을 구하는 것인지 나아가 피고가 배당금을 수령하기 이전이라면 배당금지급채권의 반환을 구하는 취지도 포함된 것인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이러한 법률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었어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은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아니하고 당사자에게 법률사항에 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파기환송하였다.

 

 분석

 

 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석명권에 관하여,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도록 제126조 제4(현행 제136조 제4)이 신설되었다. 이후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원인이나 피고의 항변이 그 자체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하거나, 원고의 청구취지 내지 청구원인이나 피고의 항변 속에 또 다른 취지의 청구취지 내지 청구원인이나 항변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하여 적절히 석명권을 행사하였다면 쉽게 소송의 승패가 달라지고 그 결과 구체적 타당성도 기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넓게 석명권의 불행사 또는 부적절한 행사를 문제삼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왔다(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17109 판결 ; 1995. 11. 14. 선고 9525923 판결 ; 1998. 9. 8. 선고 9819509 판결 ; 1999. 12. 24. 선고 9935393 판결 ; 2001. 5. 8. 선고 200110694 판결 등).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17109 판결은 가등기와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의 말소를 양도인을 상대로 구한 사건에서, 가등기의 피담보채권의 발생 여부에 대한 쟁점에 관하여만 심리가 되어 제1심에서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고, 원심에서 역시 피고적격이나 가등기부기등기의 말소방법에 관한 석명이나 변론 없이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소각하 판결을 하자, 원심이 피고적격 등의 문제를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하여는 원고로 하여금 이 점에 관하여 별론을 하게 하고 필요한 경우 청구취지 등을 변경할 기회를 주었어야 할 것인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아 소를 각하한 것은 원고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외의 재판으로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25923 판결은 소송의 경과나 심리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약속어음의 발행지나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 기재의 흠결에 대하여 피고의 주장이 있었으나 원고가 이 점을 명백히 간과하여 버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원심이 발행지 기재의 흠결에 대한 피고의 주장에 착안하여 이 점을 재판의 기초로 삼으려면 원고로 하여금 그 점에 관하여 이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는 이유로 그와 같은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으며,  대법원 1998. 9. 8. 선고 9819509 판결은 변론종결시까지 당사자 사이에서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의 부보범위만이 쟁점이 되어 다투어져 왔을 뿐 원고가 유족으로서 보상금을 수령할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다툼이 없었던 경우, 설사 원심이 변론종결 당시까지 제출된 증거자료에 의하여 원고가 망인의 수입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한 것이 아니므로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심증이 들었다고 할지라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상기에 앞서, 마땅히 당사자들이 간과한 재해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는 유족의 요건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고 입증을 촉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원고가 이미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요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외의 재판으로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망인의 유족으로서 그 재해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35393 판결은 원고가 청구취지에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 명의로 마쳐진 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직접 이행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원인 사실로 대위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모두 주장하고 있는 경우, 위 주장의 취지를 직접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으로만 보아 청구를 기각한 것은 석명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으며,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10694 판결은 소유권에 기한 퇴거청구가 양도담보권자라는 이유로 제1심에서 배척되자 항소심에 이르러 원고가 소유권자가 아닌 양도당보권자인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임차권자로서 양도담보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대항력을 갖지 아니한다라는 주장을 한 경우에, 법원으로서는 위 주장에 양도담보권에 기하여 건물의 인도에 갈음하여 건물에서의 퇴거를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지 여부에 대해 석명권을 행사하였어야 한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본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판례와 같은 맥락에서, 법률상의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에 관하여 기준을 제시하고, 법원이 석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석명권의 범위를 넓게 본 점에 의미가 있다.

 

 그 후 본판결과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이어졌다.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41353 판결은 항소심 1차 변론종결 후 재개된 변론기일에서 그전까지 쟁점이 되어 왔던 원고의 주장과는 다른 새로운 주장을 비로소 원고가 추가하였음에도 변론을 종결한 후 원고의 종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혀 심리가 되지 않았던 원고의 새로운 주장을 받아들여 판결을 선고한 것은 피고가 변론할 기회를 갖지 못한 법률적인 쟁점에 대한 예상외의 재판으로 피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하였고,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41435 판결은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청구소송의 제1심에서 승소한 원고가 원심인 항소심에서 자기 앞으로 소유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되어있지 않았고 법률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지도 않았다는 종전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새로운 청구를 제기한 경우,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소변경신청에 법률적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고 원고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청구와 주장을 법률적으로 합당하게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37185 판결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그 소의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가 당사자 사이에 쟁점이 된 바가 없음에도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함이 없이 제척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사해행위 취소의 소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하였고,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42765 판결은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는 이를 계약책임으로 구성하느냐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당사자가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당사자로 하여금 그 주장을 법률적으로 명쾌하게 정리할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청구의 법률적 근거를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으로 단정한 뒤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으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83599 판결은 청구취지에서는 자본감소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였으나, 사건명을 감자무효의 소라고 표시하였을 뿐 아니라. 당사자들이 변론과정에서 근거조문까지 명시하면서 상법 제445조의 자본감소 무효의 소를 제기한 것임을 전제로 재량기각 여부를 주된 쟁점으로 삼아 변론하였다면, 청구 취지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상법 제445조의 자본감소 무효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정리하지 아니한 채 자본감소 결의의 무효확인 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37185 판결의 사안을 보면, 원고는 전화요금을 연체한 적이 없는데도 피고 주식회사 케이티가 아무런 독촉이나 통보절차 없이 직권으로 해지한 뒤 요금을 상계처리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원심법원은 피고가 부당하게 직권해지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 대한 원고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은 원고가 제1심과 원심에서 손해배상청구가 계약책임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인지 명시하지 않은 것은 원고가 부주의나 법률적인 지식의 부족으로 입증책임의 법률적 효과에 관하여 명백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한 경우라고 보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환송 후 부산지방법원 2010. 4. 23. 선고 200921185 판결은 원고가 손해배상청구의 근거가 계약책임임을 밝히자 피고는 원고와의 일반전화가입계약에 따른 역무제공의무를 불이행하였고, 위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아가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23503 판결은 원고가 국가를 상대로 하천구역 편입토지 보상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정한 하천편입 토지소유자의 보상청구권에 기하여 손실보상청구권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를 관련 광역시로 경정하게 하지 않은 채 피고의 지정이 잘못되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그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30427 판결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대한 행정청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있은 후에 조합설립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서, 그 소 중 조합설립 무효확인청구 부분은 행정소송의 일종인 당사자소송으로 제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심리하고, 항고소송으로서의 소 변경 여부에 대한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적법한 소송형태를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서증의 인부와 관련하여서는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29254 판결이 원심이 분양계약사실 인정에 대한 증거로 채택한 다세대 주택 분양계약서와 영수증에 대하여 피고가 답변서에서는 원고와 사이에 다세대주택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위 분양계약서에 피고의 서명 · 날인은 모두 원고의 아들이자 건축업자인 A가 한 것이며 피고가 원고로부터 계약금, 잔금을 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원인사실을 다투었다가, 1심 제1차 변론기일에 위 답변서를 진술하면서 같은 기일에 이루어진 서증의 인부 절차에서는 위 분양계약서와 계약금, 잔금에 대한 영수증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것으로 서증목록에 기재되어 있었던 사건에서, 소송당사자가 문서가 위조되었다거나 권한 없이 작성되었다는 취지로 다투다가 그 서증의 인부 절차에서는 갑자기 진정성립을 인정한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법원은 서증의 인부 절차에서 위 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 932 ] 보거나, 적어도 당사자가 위와 같이 모순되는 진술을 하는 취지를 분명하게 석명하여야 한다고 하며, 원심이 변론에서의 주장과 모순되는 위 증거의 인부에 관하여 석명의무를 소홀히 한 채 만연히 그 진정성립을 인정한 것은 석명권의 행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 소극적 석명의 원칙

 

석명권은 그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인정된 제도이므로 당사자의 주장 내용과 당사자가 추구하는 소송 목적을 명백히 하고 불완전한 주장을 보충하도록 하여 사안의 적절한 해결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신청이나 주장에 모순된 점, 불완전한 점, 불분명한 점을 지적하여 이를 정정보충하는 기회를 주고 또 계쟁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경우에 허용되어야 한다. 이는 석명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라 하겠다.

 

. 적극적 석명의 인정 여부

 

석명권의 행사에 의하여 새로운 신청이나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권유하는 석명을 적극적 석명이라 한다.

실체적 진실발견과 구체적 정의실현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전혀 새로운 신청이나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시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석명권은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요건사실 또는 공격방어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하는 행위는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고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15576 판결).

다만, 예외적으로 손해배상의무가 인정될 경우에 배상액의 입증을 촉구하는 것과 같이 구체적 태양에 따라 적극적 석명이 인정되는 사례가 있다.

 

라.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523-2525 참조]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 4항의 석명의무 위반

 

 이 사건 소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관하여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었다.

 

 종중 내부 분쟁이라면 다수파 구성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 사건 소는 종중이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종중총회를 소집해서 결의를 갖출 수 있었던 사안이므로 원고가 이에 관한 결의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면 법원으로서는 그 점을 언급하고 원고에게 총회 결의를 갖출 기회를 주어야 했다.

 

 원심에서 각하판결을 한 경우, 석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파기환송되는 사건들이 종종 있다.

 대법원 2005. 2. 22. 선고 200367052 판결 [원고 정혜사(定慧寺), 피고 간월암(看月庵)] : 기록에 의하면, 1심이나 원심에서는 원고 사찰의 당사자능력과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효력에 관한 쟁점에 대하여만 원, 피고가 변론을 하고 심리가 되었을 뿐 피고의 당사자능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변론이나 석명이 없었음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소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소송의 심리과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의 당사자능력의 문제를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하여는 비록 그것이 직권조사사항이라 하더라도 원, 피고로 하여금 이 점에 관하여 변론을 하게 하고, 필요한 경우 피고 사찰의 승려와 신도 등 인적요소, 현재 피고 사찰의 사회적 활동 및 규약 등에 관한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주었어야 할 것인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소를 각하한 것은, 피고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 외의 재판으로서 원, 피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위 판결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부동산에 관한 말소등기청구를 한 사안으로 원ㆍ피고 모두 사찰이므로 당사자능력 유무가 문제가 될 만하였음에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부동산에 관한 말소등기청구를 하고 있고, 실제로 피고 명의로 부동산에 관한 등기가 마쳐져 있다 보니 당사자들과 제1심 법원 모두 피고의 당사자능력에 관하여 문제 삼지 않았다.

특히 피고는 자신이 사찰이 아니어서 권리능력, 즉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다투게 되면, 결국 자신 명의의 등기가 무효임을 자인하는 셈이 되므로, 본인에게 불리한 당사자능력 관련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항소심 법원이 피고가 사찰로서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을 하였고, 대법원은 석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판결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당사자들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종중이 종중총회 아닌 다른 회의체나 이사 등 임원에게 종중의 사무 전반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그 의사결정과 처리를 위임하는 정관은 유효함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261605 판결은 원고의 규약 제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원고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판결(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261605 판결)의 이유에 설시되어 있지 아니하나, 대부분의 종원이 종중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사정과 실제로 종중총회가 임원 위주로 이루어지는 사정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종중 총회에서 그 동안의 소송행위를 추인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규약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더라도 원고에게 종중 총회를 개최하여 그 동안의 소송행위를 추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였다고 보인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261605 판결).

 

3. 석명의 대상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II) P.981-999 참조]

 

. 당사자에 관한 사항

 

당사자가 확정되지 않거나 당사자능력, 대표자 자격이 의심스러운 경우 석명을 요한다.

소장에 표시된 원고에게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장의 전취지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 인정되는 올바른 당사자 능력자로 그 표시를 정정하는 것은 허용되며, 소장에 표시된 당사자가 잘못된 경우에 당사자표시를 정정케 하는 조치를 취함이 없이 바로 소를 각하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2017 판결).

다만, 당사자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에서 그 당사자능력을 부인하거나 이것이 부적법한 것이 아닌 한, 법원이 적극적으로 이를 석명하거나 심리판단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6. 3. 12. 선고 9456999 판결).

 

. 청구취지의 석명

 

청구취지가 불분명불특정하거나 법률상 부당한 경우, 또는 청구취지 자체가 그 청구원인과 서로 맞지 아니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원고가 소로써 달성하려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석명하여 청구취지를 바로잡아야 한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2017 판결).

그러나 전혀 새로운 청구로 청구취지의 변경을 석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예컨대, 청구의 변경에 있어서 종전 청구와의 관계가 불명할 때에는 교환적인가, 선택적인가 또는 예비적인가에 관하여 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46802 판결).

또한 청구금액이 소송의 경과와 변경된 청구원인의 내용에 비추어 계산착오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금액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청구한다는 취지인지를 밝혀야 한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16084 판결).

 

. 주장사실의 석명

 

당사자가 변론에 제출한 사실자료인 주장이 불분명불완전하거나 모순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사실적인 면과 법률적인 각도에서 정리, 해명하여야 한다.

 

 주장의 불분명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석명

 

 주장이 불명확한 경우

 

예컨대, 이전등기청구가 직접 소유권에 기한 것인지 대위청구인지 불명한 때에는 석명을 요한다(대법원 1968. 7. 24. 선고 68977 판결).

 

 주장이나 증거자료의 전후 모순

 

청구원인이 청구취지와 모순되는 경우(대법원 1990. 1. 25. 선고 88다카31637 판결), 주장이 다른 주장이나 제출 증거내용과 서로 모순되는 경우(대법원 1994. 9. 30. 선고 9416700 판결)에는 석명을 요한다.

 

등기명의자에 대하여 직접 말소등기청구권을 갖는다는 것과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말소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등기명의자에 대하여 말소를 구한다는 것은 청구원인이 다르므로, 소유자가 아닌 자가 등기명의자에게 직접 등기말소를 청구한 경우에 법원이 진정한 소유자를 대위하여 등기명의자에게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인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더라도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잘못이 될 수 없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56782 판결).

그러나 원고가 청구취지에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 명의로 경료된 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직접 이행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원인 사실로 대위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모두 주장하고 있는 경우, 위 주장의 취지에 직접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 외에 대위권에 기한 청구도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35393 판결).

 

 주장의 법률적 구성이 불명료한 경우

 

당사자가 구체적인 법률주장을 하지 아니하고 사실만을 나열한 뒤 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거나 이유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 과연 그 주장하는 법률효과가 무엇인지 석명하여야 하고, 또 법률의 무지나 오해로 인하여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적 용어나 주장이 부적절하거나 애매한 경우에도 석명에 의하여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소송자료 보충을 위한 석명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요건사실을 빠뜨렸을 때에는 이의 보충을 위한 석명이 필요하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4325 판결).

이는 요건사실이 완전하게 되어야만 그에 따른 법률효과가 제대로 발생될 것이고 이로써 권리자 보호를 꾀하는 적정한 재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주장책임의 일반원칙에 의한다면 요건사실이 부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하여 배척할 수 있으나, 이것은 올바른 심리라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쌍무계약에 있어서 원고가 계약해제를 주장하는 때에는 원고의 이행제공 여부와 상대방에 대한 이행의 최고 여부를 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63. 7. 25. 선고 63289 판결).

이는 기존의 주장 또는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에 관하여 그 취지를 명백히 하는 석명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사실심은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에 관하여 언제나 그 입증취지를 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대법원 1992. 9. 14. 선고 9133087 판결), 소송자료의 보완을 위하여 증거자료 중에 숨어 있는 당사자의 의도를 변론에 현출하겠는지의 점에 관하여 석명할 수 있다.

특히 변론에서 주장을 명백히 한 바는 없다 하더라도 증거신청을 통하여 간접적인 주장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석명을 구하여 당사자의 진의를 밝혀야 한다(대법원 1993. 3. 9. 선고 9254517 판결).

 

. 증명촉구

 

 범위

 

사실심법원의 재판장은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무지, 부주의나 오해로 인하여 입증을 하지 않는 경우, 더욱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당사자본인이 소송을 수행하는 경우라면, 증명책임의 원칙에만 따라 입증이 없는 것으로 보아 판결할 것이 아니라,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진실을 밝혀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다카4045 판결).

 

그러나 증명촉구에 관한 법원의 석명권은 다툼이 있는 사실에 관하여 입증이 없는 모든 경우에 법원이 심증을 얻을 때까지 입증을 촉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당사자가 입증의 취지로 제출하고 있는 자료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거나 이미 제출된 증거를 보충하는 취지에 불과한 경우에는 변론 전체의 취지로서 참작될 수 있을 터이므로 법원이 이를 반드시 증거로 제출하도록 촉구할 석명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38442 판결).

 

따라서, 손해배상의 원인사실이 입증되어 법원이 손해액의 입증을 촉구하였으나 원고가 불응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것이 정당하고(대법원 1994. 5. 13. 선고 9345831 판결), 원고가 토지의 일부분을 특정하여 매수하고 공유로 등기한 사실은 인정되나 법원의 증명촉구에도 불구하고 토지 전부를 매수하였다고 주장할 뿐 측량감정 신청 등 매수 부분의 특정을 위한 입증을 하지 않는 경우, 원고의 공유지분이전등기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하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21383 판결).

한편, 증명촉구는 어디까지나 증명책임을 지는 당사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며, 법원은 구체적으로 입증방법까지 제시하면서 증거신청을 종용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64. 11. 10. 선고 64325 판결).

증명촉구에 있어서 구체적인 증거방법의 제출을 시사하는 것은 법원의 권한 밖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사례

 

 손해배상의 원인사실(불법행위 등)이 입증되었는데 배상액에 관하여 입증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입증이 없음을 이유로 청구기각을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석명권을 발동하여 입증을 촉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42892 판결).

 

 점유자의 회복자에 대한 유익비상환청구권이 인정되나 그 상환액에 관한 입증이 없을 경우 법원은 석명권을 행사하여 점유자에 대하여 상환액에 관한 입증을 촉구하는 등 상환액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30471 판결).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어 이행불능 당시 가액의 반환채권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이행불능 당시의 당해 부동산의 가액에 관한 원고의 주장입증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주장을 정리함과 함께 입증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그 가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5. 12. 선고 9647913 판결).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서증이 제출되어 있다면 당사자에게 서증의 진정성립에 대한 입증을 촉구하여야 한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다카4045 판결).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실제의 소송진행 과정에서 일정한 시점에서부터 사실심의 변론종결 이후 장래의 일정 시점까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개호비나 치료비 등의 손해에 관한 주장입증을 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주장입증의 시기와 변론종결시 사이에는 항상 시간적 간격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변론종결 전에 제출된 주장이나 증거자료 등에 의하여 위와 같은 기간 동안의 손해의 발생이 추단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위와 같은 기간 동안의 손해에 관하여서도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석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56991 판결).

 

. 지적의무

 

석명의무의 한 내용으로서,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민소 136 4).

법원이 지적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다른 석명의무와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고이유로 되고 원심판결의 파기사유가 된다.

 

 제도적 의의

 

당사자는 주장하지 않고 명백히 간과하고 있는 것인데 소송목적상 중요하다고 보이는 법률적 관점을 법원이 직권으로 발견하였을 때 이를 지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습재판의 금지에 의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하려 한 것이다.

 

원래 법률적 사항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이 당사자의 법률적인 의견에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주장한 법률효과에 대하여 불분명하거나 모순된 점이 있으면 석명을 통하여 이를 제거할 뿐이다.

그러나 법원의 법률해석적용은 그 내용이 판결에서 비로소 밝혀지는 것이고 당사자에게 미리 알려지거나 심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만일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던 뜻밖의 법률문제로 인하여 예상하지 못한 패소판결을 받는다면 이는 가혹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지적하여 주도록 한 것이다.

특히 직권조사사항은 법원의 석명의 대상도 아니므로 이 조항 도입의 의의가 크다.

 

 범위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한 사항

 

통상인의 주의력을 기준으로 당사자가 소송목적에 비추어 응당 주장하여야 할 법률상의 사항을 빠뜨리고 주장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따라서 법률전문가인 법관의 입장에서 그 주장을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법률상의 사항까지는 포함될 수 없다.

아무리 법률상의 사항이라 하여도 당사자가 간과한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까지 법원이 직권조사하여 판결의 기초로 삼는 것은 당사자의 처분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과하였음이 분명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법률지식 정도를 고려하여야 하며, 본인소송은 변호사대리소송과는 달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당사자가 간과한 법률상 사항

 

법률상 사항은 사실관계에 대한 법규적용에 관한 사항인 법률적 관점을 뜻한다.

예컨대 어떤 법률규정의 적용 여부, 판례나 학설, 관습법의 적용 여부 등이다.

예를 들면 피고가 소멸시효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원고가 다른 쟁점에 관하여 진술할 뿐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진술도 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법원이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하여는 원고에게 이 점에 관하여 변론을 하도록 지적하여야 한다.

 

 ‘재판의 결과에 영향이 있는 것

 

예비적 주장은 그 대상이 되지만, 재판결과에 영향이 없는 방론까지 지적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4. 석명권의 행사방식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II) P.981-999 참조]

 

. 주체

 

석명권은 변론의 지휘의 일종이므로 재판장이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나(민소 136 1), 합의부원인 판사도 재판장에게 고하고 석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2).

수명법관 등이 변론준비절차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그 판사가 이를 행사한다(민소 286).

 

. 질문 및 증명촉구

 

재판장(또는 합의부원)은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촉구할 수도 있다(민소 136 12).

 

당사자가 당해 기일에 이 석명에 응하여 즉석에서 질문에 대한 진술을 하거나 증거신청을 하였을 경우에는, 변론(준비기일)조서에 그 진술내용 또는 증거신청내용(증거목록에 기재)만을 적으면 족하고, 질문 또는 증명촉구 사실까지 적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당사자가 질문 또는 증명촉구에 따른 진술 또는 증거신청을 바로 하지 않고 다음 기일 기타 장래의 어느 시기까지 이를 하겠다고 진술한 경우라든가 아니면 재판장 스스로 후술하는 석명준비명령의 뜻으로 다음 기일 그 밖에 장래의 어느 시기까지 진술 또는 증거신청을 하도록 명한 경우 등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질문한 사항은 모두 법원이 심리를 소홀히 하지 아니하고 석명의무를 이행한 증거로 되고 사건의 주장과 쟁점이 분명하게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재판장이 적도록 명한 경우에는 그 질문 또는 증명촉구 사실을 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어야 한다(민소 154 4).

 

이 경우 조서 기재례는 다음과 같다.

 

 즉석답변의 경우

 

원고 대리인

이 사건 대여금의 변제기는 2003. 11. 8.이라고 석명

 

 즉석답변이 되지 않은 경우

 

재판장

원고 대리인에게 이 사건 청구원인이 변제자의 법정대위인지 임의대위인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한 즉

원고 대리인

다음 기일에 답변하겠다고 진술

 

 석명준비명령으로서 질문과 증명촉구를 한 경우

 

재판장

원고 대리인에게 다음 기일까지 원래의 토지인 경기  135 임야 8,370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로 지번, 지목 등이 변동된 경위를 진술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

 

석명권의 행사에 의하여 질문을 받은 당사자가 이에 응할지 여부는 자유이므로 이를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사자가 이에 불응하거나 예정된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할 사유가 된다(민소 149 2).

 

. 구문권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민소 136 3), 이를 구문권(求問權)이라 부른다.

그러나 재판장이 이 요구에 대하여 항상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석명을 위하여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된다.

피고의 구문에 의한 재판장의 석명에 대해 원고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도 아니하였음에도 더 이상의 확인조치 없이 변론을 종결한 경우, 그러한 자료가 나오더라도 피고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면, 법원이 원고로 하여금 충분히 답변하도록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7120 판결).

재판장이 구문에 응하여 설명을 요구한 결과 상대방이 바로 답변을 한 경우에는 그 답변사실만을 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으면 되고 구문이나 질문 사실까지 적을 필요는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의 요구에 따라” “피고의 요구에 따른 재판장의 질문에 대하여 등의 문구를 부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재판장으로서는 직권으로 질문한 것이 아니고 당사자의 구문에 의한 것임을 기록상 표시해 둘 필요를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장이 구문에 응하여 설명을 요구하였으나 상대방이 즉석답변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그 질문사실과 상대방의 다음 기일에 답변하겠다는 등의 진술만을 적으면 되고 당사자의 구문사실을 따로 적거나 구문에 따른 질문이라는 뜻의 문구를 부가할 필요는 없다.

 

. 석명준비명령

 

재판장은 당사자에게 설명 또는 증명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사항을 지적하고 변론기일 전에 준비할 것을 명할 수 있다(민소 137).

변론준비절차에서도 재판장등이 변론준비기일 전에 이러한 명령을 할 수 있다(민소 286).

 

이 석명준비명령은 소송의 촉진 및 집중심리를 위하여 변론(준비)기일 외에서 서면으로 석명준비명령서를 작성하여 송달하는 방식으로 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예외적으로 변론(준비)기일에 말로 행하여지기도 한다.

변론을 재개하면서 석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변론재개결정의 고지시에 석명준비명령을 함께 송달하여 소송촉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 석명권(석명의무)의 행사불행사에 대한 불복

 

 일반

 

석명권의 행사는 소송지휘권의 일종으로서 개별적인 석명권의 행사 자체에 대한 당사자의 불복은 허용되지 아니하고, 법원이 석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상고이유로 되고 원심판결의 파기사유가 될 뿐이다.

 

 합의사건에서의 당사자의 이의권

 

합의사건에서 재판장 또는 합의부원의 석명권 행사와 석명준비명령에 대하여서는 당사자가 이의할 수 있고 법원이 결정으로 이에 대한 재판을 한다(민소 138).

변론준비절차에 있어서도 위 조항이 준용되므로(민소 286) 수소법원인 합의체에서 이의에 대한 재판을 한다.

이러한 이의의 성질은 소송지휘권 행사의 주체인 합의부의 판단을 구하는 신청이므로 단독판사의 석명권 행사에 대하여서는 이의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한편, 이러한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독립하여 불복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5. 석명처분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II) P.981-999 참조]

 

. 의의

 

법원은 위에서 본 질문증명촉구, 석명준비명령 이외에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일정한 처분을 할 수 있는바(민소 140), 이를 석명처분이라 부른다.

석명처분은 심리의 대상이 되는 사실 또는 쟁점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서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아니다.

따라서 석명처분에 의하여 얻은 자료는 변론 전체의 취지에 포함되어 판단의 자료가 될 뿐이지 당연히 증거로서의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사자가 증거로 원용하면 증거가 될 수 있다.

 

. 내용

 

 당사자본인의 출석명령(민소 140 1 1)

 

소송대리인이 있어도 직접 본인을 대면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다.

이 출석명령은 권고적인 것으로서 출석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불출석은 변론 전체의 취지로서 법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공격방어방법이 각하될 수 있다(민소 149 2).

 

출석명령에 의하여 당사자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출석한 경우에는 당사자신문을 위하여 출석한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신문조서를 따로 작성할 필요는 없고 기본조서에 당사자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출석 사실을 적은 다음 그 진술에 의하여 그 주장이 명료하게 되었을 때에는 당사자의 주장으로서 그 요지를 적으면 된다.

 

 문서 그 밖의 물건의 제출유치(민소 140 1 23)

 

법원은 소송서류 또는 소송에 인용한 문서, 그 밖의 물건으로서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제출하게 하거나 제출받은 문서, 그 밖의 물건을 법원에 유치할 수 있다.

이러한 석명처분에 의하여 제출된 문서 등은 당연히 서증 또는 검증 목적물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서증목록이나 증인등목록에 적을 필요가 없고, 단지 기본조서에 그 제출된 사실, 유치하기로 결정한 사실 등만을 적고 민사보관물관리에 관한 예규(재민 79-7)”에 따라 관리하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문서 그 밖의 물건으로부터 얻은 판단자료를 기록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서증으로서의 제출 또는 검증신청 등을 당사자에게 종용하여 통상의 증거조사로 나아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검증감정조사촉탁(민소 140 1 45)

 

검증감정조사촉탁(사실조회)에 관하여는 증거조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민소 140 2, 민소규 29), 통상의 증거조사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며, 검증조서감정인신문조서 등을 작성하여야 한다.

 

법원이 이러한 검증감정조사촉탁 등을 하기로 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는 결정사실 등을 직권분의 증인등목록에 적되 비고란에 민사소송법 제140조에 의한 석명처분이라고 적고, 기본조서에는 석명처분관계 별지와 같음(직권 증인등)”이라고 적으며, 후에 당사자가 이를 증거로 하고자 하거나 직권으로 증거로 하고자 할 때에는 증인등목록의 비고란에 차 변론(준비) 원고 증거로 원용 또는 차 변론(준비) 직권에 의하여 증거로 함이라고 추가하여 적고 기본조서에 증거관계 별지와 같음(직권 증인등)”이라 적는 방식이 상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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