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이행제공의 정도>】《쌍무계약에서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하여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제공의 정도(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의 잔대금 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 교부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동시이행항변권의 포기는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한지 여부(적극) 및 그 인정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적극) / 매수인이 대금을 약정기일까지 납부하지 아니할 경우 그 체납액에 대하여 연체료를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연체료 약정의 법적 성격(=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의 예정) 및 연체료 지급의무의 발생 시점(=이행지체책임이 발생할 때)
[2] 쌍무계약에서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제공의 정도 및 부동산 매수인이 잔대금의 지급준비가 되어 있지 아니하여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안 한 경우, 매도인은 그에 상응한 이행의 준비를 하면 족한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 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 교부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동시이행항변권의 포기는 명시적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로 이루어지는 것도 가능하지만, 묵시적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한 동시이행항변권 포기의 인정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매수인이 대금을 약정기일까지 납부하지 아니할 경우 그 체납액에 대하여 연체료를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연체료 약정은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 지체책임이 발생할 때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2] 쌍무계약에서 일방 당사자의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오히려 불성실한 상대 당사자에게 구실을 주는 것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하고, 따라서 매수인이 잔대금의 지급준비가 되어 있지 아니하여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안 한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도 그에 상응한 이행의 준비를 하면 족하다.
2. 사안의 개요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8. 15.자 공보, 황진구 P.26-32]
⑴ 원고들은 수분양자, 피고는 분양회사로,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상가를 분양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지급하였음. 위 계약에는 위 계약에는 ① 원고들 의 잔금 납부를 지연하면 그 경과일수에 대하여 연 12%의 연체료를 가산하여 납부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② 잔금 지급일은 ‘준공 후 20일 이내’로 정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다만 “잔금은 임대차계약 완료 시 입금한다.”는 특약을 두었음
⑵ 피고는 2020. 11.경 이 사건 상가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며, 2022. 5.경 A와 사이에 이 사건 상가를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A는 2022. 6. 3. 까지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납부함
⑶ 원고들은 2022. 6. 27.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임대차계약을 무단으로 체결하여 분양계약이 이행불능 상태에 있으므로 이를 해제한다고 통지하였고, 이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원상회복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함. 피고는 2022. 8. 4. 원고들에게 잔금 및 연체료 지급을 요구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법무사사무실에 준비해놓았다는 통지를 하였고, 잔금 및 연체료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반소를 제기함
⑷ 반소 청구에 관하여 원심은, 분양계약상의 위 ① 조항이 동시이행항변권 포기 특약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은 미지급 잔금과 임대차계약이 완료된 다음날부터 계산한 연체료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함
⑸ 그러나 대상판결(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은, 위 ① 조항은 원고들이 잔금지급의무의 이행을 지체할 때 연체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내용일 뿐, 이로써 원고들이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 한편 원고들의 잔금지급의무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 교부의무는 적어도 임대차계약 완료 다음날부터 동시이행관계에 있게 되는데, 원심으로서는 소유권이전등기서류 교부의무에 관한 피고의 이행제공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본 후 연체료 지급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들 패소 부분 중 연체료 지급 부분을 파기·환송함
3. 쌍무계약에서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하여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제공의 정도(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8. 15.자 공보, 황진구 P.26-32]
⑴ 민법의 기본 법리에 관한 판결이고,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에 관한 판결이므로 판례의 기본적인 태도, 접근 방식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
⑵ 쌍무계약에서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갖는 채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음
⑶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음(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효과설) -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을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임(자기 채무를 이행하였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는 것은 이행지체 책임을 묻는 채권자가 증명하여야 함)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2497, 302503 판결)

- 참고로 이행의 제공이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을 묻는 경우와 계약해제를 주장하는 경우의 판례의 태도를 확인해 볼 것(판례는 기본적으로, 해제의 경우에는 1회의 이행제공으로도 가능하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이행제공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 이행제공의 계속을 요구하는 판례에 대해서는 학설의 비판이 많음. 한번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하여 상대방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임. 그렇지만 그 문제와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발생 문제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됨)
⑷ 어쨌든 동시이행 관계에 관한 민법의 기본 법리를 함부로 수정하여서는 안 됨
⑸ 이 사건과 같은 특약[매수인이 ‘잔금 납부를 지연하여 잔금 지급일이 경과하였을 때에는 그 경과일수에 대하여 연 12%의 연체료를 가산하여 납부하여야 한다.’]이 있는 경우, 그것을 이행지체의 효과로 볼 수도 있고(손해배상액의 예정), 이행지체의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음. 그러나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채무의 채무불이행(이행지체)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함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⑹ 판례는 이러한 권리의 포기를 쉽게 인정하는 것, 민법의 기본 법리와 다르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임. 타당한 태도임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94509 판결)

⑺ 그러나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지체 책임을 묻기 위하여 자기 채무의 이행을 어느 정도로 제공하여야 하는지는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있음. 부동산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소유권이전등기서류 교부의무)는 상대방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태도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이행제공의 정도를 달리 볼 필요가 있음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다6053, 6060, 6077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8637 판결)



⑻ 이 사건의 경우,
㈎ 2022. 6. 3. 상가 임대차계약 완료(계약체결 및 보증금 지급 완료) ⇒ 이 사건 분양계약에서 정한 잔금 이행기 도래
㈏ 2022. 6. 27. 원고가 (근거 없이) 이 사건 분양계약 해제 통지 및 원상회복청구
㈐ 2022. 8. 2. 원고가 이 사건 본소(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청구) 제기
㈑ 2022. 8. 4. 피고가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 필요 서류 일체를 법무사 사무실에 준비해 두었다는 통지를 하고 잔금 및 연체료 지급 최고
⑼ 대상판결(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매수인인 원고들은 위 임대차계약 완료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잔금지급 자체를 거부하면서 매도인(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 등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할 수 있음. 매수인의 잔금지급 불이행 의사가 확고하고 명백한 것이라면 해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반드시 채권자가 자기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제공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님. 그러나 채무자의 이행거절 의사가 명백하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곤란함[특히 계약해제를 주장하는 사건이 아니라, 채무불이행(금전채무의 경우 이행지체)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채권자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 필요 없다고 본 사례는 드물다고 생각됨] (대법원 1976. 11. 9. 선고 76다2218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5다11984 판결)


⑽ 피고는 분양회사이므로 2022. 8. 4. 통지 이전부터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갖추고 언제든지 교부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음
⑾ 결론적으로, 원심 판단처럼 이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의 특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인 피고가 이행 제공을 하지 않고도 매수인인 원고들에게 잔금 지급의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채무불이행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님. 그러나 피고는 사실인정 여하에 따라서는 2022. 6. 27.부터 2022. 8. 4.까지 사이의 어느 시점부터, 아무리 늦어도 2022. 8. 5.부터는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임
㈎ 참고로 원심은 2022. 6. 4.부터 이행지체책임을 인정한 반면, 제1심은 이행제공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행지체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는데, 제1심과 원심의 판단 모두 잘못된 것임
㈏ 대상판결(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에서는 매도인(분양회사)의 이행제공이 필요함을 전제로 (2022. 8. 4. 이전에) 이행제공이 있었는지를 심리해 보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음
㈐ 대상판결(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과 관련하여서는 앞서 든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5다11984 판결과 환송 후 판결을 참고할 만함. 대법원 2015다11984 판결의 환송심 판결을 보면, 상대방(채무자)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지는 않고(따라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채권자가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함), 매도인인 채권자가 적법하게 이행제공(이행의 준비 + 통지 및 수령의 최고)을 하여 상대 방이 이행지체에 빠진 것으로 인정하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