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대리모계약의 효력과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母)의 결정기준 및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남용이 될 수 있는 예외(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대리모가 자신이 대리출산한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의 효력(무효) 및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도 무효인지 여부(적극) /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가 자녀의 모인지 여부(적극)
[2]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여기서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므로, 민법 제103조 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는 대리모계약의 일부 혹은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고,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법률적 친자관계이지만,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라는 것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바이고,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한다면,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를 자녀의 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가사소송절차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가사소송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됨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의칙을 위배한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속하는 이상 실체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에 대하여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 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다. 따라서 소송의 결과가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 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지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진실한 혈연관계와 달라진 경위, 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친생자관계에 준할 정도의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생활관계를 형성·유지해온 기간과 내용, 판결로써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함에 따라 자녀 및 법률상 부모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 이른 경위와 동기 및 목적,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고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 외에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는 자의 유무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3호, 김민주 P.123-145]
가. 사안의 개요
⑴ 부부인 제1심 공동피고 甲과 乙(이하 ‘甲 부부’라 한다)은 2005. 11.경 인터넷 ‘대리모 카페’를 통하여 알게 된 원고와, 원고가 난자와 자궁을 제공하여 아이를 출산하여 주면 甲 부부가 그 대가로 8,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원고의 난자와 乙의 정자를 체외수정한 배아를 원고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험관 시술을 받아 피고를 임신한 후, 2006. 9. 22. 피고를 출산하였다.
⑵ 甲 부부는 원고에게 피고를 출산한 대가로 8,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출산 이틀 후 원고로부터 피고를 인도받아 乙을 부(父)로, 甲을 모(母)로 하여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였으며,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피고를 친자식처럼 양육하여 피고 역시 甲을 친모로 알고 생활해 왔다.
⑶ 원고는 피고가 100일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甲 부부에게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돈을 요구하였고, 2007. 1. 15. 甲으로부터 3,000만 원을 지급받은 이래 2012. 1.경까지 30회 이상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할 것처럼 甲 부부를 협박하여 합계 5억 원 이상을 교부받았다.
⑷ 한편 원고는 2010. 8. 26. 및 2010. 10. 20. 甲 부부로부터 위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받은 후, 피고에 대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고, 친권을 포기하는 등 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며, 甲 부부의 양육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甲 부부에게 교부하기도 하였다.
⑸ 그러나 원고는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다가 2016. 10. 5. 원고와 피고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변론기일에 모두 출석하지 아니하여 위 소는 2017. 6. 17. 소 취하 간주로 종결되었다. 이후 원고는 2017. 8. 22. 다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한 후 2017. 10.경부터 2017. 12.경까지 인터넷에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내용 등의 글을 게시하고, 2017. 10. 12.경에는 甲 부부에게 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합계 6억 5,000만 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⑹ 원고는 2019. 8. 9.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甲 부부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죄, 공갈미수죄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위 판결은 2020. 3. 26. 확정되었다.
⑺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출생의 비밀 폭로와 허위사실 유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제기 등으로 인하여 甲이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⑻ 한편 원고는 위 형사사건 제1심 공판기일에 법정구속된 후 2019. 6. 8. 두 번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취하하였는데, 형사판결 확정 후 수형 중이던 2021. 1. 29.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와 甲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및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청구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제1심은 피고와 甲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하는 한편,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는 원고가 피고를 출산하였음을 근거로 이를 인용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는 피고만이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 고, 원심은 제1심의 판단을 인용하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였다.
다. 상고이유의 요지
피고의 상고이유 중 대법원이 쟁점으로 판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⑴ 원고는 피고와의 친자관계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
⑵ 이 사건 소는 원고가 오로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제기한 것이고, 원고의 청구는 자녀인 피고의 복리에 반하므로, 이 사건 소는 소권 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라.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ㆍ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의 효력(무효) 및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진 경우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가 자녀의 모인지 여부(적극), ②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⑵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ㆍ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므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는 대리모계약의 일부 혹은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고,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법률적 친자관계이지만,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라는 것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바이고(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한다면,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를 자녀의 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⑶ 가사소송절차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가사소송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됨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의칙에 위배한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속하는 이상 실체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에 대하여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 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다. 따라서 소송의 결과가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 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므405 판결 참조).
그러나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지 여부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진실한 혈연관계와 달라진 경위, 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친생자 관계에 준할 정도의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생활관계를 형성ㆍ유지해온 기간과 내용, 판결로써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함에 따라 자녀 및 법률상 부모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 이른 경위와 동기 및 목적,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고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 외에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는 자의 유무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⑷ 대리모인 원고가 A 부부와 대리모계약을 체결하고 보조생식 시술을 통해 피고를 임신·출산한 뒤, 자신이 대리출산한 자녀인 피고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청구한 사안임
⑸ 원심은, 원고가 피고를 출산하였음을 근거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였음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대리모계약 자체나 원고가 친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무효이고,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인 원고가 자녀의 모이며, 법률상 친자관계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원고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원고가 피고를 대리출산한 사실을 악용하여 A 부부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거액의 돈을 받았고,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일부 폭로하기도 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와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3. 대리모계약의 효력과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母)의 결정기준 및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 남용이 될 수 있는 예외(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3호, 김민주 P.123-145]
가. 논의의 전제 - 대리모계약의 효력과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의 결정기준
⑴ 문제 제기
원고는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자신이 대리모로서 임신․출산한 피고의 모라는 확인을 구하고 있다. 이에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의 전제로서 원고가 甲 부부와 체결한 대리모계약의 효력과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를 결정하는 기준이 문제 된다.
⑵ 대리모와 대리모계약의 정의
대리모는 “출생한 자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통하여 남편 이외의 자의 정자로 임신 및 출산한 여성”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리모는 자궁과 난자를 함께 제공하는 유전적 대리모와 자궁만을 제공하는 출산대리모(‘자궁대리모’라고도 한다)로 나뉘며, 그 외에도 반대급부를 받는지 여부에 따라 상업적 대리모와 이타적 대리모(비상업적 대리모)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대리모계약은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⑶ 대리모계약의 효력
㈎ 국내법의 규율
현재 대리모계약을 직접 규율하는 법률은 없다. 다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제23조 제3항), 이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제66조 제1항 제4호). 이 조항에 근거하여 브로커가 대리모에게 임신․출산을 하면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대리모의 자궁에 정자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난자 제공을 유인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처벌된 사례는 존재한다[대구지법 2024. 2. 6. 선고 2023고단2518, 3764 판결로, 대법원의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의뢰부부의 난자와 정자로 생성된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출산대리모계약은 문언상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위 규정의 입법 취지는 난자나 정자의 유상거래를 막는 것이지 임신과 출산을 대신하거나 이를 의뢰하는 행위를 직접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규정을 대리모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직접적․결정적 근거로 삼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
㈏ 견해의 대립
대리모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는 ① 무효설, ② 유효설, ③ 제한적 유효설(대리모계약이 무상인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⑷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를 결정하는 기준
㈎ 문제점
대리모계약의 효력 유무는 별론, 국내외에서 대리출산은 이루어지고 있는바, 대리모를 통하여 아이가 일단 출생하였다면 아이의 법적 부모, 특히 모(母)가 누구이며, 양육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모의 결정 관련하여, 아이를 출산한 여자가 어머니(mater semper certa est; 엄마는 언제나 확실하다)라는 원칙이 로마법 이래 확립되어, 그간은 어머니를 정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고, 우리 민법도 부자관계와 달리 모자관계를 확정하는 기준을 별도로 규율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도 생모자 관계는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족관계가 생긴다.」고 판시한 이래(대법원 1967. 10. 4. 선고 67다1791 판결9)),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모자관계」(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 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이른바 자연적 친자관계」(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라고 판시하여 출산한 사람을 모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공수정, 체외수정을 비롯하여 보조생식에 관한 의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성적 교섭 없이 아이와 유전적으로 관련성이 없는 자도 출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때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전통적인 기준을 대리모로 출생한 아이의 모자관계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대법원이 대리모가 출산한 아이의 모 역시 출산을 기준으로 대리모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는 없다.
㈏ 견해의 대립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를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① 출산기준설, ② 혈연기준설, ③ 의사기준설, ④ 자녀의 복리기준설이 대립한다.
⑸ 하급심의 태도
이 사건 대법원 판단이 있기 전까지 하급심 중에는 대리모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우리 민 법상 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라는 점을 근거로 유전적 대리 모[대구가법 2021. 2. 4. 선고 2020르6504 판결(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확정)]나 출산대리모[서울가법 2016. 8. 12. 자 2015느단31494 결정, 서울가법 2018. 5. 9. 자 2018브15 결정]를 자녀의 모로 본 사례가 존재하였다.
⑹ 대법원의 판단
㈎ 대법원은 대리모계약을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으로 정의한 후, 대리모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므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 나아가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라는 것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바이고,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한다면,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를 자녀의 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설시하여, 원칙적으로 출산주의에 따르되 이 사건 원고와 같이 보조생식 시술에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여 혈연관계까지 존재하는 유전적 대리모의 경우 대리모가 자녀의 모라고 판단하였다.
나. 부제소합의 위반 여부
⑴ 피고가 주장하는 부제소합의의 내용
원고와 甲 부부가 체결한 대리모계약에 관한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아 최초 계약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원고가 출산 이후 피고를 대리출산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피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대가로 甲 부부로부터 돈을 수령하면서, ‘피고에 대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고, 친권을 포기하는 등 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며, 甲 부부의 양육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은 인정된다.
⑵ 친자관계 소송에서 부제소합의의 존재 여부 및 효력에 관한 판단
㈎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라는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고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크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이다. 따라서 부제소합의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에 대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명확하지 않다면 가급적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함께 친자관계 소송의 특수성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원고가 작성한 각서에 친자관계의 존재를 소로써 주장하지 않겠다는 명시적인 문구가 없는 이상 부제소합의의 존재를 부정하는 판단도 충분히 가능하다.
㈏ 다만 대리모가 출산한 자녀를 인도받은 의뢰부부는 자녀를 친생자로 신고한 후 (대리출산 사실을 숨긴 채) 친생부모로서 양육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리모로 하여금 양육에 관여하거나 자녀를 면접할 수 있게 하는 등 대리모의 모로서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사례는 현실적으로 매우 드물 것이다. 따라서 명시적인 약정이 없더라도, 원고는 출산 후 피고를 인도하고 대가를 수령함으로써 모로서의 지위나 피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원고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甲 부부가 거액을 지불하며 위와 같은 각서를 재차 받은 의도는 원고가 향후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 제기를 포함하여 모로서의 지위를 주장하거나 모로서의 어떠한 권리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자 한 것이고, 피고도 이에 동의한 이상 부제소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한편 혼인과 가족생활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고, 민법 친족편 등이 다시 이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며, 친족편 규정의 상당수는 강행규정이다. 우리 법질서상의 혼인과 가족제도에서 벗어나는 약정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의 조부모가 부모로 기재된 가족관계의 등록과 유지를 강제하고 모자의 교섭을 금지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합의는 혈 연진실주의와 자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서울가정법원 2021. 8. 27. 선고 2020르31372 판결.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확정).
⑶ 대법원의 판단
㈎ 결국 원고가 작성한 각서 등으로부터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이를 대리모계약 일부의 재확인 내지 그 연장선이라고 본다면, 대리모계약이 무효인 이상 이러한 부제소합의 역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대리모계약의 주요 내용 자체가 대리모는 대가를 받고 아이를 인도한 후에는 더 이상 모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각서 등에 의한 부제소합의가 대리모계약과 별개의 합의라고 보더라도, 친생모로서의 권리 행사 일체를 포기하는 내용의 약정은 우리 법질서상의 가족제도에 반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이에 대법원은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는 대리모계약의 일부 혹은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고,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하였다.
다. 소권 남용 여부
⑴ 판례의 태도
㈎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가 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으로 다루어진 대표적인 선례는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므405 판결이다.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사소송절차에 준용되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에서는 당사자와 관계인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이에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가사소송에 있어서도 신의칙이 적용됨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신의칙을 위배한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속하는 이상 실체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에 대하여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 있어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로서, 소송의 결과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니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 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또한, 법에서 친족에 의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에 대하여는 특별히 제소기간에 제한을 두지 아니한 취지에 비추어 비록 친자관계의 직접 당사자인 호적상 부모가 사망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 경과한 후에 위 소를 제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소송행위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와 같이 신분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소권 남용의 이론을 적용함에 있어 재산상의 법률관계에서보다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원심을 비롯한 다수 사건에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소권 남용으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보인다.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기에 설령 상속 등을 통한 재산적 이익 취득의 목적이 있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라면 소권 남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⑵ 친자관계 소송에서 소권 남용 여부 판단에 있어 고려할 사항
㈎ 혈연진실주의와 자녀의 복리
위 2004므405 판결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여, 원칙적으로 소 권 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을 판단함에 있어 친자관계 형성의 근저에 있는 가족법의 이념 내지 법익인 “가정의 평화”와 더불어 “혈연진실주의”와 “자의 복리”를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04므405 판결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친자관계는 신분관계의 기본이고,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다. 다만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우리 법제를 보더라도 혈연진실주의는 중요한 가치이나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일례로 친생부인의 소는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민법 제847조 제1항). 부 또는 처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이 경과하게 되면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되므로 민법은 법률상 친자관계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반영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이미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도 참조할 만하다. 위 사건 원고는 이혼 후 ①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인 원고가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딸인 피고 1 및 ② 아내가 혼인 중 혼외 관계를 통하여 출산한 아들인 피고 2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들에 대하여 친생추정이 미칠 경우 원고는 친생부인의 소로 친자관계를 다투어야 하고(그러나 제소기간 2년이 도과하여 불가능하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의 보충성.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83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에 따라 남편이 동의하여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미치는지(피고 1에 대하여), 혼인 중에 출생하였으나 사후적으로 유전자형이 배치된다는 사정이 밝혀진 경우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는지(피고 2에 대하여)가 쟁점이 되었다. 다수의견은 결론적으로, 혼인 중에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경우에도, 또한 혼외 관계로 출생하여 사후적으로 유전자형이 배치된다는 사정이 밝혀진 경우에도 여전히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원고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모두 부적법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친생부인의 소는 제소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그 추정이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추정을 번복할 수 없고, 친생부인을 할 수 없게 된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종국적으로 확정된다.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합치시키고자 하는 부부․자녀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녀의 이익’을 고려하여, 친생부인의 제소기간을 정하여 부로 하여금 신분 관계에서 벗어날 기회는 주되,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자녀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위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명시하기도 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시하였다. 이때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어 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진실한 혈연관계와 달라진 경위, 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친생자관계에 준할 정도의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생활관계를 형성․유지해 온 기간과 내용, 판결로써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함에 따라 자녀 및 법률상 부모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 이른 경위와 동기 및 목적,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고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 외에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는 자의 유무”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였다.
⑶ 이 사건에 관한 구체적 판단
㈎ 소권 남용으로 볼 수 없는 사정
다음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소가 소권 남용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① 친자관계 소송에서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신분관계 자체를 확인받을 이익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상 친자관계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원고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② 친생자관계를 확인받음으로써 원고가 피고의 직계존속으로 2순위 상속인이 되고 (민법 제1000조), 향후 피고에게 부양청구를 할 수 있는 지위를 취득한다고 하여도(민 법 제974조 제1호)[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하여 직계혈족으로서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그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 부양의무이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친자관계가 존재함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들어 원고에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첫 번째, 두 번째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제기를 전후로는 甲 부부에게 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형사판결이 확정되고 이 사건 세 번째 소를 제기하면서는 원고가 甲 부부에게 추가로 돈을 요구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③ 이 사건은 친생자관계 ‘존재’의 확인을 구한다는 점에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의 소나 친생부인의 소와 구별된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나 친생부인의 소가 인용될 경우 자녀는 법적인 친자관계를 형성하며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의무를 부담하던 부모 또는 부와 단절되어 법적 보호의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구하는 것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출생에 의한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확인이다(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상 피고가 甲의 친생자로 등재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는 원고가 피고와 甲 사이 양친자관계가 존재한다는 확인판결을 별도로 받게 되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등의 절차를 거쳐 원고와 피고의 친생자관계를 가족관계등록부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32)). 원고의 소는 피고가 출생 후 현재까지 甲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서 맺어온 사회적 친자관계까지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양친자이더라도 법률상 지위는 친생자와 동일하며(민법 제882조의2 제1항), 甲 부부가 피고의 친권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민법 제909조 제1항 2문). 즉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더라도 피고의 모가 아예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양모와 친모 둘이 되는 것이어서 최소한 법적 보호 관점에서만 본다면 피고에게 큰 불이익이 없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 소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 사정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는 친생자관계 인정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피고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한 소권 행사로서 소권의 남용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 앞서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원고와 피고의 각 이해관계나 법률상 지위를 형량하였을 때, ‘친생자관계와 출생의 비밀 폭로를 재산적 이익을 위해 이용’한 원고를, ‘친모로 알고 지내온 甲이 친모가 아님을 원고의 인터넷 게시글을 통하여 알게 되고 그로 인하여 극심한 충격을 받아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이 사건에서 판결로 친자관계가 확인될 경우 더욱 큰 충격을 받을’ 피고에 우선하여 보호하여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원고는 甲 부부와 대리모계약을 체결하고, 보조생식 시술을 통해 피고를 임신․ 출산하여 甲 부부에게 인도하였다. 대리모계약 자체나 원고가 친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무효라 할 것이지만, 甲 부부가 피고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친생부모의 지위에서 피고를 양육하는 것에 대하여는 입양의 합의로서 원고의 대락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법률상 친자관계가 진실한 혈연관계와 달라 진 경위).
② 피고는 출생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甲 부부의 친생자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다. 甲 부부는 피고에게 보호․교양을 제공함과 동시에 피고의 성장․발전을 위한 지원을 충실히 하였고, 피고와 甲 부부 사이의 정서적 유대나 소속감도 공고해 보인다(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친생자관계에 준할 정도의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생활관계를 형성․유지해 온 기간과 내용).
③ 원고는 피고가 100일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甲 부부에게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할 것처럼 협박하여 30회 이상에 걸쳐 합계 5억 원 이상을 교부받았다. 甲 부부는 특히 피고에게만은 대리출산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였기에 원고의 금전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2회에 걸쳐 피고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바 있는데, 소 제기를 전후로 甲 부부에게 소를 제기하지 않는 대가 혹은 이미 제기한 소를 취하하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소 제기 전후로는 甲 부부에게 금전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원고가 甲 부부에 대한 공갈 등 범행으로 이미 징역 4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으로 보이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을 여지도 있어 보인다(원고가 친생자 관계존재확인의 소에 이른 경위와 동기 및 목적).
④ 원고는 甲 부부를 협박하고 금전 지급을 요구하면서, 甲 부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가족들 주거지 담벼락에 벽보를 게시하고, 乙의 본가와 사업장을 찾아갔으며 급기야 인터넷 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甲 부부 및 그 가족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일부 폭로하였다. 피고가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주변에도 알려짐에 따라 결국 피고도 이를 알게 되었고, 당시 11세 정도에 불과하였던 피고는 극심한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甲 부부도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격과 고통을 겪었다. 원고가 세 번째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피고와 甲 부부는 다시 고통받고 있다. 판결로 친생자관계가 확인되더라도 향후 원고와 피고가 원만한 모자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고,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판결로써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함에 따라 자녀 및 법률상 부모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⑤ 원고가 대리모로서 피고를 출산한 사실은 甲 부부도 다투지 않고 있고,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배척되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상 원고가 피고의 친모라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외에는 원고 혹은 제3자에게 다른 현저한 불이익이 있 을 것이라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원고는 그동안 甲 부부에게 피고를 대리출산하여 준 대가,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서 금전 지급을 요구하였을 뿐, 피고에 대한 애정이나 염려를 표현하거나, 피고의 친모로서 피고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는 밝힌 적이 없다(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고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 외에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는 자의 유무).
라. 대상판결(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의 결론: 파기환송
원심은 원고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와 예 외적으로 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원고가 금전적 이익을 얻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의 소권 남용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자녀의 복리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마. 대상판결(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의 의의
⑴ 이 사건은 대법원이 대리모를 둘러싼 법률관계에 관하여 최초로 판시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대리모계약에 관한 입법의 공백 상태에서 대리모계약을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으로 일응 정의하고 그 효력을 무효라고 선언하였다.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자녀의 모(母)의 결정에 관하여는 출산주의 원칙을 따르되, 이 사건과 같이 대리모의 난자가 제공되어 대리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까지 있다면 대리모가 자녀의 모라고 판단하였다.
⑵ 또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는 한편, 나아가 자녀의 복리 관점에서 소권 남용이 될 수 있는 예외와 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⑶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 판단에 있어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는 자녀인 피고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여 소권 남용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 리․판단하도록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으나, 이는 예외적인 판단이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대리출산을 의뢰한 부부(피고의 법률상 부모)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으로 한 공갈, 명예훼손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을 만큼 원고의 그간 의 행위는 반사회성이 현저하고, 원고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를 반복하여 이용하면서 급기야 피고가 대리출산으로 출생한 사실을 폭로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인 피고의 고통이 극심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에, “신중”하게 판단하더라도 소권 남용을 인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⑷ 따라서 대리모나 그 출생 자녀에 대한 어떠한 법적 보호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대리모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대리모계약은 어디까지나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여 무효라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향후 유사소송에서 이 사건 판단이 대리모의 지위를 취약하게 만드는 근거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