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세상에 아무 데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8. 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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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무 데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윤경변호사】

 

<사람을 ‘쓸모’라는 잣대로 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옛날 어떤 나라에 일흔을 넘긴 노인은 산에 갖다 버리는 법이 있었다.

나라의 녹을 먹는 한 젊은이는 늙으신 어머니를 깊은 산속에 차마 버릴 수 없어서 다락방에 숨겨놓고 내다 버린 것처럼 속였다.

 

그러던 어느 날 힘센 이웃 나라에서 사신이 왔다.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나라를 빼앗아 버릴 것이다.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두 필의 말이 있다. 어느 것이 어미이고 어느 것이 새끼인지 맞춰 보아라.”

왕과 신하들은 오랫동안 회의를 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젊은이는 회의를 마치고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느냐?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 구나!”

젊은이는 어머니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애야! 어려운 문제가 아니니 풀죽어 있을 필요 없다. 말들에게 풀을 갖다 주거라. 어미 말은 새끼 말에게 풀을 밀어줄 것이다.”

 

다음날 아들은 어머니에게서 들은 방법을 왕에게 알려줬다.

왕은 너무도 기뻐 말했다. “정말 훌륭하구나.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 줄 테니 말해 보아라.”

 

아들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사실 그 수수께끼를 푼 사람은 제 어머니입니다. 저는 늙은 어머니를 차마 내다 버릴 수 없어 다락방에 숨겨놓고 지혜를 구한 것입니다. 왕이시여,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왕은 그 아들에게 높은 벼슬을 주고 즉시 악법을 폐지했다.

 

노인을 쓸모 없다고 여기는 것은 떨어진 나뭇잎을 귀찮은 쓰레기로 보는 눈길과 닮아 있다.

노동력이나 육체적 힘의 관점에서 본다면 늙은이들은 분명 별다른 이용가치가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지혜가 있다.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는 다른 무엇보다도 값지다.

 

사람을 ‘쓸모’라는 잣대로 재는 것 자체가 문제다.

늙었건, 병들었건, 가난하건 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이 세상에 보내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도구’로 보는 야만스런 눈길에 갇히곤 한다.

돈벌이를 위해, 조직의 능률을 위해, 생산력 향성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거라고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기계부품처럼 필요에 따라 교체되거나, 상품이 되어 팔리거나, 이용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있다.

 

세상이 힘과 돈을 좇아 움직이면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듯하다.

돈이나 권력 같은 가치가 꿈과 사랑, 나눔 같은 가치를 밀어내면서 사람들을 더 뚜렷하게 두 편으로 나눈다.

승자와 패자, 앞선 사람과 뒤쳐진 사람, 성공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으로.

그리고 밀려난 사람들은 서슴 없이 버려진다. 자루에 담긴 젖은 낙엽처럼.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 데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이 세상에 보내진 것이다.

비록 그 영혼은 보이지 않지만, 꽃은 꽃의 모양과 향기의 옷을 입고 잡초는 잡초 모양의 옷을 입고 세상에 보내졌다.

 

이 세상에 태어난 어느 것 하나 소중하거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단지 우리들의 좁은 생각이 그렇게 느낄 뿐,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각각의 쓰임새와 의미로 세상을 빛내고 있다.

 

당신이 지금 어떤 모습이건 내면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보여 주는가 하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강한 비바람에 쓸쓸히 떨어져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면서도 슬퍼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것이 쓸모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해도,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고이 거두어 질 수 있음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믿는다.

떨어진 낙엽 몇 장을 주워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처럼 아직은 우리 둘레에 눈에 보는 돈과 권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꿈과 희망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믿는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미는 따스한 손길이 더 많다는 것을 믿는다.

그런 손길이 있는 한 절망은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