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비의 귀환]【윤경변호사】
깜비가 회복이 되었다.
의사 말로는 백혈구 수치가 5만을 넘으면 보통 사망한단다.
백혈구 수치가 7만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2만 3천(정상은 1만 7천 이하)으로 내려 왔다.
강아지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주면 좋겠다.
행동이 아주 느려지고, 밥을 거의 먹지 않으면 그게 아프다는 신호란 것을 이번에 알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은 행동이 다시 빨라지고, 밥도 잘 먹는다.
하지만 이제는 15살이니 여전히 걱정된다.
새벽에 깜비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깼다.
처음에는 내가 코고는 소리인 줄 알았다.
조그만 놈이 침대 밑에서 코끼리보다 더 센 코골이를 한다.
낮잠을 잘 때마다 다리 사이로 들어와 눕거나, 혀로 귀를 간질인다.
일어났을 때는 한쪽 귀에 침이 잔뜩 들어가 소리가 잘 안들리기도 한다.
이 놈은 아직도 ‘진한 애정표현’을 한다. 너무 진하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이제 강아지가 아니라 어엿한 개라 이거야. 그러니까 주인어른 머리 위에 올라타 볼까.”
앉아 있으면, 쏜살같이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 들어와 편안하게 자리 잡는다.
암놈이 남사스럽게끔.
녀석은 너무 귀엽다. 하지만 가끔 야비하고, 야생적이기도 하다.
항상 내 슬리퍼와 양말만을 물어 뜯는다.
슬리퍼를 물고 흔들어 댈 때는 성난 호랑이 같다.
우리 집에서 누가 주인인지를 내게 이해시키려 들려는 것이 분명하다.
안아주기만 하면, 즉시 고개를 돌려 그 긴 혀로 내 얼굴을 맹렬히 핥는다.
얼굴에 침 범벅이 되는 것 정도는 싫긴 해도 참아 줄 수 있다.
문제는 내 ‘입술’까지 핥는다는 것이다.
물론 잘 생긴 나에게 반해서 하는 행동임을 머리 속에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솔직히 아직도 비위생적인 느낌이 든다.
강아지와 먹이를 나누어 먹는 사람들을 TV에서 본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와 키스할 때 ‘상대방의 침’이 더럽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강아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거짓’이란 말인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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