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가치를 최대한 잘 포장하고 알려라.]【윤경변호사】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 전 승진에서 탈락하고 타 부서로 좌천된 박 부장은 자기 포장과 립서비스(Lip Service)에선 ‘영 재주가 메주’인 인물이다. 워낙 타고난 비위가 약하여 당최 ‘입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결벽증으로 유명하다.
반면 부서내 터주대감 역할을 하는 김 과장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에게 유익하다 싶으면 기가 막히게 자기 공으로 만들었다.
차마 말하기도 민망한 자화자찬도 스스럼 없이 해댔고, 부서 내의 온갖 일에 다리를 척척 걸치는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언변이 어찌나 화려한지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깨라도 한번 두드려 주고 싶은 착각에 빠졌다.
“부서장님, 어제 하루 종일 고생한 이 후배에게 술 한잔 사실거죠. 믿을 건 그저 체력뿐이라고요. 제가 웃통 벗고 나서서 빨리 끝난 줄 아세요. 제가 밤 12시까지 정리했다는거 아닙니까?”
아예 뻔뻔스럽게 드러내 놓고 자기를 알아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그뿐 만 아니다. “어제 새벽 3시까지 기획서 작성하고 나가는데 수위아저씨가 현관문을 잠근 채 사라진 거 있죠? 내가 분명히 새벽에 나간다고 말해줬는데.”
수위 아저씨 때문에 빌딩에 갇혔다는 사실보다 새벽까지 회사에서 일했다는점을 공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버액선(overaction)과 비례해서 그는 언제나 일을 솔선수범해 도맡아 처리하는 인재가 되어 갔다.
보다 못한 후배들이 박 부장에게 “부장님도 김 과장한테 좀 배우세요. 그러다 죽 쒀서 개 주는 신세 되지 마시고요.”라고 꼬집어 얘기해도 박 부장은 개의치 않았다.
“죽 쒀서 아무나 맛있게 먹으면 되지 뭐. 우리 팀 멤버가 잘 되면 우리도 같이 잘 되는 것 아니겠어. 게다가 김 과장은 다음 번 승진대상자니 우리가 힘을 합쳐 밀어줘야지.”
그러나 순진하고 성실한 박 부장의 넓은 뜻을 이해하기에 회사는 무심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서장은 본부에서 전보될 좌천대상자로 다름 아닌 박 부장을 지목했다.
굵직한 프로젝트마다 기둥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박 부장이었음을 안팎에서 모두들 알고 있었지만, 부서장의 선택은 ‘떠벌이 김 과장’이었다.
불행히도 현실은 종종 우직하고 성실한 박 부장 같은 이들을 배반한다.
<현명하게 보고하라.>
일의 성과가 단순히 결과물에 의해서만 평가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하다.
같은 값이면 자신의 노력이 배가되어 보이도록 최대한 포장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죽 쒀서 개주지 않고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물론 포장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든 내용물이다.
하지만 포장이 관심을 끌지 못하면 그 안에 있는 중요한 내용물을 꺼내 보기도 전에 흥미를 잃어 버릴 수 있다.
‘현명한 보고태도’가 그 포장 중 하나다.
상사에 대한 보고는 요령 있게 해야 한다.
1. 묻기 전에 보고하라.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상사가 모두 다 파악하고 있다고 기대하지 마라.
당신이 말하지 않는 한 상사는 알 도리가 없다.
일이 진행되고 있으면 진행되고 있는 대로, 잠시 소강상태에 있다면 왜 그런지 윗사람이 묻기 전에 미리 보고하라.
2.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까지 보고하라.
사람들은 결과보고는 주어진 일이 마무리 되었을 때 결과물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일 사이에 끝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지만, 그 이상 걸리는 과제라면 중간 과정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좋다.
큰 문제가 없을 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음”이 보고 되어야 한다.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가 막판에 가서 털어 놓은 사람은 ‘1순위 퇴출대상자’다.
3. 간결하고 쉬운 말로 보고하라.
보고하는 사람은 가급적 자세하게 보고하고 싶다.
하지만 당신의 상사는 바쁘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취하고 싶은 메시지만 가져간다.
보고는 간결하고 담백할수록 좋다.
상대방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핵심사항만 전달해라.
4.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한 일을 보고하라.
팀웤(teamwork)이 중요하다. 하지만 윗사람도 팀이나 프로젝트 내에서 개개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팀이 수행한 일에 밀려 당신이 한 일이 묻히지 않도록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빼놓지 말고 보고하라.
'변호사 윤경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당무계한 음모론이 널리 퍼지는 이유]【윤경변호사】 (0) | 2014.08.30 |
---|---|
[시기심은 바다만 보고 암초는 보지 못한다.]【윤경변호사】 (0) | 2014.08.30 |
[깜비의 귀환]【윤경변호사】 (0) | 2014.08.24 |
[탈의실에서 지켜야할 에티켓(Etiquette)]【윤경변호사】 (0) | 2014.08.24 |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의 “Forever”]【윤경변호사】 (0) | 2014.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