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넣어 두는 ‘금고(safe)’를 사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금고에 돈이나 재물을 보관하는 것은 어리석다.>
안방 서랍을 뒤지다가 우연히 금반지 1개를 발견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던 2005년 2월 어머니 생신날에 어머니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이다.
내가 드린 용돈의 일부를 모아 금반지를 사신 것이다.
실용성도 없고 끼지도 않을 유치찬란한 금반지를 왜 샀느냐고 큰소리를 내자, 어머니는 죽기 전에 막내아들에게 ‘기념’으로 남겨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 금반지가 서랍 속에서 다른 잡동사니와 함께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난 생일날에 아이들로부터 항상 축하카드를 받는다.
꺼내 읽어볼 때마다 ‘찡한 마음’이 들어 카드를 차곡차곡 모아 서랍 속에 간직해 왔다.
생각난 김에 서재 서랍을 뒤져보니 카드 몇 개가 빠져 있다.
아마도 몇 개는 사무실 서랍 안에 있을 것이고, 몇 개는 이사 도중 분실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돌려주려고 간직한 것이 아니라, 내가 죽을 때 함께 태우려고 보관하고 있었다.
그 편지들이나 금반지 등은 내 인생의 한 단편이고, 추억의 일부분이다.
이런 추억의 물건들을 이제부터라도 소중히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정용 금고’ 1개를 주문했다.
아이들은 겨우 편지쪼가리나 보관하려고 금고를 사는 내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금고에 돈이나 재물을 보관하는 것은 어리석다.
재물이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견딜 수 없는 악취가 나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
<추억은 많으면 많을수록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추억의 물건들을 보관하려고 금고를 사는 내가 호들갑스럽고 유별나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나에게는 보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난 지금도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즐거운 추억 때문에 부모님이 더욱 그립다.
되돌아가지 못해 더 아름답게 추억될 수밖에 없는 그 순간들이 이제는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죽기 전에 아이들과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좋은 추억은 마음 속의 난로와 같다.
언제든 되살아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좋은 추억일수록 울림이 오래 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향이 풍부해 진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
좋은 경험과 아름다운 추억이 많을수록 감성이 풍부해지고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
추억은 지나온 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앞으로 영위할 삶을 기대와 흥분으로 두근거리게 만든다.
추억은 가슴 깊숙이 고인 눈물샘이다.
이따금 목울대를 타고 올라와 마음을 애타게, 온 몸을 아프게, 슬픔에 젖게 만든다.
나이 들어 애틋한 추억이 없는 삶은 황량하고 무의미하다.
추억을 많이 가지게 되면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일만 하지 말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부터는 죽기 전까지 금고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차곡차곡 가득 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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