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사보전소송의 심리관할】《본안사건 관할국의 관할(보통재판적에 따른 관할, 재산소재지에 관한 특별재판적에 따른 관할, 전속적 관할합의가 있는 경우, 국제보전소송의 관할권), 보전목적물 소재지국의 관할(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한 관할), 국제사법 14조 2항에 의한 긴급보전관할, 보전처분이 본안의 전속관할합의에 미치는 영향, 관할위반의 항변,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 법정지법과 준거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국제민사보전소송의 심리관할》 [이하 제2판 민사집행실무총서(III) 민사보전 권창영/박영호/구태회 P.129-159 참조,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V) P.36-40 참조]
Ⅰ. 국제민사보전소송의 심리관할
1. 의의
가. 개념
민사보전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제3채무자의 국적·상거소(habitual residence), 보전목적물의 소유자·소재지 등이 외국에 있거나 외국인인 경우 등과 같이 외국적 요소를 포함하는 사건을 국제민사보전사건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러한 사건에 관한 절차법 일체를 국제민사보전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제민사보전사건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쟁송화되었을 때 국제재판관할의 심리가 보전소송물의 판단에 우선되어야 한다.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우리 법원에 국제적인 민사보전사건에 관한 보전신청이 제기된 경우 우리 법원이 그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전제로서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는가라는 형태와 심리관할(직접관할), 외국법원에서 발령한 보전명령의 승인 및 집행이 우리 법원에서 다루어지는 경우에 보전명령을 발령한 국가가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는가(승인관할, 간접관할)라는 두 가지 형태로 제기된다.
나. 구법상 판례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에 관하여 판례는, ①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섭외사건에 관한 외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유무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고(대법원 1995. 11. 21. 선고 93다39607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29555 판결), ②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그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그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외국에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 외국 법원에서 심리하는 것이 조리에 반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외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며(대법원 1995. 11. 21. 선고 93다39607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29555 판결), ③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신속·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 학설과 일본의 민사보전법
이를 국제보전소송의 관할에 관하여 적용하면,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나타난 기본이념에 따라 우리나라에 본안의 관할권이 있거나 가압류할 목적물·다툼의 대상이 우리나라에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전소송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2011년에 개정된 일본 민사보전법 11조는 “보전명령의 신청은 일본 재판소에 본안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때, 또는 가압류할 물건이나 계쟁물이 일본 국내에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이와 같은 입장을 채택하였다.
라. 2022년 국제사법의 개정
⑴ 법률 제18670호로 2022. 1. 4. 전부개정되어 2022. 7. 5.부터 시행된 국제사법 14조에서는 보전처분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보전처분에 대해서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
1. 법원에 본안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이 있는 경우
2. 보전처분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대한민국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보전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⑵ 1항은 종래 학설과 일본 민사보전법의 규정과 동일한 취지이고, 2항은 긴급관할권에 관한 규정이다.
2. 본안사건 관할국의 관할
가. 보통재판적에 따른 관할
외국법인 등이 대한민국 내에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사무소 등에 보통재판적이 인정되므로,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민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분쟁이 외국법인의 대한민국 지점의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조리에 맞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었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2022. 7. 5. 시행된 국제사법 제4조 제1항은 “대한민국에 사무소·영업소가 있는 사람·법인 또는 단체에 대한 대한민국에 있는 사무소 또는 영업소의 업무와 관련된 소는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지점에 관한 관할권을 제한하였다.
그러나 외국법인인 피고가 그 지점, 사무소 또는 영업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의 영업소, 사무소 등 소재지로서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할 수 없고,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므로 대한민국 법원이 대한민국법에 의하여 국내에 설립된 위 자회사들에 대하여 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그 모회사인 피고에 대하여도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
다만, 피고의 자회사들이 피고의 사무소, 영업소 등과 동일시할 수 있는 실질을 가지고 있어
자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할 수 있거나 또는 마치 위 자회사들이 모회사인 피고의 사무소 또는 영업소인 것과 같은 권리외관을 형성하거나 대한민국 내에서 피고들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경우에는 위 자회사들을 피고의 사무소 또는 영업소로 보고, 이에 기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
나. 재산소재지에 관한 특별재판적에 따른 관할
⑴ 의의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자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자에 대한 재산권에 관한 소는 청구의 목적 또는 담보의 목적이나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이 대한민국 내에 있을 때에는 그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그 재산소재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가 있는바(민소법 11조),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를 상대로 승소판결을 얻으면 이를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그 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728 판결).
⑵ 판례
㈎ 긍정설 (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728 판결)
압류할 수 있는 피고 소유의 재산이 소제기 당시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경우 대한민국의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이를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의 편의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피고에 대한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 부정설 (서울고등법원 2011. 12. 8. 선고 2011나43329 판결)
원고의 청구가 당해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법정지인 대한민국과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고, 가압류명령의 발령 및 집행이 대한민국내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이루어졌다는 점만으로는 대한민국 법원에 본안의 관할이 창설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 절충설 (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
압류할 수 있는 피고 소유의 재산이 소제기 당시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더라도, 그 재산이 우연한 결과로서 국내에 소재하게 된 경우에도 그 재산의 종류, 수량, 가격과 국내에 그 재산이 소재하게 된 경위를 불문하고 재산의 국내 소재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한다면 외국에 있는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을 주게 되므로, 원고의 청구가 당해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의 재산이 국내에 일정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소재하고 있다든가 대한민국 법률에 따른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내에서 인정받고 있어야 하고 또한, 판결의 실효성을 위하여 그 재산의 가액이 청구금액이나 승소가 예상되는 금액에 상당하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는 견해이다(서울고등법원 2006. 1. 26. 선고 2002나32662 판결은 피고가 국내에서 등록한 특허권에 대한 집행을 통하여 재판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아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다).
다. 전속적 관할합의가 있는 경우
⑴ 관할합의의 유효요건
본안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은 합의에 의하여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는 특정한 법정지의 국제재판관할을 배제하는 배제적 합의와 특정한 법정지를 설정하는 합의가 있다.
판례(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에 의하면,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①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②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며, ③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165) ④ 전속적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관할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
⑵ 관할합의가 전속적 관할합의인지 여부
당사자들이 법정 관할법원에 속하는 여러 관할법원 중 어느 하나를 관할법원으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와 같은 약정은 그 약정이 이루어진 국가 내에서 재판이 이루어질 경우를 예상하여 그 국가 내에서의 전속적 관할법원을 정하는 취지의 합의라고 해석될 수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국가의 재판관할권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다른 국가에서의 전속적인 관할법원까지 정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볼 수 는 없다. 따라서 채권양도 등의 사유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다른 국가의 재판관할권이 성립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위 약정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므로 관할법원은 그 국가의 소송법에 따라 정해진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68209 판결).
⑶ 국제근로계약의 경우
국제사법 2조 1항에 의하면, 대한민국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갖고, 43조 3항에 의하면,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는 분쟁이 이미 발생한 경우(1호) 또는 근로자에게 이 조에 의한 관할법원에 추가하여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2호)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이므로,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배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합의는 국제사법 43조 3항에 위반하는 것이어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53627 판결).
라. 국제보전소송의 관할권
⑴ 본안사건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하여 보전소송에 관하여도 관할이 인정된다. 이와 달리 보전소송의 관할이 인정된다고 해서 본안의 관할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원고, 피고, 피고보조참가인은 모두 국외에 소재하는 외국회사로서, 원고가 1984. 10. 8. 가압류한 그리스 선적의 대상선박은 그 전인 1984. 8. 1. 이미 피고가 참가인에게 매도하고 1984. 9. 7. 인도하였고, 원고가 가압류와 선박감수보존의 집행을 한 것에 대하여는 참가인이 1984. 10. 18. 위 가압류집행에 대한 제3자 이의소송을 제기하고 위 선박가압류 및 감수보존처분의 취소신청을 하여 보증금을 공탁하고 이를 취소하였으며 1984. 10. 25.부터 1985. 1. 20. 사이에 위 선박을 해체하여 버린 사안에서, 원고가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할 당시(1985. 1. 25.)에는 위 선박이나 선박에 갈음한 금액이 국내에 피고의 소유로 소재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사건에 대한 민사소송법 11조에 의한 재판관할권을 부정한 사례로는 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728 판결].
학설 중에는 가압류는 집행재산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목적물의 소재지가 아니라면 실효성이 없으므로, 목적물이 소재하지 아니하면 본안소송의 관할이 있더라도 가압류사건의 관할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임의로 이행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외국에서 우리나라 법원이 발령한 보전명령의 집행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으며, 가압류명령 당시에는 국내에 목적물이 없더라도 나중에 국내에 목적물이 소재할 수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견해는 부당하다(본안에 관하여 한국에 관할이 있는 경우 채무자 소유의 선박이 한국에 입항하기로 예정되어 있다면, 입항 전에 가압류명령을 발령하고 입항 후에 이를 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단기간 내에 국내에 목적물이 소재하게 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⑵ 실무상 외국선박이 국내 조선소에 수리를 의뢰한 경우 조선소가 수리비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를 신청한 경우가 있는데(대법원 1988. 11. 22. 선고 87다카1671 판결; 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다5130 판결), 수리를 담당한 조선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은 본안의 관할법원으로 가압류사건의 관할권을 갖는다. 외국의 항공기가 우리나라에 정류하고 있는 경우에도 이와 동일하다.
3. 보전목적물 소재지국의 관할
가.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한 관할
⑴ 목적물이 국내에 있는 경우
가압류목적물, 계쟁물 등이 국내에 있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하여 국제보전소송에 관하여 관할권을 갖는다.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특허권을 등록한 경우 비록 국내에 지점이나 영업소가 없더라도 특허권에 대한 가압류사건에 관하여 관할권이 인정된다(서울지방법원 1999. 5. 11.자 99카단3014 결정).
외국 선박에게 유류를 공급한 외국회사가 국내 조선소에 정박한 외국선박에 대하여 유류비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를 신청한 경우가 있는데(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다5130 판결), 선박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은 목적물소재지로서 가압류사건의 관할권을 갖는다.
⑵ 전속관할합의가 있는 경우
본안사건에 관하여 외국법원을 전속관할로 하는 합의가 있으면 재산소재지는 그 사건과 관계없는 청구에 관하여는 본안의 관할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국제적 소송경합에서 외국에서 선행하는 전소가 있으면 국내에서 제기된 후소를 일정한 요건하에서 인정하지 아니하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 보전목적물이 국내에 소재하더라도 가압류의 재판관할권이 부정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외국판결·중재판정이 장래에 국내에서 집행할 것에 대비하여 국내에서 보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견해는 부당하다.
4. 국제사법 14조 2항에 의한 긴급보전관할
⑴ 당사자는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본안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이 없거나 보전처분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대한민국에 없더라도 대한민국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보전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국제사법 14조 2항).
⑵ 이에 관하여 국제사법개정위원회는 가사사건에서 예를 들면,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아동보호협약은 신속관할(11조)과 당해 국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임시명령을 위한 관할(12조 1항)을 명시하고, 성년자보호협약(11조 1항)도 성년자 또는 그 재산소재지 체약국에 당해 국가에서만 효력을 가지는 임시명령을 위한 관할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규정을 두기로 하였다. 나아가 본안에 관하여 어느 국가의 법원을 위한 전속관할합의가 있더라도 다른 국가의 법원은 보전처분에 대해 재판관할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중재법(10조)상 중재합의가 있어 법원의 재판권(또는 재판관할권)이 배제되더라도 법원이 보전처분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5. 보전처분이 본안의 전속관할합의에 미치는 영향
가. 문제의 소재
[사례 15] 일본 동경에 주소를 둔 갑(수하인)과 동경에 주소를 둔을(송하인)은 화물을 동경항에서 부산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에 관한 선하증권에는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동경지방재판소를 전속관할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을은 계약과는 달리 화물을 인천항에 양륙함으로써 갑은 운송비를 추가로 부담하였다. 이에 갑은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인천항에 정박 중이던 을 소유의 선박에 대하여 가압류를 신청하였고, 인천지방법원은 가압류명령 및 감수 보존명령을 발령하였다. 그 후 갑은 관할합의의 약정을 어기고 가압류목적물의 소재지인 인천지방법원에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국제재판관할합의에 의해 우리나라 법원의 관할권이 배제된 경우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의 재산이 국내에 있음을 기화로 그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본안의 소를 민사소송법 11조의 규정에 의하여 가압류목적물이 소재하는 국내법원(가압류재판적)에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위 소제기가 관할합의를 위배한 부적법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① 각하설(관할권 없어 각하)과 ② 긴급관할설{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 외국법원이 재판권의 행사를 거절해서 재판거절이 되는 경우, 외국법원의 판결이 그 나라에서 집행될 수 없고(목적재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 그 판결이 목적재산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승인되지도 않는 경우,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의하면 외국법원이 우리나라의 법을 적용하여야 하는데 당해 외국에서는 법률 및 재판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우리나라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거나 정당하게 적용될 수 없는 우려가 명백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우리나라 법원에 관할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나. 검토
긴급관할설은 국제재판관할합의를 상황논리에 따라 자국민에게 유리하도록 판결절차를 이중적으로 형성시켜 관할합의를 공동화시킬 우려가 있는 점, 보전처분의 집행에 의하여 재산소재지로서 본안관할을 창설하는 효과를 부여하는 것은 당사자의 관할합의의 의사를 뛰어넘는 것인 점, 본안소송의 관할과 보전소송의 관할은 엄격하게 구별되는 점(본안소송관할과 보전소송관할의 준별. 서울고등법원 2011. 12. 8. 선고 2011나43329 판결. 본안의 관할법원에 보전소송의 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보전처분의 종속성에 기인한 것이고, 역으로 보전소송의 관할법원에 본안의 관할권이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등에 비추어 보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사례 15]에서 동경지방재판소를 전속관할로 하는 합의가 유효한 이상, 갑이 국내에 소재하는 을의 선박에 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더라도, 인천지방법원에 재산소재지의 법원(민소법 11조)으로서 관할권이 창설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법원은 갑의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이와 달리 전속관할합의가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1다53349 판결, 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 등의 취지에 따라 무효라면 인천지방법원에 관할권이 인정될 수 있다).
6. 관할위반의 항변
관할위반의 항변을 상소심에서 주장한 것이 민사소송법 411조에 위반하여 부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다.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논리적으로 국내의 재판관할의 문제에 선행하고, 당사자 사이의 공평·적정·신속을 기대하는 이념에 의하여 조리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며, 단순히 소송경제의 관점을 넘어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포함하여 국내에서 민사재판제도의 운영에 관한 공익상 고려를 기저에 두고 있는 문제이므로, 민사소송법 411조는 국제재판관할위반의 주장에 관하여는 적용 내지 유추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항변은 상소심에서도 가능하다(서울고등법원 2011. 12. 8. 선고 2011나43329 판결).
7.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
보전명령의 발령법원이 보전명령의 집행법원이 되는 경우에는 심리관할(명령관할)과 보전명령집행법원(집행관할)이 일치하지만, 외국에서 집행하여야 할 경우에는 우리나라 법원에서 발령한 보전명령의 승인 집행에 관한 문제이다. 이하에서는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국내송달
제3채무자에 대하여 보전명령이 송달되지 아니하면 지급금지를 명하는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제3채무자에게 송달하기 위해서는 제3채무자가 우리나라의 재판권에 복종하여야 한다. 재판권은 재판권이 면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국내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미치므로, 제3채무자가 국내에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제3채무자에게 보전명령을 송달할 수 있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나. 외국송달
⑴ 보전집행관할
㈎ 제3채무자가 외국에 있는 경우 제3채무자에 대하여 지급금지를 명하는 내용이 포함된 보전명령을 외국에 송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 이와 관련한 ‘채권집행에 관한 국제재판관할’에 대하여는 ① 부정설(제3채무자에 대하여 지급금지명령의 발령과 그 송달은 강제집행으로써 국가고권의 행사이고 그와 같은 명령의 발령은 외국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3채무자가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에는 채권가압류결정의 발령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 ② 제3채무자기준설, ③ 집행채무자기준설{우리나라에서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국내의 권리이어야 하므로, 우리나라의 재판권(민사집행권)에 복종하는 집행채무자에 속하는 권리면 충분하다는 견해}, ④ 국제재판관할설(채권집행의 관할도 채권의 국내성 요건 및 집행의 실현가능성에서 벗어나 국제재판관할의 판단구조에 의하여야 한다는 견해)이 대립한다.
⑵ 검토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하여 국제민사보전사건의 관할권이 인정된다면 채권집행에 관하여는 보전명령을 발령한 국내법원이 집행법원이 되는 점(법 296조 2항), ②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 관한 외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유무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신속·효율 및 재판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례의 법리는 국제민사보전사건이나 채권집행관할에도 적용되는 점, ③ 실무는 보전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불능된 경우에는 채권자로부터 주소보정을 받아 재송달하고 보정기간 안에 주소를 보정하지 않거나 재송달도 불능으로 된 경우에는 종결처리하는바, 설사 법원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보전명령을 발령하였더라도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은 최종적으로 채권자가 부담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제재판관할설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⑶ 송달방법
㈎ 해당국가와 조약이 체결되어 있거나 상호보증이 있는 경우
우리나라는 ‘헤이그송달협약’에 가입하여 위 협약은 2000. 8. 1. 발효되었고, 호주와 1999. 8. 20. ‘재판상 문서의 송달, 증거조사 및 법률정보의 교환에 관한 민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하여 2000. 1. 16. 발효되었으며, 중국과 2003. 7. 7.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민사 및 상사 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하여 2004. 4. 27. 발효되었다.
위 협약 조약은 간접실시방식 중 중앙당국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위 협약·조약을 적용할 때에는 외교상 경로를 이용하지 않고 외국의 중앙당국에 촉탁 하는 방식으로 송달을 실시한다.
㈏ 해당국가와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거나 상호보증이 없는 경우
수소법원의 재판장은 송달받을 제3채무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가입한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그 외국에 주재하는 대한민국의 대사·공사 또는 영사에 대하여 송달을 촉탁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외국의 법령 또는 의사표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야 한다(국제민사사법공조법 5조 1항 1호). 이를 직접실시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3채무자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 그 소재지국이 우리나라와 영사관계가 있더라도 직접송달방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 국제예양(international comity)이므로[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5조 j항에는 파견국 영사는 파견국 법원을 위하여 소송서류 또는 소송 이외의 서류를 송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자국민에 대하여서만 가능한 것이고, 우리나라와 영사관계가 있더라도 송달을 받을 자가 자국민이 아닌 경우에는 영사에 의한 직접실시방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 국제예양이며, 위 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국가라 할지라도 명시적으로 위 방식에 대한 이의를 표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에 의할 수 없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헤이그송달협약 가입국, 호주, 중국 이외에 우리나라와 외교관계가 수립된 나라에 대하여는 ‘외교상의 경로를 이용’하여 외국관할법원 등에 촉탁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송달을 실시하여야 한다.
수소법원의 재판장은 외교부 등 외교경로를 거쳐 해당 국가에 송달을 촉탁하여야 하지만(같은 법 6조), 해당 국가는 사법공조에 응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국제예양의 차원에서 협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 공시송달
외국에서 하여야 할 송달에 관하여 촉탁에 의하여 송달할 수 없거나 이에 의하여도 그 효력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민소법 194조 1항).
그러나 현행 실무는 보전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불능된 경우에는 채권자로부터 주소보정을 받아 재송달하고, 보정기간 안에 주소를 보정하지 않거나 재송달도 불능으로 된 경우에는 종결처리하지만, 제3자에게 공시송달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 공시송달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한다.
8. 법정지법과 준거법
⑴ 보전소송은 민사소송절차의 일부이므로, 보전소송에 관하여는 당사자·소송물·준거법에 관계없이 법정지법(lex fori)인 우리나라 법률이 적용된다(대법원 1988. 12. 13. 선고 87다카1112 판결).
피보전권리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는 국제사법상 원칙에 따른다.
한편, 국제사법 1조가 “이 법은 외국과 관련된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4다26454 판결. 위 판결은 가압류 목적물인 기계에 대한 채무자의 소유권 유무가 문제된 사건에서, 가압류 채무자에 이르기까지 필리핀국에서 순차 체결된 위 기계에 대한 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매매계약 체결 당시 목적물 소재지법인 필리핀국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때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실제로 해석 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그 본국에서 최고법원의 법해석에 관한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나, 소송과정에서 그에 관한 판례나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와 내용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다5130 판결. 위 판결은 폴란드의 ‘영구적 등기 및 담보권에 관한 1982. 7. 6. 법률’ 5조는 집행절차에서 가압류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선박등기부의 기재를 믿고 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위 규정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국제사법 42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하여 준거법 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위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
⑵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채권들 사이에서의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한 법률관계가 상계의 준거법에 따라 해석·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에 의하여 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 및 추심명령을 받아 채권집행을 한 경우에, 채권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 또는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는 집행절차인 채권가압류나 채권압류의 효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 등에 의하여 판단함이 원칙이고 상계의 준거법에 의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08764 판결).
【국제민사보전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민사보전재판권, 국제민사보전사건의 관할, 재판권면제, 재판권의 승인, 재판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재판의 효력》〔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국제민사보전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 [이하 제2판 민사집행실무총서(III) 민사보전 권창영/박영호/구태회 P.96-102 참조,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V) P.36-40참조]
Ⅰ. 민사보전재판권
1. 의의
재판권은 재판에 의하여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재판권은 국가주권에서 파생되는, 재판을 할 수 있는 국가의 권능인데, 국제재판관할은 어느 국가의 법원이 제기된 법적 쟁송을 재판해야 하는가 또는 재판임무를 전체로서 어느 국가에 배당할 것인가의 문제이므로, 국제재판관할규칙은 어느 국가가 그 안에서 자신의 재판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범위의 확정 또는 자발적인 재판권의 제한을 의미한다. 독일에서는 재판권과 국제재판관할을 준별하고, 양자를 독립한 소송요건으로 보되 국제재판관할은 논리적으로 재판권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고 본다. 재판권은 국제공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국제공법상의 문제임에 반하여, 국제재판관할은 국제재판관할규칙을 규정한 국제조약·협약을 제외하면 각국이 스스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국내법상의 문제이다.
2. 재판권면제
[사례 1] A는 미국 산하의 비세출자금기관인 U에 고용되어 한국에 있는 미군 2사단에서 근무하다가 해고되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을 채무자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에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및 임금지급가처분을 신청하였다.
가. 의의
재판권은 법원이 가지는 사법권의 하나이고, 민사재판권은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사례1]과 같이 외국정부를 상대로 보전신청을 제기한 경우, 사건의 당사자인 외국에게 국가주권의 일종인 재판권이 미쳐서 법원이 그 사건에 대하여 재판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문제, 즉 외국에 대하여도 재판권이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 과거에는 재판권면제라고 하여 “국내법원은 외국국가에 대하여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의 제약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절대적 재판권면제원칙을 일부 수정하여 재판권면제의 영역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등장하였다.
나. 인적 범위
⑴ 외국국가
재판권면제를 받는 외국국가는 주권국가임을 원칙으로 하나 국가 또는 정부의 승인이 요건으로 되지는 않는다. 이론상 국내재판은 사인의 법률관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데 그치므로, 국가가 외국국가와 국제관계를 갖기 원하느냐는 점에서 결정되는 국제법상의 승인 여부와는 무관하게, 사실상 국가 또는 정부로서 실질을 갖추고 있으면 당사자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⑵ 공공단체, 공법인 등
연방의 주(州)나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등 공공단체로서 당해 외국법상 법인격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단체와 법정지국이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국가의 위임을 받아 공권력을 행사하는 한도 내에서는 역시 외국 그 자체와 동일시하여야 한다.
⑶ 국제기구
국제기구 및 그 구성원에 대한 면제는 주재국의 일방적인 희생 아래 얻어지는 것이었으나 최근 이에 대하여도 국가에 준하는 대우를 함이 원칙이다.
다. 물적 범위 및 예외
국가의 행위 중 어느 것에 재판권을 면제하느냐에 관하여는 절대적 면제론과 제한적 면제론의 견해대립이 있다. 제한적 면제론은 외국의 활동을 공법적·주권적 또는 통치적 행위와 사법적·비주권적 또는 업무관리적 행위로 나누어,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국내법원의 재판권에서 면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다.
절대적 면제주의에 입각한다 하더라도 재판권의 면제특권은 포기할 수 있다. 포기의 의사표시는 당사국 또는 그의 정당한 대표자에 의하여 법정지국, 당해 법원, 소송상대방에 대한 법정에서의 의사표시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약 또는 사법상 계약 등에 의한 소송 외에서의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다. 포기는 사전·사후의 명시의 의사표시 외에 응소, 방어행위나 반소 또는 면제와 상충하는 소송행위를 함으로써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면제를 주장하기 위한 응소자체나 중재에 관한 합의만으로는 포기라고 할 수 없다.
라. 판례
⑴ 제한적 면제론
판례는 과거에는 “국가는 국제관례상 외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게 되어 있으므로 특히 조약에 의하여 예외로 된 경우나 스스로 외교상의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75. 5. 23.자 74마281 결정)고 하여 절대적 면제론의 입장을 취하였으나,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판결에서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나, 국가의 사법적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제한적 면제론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⑵ 집행권 면제
피압류채권이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압류채권의 당사자가 아닌 집행채권자가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해당 국가가 국제협약, 중재합의, 서면계약, 법정에서 진술 등의 방법으로 그 사법적 행위로 부담하는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또는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한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그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진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원이 외국을 제3채무자로 하는 추심명령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추심명령에 기하여 외국을 피고로 하는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역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고, 반면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추심금 소송에 대한 재판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마. 국제연합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협약
⑴ 외국정부와 재산에 관한 재판권면제협약의 채택
UN 총회는 2004. 12. 2. 국제법위원회(International Law Commission)가 작성한 ‘1991년도 외국정부와 재산에 관한 재판권면제에 관한 초안(1991 Draft Articles on Jurisdictional Immunity of States and their Property)’에 기초하여, 특별위원회가 2002. 2. 작성한 ‘재판권면제에 관한 특별위원회의 보고서{Report of the Ad Hoc Committee on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States and Their Property: Supplement No. 22:(A/57/22)}’를 바탕으로, ‘외국정부와 재산에 관한 재판권면제협약(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States and their property)’을 채택하였다.
⑵ 보전재판권면제에 관한 규정
위 협약 18조는 (i) 국제협정,(ii) 중재합의나 서면계약, (iii)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후 법원의 재판 또는 서면통지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선언한 경우(a), 국가가 보전처분의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서 청구의 만족을 위하여 할당 또는 지정한 재산(allocated or earmarked property)인 경우(b)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가처분 등 사전처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⑶ 검토
판례는 외국에 대하여 집행권 면제를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외국에서도 집행권으로부터 절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국제연합에서도 명시적인 포기가 없는 한 절대적인 재판권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채택하였으므로, 위 협약 18조 소정의 예외사유가 없는 한 외국국가의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한편, 위 면제협약에 따르면, 재판권면제는 원칙적으로 고용계약에 관하여는 주장할 수 없으나(11조 1항), 소송대상이 채용(recruitment), 고용계약의 갱신(renewal of employment), 복직(reinstatement of an individual)17)에 관한 분쟁인 경우에는 재판권면제를 주장할 수 있다{11조 항 2(c) 참조}.
[사례1]에서 甲에 대한 해고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은 보전재판권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면책되므로, 법원은 미국에 대하여 보전명령의 발령·각종 서류의 송달 등 보전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신청서각하명령을 하여야 한다[국가는 국제관례상 외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게 되어 있으므로 특히 조약에 의하여 예외로 된 경우나 스스로 외교상의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니, 일본국을 상대로 한 소장을 송달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소장각하명령을 한 것은 정당하다(대법원 1975. 5. 23.자 마74 281 결정). 이와 같이 절대적 면제론에 의하면 소장각하명령을 하여야 하지만, 제한적 면제론에 의하면 면제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송달을 하여야 한다].
3. 재판권의 승인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에 사업소나 영업소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우리 민사소송법 상의 토지관할에 관한 특별재판적이 국내에 없더라도 우리나라 법원에 민사집행법상의 보전명령을 신청한 이상 그러한 행위는 우리나라의 재판권에 복종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여겨야 하므로, 위와 같은 신청채권에 관계된 소송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국제민사소송의 재판관할에 관한 조리에 비추어 옳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3991 판결).
4. 재판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재판의 효력
재판권은 재판에 의하여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사법권을 의미하므로, 재판권면제에 해당하여 재판권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재판은 국제법위반으로 무효가 된다(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그러나 국제재판관할을 흠결한 경우에도 국제법상 재판권 자체를 흠결한 것이 아니라면, 그 재판이 반드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전소송의 국제재판관할】《국제민사보전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민사보전재판권, 국제민사보전사건의 관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국제재판관할권의 판단 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235-257 참조]
가. 관련 규정
제2조(국제재판관할)
①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
②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나. 위 규정의 취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0 참조]
⑴ 국제사법은 ‘어디서 재판할 것인가’에 관한 법이 아니라 ‘재판할 때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 즉 준거법에 관한 법률이다. 단, 제2조에 관할에 관한 규정이 있다.
⑵ 기준 : 실질적 관련성(Substantial) +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함
보통재판적은 피고 주소지이다. 국제재판관할권도 마찬가지로 나라가 다르면 상대방 국가에 가서 소송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허용한다는 취지이다.
다. 국제재판관할의 대원칙
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의 예시로는 당사자 간의 공평(fairness)과 합리성(reasonableness), 실질적 정의(substantial justice), 적법절차의 원칙이나 근접성 또는 밀접성(proximity)의 원칙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등에서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라고 판시하고 있다].
⑵ 실질적 관련성(제2조 제1항)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국제재판관할권 인정요건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법정지인 대한민국이 국제재판관할을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 대상이 우리나라와 관련성을 갖는 것, 즉 연결점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고와 법정지국과의 ‘최소한의 접촉’, 관할권을 행사하는 국가와 사건 간의 ‘진정한 연계’, 또는 ‘의미 있는 연결’, ‘합리적 연계’, 나아가 법원과 당사자 간의 ‘근접성’, ‘중요한 관련’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 관련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도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인 적정․공평․신속․경제 등 요소의 범주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관할배분설).
⑶ 국내법 관할 규정 기준 +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 고려(제2조 제2항)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되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제정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개인적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과 판결의 실효성(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적용하여야 한다.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은 국내토지관할과 구별되는 특성을 말하는데, 토지관할은 단순한 관할의 장소적 배분의 문제이나 국제재판관할은 이에 추가하여 법원의 조직, 법관과 변호사의 자격, 소송절차 및 실체의 준거법, 재판의 집행가능성 등에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⑷ 국제재판관할의 이익
국제재판관할의 결정은 상호 대립하는 다양한 이익을 비교․형량한 뒤에 결정하는 규범적 판단의 문제이다.
국제재판관할 이익은 구체적으로 ① 당사자 이익, ② 법원의 이익, ③ 국가 이익과 ④ 질서 이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① 당사자 이익은 가능한 한 당사자와 가까운 법원에서 소송을 하는 데 대하여 당사자가 갖는 지리상, 언어상 및 통신상의 이익을 의미하고, 당사자 사이의 공평성, 소송수행의 편의, 예측가능성 등이 문제 된다.
② 법원의 이익은 사안과 증거조사가 편리한 곳에서 재판을 하는 데에 법원이 가지는 이익을 의미하고, 재판의 신속성, 능률성, 판결의 실효성 등이 문제 된다.
③ 국가 이익은 국가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피고를 보호함으로써 법적 평화를 유지하여야 하며, 원고의 국적에 관계없이 실효적인 권리보호를 하 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④ 질서이익은 국제사법의 이상의 하나인 ‘국제적 판결의 일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연결원칙을 따르고, 자국 판결이 외국에서 승인될 개연성을 제고하며, 동일 사건에 대해 다시 외국에서 재판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이익을 말한다.
라. 외국 국적을 가진 소송 당사자들이 소송 제기 당시 우리나라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다면, 외국에서 발생한 분쟁을 다투더라도 우리나라 법원이 관할권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의 의미 및 판단기준이다.
⑵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 관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였다.
① 피고들이 대한민국에 있는 부동산과 차량을 구입하여 이를 소유ㆍ사용하고,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대한민국에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취득한 부동산에서 실제 거주해 왔으며, 자녀를 대한민국에 있는 학교에 입학시키고 피고들과 자녀 모두 대한민국 영주권 취득의 전제가 되는 비자를 취득하였다. 당시 피고들이 중국을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된 이유는 중국 거주 당시 민ㆍ형사 사건에 연루되어 더 이상 중국에 거주하기 어렵게 되자, 이와 관련된 분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피고들이 중국에서 거주하지만 이 또한 민ㆍ형사 사건과 관련하여 부득이 중국으로 귀국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고도 이 사건 소 제기 무렵 대한민국에 입국하였고 변론 당시까지 상당한 기간을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면서 향후 대한민국에서 영업활동을 수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나 피고들이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생활 기반을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② 피고들은 분쟁을 회피하고자 중국을 떠난 뒤 대한민국에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재산을 취득하였으므로 원고가 자신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들이 대한민국에 부동산과 차량 등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원고가 이를 가압류한 상황에서 이 사건 청구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 원고가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실익이 있다.
③ 중국 국적인 원고가 중국 국적인 피고들을 상대로 스스로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여 재판을 청구하고 있고, 피고들도 대한민국에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응소하였다. 이 사건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 대한민국 법원에서 본안에 관한 실질적인 변론과 심리가 이루어졌다. 이 사건의 요증사실은 대부분 계약서나 계좌이체 내역 등의 서증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고 반드시 중국 현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대한민국에서 소송을 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현저히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이 사건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부인하여 중국 법원에서 다시 심리해야 한다면 소송경제에 심각하게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④ 이 사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중국법이라 하더라도 국제재판관할과 준거법은 서로 다른 이념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⑶ 대상판결은, “민사소송법 관할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는데, 다만 관할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사람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재산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는 특별재판적의 규정(민사소송법 제11조)을 참작하여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재산이 우연히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게 된 경위, 재산의 가액,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판결의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한다. 모든 사정에 비추어 위 소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2. 국제재판관할 결정 기준과 관련한 판례의 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7호, 김호용 P.235-257 참조]
가. 국제사법 개정 전의 학설과 판례
⑴ 2001년 국제사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①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이 있으면 역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추지할 것이라는 역추지설, ② 국내토지관할 규정에 근거하여 국제재판관할 유무를 판단하되 적정, 공평, 신속 등 민사소송법상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제재판관할이 없다는 수정역추지설, ③ 적정, 공평 등 민사소송법의 이상을 고려하여 조리에 따라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관할배분설 또는 조리설이 있었다.
⑵ 과거 섭외사법하에서 판례는 대체로 역추지설 또는 수정역추지설의 입장에 서 토지관할 규정의 해석과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중심으로 국제재판관할을 판단하 였다고 평가된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3다39607 판결 : 섭외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섭외사건에 관한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 유무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 이 외국에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 외국 법원에서 심리하는 것이 조리에 반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외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2001년 국제사법 개정 이후의 판례의 태도
⑴ 2001년 개정 국제사법에서 제2조를 신설한 이후 대법원 판례는 국제재판관할권 여부를 국제사법 제2조에 따라 판단하되, 실질적 관련성의 요소로서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 국내법의 관할 규정,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⑵ 도메인 이름 판결
*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다59788 판결 :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내에 주소를 두고 영업을 영위하는 원고가 미국의 도메인 이름 등록기관에 등록․보유하고 있는 도메인 이름에 대한 미국의 국가중재위원회의 이전 판정에 불복하여, 도메인 이름이 이전된 피고(미국 회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사건의 쟁점을 도메인 이름 선등록자인 원고의 등록․이용행위가 오프라인상의 피고의 기존 지적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법한 것인지 여부라고 보아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다.
위 사안에서 도메인 이름의 선등록자인 원고의 주소지(대한민국)가 사업 중심지였고, 영업상의 손해가 발생한 곳도 원고의 사업 본거지이며, 원고의 도메인 이름 이용행위가 침해행위인지 여부 및 손해의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증거들은 모두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었다.
2001년 개정 국제사법 시행 이전에 제기된 사건으로 국제사법 제2조를 직접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대립되는 관할이익 즉, 소송당사자의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하고, 실질적 관련을 근거로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⑶ 냉동청어 판결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71908, 71915 판결 : “① 이 사건 소송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으로서, 분쟁이 된 사안과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청어의 인도지이자 최종검품의 예정지인 중국 법원이었다 할 것이나, ②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하여 중국 법원에 제기한 소가 각하되었고, 직접적 증거인 청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가 이 사건 청어를 인도받고 처분해버린 시점으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하여 이제 와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한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본소에 대하여 반소를 제기하고 있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일거에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점, ④ 원고가 대한민국 회사로서 우리나라에서 계약의 체결과 관련된 서류를 팩스로 전송받는 방법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정산금을 송금받기로 한 곳이 대한민국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에도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회사가 일본 회사에 러시아에서 선적한 냉동청어를 판매하여 중국에서 인도하기로 하고 그 대금은 선적 당시의 임시 검품 결과에 따라 임시가격을 정하여 지급하되, 인도지(중국 청도항)에서 최종 검품을 하여 최종가격을 정한 후 위 임시가격과의 차액을 정산하기로 한 매매계약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냉동청어의 인도의무지인 중국 법원이라고 언급함으로써 계약특징적 급부이행지에 대한 계약관할을 명시하였으나, 계약사건에서 의무이행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규칙을 정면으로 다루는 대신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인정하였다.
⑷ 중국 항공사 판결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 “첫째, 원고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 사건 소송의 청구원인은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 또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이므로, 불법행위지(이 사건 사고의 행위지 및 결과발생지 또는 이 사건 항공기의 도착지) 및 피고 회사의 영업소 소재지가 속한 대한민국 법원에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이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한데,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권 유무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둘째,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으므로, 지리상, 언어상, 통신상의 편의 측면에서 중국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피고 회사에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곤란하고, 원고가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여 재판을 청구하고 있는 점도 쉽사리 외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의 영업소가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피고 회사 항공기가 대한민국에 취항하며 영리를 취득하고 있는 이상, 피고 회사가 그 영업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영토에서 피고 회사 항공기가 추락하여 인신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고 회사로서는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복속함이 상당하고, 피고 회사 자신도 이러한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이익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일반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국가의 법원에 사안과 증거조사가 편리하다는 재판관할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데, 관련 사건에서 이미 증거조사가 마쳐졌다든지 관련 사건에서 당사자가 책임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든지 하는 사정은 소송 제기 시점에 따라 좌우되는 우연적인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재판관할권 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생략)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또한, 피고 회사의 영업소가 대한민국에 있음에 비추어 대한민국에 피고 회사의 재산이 소재하고 있거나 장차 재산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원고들은 대한민국에서 판결을 받아 이를 집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원고들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이익 측면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넷째, 국제재판관할권은 주권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형식적인 이유를 들어 부당하게 자국의 재판관할권을 부당하게 넓히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지만, 부차적인 사정을 들어 국제재판관할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또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같은 항공기에 탑승하여 같은 사고를 당한 사람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단지 탑승객의 국적과 탑승 근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국제재판관할권을 달리하게 된다면 형평성에 있어서 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다.”
국제항공운송사업을 하는 중국 법인(피고, 대한민국 내에 영업소가 있음)이 중국인인 승무원을 고용하여 피고 회사가 운항하는 북경 → 김해행 항공기에 탑승하도록 하였는데, 위 비행기가 김해공항에서 추락하여 위 승무원이 사망하자 그 유가족들이 다른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 함께 피고 회사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계약 위반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위 판결은 2008년 냉동청어 판결과는 달리 법원이 고려한 여러 사정을 단순히 열거하고 결론을 내리는 대신, 도메인 주소 판결에서 설시한 개인적 이익과 법원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익을 형량하여 결론을 내렸다는 점과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데 민사소송법상 토지관할 유무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회사를 상대로 굳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소를 한 이상 비록 준거법이 중국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국제재판관할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대한민국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고, 대한민국 내에서의 판결의 집행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면 적극적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⑸ 재일교포 대여금 판결
*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7571 판결 :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여금 청구 중 2003. 9. 11. 자 5백만 엔은 피고가 공동대표이사인 주식회사 원우주택이 추진하던 순천시 문화테마파크 개발 등 사업과 관련하여 지급된 돈으로 채권의 발생 자체가 대한민국 내 개발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고, 원고가 가압류 집행한 피고 소유의 부동산 역시 위 개발사업의 부지로서 당해 재산과 분쟁의 사안 사이에 실질적 관련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여금 청구 중 2003. 10. 9. 자 2천만 원은 원고가 대한민국 내 거주자인 소외인 명의의 계좌로 2천만 원에 해당하는 일본국 돈 1,938,699엔을 송금한 후 대한민국 수표로 인출된 돈인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돈의 수령 및 사용 장소가 대한민국이고 수령인도 대한민국 내 거주자라는 점에서 위 2천만 원 청구 역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5백만 엔 및 2천만 원 청구는 당해 분쟁의 사안과 대한민국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대여금 청구 중 4천만 엔은 그에 관한 분쟁의 합의관할이 일본국 내 원고 주소지 법원인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법정지인 대한민국과 어떠한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피고는 제1심법원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의 존부에 관한 관할위반 항변을 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한 변론만을 하였고, 그 결과 본안에 관한 사항만을 쟁점으로 한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피고는 원심에 이르러서야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관할위반 주장을 하였는바, 국제재판관할에서 민사소송법 제30조에 규정된 바와 같은 변론관할을 인정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해칠 우려가 없는 점, 오히려 같은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고 효과적인 절차의 진행 및 소송경제에도 적합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4천만 엔 청구에 관하여 비록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법정지인 대한민국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제1심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생겼다고 봄이 상당하다.”
일본국에 주소를 둔 재외동포가 일본국에 주소를 둔 재외동포를 상대로 대여금채무에 대한 변제를 구하는 소를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사안이다.
원심판결은 이 사건 소가 민사소송법 제11조의 재산권에 관한 소이고 원고가 가압류를 집행한 피고 소유의 부동산 소재지가 한국이지만, 한국과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 사이에 실질적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부정하였다.
종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728 판결 등)는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이 국내에 있는 경우 승소판결을 얻으면 이를 집행해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재산소재지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위 판결은 재산소재지라는 이유만으로 관할을 인정하는 대신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원심과 달리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하였다.
⑹ 계약체결지와 의무이행지가 중국인 사건에서 국제재판관할권의 인정 여부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제1항에서 정한 실질적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또는 방법으로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사소송법 관할 규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러한 관할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마련된 재판적에 관한 규정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에는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3조 본문은 “사람의 보통재판적은 그의 주소에 따라 정한다.”라고 정한다. 따라서 당사자의 생활 근거가 되는 곳, 즉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가 토지관할권의 가장 일반적․보편적 발생근거라고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조는 “소는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이 관할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원고에게 피고의 주소지 법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관할 배분에서 당사자의 공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제재판관할에서도 피고의 주소지는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국제재판관할에서 특별관할을 고려하는 것은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국가의 관할권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11조는 “대한민국에 주소가 없는 사람 또는 주소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재산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청구의 목적 또는 담보의 목적이나 압류할 수 있는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원고가 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얻으면 바로 집행하여 재판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판결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산이 우연히 대한민국에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에게 현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피고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게 된 경위, 재산의 가액, 원고의 권리구제 필요성과 판결의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해야 한다.
나아가 예측가능성은 피고와 법정지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어서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생활 기반을 가지고 있거나 재산을 취득하여 경제활동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재산에 관한 소가 제기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중국인인 원고가 중국 국적의 부부인 피고들을 상대로 중국에서 이루어진 금전대여행위에 따른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계약체결지와 의무이행지는 중국이나 피고들이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생활 기반을 형성하고 있고, 재산을 소지하고 있으며, 상당한 기간 대한민국 법원에서 실질적인 변론과 심리가 이루어져 이 사건 소와 대한민국 법원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위 판결은 국제재판관할권의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국내 민사소송법에 따른 보통재판적과 특별재판적을 국제사법 제2조에 따른 실질적 관련성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그 밖에 예측가능성 등 국제재판관할의 이익을 부가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법 제2조의 실질적 관련성과 관련하여 판례가 국제재판관할에서 여전히 국내 민사소송법에 따른 보통재판적과 특별재판적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⑺ 외국 국적의 당사자들 사이에 제기된 이혼소송에서 국제재판관할의 판단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 : “국제사법 제2조 제2항은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재판관할권을 판단할 때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되, 해당 사건의 법적 성격이나 그 밖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위 대법원 2016다33752 판결 참조).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국제사법 제2조는 가사사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가사사건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려면 대한민국이 해당 사건의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므1196 판결 참조). 그런데 가사사건은 일반 민사사건과 달리 공동생활의 근간이 되는 가족과 친족이라는 신분관계에 관한 사건이거나 신분관계와 밀접하게 관련된 재산, 권리, 그 밖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건으로서 사회생활의 기본토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사사건에서는 피고의 방어권 보장뿐만 아니라 해당 쟁점에 대한 재판의 적정과 능률,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 보호, 가족제도와 사회질서의 유지 등 공적 가치를 가지는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사사건에서 ‘실질적 관련의 유무’는 국내법의 관할 규정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국적이나 주소 또는 상거소(常居所), 분쟁의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가 이루어진 장소(예를 들어 혼인의 취소나 이혼 사유가 발생한 장소, 자녀의 양육권이 문제 되는 경우 자녀가 생활하는 곳,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인 경우 해당 재산의 소재지 등), 해당 사건에 적용되는 준거법, 사건 관련자료(증인이나 물적 증거, 준거법 해석과 적용을 위한 자료, 그 밖의 소송자료 등) 수집의 용이성, 당사자들 소송 수행의 편의와 권익보호의 필요성, 판결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 판결은, 가사사건에도 국제사법 제2조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대한민국에 당사자들의 국적이나 주소가 없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내법의 관할 규정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이혼청구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대한민국에서 형성되었고(부부의 국적이나 주소가 해외에 있더라도 부부의 한쪽이 대한민국에 상당 기간 체류함으로써 부부의 별거상태가 형성되는 경우 등) 이혼과 함께 청구된 재산분할사건에서 대한민국에 있는 재산이 재산분할대상인지 여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고 있는 사정 등이 있다면, 피고의 예측가능성, 당사자의 권리구제, 해당 쟁점의 심리 편의와 판결의 실효성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해당 사안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 중국 회사들 사이의 물품거래에 따른 미지급 물품대금을 중국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할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30588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중국 회사들 사이의 물품거래에 따른 미지급 물품대금을 중국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를 상대로 그 지급을 구할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⑵ 중국 회사인 원고들이 중국 회사인 소외 회사에게 물품을 공급한 후 지급받지 못한 물품대금을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중국법상 1인 주주의 유한책임회사 연대책임 법리에 따라 이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지급을 구하는 사안이다.
⑶ 대법원은, 피고의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고, 피고는 소외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로서 자료 확보나 사실관계 파악에 무리가 없어서 대한민국 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중국 법원보다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지리상·언어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자 하는 원고들의 의사도 존중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로서는 자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대한민국 법원에 소외 회사의 물품대금 채무와 관련한 소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피고의 재산이 있는 곳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재판의 적정, 신속 이념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법원과 해당 소송의 당사자 또는 그 분쟁이 된 사안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환송하였다.
⑷ 국제사법은 ‘어디서 재판할 것인가’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재판할 때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 즉 ‘준거법’에 관한 법률이지만, 제2조에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국제재판관할의 핵심은 ‘실질적 관련성(Substantial)’의 유무이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 국내법상 관할 규정을 참작한다.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재판관할을 검토할 때 ‘어느 나라에서 재판하는 것이 더 타당하겠는가’를 생각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다. 즉 ‘대한민국에서 재판해 주어도 될 만한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⑸ 이 사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재판을 할 실익도 있다.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으니, 원고들이 집행판결 없이 이 사건 승소판결을 통해 피고에게 곧바로 집행을 할 수 있다.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도 있다. 지리, 언어, 통신의 편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 법원이 대한민국 법원보다 더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3. 국제민사보전사건에 관한 국제재판관할 [이하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V) P.36-40 참조]
가. 민사보전재판권
⑴ 의의
재판권은 재판에 의하여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으로서,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갖는 사법권의 하나이고, 보전재판권을 포함한 민사재판권은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⑵ 재판권면제
㈎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나, 국가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판(전) 1998. 12. 17. 97다39216].
㈏ 피압류채권이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압류채권의 당사자가 아닌 집행채권자가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해당 국가가 국제협약, 중재합의, 서면계약, 법정에서 진술 등의 방법으로 그 사법적 행위로 부담하는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또는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한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그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진다(대판 2011. 12. 13. 2009다16766).
㈐ 위와 같은 판례의 법리 및 UN의 외국정부와 재산에 관한 재판권면제협약(丁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Jurisdictional Immnunities of States and Their Property) 18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① 피보전권리가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고, ② 그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채무자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③ 국제협약, 중재합의, 서면계약, 법정에서 진술 등의 방법으로 그 사법적 행위로 부담하는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또는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한 재산을 따로 할당해 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가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외국에 대하여 보전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외국이 보전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외국에 대하여 보전명령의 발령·각종 서류의 송달 등 보전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법원은 신청서각하명령을 하여야 한다(대결 1975. 5. 23. 74마281).
이에 대하여 면제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외국에 송달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⑶ 재판권의 승인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에 사업소나 영업소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우리 민사소송법상의 토지관할에 관한 특별재판적 이 국내에 없더라도 우리나라 법원에 민사집행법상의 보전처분을 신청한 이상 그러한 행위는 우리나라의 재판권에 복종할 의사로 한 것이라고 여겨야 하므로, 위와 같은 신청채권에 관계된 소송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국제민사소송의 재판관할에 관한 조리에 비추어 옳다(대판 1989. 12. 26. 88다카3991).
⑷ 재판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보전재판의 효력
재판권은 재판에 의하여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사법권을 의미하므로, 재판권면제에 해당하여 재판권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재판은 국제법위반으로 무효가 된다(대판 2011. 12. 13. 2009다16766).
그러나 국제재판관할을 흠결한 경우에도 국제법상 재판권 자체를 흠결한 것이 아니라면, 그 재판이 반드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 국제민사보전사건의 관할
⑴ 의의
① 민사보전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제3채무자의 국적·상거소·영업소, 보전목적물의 소유자·소재지 등이 외국에 있거나 외국인인 경우 등과 같이 외국적 요소를 포함하는 사건을 국제민사보전사건이라고 정의한다면, 국제민사보전사건이 우리나라 법원에서 쟁송화되었을 때 국제재판관할의 심리 가 보전소송물의 판단에 우선되어야 한다.
②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는 우리 법원에 국제 민사보전사건에 관한 보전처분신청이 제기된 경우 우리나라 법원이 그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전제로서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는가와(심리관할, 직접관할), 외국법원에서 발령한 보전명령의 승인 및 집행이 우리 법원에서 다루어지는 경우에 보전처분을 발령한 국가가 국제재판관할을 가지는가(승인관할, 간접관할)라는 두 가지 형태로 제기된다.
⑵ 심리관할 결정의 원칙
①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국제사법 2조 1항).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침착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국제사법 2조 2항).
②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할 때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와 당사자와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2012. 5. 24. 2009다22549, 대판 2013. 7. 12. 2006다17539).
③ 이를 국제보전소송의 관할에 관하여 적용하면,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나타난 기본이념에 따라 우리나라에 본안의 관할권이 있거나 가압류할 목적물·다툼의 대상이 우리나라에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전소송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⑶ 본안사건의 관할국
① 본안사건에 관하여 보통재판적에 따른 관할(대판 2000. 6. 9. 98다35037), 재산소재지에 관한 특별재판적에 따른 관할(대판 1988. 10. 25. 87다카1728), 전속적 관할합의(대판 2010. 8. 26. 2010다28185) 등에 의하여 국제재판관할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하여 보전소송에 관하여도 관할이 인정된다.
② 이와 달리 보전소송의 관할이 인정된다고 해서 본안소송의 관할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상 외국선박이 국내 조선소에 수리를 의뢰한 경우 조선소가 수리비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를 신청한 경우가 있는데(대판 1988. 11. 22. 87다카1671, 대판 2007. 6. 29. 2006다5130), 수리를 담당한 조선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은 본안의 관할법원으로 가압류사건의 관할권을 가진다.
외국의 항공기가 우리나라에 정류하여 수리를 하고 있는 경우에도 이와 동일하다.
⑷ 목적물소재지의 관할국
① 가압류목적물, 다툼의 대상 등이 국내에 있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집행법 278조, 303조에 의하여 국제민사보전소송에 관하여 관할권을 가진다.
②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특허권을 등록한 경우 비록 국내에 지점이나 영업소가 없더라도 특허권에 대한 가압류사건에 관하여 관할권이 인정된다.
③ 외국선박에게 유류를 공급한 외국회사가 국내 조선소에 정박한 외국선박에 대하여 유류비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를 신청한 경우가 있는데(대판 2007. 6. 29. 2006다5130), 선박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은 목적물소재지로서 가압류사건의 관할권을 가진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의 심리‧조사의무, 국제사법】《국제물품매매계약의 준거법, 직권조사사항》〔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심리, 조사 의무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560-1562 참조]
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의 준거법
⑴ 원칙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은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으면 약정에 따라,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판단하여야 한다.
⑵ 예외
다만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우리 민법 제1조에 따라 외국 관습법, 조리의 순에 의하여 재판하여야 한다.
⑶ 판례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 유추되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그 외국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법이 조리의 내용으로 유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준거법에 관한 사항은 직권조사사항
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해야 한다.
⑵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라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다. ‘국제조약’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⑴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⑵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은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매매협약’)에 가입하였다.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는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매매협약 제1조 제1항).
그러나 ‘매매협약’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⑶ 한편 네덜란드와 대한민국 두 나라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시효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
⑷ ‘매매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사항은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법정지인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라.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⑴ 관련 규정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 국제사법 제25조(당사자 자치)
①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 제26조(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①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② 당사자가 계약에 따라 다음 각 호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행을 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계약체결 당시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법(당사자가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에는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계약이 당사자의 직업 또는 영업활동으로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1.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양도인의 이행
● 제34조(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①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간의 법률관계는 당사자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한다. 다만, 채권의 양도가능성,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한다.
② 제1항의 규정은 채무인수에 이를 준용한다.
⑵ 위 규정의 취지
① 국제사법은 ‘당사자의 명ㆍ묵시적 선택(국제사법 제25조)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국제사법 제26조)’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법은 계약에 관하여 ‘당사자의 명·묵시적 선택(국제사법 제25조) →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국제사법 제26조)’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② 다만 국제사법은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준거법 결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 선택’에 의한 준거법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단서)
마.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⑴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법인인 양도인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⑵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위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은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바. 외국법의 증명과 해석
⑴ 외국법의 증명
①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내용이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해야 한다.
② 대법원 판례는 외국법의 증명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어떠한 제한도 없으므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1897 판결).
③ 국제사법 제5조에 의하면, 법원은 외국법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적용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당사자에게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
⑵ 외국법의 해석
외국법의 해석은 우리 법원으로서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당해 외국법원의 입장에서 당해 외국법관이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54587 판결).
사.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 및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法源))(대법원 2021. 7. 8. 선고 2017다218895 판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때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며,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다.
2. 준거법에 관한 판례 검토
가. 한국의 구글이메일(지메일) 가입자들이 미국의 구글LLC 등을 상대로 국내정보통신망법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 제공 내역 등을 밝히라는 소를 제기한 사건(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7다21923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유효 여부, ② 구 국제사법 제27조 소비자계약에 대한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효력, ③ 위 소비자계약에 대한 준거법 합의의 효력, ④ 구 정보통신망법상 열람․제공 요구를 거절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범위, ⑤ 비공개의무를 부여하는 외국법령이 존재하는 경우에 정당한 사유를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취해야 하는 조치이다.
⑵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유효 여부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재판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해당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해당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그와 같은 전속적인 관할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관할합의는 유효하다(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 등 참조).
⑶ 소비자계약에 대한 이 사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의 효력에 대하여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사법’이라 한다) 제27조는 소비자가 직업 또는 영업활동 외의 목적으로 체결하는 계약으로서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 소비자가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이하 ‘상거소지국’이라 한다)에서도 상대방에 대하여 위 소비자계약에 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 그리고 소비자계약의 한 유형으로, 상대방이 계약체결에 앞서 소비자의 상거소지국에서 혹은 그 외의 지역에서 위 상거소지국으로 광고에 의한 거래의 권유 등 직업 또는 영업활동을 행하고, 소비자가 그 상거소지국에서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한 경우를 들고 있다(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 이는 상거소지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대방의 광고 등에 이끌려 그 국가에서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하게 된 수동적 소비자가 가지는 상거소지국의 소비자보호규정 적용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보호하면서, 외국법원 등에 소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소비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 국제사법 제27조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한다면 이를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하므로, 상대방이 소비자의 나이, 성별, 위치, 행동 패턴 등에 관한 정보를 활용하는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소비자가 계약상 상대방에게 직접 지급하는 사용료 등 대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에서 제외할 수 없다.
㈏ 한편 소비자계약의 당사자도 서면에 의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를 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합의는 분쟁이 발생한 후에 체결되거나(구 국제사법 제27조 제6항 단서 제1호),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체결된 경우는 구 국제사법 제27조에 의한 관할법원에 추가하여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허용하는 때에만 유효하다(같은 단서 제2호). 이는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한 후 소비자가 그 의미나 결과를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합의를 하도록 하고 그 이전에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부가적 재판관할합의만을 허용함으로써, 구 국제사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가 당사자 간의 재판관할합의로 쉽게 박탈되지 않도록 그 합의의 효력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 간에 국제재판관할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가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고 그 내용도 부가적 관할합의가 아니라 전속적 관할합의에 해당한다면, 그와 같은 합의는 소비자계약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비자는 그와 같은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그 상거소지국 법원에 상대방에 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⑷ 소비자계약에 대한 준거법 합의의 효력 등에 대하여
㈎ 구 국제사법 제25조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 선택에 당사자 자치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칙은 소비자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만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각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준거법 선택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박탈할 수는 없다(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이는 구 국제사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가 당사자 간의 준거법 선택으로 쉽게 박탈되지 않도록 그 준거법 합의의 효력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계약의 당사자가 소비자의 상거소지국이 아닌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한 경우에도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 한편「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30조 제2항,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항으로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한 것인데, 구 정보통신망법의 목적과 취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위 조항들의 기능과 역할 및 그 위반 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에 부과되는 제재 등을 종합하면 위 규정들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⑸ 구 정보통신망법상 열람․제공 요구에 대한 거절․제한의 가부 및 그 범위 등에 대하여
㈎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이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등 참조). 구 정보통신망법은 이와 같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그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의 이용이나 제3자에게 이를 제공한 현황 등에 관한 열람․제공을 요구받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0조 제4항, 제2항 제2호). 그런데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나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보장되는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고,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등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4항도 같은 취지에서 열람․제공을 요구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치를 하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이용자가 요구한 정보의 열람․제공이 다른 법률 등에 의해 금지․제한되거나, 이를 허용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해하거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용자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열람․제공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 한편 외국에 주소나 영업소를 두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그 외국 법령에서 해당 정보의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열람․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내용의 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열람․제공의 제한이나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그와 같은 외국 법령의 내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를 부여한 경우에까지 해당 정보를 열람․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에게 모순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어서 가혹한 측면이 있고, 특히 그와 같은 사항이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을 위한 활동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정보의 공개로 해당 국가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어 국제예양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4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해당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이용자가 열람․제공을 요구하는 정보에 관하여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되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정보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그 정보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등을 사후적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신의 정보에 대한 불법․부당한 이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앞서 든 사정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거절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특히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위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제공하여야 한다.
⑹ 구글 서비스 이용자인 원고들이 피고 구글 인코퍼레이티드(이하 ‘피고 구글’), 구글코리아 유한회사(이하 ‘피고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개인정보·서비스 이용내역 제3자 제공 현황의 공개 및 공개 거부에 대하여 위자료 명목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⑺ 대법원은 ① 원고1,2가 피고 구글과 체결한 구글서비스 이용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이므로, 위 원고들이 대한민국에 피고 구글에 대한 소를 제기한 것은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적법하고(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 ② 위 원고들은 준거법합의에도 불구하고 강행규정인 우리나라의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4항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③ 구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이용자의 열람·제공 요구권(제30조 제2항)은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열람·제공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고, 특히 외국법령이 비공개의무를 부여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외국법령의 내용도 정당한 사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④ 그와 같은 외국 법령의 존재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고, 해당 외국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이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되어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➄ 나아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거절하여야 하고, 특히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위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 구글이 그 정보의 제공현황을 원고1,2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환송(원고1,2의 피고 구글에 대한 패소 부분)하였다.
나.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 및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法源))(대법원 2021. 7. 8. 선고 2017다218895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 및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法源)이다.
⑵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때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며,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다.
다.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하여 체결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기용선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정기용선계약서의 일부로서 계약 종료시 잔존연료유의 처리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부속서 제33조가 도산절차 해지권의 행사에 따라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6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하여 체결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기용선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정기용선계약서의 일부로서 계약 종료시 잔존연료유의 처리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부속서 제33조가 도산절차 해지권의 행사에 따라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이다.
⑵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라이베리아 법인인 원고들이 대한민국 법인과 체결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계약이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본문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에 따른 용선료 지급 등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도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⑶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반선 시점에 선박에 남아 있는 연료유(bunker)를 인수하고 정기용선자에게 그 대금을 정산하여 지급하도록 정하는 한편, 정기용선자에게는 사전에 선박소유자에게 반선 시점과 반선 지점을 수차례에 걸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반선 시점에 남아있는 연료유의 품질과 예상 최소수량을 정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면, 특별히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때의 반선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⑷ 정기용선계약 종료시 잔존 연료유의 처리를 정한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 부속서 제33조는 이 사건과 같이 정기용선자 甲에 대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임을 이유로 회생회사 甲의 관리인이 정기용선계약을 중도에 해지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회생회사 甲이 파산선고를 받음에 따라 선임된 파산관재인인 피고는 선주인 원고들에 대하여, 정기용선계약의 부속서 제33조에 기한 잔존연료유대금채권의 존재를 주장할 수 없고, 甲이 유류공급업자들로부터 소유권유보부로 유류를 공급받고도 그 대금을 다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소유권에 기하여 잔존연료유대금채권의 존재를 주장할 수도 없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 사례이다.
라.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의 내용이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피고가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는지 여부(적극), ②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 위반 여부(적극)이다.
⑵ ○○회사의 최종도면과 Schedule A는 다수의 차이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Schedule A에 나타나 있는 설계의 기본 틀은 대림산업 최종도면에도 유지되어 있고,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구체적인 세부 수치가 일치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각 기술정보의 일부를 이 사건 공장의 건설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⑶ 원고 甲은 미합중국 법인, 원고 乙은 일본국 법인, 피고는 대한민국 법인으로 그 설립의 준거법이 다르고 원고들은 모두 외국에 본점이 있으며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에 기초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으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제10조 (e)항 3문에서는 ‘이 계약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에 따라 해석되고 당사자들 간의 법률관계는 이 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성립과 효력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일리노이주 법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의 준거법을 간과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엔지니어링 계약 위반으로 인한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과 손해배상의무 등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⑷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기술정보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장을 건설하였으므로, 계약상 의무 위반,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선택적 주장)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였다.
⑸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의 이 사건 각 기술정보 사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나,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이 미국 일리노이주 법임을 간과하고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여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중단 및 손해배상 여부 등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마. 외국법인이 당사자인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원인으로 한 소송에서 적용될 준거법을 판단하는 기준 및 방법(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외국법인이 당사자인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원인으로 한 소송에서 적용될 준거법을 판단하는 기준 및 방법이다.
⑵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는 이들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고(제1항 본문),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면서(제1항 단서), 채무인수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하고 있다(제2항). 이때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뿐만 아니라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들 사이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고, 채권자에 대한 채무인수의 효력은 인수되는 채무의 준거법, 즉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의하게 되며, 이는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이 함께 채무인수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 사이의 합의를 통해 병존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하다.
구 국제사법 제25조는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항 본문). 따라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은 채무자가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 된다. 다만 묵시적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되는데(같은 조 제1항 단서), 이는 계약의 준거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에는 계약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약당사자의 국적이나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⑶ 원고(채권자)가 인수인(스위스법인)을 합병한 피고(스위스법인)를 상대로 위 약정에 따른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사건에서, 병존적채무인수의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자(원고)와 채무자(국내법인)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한데,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체결된 기존 주식대여계약의 내용(원화를 기준으로 이자를 산정하고, 국문계약서만 존재하는 점), 채권자(원고)의 국적은 대한민국이고 그 주소도 대한민국에 있는 점, 채무자(국내법인)의 설립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고 그 본점소재지 또한 대한민국에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주식대여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대한민국법으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 채권자(원고)와 채무자(국내법인) 사이의 묵시적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아, 결국 원고(채권자)가 인수인(스위스법인)을 합병한 피고(스위스법인)을 상대로 위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법은 대한민국법이라고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대한민국법을 적용하여 판단한 원심에 판단누락이나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기각한 사안이다.
바. 부부재산제에 관한 국제사법상 준거법의 판단 기준(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1두52143 판결)
⑴ 첫 번째 쟁점은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 기준시점이 A의 개별재산 취득 시인지, 아니면 A의 사망 시(혼인종료 시)인지이다.
⑵ 두 번째 쟁점은 캘리포니아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2호에 규정된 ‘부부의 동일한 상거소지’에 해당하여 캘리포니아 법이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이 되는지이다.
⑶ 세 번째 쟁점은 캘리포니아가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1항, 제37조 제3호에 규정된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에 해당하여 캘리포니아 법이 원고 1과 A의 부부재산제에 관한 준거법이 되는지이다.
⑷ 대한민국에서 주로 체류하며 대한민국에 있는 건축사무소 등에서 건축설계사로 근무하였던 갑이 2005년 미합중국 영주권을 취득하였고, 2014년 출국한 뒤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채 1990년 미합중국 시민권을 취득한 배우자인 을과 함께 미합중국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하자, 을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갑이 상속 또는 매매 등을 원인으로 취득한 대한민국에 소재한 부동산 전부와 갑이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영업장이 있는 금융기관에 갑의 명의로 예치되어 있던 예금 대부분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관할 세무서장에게 상속세를 신고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위 부동산과 예금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부부재산제의 준거법은 재산의 취득시점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하므로 구 섭외사법 제17조 제1항, 구 국제사법 제38조, 제3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위 부동산과 예금은 피상속인이 혼인 중 그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서 피상속인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이다.
사. 불법반출된 문화재를 둘러싼 법률관계와 국제사법 [ 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다215590 판결)
⑴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쟁점은 ① 원고와 고려시대 서주 ○○사가 동일한지, ② 이 사건 불상의 물권변동(시효취득)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은 무엇인지, ③ 그 준거법에 의할 시 피고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다. 대상판결은 특히 그중에서 ②와 관련하여 국제사법의 관점에서 물상의 물권변동에 적용되는 준거법을 정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즉, 위 판결의 핵심쟁점은 취득시효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다.
⑵ 국제사법 부칙(2022. 1. 4. 법률 제18670호) 제3조에 의하면 국제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생긴 사항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역시 그 시행일인 2001. 7. 1. 전에 생긴 사항에 관하여는 종전의 섭외사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 섭외사법(2001. 4. 7. 법률 제6465호 국제사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섭외사법’이라고 한다)의 시행 당시에 생긴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은 구 섭외사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⑶ 구 섭외사법 제12조는 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물권 기타 등기하여야 할 권리는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고, 그 권리의 득실변경은 그 원인된 행위 또는 사실이 완성할 때의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취득시효기간의 만료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물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수 없다.
⑷ 한편, 구 섭외사법 제5조는 ‘외국법에 의하여야 할 경우에 있어서 그 규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인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하는 것은 섭외사법이나 국제사법과 같은 저촉규범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구 섭외사법 제5조 등에 따라 외국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의 내용이 법정지법인 대한민국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적용 결과가 우리나라 법을 적용하였을 경우와 비교하여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법의 적용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보호하려는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
⑸ 대한민국 국적 절도범들이 일본국 대마도 소재 관음사에서 이 사건 불상을 절취하여 국내에 밀반입하다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후 위 불상은 몰수되었고 현재 피고가 보관하고 있다.
원고가 위 불상의 소유자였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그 인도를 구하는 사안이다.
⑹ 원심에서 일본의 종교법인 관음사가 피고에 대해 보조참가를 하고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시효취득 주장 등을 하였다.
⑺ 대법원은, 이 사건 불상이 제작·봉안된 고려시대 사찰 ‘서주(瑞州) 부석사’와 원고는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있지만, 구 섭외사법 제12조 등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의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인 일본국 민법(= 시효기간 만료 당시 이 사건 불상의 소재지인 일본국에서 시행되던 민법)에 의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로써 원고는 이 사건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서주 부석사와 원고를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에 사찰의 실체와 동일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지만, 원심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이상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의 결론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채권양도계약 관련 준거법 결정
가. 채권양도계약 관련 준거법 결정에 관한 국제사법 규정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간의 법률관계는 당사자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하면서도(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본문)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한다고 되어 있다(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단서).
나. 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의미
⑴ 채권양도의 경우에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계약이 선행이 된다.
이론상 채권양도는 준물권행위로서 채권양도의 합의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채권계약이다.
⑵ 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란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채권양도의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채권을 양도하기로 하는 합의가 계약이므로, 그 계약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서 양도인과 양수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하거나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서 그 채권양도합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
⑶ 채권이 양도되면 채권의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에 법률관계가 생기게 되는데,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에 채권채무에 관한 소송을 하게 되면 그때의 준거법은 ‘채권의 준거법’이다.
채권의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채권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의 소송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된다.
⑷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의 준거법은 채권이 발생할 당시에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나 그 계약과 관련하여 가장 밀접한 국가의 법이 되는데, 그와 같이 정해진 준거법이 채권의 양수인과 채무자 사이의 준거법으로 그대로 유지가 된다는 것, 즉 채권 발생 당시의 준거법이 채권이 양도된 이후에도 그대로 준거법이 된다는 것이 대상판결(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의 결론이다.
⑸ 이와 같은 결론은 국제사법 제34조 제2항에 따라 채무인수에도 그대로 준용이 된다.
⑹ 따라서 결국 채무인수가 된 후 채권자와 채무 인수인 사이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채권이 발생할 당시의 준거법이다.
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1662 판결 사안의 검토
⑴ 원고는 아이큐파워가 케이지파워의 이 사건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고, 피고는 흡수합병을 통해 아이큐파워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주식반환채무를 진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⑵ 당초 원고의 케이지파워에 대한 주식반환채권의 준거법은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 채권을 발생시킨 계약의 법률관계에 따른 준거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⑶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 준거법에 관해서 특별히 명시적인 합의를 한 것은 없으나, 이 사건 주식대여계약서는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는 점, 원고는 대한민국 사람인 점, 케이지파워의 본점 소재지도 대한민국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서 이 사건 주식대여계약의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⑷ 따라서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아이큐파워를 흡수합병함으로써 그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피고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이다.
라.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 인정 여부
⑴ 당사자 사이에 준거법에 관해 아무런 다툼이 없이 소송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⑵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말하는 묵시적 합의 여부는 재판을 하기 전에 존재하던 사정을 근거로 판단을 하는 것이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준거법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주장을 하지 않거나 다투지 않았다고 하여 이러한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을 근거로 당사자 사이에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4. CISG(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적용 사건에서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인 대리관계의 준거법 결정(=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V-하), 이의영 P.1024-1028 참조]
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준거법으로서 매매협약(CISG)의 우선 적용
⑴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됨(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등 참조)
㈎ 우리나라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 1980년)에 2004년 가입하여 2005. 3. 1.부터 국내 발효되었는데,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터키, 칠레,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약 95개국에서 발효 중임(최신 체약국 현황에 대해서는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고, 주요국 중에 서는 영국이 비체약국임. 한편 체약국 중에서 일부 조항을 유보하는 등의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함)
☜ 본건처럼 원피고 양 당사자의 영업소 소재지가 모두 체약국인 경우 매매협약(CISG)이 특별법으로서 우선적으로 적용됨
㈏ 개인용 물품 구입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적용범위 확인 필요함(매매협약 제2조, 제3조). 한편 당사자가 합의로 협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으나(매매협약 제6조), 단순히 계약서에서 CISG에 관한 기재가 없다거나 당사자가 소송에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등만으로는 협약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음
⑵ ㈎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심리․조사의무 : 당사자들이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거나 오류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이므로 법원의 적극적인 석명권 행사를 통한 직권 심리․조사가 필요함
㈏ 당사자협력의무 : 법원은 준거법으로 정해진 외국법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적용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당사자에게 협력을 요구할 수 있음(국제사법 제18조)
나. 매매협약(CISG)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에 관한 준거법 결정의 방법
⑴ 매매협약(CISG)이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항[이른바 ‘외적흠결(external gaps)’]의 경우에는 그 에 대해서는 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이 적용됨[반면 매매협약(CISG)이 규율하는 사항이기는 하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이른바 ‘내적흠결(internal gaps)’ 또는 ‘숨은 흠결’]에는, 협약이 기초하고 있는 일반원칙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고(‘협약 내재적 해결’), 그렇지 못할 때 비로소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의해 결정되는 준거법에 따라 해결해야 함[매매협약 제7조 제2항, 대상판결(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1다 255655 판결 참조(손해배상 책임제한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에 관한 CISG 일반원칙에 따라 가능하다고 본 사례임)]
① 계약의 유효성(제4조 a호), ② 물품의 소유권이전(제4조 b호), ③ 제조물책임으로 인한 인적 손해(제5조)는 협약에서 규율하지 않음이 협약 내에 명시되어 있고, ④ 그 밖에 소멸시효, 계약 체결상 과실책임, 상계, 채무의 면제, 채권양도, 채무인수,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의 예정 등도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임(국내외 통설)[소멸시효, 상계, 위약금 청구에 관하여 협약이 정하지 않는 사항임을 밝히며 국제사법에 따라 대한민국 민법 또는 상법 규정을 적용한 사례로, 서울고등법원 2022. 1. 20. 선고 2020나2033450 판결(확정)]
이러한 외적흠결의 경우 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이 적용된다는 법리는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네덜란드 법인과 대한민국 법인 사이의 물품매매계약 사안에서,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국제사법에 따라 네덜란드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음에도, 준거법에 대한 아무런 조사 없이 대한민국 민법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에서 판시된 바 있음
⑵ 여기서 ‘계약의 유효성’이란 실질적 유효성(substantial validity)의 문제로서, 당사자의 권리능 력, 행위능력, 대리권, 착오,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하자, 공서양속위반과 강행법규 위반 등을 뜻함
㈎ 다만 원시적 불능, 물품의 성질 또는 매수인의 지불능력에 관한 착오에 대해서는 협약에서 규정을 두어 규율하고 있으므로 이른바 외적흠결 경우가 아님
㈏ 본건에서 문제된 대리권 여부 등 대리관계는 CISG에서 규율하지 않는 매매계약의 유효성에 관한 사항에 대표적으로 해당함. 대상판결(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이 명확히 판시함
◎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대상판결) : 매매협약은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성립,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 위험의 이전 및 손해배상 범위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으나 당사자의 권리능력, 행위능력과 대리권 등 매매계약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는 규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리권의 수여, 존부, 내용 및 범위와 소멸 등 대리를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법정지인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판결이유 1.가.1)항]
다. 법정지인 대한민국 국제사법에 따른 대리관계의 준거법 결정
⑴ 대리관계의 준거법에 관한 우리나라 국제사법의 규정 내용(구 국제사법 제18조과 현행 국제사법 제32조는 ‘임의대리’라는 표제 하에 대리의 준거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전부개정 전후로 내용의 변경은 없고 조문의 위치만 바뀌었음)
●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 되기 전의 것)
제18조(임의대리)
① 본인과 대리인간의 관계는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
● 제25조(당사자 자치)
①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 제26조(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①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② 당사자가 계약에 따라 다음 각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행을 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계약 체결 당시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법(당사자가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에는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계약이 당사자의 직업 또는 영업활동 으로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3. 위임・도급계약 및 이와 유사한 용역제공계약의 경우에는 용역의 이행
☞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관계, 즉 대리권 수여 여부 등은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함(구 국제사법 제18조 제1항, 현행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
☞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법률관계로 통상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위임계약이나 이와 유사한 용역 계약 등임. 계약의 준거법은 당사자 자치 원칙에 따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따르고, 당사자 합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객관적 연결에 따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하는데, 위임계약의 경우 수임인의 상거소지나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⑵ 위 판결(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은 이러한 대리관계 준거법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판시하였음
◎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 : 본인과 대리인 간에 체결된 위임계약 등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된 법이 없다면, 법원으로서는 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적법한 대리권을 수여받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그 대리인의 상거소지나 영업소가 어디인지를 심리·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리는 본인이 상대방과 체결한 매매계약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1980)의 적용대상이 되는 국제물품매매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판결이유 1.가.2)항]
☞ 원심 및 위 판결(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상, 본건에서 대리인 여부가 다투어진 사람(원심 증인 소외인)의 상거소지가 있는 중국의 민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대리관계의 준거법으로 보임
⑶ 위 판결(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에서는 ‘원심의 이 부분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삼아 대리관계 존부를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하였음
① 원심이 매매협약(CISG)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중국 법이 보충적 준거법으로 된다는 개괄적 설시만 하였을 뿐, 대리관계의 준거법에 관하여 별도 언급 및 판단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취지로 추측됨
② 매매협약(CISG)이 적용되는 사건이라면, 소송의 쟁점이 된 항목들 중 내적흠결이나 외적흠결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는 경우 그러한 점을 명시하고 논리적 경로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함
⑷ 위 판결(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은 ‘매매협약(CISG)이 민법, 상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고,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인 외적흠결에 대해서는 법정지인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기본 법리를 다시 확인하고, 이른바 ‘내적흠결’과 ‘외적흠결’의 용어를 처음으로 공식 사용하였으며, 나아가 국제사법에 따른 대리관계의 준거법 결정에 관하여 논리적 경로를 명확하게 밝혀 판시한 의의가 있음
라. CISG(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적용 사건에서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인 대리관계의 준거법 결정(=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해당하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 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이다.
⑵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모두「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1980, 이하 ‘매매협약’이라 한다)에 가입하였으므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당사자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는 매매협약 제1조 제1항에 따라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다만 매매협약이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항(이른바 ‘외적흠결’을 말한다. ‘내적흠결’에 대하여는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1다255655 판결 참조)에 해당하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법정지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이 적용된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등 참조). 매매협약은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성립,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 위험의 이전 및 손해배상 범위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으나 당사자의 권리능력, 행위능력과 대리권 등 매매계약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는 규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리권의 수여, 존부, 내용 및 범위와 소멸 등 대리를 둘러싼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법정지인 우리나라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되는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8조 제1항은 “본인과 대리인 간의 관계는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의 준거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과 대리인 간에 위임계약 등의 법률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적법하게 수여받았는지는 그 위임계약 등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따르고(구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따른다(구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제26조 제1항). 한편 구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위임계약이나 이와 유사한 용역제공계약의 경우에는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수임인이나 그 용역을 이행하는 자의 상거소지나 영업소(그 계약이 직업 또는 영업활동으로 체결된 경우)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구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제3호).
따라서 본인과 대리인 간에 체결된 위임계약 등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된 법이 없다면, 법원으로서는 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적법한 대리권을 수여받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그 대리인의 상거소지나 영업소가 어디인지를 심리·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리는 본인이 상대방과 체결한 매매계약이 매매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국제물품매매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⑶ 중국 법인인 원고는 대한민국 국민인 피고와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물품 일부를 납품하였는데, 인도된 물품에서 하자가 발견되고 나머지 물품 인도가 지체되어 피고가 계획대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였음.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물품대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피고가 매매협약에 따라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의 해제를 주장한 사안임
⑷ 원심은, 중화인민공화국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원고가 대한민국 국적의 피고에 대하여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고, 피고가 당사자 간에 체결된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이 피고 본인 또는 갑을 통해서 합의해제되었거나 매매협약 제49조 제1항에 따른 해제권 행사로 해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매매협약이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중화인민공화국 법이 보충적인 준거법이 되고, 갑이 원고의 직원이라거나 원고 또는 피고로부터 합의해제나 매매협약 제49조 제1항의 해제권 행사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으로 볼 수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이 갑을 통해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함
⑸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중화인민공화국법을 준거법으로 삼아 당사자들과 갑의 대리관계 존부를 판단한 다음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