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결과】《노화와 체력 저하 앞에서, 아직은 저항하고 싶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나왔다.
하지만 ‘전혀 이상이 없다’는 말도 없다.
경도의 미란성 위염, 경도의 지방간.
종이에 적힌 낯설지 않은 단어들.
그 순간 문득 떠올랐다.
오래된 자동차가 정기검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그것이 새 차처럼 반짝이는 것도 아니고, 엔진이 새것처럼 튼튼한 것도 아니라는 걸.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당연했던 체력.
밤새워 일해도 끄떡없고, 주말에도 열정 가득 출근하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아득하다.
지금의 나는, 야근도, 주말 근무도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그 체력은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평생 일만 했잖아.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겠어?”
스스로를 그렇게 달래며,
이제는 내게 남은 에너지를 조심조심 아끼며 살아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멀어져 간다.
지구력, 회복력, 그리고 자신감.
그 모든 것들이 아주 조용히 물러나며,
남겨진 빈자리에 아쉬움이 스며든다.
TV에서 늙은 수사자가 젊은 무리에게 쫓겨
황야에 홀로 남겨져 죽어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 이것이 자연의 이치구나.
봄이 여름을 부르고,
여름은 가을에 자리를 내주며,
겨울은 다시 봄을 준비한다.
내 인생도 이제 그런 계절의 흐름 속에 있다.
젊음이 사라진 자리를 아쉬워하지만,
그 자리를 새로운 이들에게 내어주는 것도 순리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저항하고 싶다.
오늘도 나는 휘트니스 센터로 향한다.
땅에 단단히 발을 디디고,
한 걸음씩, 땀을 흘리며,
내 몸을 다시 깨우기 위해.
죽음과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인간은 그 앞에서 언제나 저항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다.
삶의 방식은 결국 두 가지.
기적이 없는 듯 살아가거나,
아니면 모든 순간이 기적인 듯 살아가거나.
기적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적을 믿지 않는 자에게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오늘도 믿기로 한다.
기적처럼 깨어나는 아침과,
아직 견디는 내 몸,
그리고 다시 걸어 나가는 나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