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 화려하고 튀는 양말이라니!】《발끝에서 시작되는 자유를 향한 몸짓》〔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백화점에서 정장용 양말을 샀다.
내 눈에는 화려하고 예쁜데,
너무 튀어서… 동네 양아치 같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법한 그런 디자인.
정장의 양말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앉았을 때 종아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충분히 길어야 하고,
색상은 수트보다 어둡거나 같아야 하며,
무늬도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미세한 도트(Dot)나 리브(Rib) 정도여야 한다.
이것이 ‘정장 드레스코드’가 요구하는 품위의 형식이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그 공식을 깨왔다.
여름에도 긴팔 화이트 셔츠에 넥타이를 맨 채 출근하지만,
양말만큼은 다르다.
양말은 나의 허용된 일탈,
엄격한 드레스 코드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작은 자유의 외침이다.
나이가 들수록
밝은 색을 찾게 된다.
화려한 옷이 좋고, 튀는 아이템이 좋다.
평상복은 물론, 해외여행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장은 여전히 차려 입지만,
단 하나, 어두운 양말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블랙, 네이비, 다크그레이…
예전에는 그것이 정답이라 믿었지만
지금은 보기만 해도 기운이 빠지고,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그래서 모두 버렸다.
나는 이제 나만의 색깔을 신는다.
밝고, 예쁘고, 화사한 색감.
그 양말을 신는 순간, 나에게도 생기가 돌고
하루가 조금은 더 경쾌해진다.
누가 뭐라 해도 괜찮다.
이건 드레스 코드의 파괴가 아니라,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다.
답답한 질서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조용히 비트는 자유.
내 인생이 한 장의 도화지라면,
나는 이제 그 위에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그리고 싶다.
무채색이 아닌 유채색으로,
음울한 톤이 아닌 환한 빛으로,
자유롭게 그려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