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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사기죄 등 고의에 대한 판단기준(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9. 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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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사기죄 등 고의에 대한 판단기준(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1014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사기 등 고의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및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던 경우에도 공모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행위에 나아간 경우, 피고인에게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의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하는 방법

[2]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보이스피싱)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의 내용 및 정도 /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피고인의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인정하는 방법

 

판결요지

[1]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한편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2]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이배근 P.690-703 참조]

 

.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의에 따라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하여 피해자 6명으로부터 2022. 1. 12.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피해액 합계 9,219만 원 현금을 건네받으면서 금융기관, 금감원장 명의의 공사문서를 위조, 행사하고, 위와 같이 받은 돈을 타인의 계좌에 타인의 이름으로 무통장입금함으로써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거나 타인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주민등록법 위반죄를 저질렀다.

 

. 1심 및 원심의 판단

 

1: 유죄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채용된 과정, 피고인이 담당한 업무,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받는 보수 등이 모두 비정상적이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피고인의 소극적인 대처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사기죄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원심: 파기, 무죄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은 2022. 1. 6. 인터넷 구직사이트인 (사이트명 생략)에 구직 등록을 한 후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 부동산중개법인의 일명 박○○ 과장으로 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자신의 전화번호, 주소지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코로나 등을 이유로 방문 면접을 하지 않기로 하고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시작하기로 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증을 촬영하여 송부하기도 하였으므로, 채용과정이 이례적이거나 범죄에 대한 의심이 갈만한 정황은 없다.

피고인은 2022. 1. 7.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부동산 시장조사 보고서를 작 성한 후 수당을 지급받았고, 같은 달 12일부터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하였으나 기존 업무와 수당 및 지급방식에 차이는 없었고, 피고인이 같은 피해자 여인으로부터 중복하여 현금을 수령하였으며,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한 거래명세표를 사진촬영한 다음 ○○에게 보고하면서 관련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었는데, 이러한 행동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으로,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가 범죄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를 하는 대가로 받은 돈은 현금수거업무의 불규칙성이나 피고인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비용, 최저임금의 수준 등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높다고 할 것은 아니다.

불법적인 금전거래는 도박, 탈세, 환전 등 다양한 경우가 있고, 보이스피싱 범행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점만으로는 그 범행행태나 수법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범죄전력이나 보이스피싱 범죄로 수사를 받은 경험도 없는 피고인이 이를 미필적으로 나마 알았다고 볼 사정도 없다.

피고인이 금융감독원 명의의 공문서나 금융기관 명의 사문서들을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아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교부하였더라도 이들 문서가 어느 정도 실제 문서와 유사한 외관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 각 문서위조 및 행사나 주민등록법 위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위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의 범행들은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단에 불과하여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이상, 그 수단인 위 범행들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도 못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판결 (= 파기환송)

 

위 판결의 쟁점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과 공모하여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하여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행위자에 대한 고의의 판단기준이다.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의에 따라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하여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으면서 금융기관, 금감원장 명의의 공사문서를 위조, 행사하고, 위와 같이 받은 돈을 타인의 계좌에 타인의 이름으로 무통장입금함으로써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거나 타인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는 사기 등으로 기소된 사안임

 

원심은,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현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고,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는 점, 피고인은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인 절차로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의 현금수거 및 송금 또는 전달방식은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고, 이례적 절차로 채용한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등이 아니면 상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가 불법임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던 이후에도 계속하여 업무를 한 점,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그 금액도 확인하지 않고, 보수지급 절차도 이례적인 점, 피고인이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교부한 문서의 내용이 업무와 무관하고 내용이나 형식도 조악한 점, 피고인의 연령과 사회경험에 비추어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이 사건 사기죄 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3.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사기죄 등 고의에 대한 판단기준(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10141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42호 이배근 P.690-703 참조]

 

. 미필적 고의 일반론 및 사기죄에서 고의 및 공모관계의 인정방법

 

미필적 고의 일반론

 

형법 제13조에서는 범의라는 제목하에 고의를 정하고 있고, 고의의 본질에 대해서는 학설로 의사설인식설정도의 대립이 있어 왔다. 한편 고의 중에서도 미필적 고의란 행위자가 결과 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감수 내지 용인하는 의사를 가진 경우의 고의로서, 의지적 요소와 지적 요소가 가장 낮은 형태의 고의라 할 수 있다.

 

미필적 고의의 증명

 

피고인이 미필적 고의를 부인하는 이상,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88. 11. 22. 선고 881523 판결 등, 이른바 간접사실 증명론이라 한다).

한편 위와 같은 판시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에서 비롯하여, 고의의 증명방법에 대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들도 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74 판결, 이른바 심리상태 추인론이라 한다). 판례는 위와 같은 기본적인 판시를 비롯하여 개별 범죄에 따라 그 특성을 반영한 판시를 하고도 있다.

 

사기죄의 경우 미필적 고의나 공모관계의 입증

 

공모관계의 경우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고 범죄에 공동으로 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고(대법원 1997. 9. 12. 선고 971706 판결 등),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5080 판결 참조).

 

보이스피싱과 같이 조직적 범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볼 것이어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말단에 있는 현금수거책이 보이스피싱의 전체적인 범행내용까지 모의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보이스피싱과 같은 재산범죄인 사기죄, 배임죄 등의 경우,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는 경우보다는 간접사실의 증명을 통하여 미필적 고의뿐만 아니라 공모관계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1148 판결. 대법원은 성명불상자들이 공모하여 피고인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기로 하여 피고인이 대출계약서에 서명을 한 경우, 피고인이 비록 성명불상자들과 대출계약서상의 보증인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도 증거관계상 피고인이 범행을 인식하였다고 보아 공모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범죄의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당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한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가 관련자들의 범행계획을 알고 있었거나 혹은 관련자들과 공모하였다는 사실은 우선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입증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관련자들마저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함께 공모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부인하더라도 그와 같이 피고인과 관련자들이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인식 내지 공모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인식이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며,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재산범죄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적극적으로 추인하기 보다는 간접사실을 통하여 미필적 고의 등과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을 인정하는 것이 심리과정이나 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보다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대법원 2022649 판결, 대법원 20241706 판결 등도 같은 취지라 보인다).

 

.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고의 인정 여부에 대한 판례의 현황

 

보이스피싱 범죄 일반 현황

 

유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각 목에 따르는 범죄유형으로는, 피해자가 사기범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도록 하는 계좌이체형[같은 호 ()],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피해자의 계좌로부터 사기범의 계좌로 자금을 송금하는 개인정보 취득 이체형[같은 호 ()], 사기범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자금을 편취하는 대면편취형[같은 호 ()], 피해자로부터 통장카드 등을 전달받아 자금을 출금하는 출금형[같은 호 ()목 전단], 피해자에게 자금을 특정 장소에 두도록 한 뒤 그 자금을 절취해 가는 절도형[같은 호 ()목 후단]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조 및 특징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행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총책의 지시를 받아 조직원들을 관리하며 그들에게 기망 수법과 현금수거 방법 등을 교육, 지시하는 관리책’,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조직원 등을 모집하는 모집책’,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 등을 사칭한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유인책(콜센터)’,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원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현금인출책이나 현금전달책’,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수거책등으로 각 분담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검거에 대비하여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는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콜센터를 운영하며, 조직원의 이탈을 막기 위하여 여권을 빼앗고 합숙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검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이들이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하였을 때 발신번호가 외국 전화번호나 인터넷 전화번호로 표시되어 피해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함으로써 범행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보이스피싱 범죄단체는 국내에 중계소를 설치하여 발신번호를 국내 전화번호로 조작하기도 한다. 따라서 총책관리책 등 상위 조직원이 검거되는 일은 많지 않으며, 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인출책수거책전달책 등이 검거되어 처벌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사기죄의 고의 내지 공모관계 인정 여부에 대한 판례의 태도

 

대법원 판례 중 이 사건 이전에 원심의 무죄 판단에 대하여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거나 일반적인 법리를 판시한 사례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가 없다면서 원심을 단순히 수긍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의 채용절차나 업무절차,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과정,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보수를 수령한 과정이나 그 액수 등이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이라고 판단한 사안이 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16787 판결).

 

. 보이스피싱 중 현금수거책이 가담한 범죄에서 고의 및 공모관계에 관한 판단법리

 

법리의 구성

 

종래로부터 확인된 법리는 다음과 같다. 고의의 인식대상 및 공모의 대상이 공모공동정범 범행 구조의 전체 범행일 필요는 없다. 고의의 입증방법에 대해서는 간접사실의 증명이나 심리상태 추인 등 다양한 판시가 이루어져 왔고, 각 판시의 내용에 결정적인 차이는 없으나, 내용 자체로만 본다면, ‘간접사실 증명론은 고의의 행위적 요소에, ‘심리상태 추인론은 고의의 행위자적 요소에 조금 더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경우에도 사기죄 등 재산범죄 등에서 보다 많이 활용되어 온 간접사실 증명론을 중심으로 보되, 이러한 범죄는 대부분의 채용절차, 담당업무, 보수 등을 일반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비정상적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피고인의 지능, 경력 등도 고려요소로 판시함으로써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가능한 해결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뿐만 아니라 접근매체 양도 내지 유상대여 사안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안, 마약 운반에 따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안 등 다양한 조직범죄 사안에서 범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조직의 하위에 있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수 있고, 이들 중에는 구성요건 행위 사실 자체는 인정되나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개별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사기죄 등의 고의를 부정한 원심을 수긍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법리뿐만 아니라 유사 사례의 결론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에 대하여 사기죄 등의 고의를 인정함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비정상이라고 보인다. 피 고인은 아르바이트 이력서를 올리고 같은 날 불상자로부터 연락을 받으면서 일당과 추가수당에 대해서만 합의하고 부동산 상권조사 업무를 하기로 하였으나, 그 외 면접절차도 없고, 회사의 실체 등도 제대로 확인한 바 없다. 코로나로 채용과정에서 여러 회사에서 비대면 면접이 행해지고, 아르바이트의 경우 면접도 필요 없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은 어떤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추측에 불과하다.

피고인이 담당한 현금수거업무의 내용이 비정상이거나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인다. 피고인은 2022. 1. 7.부터 같은 달 9일까지는 건당 5만 원을 받는 부동산 상권조사업무를 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2022. 1. 10.부터 건당 10만 원을 받는 현금수거업무를 개시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업무를 진행하였다. 게다가 피고인은 업무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각지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고 현장에 이동한 다음 도착 10분 전에 상대방의 인상착의 등을 지시받고 누구의 소개로 왔다면서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다음, 수거한 현금의 일부를 사용자인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사이에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수당으로 가져가고 남은 돈을 100만 원씩 나눠서 각각 다른 사람의 이름의 계좌에 입금하거나 불상자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피고인이 구체적인 불법내용까지는 몰라도 불법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인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에게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일 하였는지 정도만 확인하였을 뿐, 담당업무의 적법성에 대해서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단순 아르바이트와 같은 업무는 거의 대부분 최저시급에 맞춰 고용 조건이 결정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2022. 1.경 약 10일 동안 일을 하면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업무에 대한 수당으로 약 210만 원 이상 가량 받았는데, 피고인의 학력, 경력 등 행위자적 요소를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사기 등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행사한 문서는 ()○○○ 부동산중개법인과는 전혀 무관하고, 금융기관이나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문서도 있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문서임 에도 이에 대하여 의문을 품지도 않고 확인을 거치지도 않았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조직범죄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조직범죄의 총책이 의도한 범죄의 내용을 다 아는 경우를 상정할 수는 없으나(마약, 조직폭력, 인터넷도박과 같은 사행행위, 성매매 등), 그렇다고 하위 조직원들에게 전체 범죄에 대한 고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당해 공소사실의 공모나 고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10141 판결)의 결론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의에 따라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하여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으면서 금융기관, 금감원장 명의의 공사문서를 위조, 행사하고, 위와 같이 받은 돈을 타인의 계좌에 타인의 이름으로 무통장입금 함으로써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거나 타인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6명으로부터 피해액 합계 9,219만 원을 편취한 사건에서,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에 대한 고의의 판단 기준을 최초로, 객관적으로 정립하고 그 기준에 따라, 행위자에게 사기 등 범죄에 대한 고의를 인정한다고 판단하였다.

 

 

 

대포통장과 횡령죄, 보이스피싱, 인출행위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위반죄 또는 횡령죄 해당 여부】《3자명의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 성립 여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사기죄 등 고의에 대한 판단기준(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횡령죄 일반론

 

. 횡령죄의 주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한다.

 

여기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점유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4828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1082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9242 판결 등).

 

그러나 반드시 위탁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5. 9. 10. 선고 842644 판결).

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1778 판결,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7610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891 판결 등).

 

그 위탁관계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반드시 민사상 계약의 당사자일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2077 판결).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한다(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2413 판결).

 

 ‘보관은 점유보다 넓은 개념으로 사실상 점유나 소지뿐만 아니라 법률상 관리지배 처분이 가능한 상태도 포함한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1856 판결).

 

판례는 타인의 금전을 보관하는 자가 보관방법으로 이를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 예치한 경우에도 보관자의 지위를 가진다고 본다(대법원 1983. 9. 13. 선고 8275 판결, 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1856 판결,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8279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10531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 11244 판결 등).

 

또한 타인의 금전을 보관하는 자가 제3자 명의의 예금계좌에 예치한 경우에도 그 계좌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면 역시 보관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본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57861 판결).

예금채권의 법률상사실상 지배는 성질상 위탁된 금전 자체의 지배와 동일시할 수 있다.

 

 횡령죄의 본질은 위탁된 타인의 재물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으므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보관하고 있는 재물에 관하여 위탁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 재물이 타인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그 재물에 대한 타인의 소유권을 형법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는 재물이 타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경우임에도 그와의 위탁관계를 인정하여 횡령죄로 보호하는 것은 모순이다.

 

. 법률상 원인 없이 수취한 돈을 소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

 

판례는 송금인이 착오로 계좌를 잘못 기재하는 등 송금절차상의 착오로 의도하지 않은 계좌로 송금한 경우나 송금행위 자체에는 착오가 없었으나 돈을 지급할 아무런 원인 없이 돈을 송금한 경우에 계좌명의인인 수취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착오송금 사안)

[ 대법원 1968. 7. 24. 선고 661705 판결 : 송금절차의 착오로 피고인의 은 행 개인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사안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5975 판결 : 부동산 매수인이 대금을 전액 지급하였음에도 매도인에게 추가 송금한 것을 매도인이 이를 임의 소비한 사안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3929 판결 : 거래관계에 있던 회사 사이에서 업무상 착오로 전자어음이 발행되어 입금된 것을 수취인이 임의소비한 사안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891 판결 : 피해자 회사의 직원이 계좌이체 과정에서 실수로 피고인의 은행계좌로 돈을 잘못 송금하고, 피고인은 위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사용한 사안으로 거래관계가 없더라도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뿐 횡령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안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6643 판결 : 채무자가 채권양도를 승낙하였음에도 채권양도인에게 채무금을 송금하였는데 채권양도인이 이를 임의로 사용한 사안에서 채권양도로써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되어 양도인에게는 채권을 추심하거나 변제를 수령할 권한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안].

 

2. 보이스피싱 사기죄

 

. 범죄유형

 

 피싱(phishing)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뜻하는 영어를 합성한 조어이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전화를 통하여 상대방의 신용카드 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낸 뒤 이를 범죄에 이용하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을 말한다. 처음에는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여 세금을 환급한다는 빌미로 피해자를 현금지급기 앞으로 유도하는 방식이었으나, 이 같은 수법이 널리 알려진 뒤에는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주요 범죄유형은 다음과 같다.

 

 국세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을 사칭하여 세금·연금 등을 환급한다고 유혹하여 현금지급기로 유인하여 피해자 스스로 대포통장 계좌로 이체시키는 형태

 신용카드사·은행·채권추심단을 사칭하여 신용카드 이용대금이 연체되었다거나 신용카드가 도용되었다는 구실로 은행 계좌번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도록 요구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이체시키는 형태

 자녀를 납치하였다거나 자녀가 사고를 당하였다고 속여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형태

 동창회·종친회 명부를 입수한 뒤 회비를 송금하도록 요구하는 형태

 대학입시에 추가로 합격하였다며 등록금을 입금할 것을 요구하는 형태

 

. 죄명 및 적용법조

 

 사기죄

 컴퓨터 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로 기소하는 것도 가능

 

. 재판 특징유형

 

 대부분의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함

보이스피싱 범죄인줄 모르고 단순 심부름을 하였을 뿐이라고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

국제적 조직범죄인 경우가 많음. 예컨대, 콜센터의 운영은 중국에서, 현금 송금과 대포통장의 개설은 한국에서 하는 등 그 역할이 분담되어 있는 방식임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

대포통장 수집책, 전화통화책, 모집책, 현금인출책, 환전책 등으로 나뉘어 점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사나 범인검거에 어려움이 큰 범죄임

 

 공범간의 전화통화내역을 분석하면 가담정도 파악에 도움이 됨

최정점에 있는 주범은 그 바로 아래급인 모집책과 사이에서만 통화를 하고, 모집책은 주범과 사이 및 말단의 현금인출책과 사이에 공히 통화를 하며, 말단의 현금인출책은 중간의 모집책과 사이에서만 통화를 하는 경향이 있음. 주범과 현금인출책 사이에는 통화기록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임

 

. 대포통장 명의대여인의 죄책

 

 보통은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를 적용하여 기소되지만, 상습적인 대포통장 명의대여인의 경우에는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기소되기도 함

 

 그러나 대포통장 명의대여인은 자기는 사기범들과 관계가 없고 그들의 신원조차 모른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기죄의 방조범을 유죄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음(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10676 판결 : 피고인이 친형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을 판매한 성명불상자에게 다시 이른바 대포통장을 판매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가 이를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하고 금원을 편취하리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 예금통장과 비밀번호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인지 여부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2940 판결 :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0호에 정한 접근매체라고 하기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계약의 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입출금 및 통장정리만이 가능할 뿐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8호의 전자적 장치를 통한 거래는 할 수 없는 예금통장, 비밀번호 등은 위 법에서 말하는 접근매체로 볼 수 없음

 

. 대포통장 명의인의 금전인출과 죄책

 

 대포통장 명의인이 금전을 인출하여도 은행에 대한 절도죄나 사기죄는 성립되지 아니함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8776 판결 : 피고인이 발급받아 제3자에게 교부하여 준 속칭 대포통장의 명의인으로서, 그 계좌로 송금되어 온 금전을 인출하기 위하여 일단 위 통장의 분실신고를 하여 계좌거래를 정지시킨 다음 위 통장을 재발급받는 방법으로 위 금전의 인출을 시도한 행위는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계좌를 이용한 것이어서 애초 예금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함

 대법원 2010.5.27. 선고 20103498 판결 : 송금의뢰인(피해자)이 수취인(대포통장 명의인)의 예금계좌에 계좌이체 등을 한 이후, 수취인이 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을 청구함에 따라 은행이 수취인에게 그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의 성립 및 그 예금채권 취득에 따른 것으로서 은행이 착오에 빠져 처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행위는 은행을 피해자로 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위와 같은 의도로 보이스피싱 사기단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하였다면, 판매행위에 대하여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및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음

 

 대포통장에서 금전을 인출하는 행위에 대한 기소시 적용 죄명이 최근 다양해지고 있음

대포통장 실제 사용인에 대한 보관자 지위에서 횡령죄로 기소하거나 실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하는 사례, 장물취득죄로 기소하는 사례도 있음

 

. 피해자 환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원 중 압수된 현금은 피해자 환부가 필요함

 대포통장 계좌에 입금된 채 남아있는 금원에 대하여 피해자 환부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으나, 장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우므로 형사소송법 제333조 제2항에 따라 환부하기는 곤란함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경찰청과 공동으로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원스톱 구조절차를 시행 중에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것을 참여관 등을 통하여 권유함

 

. 몰수

 

피고인이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 환전하여 소지한 돈은 편취물이 아니므로 몰수할 것은 아님. 이 점을 간과하여 압수된 물건을 전부 몰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음

 

3.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의 사기피해금 임의인출행위에 관한 판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배정현 621-645 참조]

 

. 계좌명의인이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

 

대법원은 계좌명의인이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 은행에 대한 사기죄, 절도죄, 사기피해자에 대한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은행을 피해자로 한 사기죄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3498 판결은 수취인이 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을 청구함에 따라 은행이 수취인에게 그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의 성립 및 그 예금채권 취득에 따른 것으로서 은행이 착오에 빠져 처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은행을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은행에 대한 절도죄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8776 판결은 대포통장의 계좌명의인이 금전의 인출을 시도한 행위는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계좌를 이용한 것이어서 애초 예금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기피해자에 대한 장물취득죄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6256 판결은 본인 명의의 계좌를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하였다는 사실로 사기방조죄로, 사기피해자로부터 그 계좌로 송금된 돈을 인출함으로써 장물을 취득하였다는 사실로 장물취득죄로 기소된 사안이다. 위 판결은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면서, 장물취득죄에 대하여는 본범의 사기행위는 본범에게 편취금이 귀속되는 과정 없이 사기방조범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의 예금계좌로 송금받아 취득함으로써 종료되는 것이고, 그 후 피고인이 자신의 예금계좌에서 위 돈을 인출하였어도 이는 예금명의자로서 은행에 예금반환을 청구한 결과일 뿐 본범으로부터 위 돈에 대한 점유를 이전받아 사실상 처분권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출행위를 장물취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였다.

 

. 횡령죄로만 기소된 경우

 

횡령죄로만 기소된 사안에서, 돈을 송금한 사기피해자 또는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하급심판결은 대부분 그대로 확정되어 왔다.

대법원은 별다른 법리 설시 없이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바 있고(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11897 판결 등),  성명불상의 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횡령죄 성립을 부정한 원심을 수긍한 바도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14691 판결).

 

. 횡령죄 외에 사기죄(공범 포함)로도 기소되어 사기죄가 유죄로 판단된 경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17016 판결

 

위 판결은 처음부터 계좌가 사기범행에 사용될 것임을 알고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횡령죄에 대하여는 사기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3045 판결

 

위 사건의 원심은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횡령죄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20173045 판결은 사기방조죄에 관한 상고이유를 배척하는 한편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자에 대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이후에 이루어진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하여는 따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횡령죄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불가벌적 사후행위 등에 관한 법리 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였다.

 

. 판례의 태도

 

횡령죄 성립 여부와 관련한 상고이유를 판단한 대법원판결(대상판결인 대법원 2017도3045 판결, 2017도3894 판결)의 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 대법원 20173045 판결, 20173894 판결의 적용 범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배정현 621-645 참조]

 

. 불가벌적 사후행위

 

대법원 20173045 판결, 20173894 판결은 전자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받은 후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는 사기죄(공범) 외에 따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고, 이는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도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한 종범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된 피해자의 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그 취지는 사기의 범인(공범 포함)이 사기범행의 결과 편취한 돈을 보유하는 것은 사기피해자의 소유권을 침해한 위법한 상태가 계속된 것에 불과하지 사기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사기범행으로 편취한 돈을 인출한 행위는 이미 유죄로 판단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포함되거나 사기범행이 예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사기(방조)죄가 성립하는 것과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취지이다.

 

피해자가 다르면 새로운 법익침해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판결은 우선 공소사실상 사기피해자가 횡령 피해자로 되어 있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계좌명의인이 선행된 사기범행에 가담하였다고 평가된 경우, 즉 사기죄의 범인(공범 포함)임이 소송에서 증명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사기죄로 기소되지 않은 경우에도 사기범행에 가담하였는지를 심리하여 횡령죄 성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

 

사기의 공범으로는 기소되지 않고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서만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에도 법원이 사기범행에 가담한 사실(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도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사실)을 인정한 후 20173045 판결, 20173894 판결을 원용하면서 계좌명의인과 사기피해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횡령죄를 무죄로 판단한 하급심도 보인다.

 

이 문제는  사기죄로 처벌되는지와 무관하게 기망에 의해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게 된 경우에는 위탁관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인지,  선행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음에도 후행의 재물처분행위만을 기소할 수 있는지, 후행의 처분행위만을 기소한 경우 법원이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부분을 고려하여 후행의 처분행위를 불가벌이라고 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계좌명의인이 자신의 계좌에 자신과는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돈(3자의 사기로 인한 사기피해금 등)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만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 계좌명의인이 그 돈의 송금인을 기망하여 돈을 송금하게 한 것인지 또는 제3자의 사기범행에 가담하였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횡령죄 성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법원이 횡령죄에 대한 심리 도중 피고인이 처음부터 타인을 기망하여 그의 재물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보이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 즉 사기죄로 기소되어 유죄로 판단된 경우가 아닌 한 그 타인과의 위탁관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5. 계좌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배정현 621-645 참조]

 

.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 성립

 

계좌명의인이 인출한 돈은 당연히 사기피해금과 동일한 돈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또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피고인은 사기죄(공범 포함)로는 처벌되지 않은 경우(사기죄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거나 기소되었어도 무죄로 판단된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사기죄로도 동시 기소(병합심리 포함)되어 주된 범행인 사기죄가 유죄로 판단된 경우에는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하여는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따로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이 경우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사기피해자(송금인)와 계좌명의인 사이에 신의칙상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3자 명의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금이 송금되었어도 사기피해자가 그 돈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였다거나 그 돈을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기범의 돈으로 볼 수는 없다.

계좌명의인과 접근매체 양수인 사이에는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접근매체 양수인을 피해자로 볼 수 없다.

 

. 사기죄로의 기소된 경우 처벌 여부와 횡령죄

 

대상판결의 쟁점은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피고인은 사기(방조)죄로는 처벌되지 않은 경우(기소조차 되지 않았거나 기소되었어도 사기범행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된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사기죄로도 동시 기소되어 주된 범행인 사기죄가 유죄로 판단된 경우에는 대법원 20173045 판결, 20173894 판결이 설시한 법리에 따라 이후의 사기피해금 인출행위에 대하여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따로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과 달리 횡령죄로 기소되기 전에 사기죄로 별도 기소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사기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되면 횡령의 공소사실(편취한 재물을 소비처분한 사실)은 사기죄에 흡수되어 별도로 성립할 수 없고, 사기죄가 무죄로 된 경우에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사기와 횡령의 공소사실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런데 판례는 A, B 공소사실이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 규범적으로는 양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공소장 변경을 허가해야 한다고 하거나, A 공소사실에 대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B 공소사실에 대한 미친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조치가 옳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3297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3950 판결).

 

만일 사기이용계좌에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로 기소하기 전에 별도로 그 사기피해금의 편취행위와 관련하여 사기범행의 공범으로 기소되었던 경우에는 횡령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하거나(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 면소판결(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기이용계좌에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하여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로 기소된 경우 처리방안은 다음과 같다.

 

6. 제3자명의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 성립 여부(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횡령한 사건이다.

위 판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기 명의 계좌의 통장을 양도한 후, 그 계좌에 송금된 사기피해금을 임의로 인출한 사안에서,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자기 명의의 계좌에 돈이 송금이체되었어도 그 돈이 자기가 수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돈을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송금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함을 분명히 하면서, 그러한 법리는 송금이체된 돈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으로 인한 사기피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였다.

 

 한편, 이 경우에도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와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고,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위 판결은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함을 부가함으로써 대법원 20173045 판결의 적용 범위를 밝혔다.

 

이때 사기방조죄 성립은 사기방조죄로 기소되어 유죄로 판단된 경우를 의미함은 물론이다.

 

그 의미를 사기방조죄로 기소되지도 않았음에도 계좌명의인의 접근매체 양도행위가 사기범행을 방조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판단하여 그에 따라 횡령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다는 의미로 새길 수 없다.

 

위 판결 선고 이후 대법원은 자기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자가 그 계좌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을 출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로만 기소되고 접근매체를 양도한 행위와 관련하여 사기방조죄로는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원심이 피고인이 사기범행에 이용되리라는 사정을 알고서 접근매체를 양도한 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여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안에서,  판결을 원용하면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12199 판결,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7955 판결 등).

 

 결론적으로, 계좌명의인은 착오로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 상당의 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한편 의 인출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접근매체 양수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첫째, 보이스피싱 범인은 계좌명의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자신이 사실상 행사할 수 있어 그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둘째, 계좌명의인과 보이스피싱 범인 사이의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

 

위 판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계좌에 송금된 돈을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계좌명의인이 무단 인출한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전원합의체판결이.

 

7.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보낸 돈을 현금인출기에서 찾으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해당 여부,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명의인이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 성립 여부(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15101 전원합의체 판결)

 

. 쟁점

 

보이스피싱을 공모한 일당 중 현금인출 등을 담당한 자가 사기이용계좌(이른바 대포통장 계좌)에 입금된 돈을 현금인출기에서 찾기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 관련 규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약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 2(정의)

2.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다음 각목의 행위를 말한다.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

.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

.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벌칙)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타인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

2.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

 

.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

 

 형법의 최고원리인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데, 우리 헌법과 형법(헌법 제12조 제1, 13조 제1, 형법 제1조 제1)이 규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 4230 판결).

 

 따라서 이른바 보이스피싱이라 불리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의하여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대포통장 계좌)에 들어온 후 그 계좌에서 현금을 찾는 행위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위와 같은 행위를 범죄로 정하고 그에 대하여 일정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어야 한다.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1항의 처벌대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1(처벌조항)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를 하거나(1)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2)’를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 처벌조항이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 또는 명령의 입력이란 타인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에 의하여 자금을 사기이용계좌로 송금 이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 또는 명령의 입력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그리고 제1호나 제2호 행위 에 의한 정보 또는 명령의 입력으로 자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 이체되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행위는 종료되고 위 처벌조항 위반죄는 이미 기수에 이른 것이므로, 그 후에 사기이용계좌에서 현금을 찾거나 다시 송금하는 행위는 범인들 내부 영역에서 그들이 관리하는 계좌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행위여서, 새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 대법원의 결론

 

 보이스피싱에 의하여 이미 피해자의 돈이 대포통장 계좌로 송금 이체된 후 그 계좌에서 현금을 찾거나 다시 송금하는 행위는 위 특별법 처벌조항이 정한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할 수 없다.

K 씨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결국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의하여 피해자의 돈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 이체된 후 그 계좌에서 현금을 찾기 위하여 정보처리장치(현금인출기)에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의 정보 등을 입력하는 행위는 전기통신금융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대상이 된 사람의 정보를 이용한 행위가 아니어서, 위 처벌조항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K 씨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현금 인출책인 K 씨를 처벌할 수는 없을까?

K 씨는 여러 장의 체크카드를 범행에 이용할 목적으로 보관하였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 4항 제2, 6조 제3항 제3호에서 정한 범죄에 해당하고, 한편 K 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공모하여 피해자에게서 재물을 편취하였으므로 형법 제347조 제1항에서 정한 사기죄에도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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