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복수의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의 해석>】《중재합의의 성립 여부 및 효력(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중재합의의 해석과 효력 판단기준이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 방법 / 이러한 법리는 계약서가 복수의 언어본으로 작성되거나 하나의 계약서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중재조항에 중재기관, 준거법이나 중재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 중재조항에 다소간의 흠결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유효한 중재합의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석할 때에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쌍방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한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계약서의 문언이 계약 해석의 출발점이지만,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서의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의사가 합치된 경우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형식과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계약서가 복수의 언어본으로 작성되거나 하나의 계약서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용된 언어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당사자의 의사가 어느 한쪽을 따르기로 일치한 때에는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은 때에는 위에서 본 계약 해석 방법에 따라 그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2] 중재법이 적용되는 중재합의는 계약상의 분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였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말한다(중재법 제3조 제2호).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그 중재합의가 무효이거나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제9조). 여기에서 중재법상 위 항변의 근거가 되는 중재합의는 대상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전속적 중재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는지는 당해 중재조항의 내용, 당사자가 중재조항을 두게 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한편 중재조항의 해석을 통해 장래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합의가 인정되는 한 비록 그 중재조항에 중재기관, 준거법이나 중재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고, 중재조항의 일부 문언이 모호하고 상충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이나 중재인을 지정하는 등 중재조항에 다소간의 흠결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유효한 중재합의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3. 15.자 공보, 이의영 P.18-21 참조]
가. 사실관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전속적 중재합의가 있었다는 본안전항변을 하였는데, 그러한 본안전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임
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계약서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되고 사용된 언어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계약의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 ② ‘전속적 중재합의’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 및 흠결 있는 중재합의의 효력이다.
⑵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석할 때에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쌍방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 판결 참조).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계약서의 문언이 계약 해석의 출발점이지만,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서의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의사가 합치된 경우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42334 판결 참조).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형식과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5다24514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계약서가 복수의 언어본으로 작성되거나 하나의 계약서에 복수의 언어가 사용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용된 언어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당사자의 의사가 어느 한쪽을 따르기로 일치한 때에는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은 때에는 위에서 본 계약 해석 방법에 따라 그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계약서가 두 개의 언어본으로 작성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75017 판결 참조).
⑶ 중재법이 적용되는 중재합의는 계약상의 분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였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말한다(중재법 제3조 제2호).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그 중재합의가 무효이거나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제9조). 여기에서 중재법상 위 항변의 근거가 되는 중재합의는 대상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전속적 중재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는지는 당해 중재조항의 내용, 당사자가 중재조항을 두게 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다42166 판결 등 참조). 이때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한편 중재조항의 해석을 통해 장래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합의가 인정되는 한 비록 그 중재조항에 중재기관, 준거법이나 중재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고(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74344 판결 참조), 중재조항의 일부 문언이 모호하고 상충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이나 중재인을 지정하는 등 중재조항에 다소간의 흠결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유효한 중재합의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⑷ 대한민국 회사인 원고는 피고가 합병한 독일 회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물품대금을 지급하였는데, 독일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지급한 물품대금의 원상회복을 청구함. 이에 대하여 피고는 국문과 영문이 혼용된 계약상 분쟁해결에 관한 조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 근거하여 중재합의가 있다는 본안 전 항변을 함
⑸ 제1심은 소를 각하하였으나,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이 준거법에 관한 조항이면서 선택적 중재조항에 해당하고, 선택적 중재조항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중재절차를 선택하여 그 절차에 따라 분쟁해결을 요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 없이 중재절차에 임하였을 때에 비로소 중재합의로서 효력이 있는데, 원고가 중재합의의 존재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이 사건 소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조항이 중재합의로서 효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하였음
⑹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이 사건 공급계약서 문언 및 작성 경위에 비추어 특정 언어 기재 부분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양 언어로 기재된 부분을 대등한 지위에 놓고 당사자의 의사를 살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의 취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면서도, ② 이 사건 조항을 통해 이 사건 공급계약과 관련한 분쟁을 중재를 통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비록 이 사건 조항에 지정된 중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기는 하나 장래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인정되는 이상 그러한 이유만으로 중재합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으므로, 중재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자판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함
3. 복수의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의 해석, 중재합의의 성립 여부 및 효력(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2025. 3. 15.자 공보, 이의영 P.18-21 참조]
가. 중재합의의 의의와 요건 등
⑴ 중재합의(arbitration agreement)란 ‘계약상의 분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말함(중재법 제3조 제2호). 중재합의는 서면으로 하여야 하는데, 독립된 합의 또는 계약에 중재조항을 포함하는 형식으로 할 수 있음(중재법 제 8조 제1항, 제2항)[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제연합협약(‘뉴욕협약’이라 함) 제2조 제1항에서도 ‘각 체약국은 계약적 성질의 것이거나 아니거나를 불문하고 중재에 의하여 해결이 가능한 사항에 관한 일정한 법률관계 와 관련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있는 전부 또는 일부의 분쟁을 중재에 부탁하기로 약정한 당사자들 사이의 서면에 의한 합의를 승인하여야 한다’라고 동일한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⑵ 중재합의는 당사자로 하여금 중재에 이르고 중재판정에 따르게 하는 적극적 효력과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는 소극적 효력을 가짐. 중재합의에도 불구하고 제소가 된 경우 방소항변사유가 되어 항변이 인정되면 법원은 소를 각하하여야 함. 피고의 중재항변은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을 할 때까지 제출되어야 함(제9조 제1항, 제2항).
- 전속적/선택적 중재합의는 중재법이나 뉴욕협약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님.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 외에도 조정이나 소송을 통한 법원의 판결을 선택적으로 정한 선택적 중재조항을 둔 경우, 판례는 일방 당사자가 중재절차를 선택하여 그에 따른 분쟁 해결을 요구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 없이 중재절차에 임하였을 때 중재합의로서 효력이 있고(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다25192 판결 등), 상대방이 중재합의의 부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중재에 의한 해결에 반대한 경우에는 중재합의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봄(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다42166 판결 등).
⑶ 본건처럼 피고로부터 중재항변이 제기된 경우 중재합의 성립 여부와 효력이 쟁점이 되는데(중재합의 성립 여부와 효력은 중재판정의 승인·집행 단계나 중재판정 취소의 소에서도 쟁점이 된다), 실무상 중재가능성(중재적격성이라고도 함), 중재조항의 효력범위, 무효 여부 등이 다투어지고, 그 과정에서 준거법이 문제되기도 함[중재조항의 효력범위 판단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묵시적으로 지정한 법인 뉴욕주법으로 보고, 비계약적 청구인 EC부과 과징금 관련 구상청구도 포괄적 중재조항의 효력범위 내에 속한다고 본 사례로, 서울고등법원 2021. 12. 23. 선고 2020나2046487 판결(확정)]
나. 복수의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의 해석 방법
⑴ 이 사건의 경우 계약서에 ‘8. 통제 법률(Arbitration)’이라는 표제 아래 기재된 이 사건 조항으로써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는지가 문제됨. 계약서가 영문과 국문으로 병기되었는데 그 내용이 일부 불일치하거나 모호한 것임
⑵ 복수의 언어본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당사자의 의사가 어느 한쪽을 따르기로 일치된 때에는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 해석의 일반 법리(계약의 형식과 내용, 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및 거래 관행 등을 종합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일반 상식, 거래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에 따라 내용을 확정해야 함
- 계약 해석의 일반 법리에 따르면 어떻게 되는가? 계약서가 여러 장 작성되었을 경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마지막 계약서가 유효하다는 판례 법리(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다17503 판결 등)는 이러한 경우에도 적용되어, 복수의 언어본이 작성된 시점이 다르다면 통상 나중에 만들어진 언어본이 우선한다고 봄[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 275017 판결 등. 합의각서가 국문과 영문 2가지로 존재하였는데, 처음에 국문 합의각서 내용대로 영문 합의각서를 만들었다가 피고가 이의하여 영문 합의각서의 내용에 문구(‘due to the sole failure’)가 추가된 사안으로, 영문 합의각서가 우선한다고 보아 위 합의각서상 입찰보증금 몰취 규정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에 적용 된다고 해석하였음]
⑶ 복수의 언어본이 이 사건에서처럼 ‘동시에’ 작성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둘 중에 어느 언어본이 우선한다는 규정 등이 없는 이상, 두 언어를 대등하게 놓고 상식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임
- 원심도 ‘이 사건 조항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를 새김에 있어서는 그 국문본과 영문본을 대등한 지위에 놓고 양자가 서로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상판결(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과 마찬가지의 해석 경로에 들어섰는데, 실제 이 사건 조항 해석에 있어서는 아래에서 보듯이 ‘선택적 중재합의’라고 보는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음
다. 표제 불일치,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의 지정, 준거법 지정 등과 중재조항의 해석
⑴ 이 사건 조항은 ① 표제가 국문으로는 ‘통제 법률’인데 영문으로는 ‘Arbitration’으로 되어 있고, ② 본문이 국문으로는 ‘본 합의는 한국법률이나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로 짤막한데 반하여 영문으로는 ‘All disputes, controversies, Claims or Differences arising out of, or in relation to this agreement, or a breach hereof, shall be finally settled by Korean Law or in accordance with the Commercial Arbitration committee of International Commercial Law.’라고 되어 있었음
⑵ 영문 표제인 ‘Arbitration’은 중재를 뜻하는 것이고, 국문 본문 중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의 통제’라는 문구와 영문 본문 중 ‘all disputes … shall be finally settled by … in accordance with the Commercial Arbitration …’ 부분을 종합하면, 그 문언상 중재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정한 것임은 비교적 분명하다고 보임
- 국제사법재판중재위원회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데, 이와 같이 존재하지 않는 중재기관을 지정한 경우일지라도 중재합의 성립이나 효력에는 지장이 없음.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있는 한 비록 중재기관, 준거법이나 중재지의 명시가 되어 있지 않아도 유효한 중재합의 요건은 충족하는 것이기 때문임(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 74344 판결 등. ‘제3기관의 중재를 받는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안. 1심판결에서는 위 2005다74344 판례 법리를 인용하여 중재합의의 성립을 인정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당사자가 중재합의에 따라 적절한 기관을 찾아 중재신청을 하게 되고 이후에는 ‘중재판정부의 구성이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랐는지’ 등의 다음 단계 문제가 됨
⑶ 국문 표제인 ‘통제 법률’은 우리말로는 다소 어색한 표현인데, 본문의 ‘한국법률의 통제’라는 표현이나 영문 본문의 ‘by Korean law’ 부분과 함께 보면 준거법(governing law)에 관한 내용으로 볼 수 있고, 1심 및 원심판결과 대상판결(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만으로는 계약의 다른 조항들을 알 수는 없어 조심스럽지만 원고와 피고도 이를 준거법 지정으로 보는 데에는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 보임(원심 판결문 7면). 그런데 더 나아가 이를 중재절차 외에 법원에서의 소송절차에 의한 분쟁해결도 선택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 원심은 ① 국문의 “이나”와 영문의 “or”이 오기라고 볼 자료가 없고 그 앞부분과 뒷부분이 병렬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존재하지도 않는 중재기관을 명시할 정도로 중재절차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③ 대한민국 법에 따른 분쟁해결의 수단 중에서 재판 청구를 배제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와 법원 판결을 선택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았음
⑷ 그러나 대상판결(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은 피고의 중재항변을 인용했던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소각하의 파기자판 판결을 하였음
① 이 사건 조항에 문언적 측면에서 모호한 부분이 있고 중재합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원심의 고민도 이해가는 부분이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임
② 원심이 들고 있는 논거들만으로 당사자들이 중재절차 외에 법원에서의 재판절차, 즉 판결에 의한 분쟁해결에 대해서도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임. 당사자들이 중재절차에 따르기로 합의했던 점은 앞에서 보았듯이 분명한데, 해당 조항이 이른바 선택적 중재합의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반박을 인정하려면 문언이나 작성 경위, 목적 등에 비추어 선택적 중재조항이라는 점이 뚜렷하여야 한다고 생각됨(사견). 기존 판례에서 인정된 유형들 외에 선택적 중재조항의 범주를 더 확대하는 것은 중재활성화의 정책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임
③ 중재법 제3조 제1호에서 중재의 개념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계약에서 중재에 관한 조항을 두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재판절차를 배제하려는 전속적인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됨
④ 본건의 경우 문언상 법원의 판결을 분쟁해결수단으로 합의하였다고 볼 만한 적극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고, 원심이 들고 있는 논거들은 모두 소극적, 간접적 사정임. 1심 및 원심까지도 당사자들이 계약체결 과정에서 중재절차 외에 어느 나라 법원이든 소송절차에 의한 분쟁 해결 가능성을 남겨두고자 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임
⑸ 대상판결(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에서는 원심의 논거 중 ③에 대해서는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였고(대상판결 이유 2.나.2) 나)항의 두 번째 문단), ①, ②와 같이 중재조항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도 이를 쉽게 무력화해서는 안 되고 중재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을 전속적 중재합의의 유력한 근거로 보는 취지의 판시를 내었음(밑줄 부분). 이로써 판례가 선택적 중재합의를 더 확대하지 않고 중재합의 성립․효력을 두텁게 인정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됨(사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