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르의 변신은 유죄!】《기다림, 사랑의 또 다른 이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2. 22. 09:58
728x90

또르의 변신은 유죄!】《기다림, 사랑의 또 다른 이름》〔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또르의 방광결석수술 때문에 오랫동안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미용도 하지 못해 모습이 꾀죄죄하다.

 

수술부위는 잘 아물었다.

상처부위 흔적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탈장의 봉합수술도 이번 방광결석수술 때 한꺼번에 했다.

 

산책 후 병원정기점검과 함께 헤어스타일을 과감하게 바꾸는 변신을 시도해 보아야겠다.

 

또르와 산책할 때면 나를 앞질러 나가다가도 거리가 멀어지면 멈춰 서서 나를 기다리거나 내 품으로 다시 돌아온다.

저랑 함께 가요. 언제든 항상 아빠를 기다릴게요. 어느 날 삶의 내리막에 접어 들고 석양 저편으로 걸어가게 되면, 그때는 아빠의 걸음도 느려지고 뒤처지게 될 거에요. 그 때도 변함 없이 아빠를 기다리고, 손을 잡을게요.”

품에 안겨 내 얼굴을 핥는 사랑스런 또르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미용을 마친 또르의 모습을 보고 멀리서 보고 한동안 다른 녀석인줄 알았다.

새롭게 변신한 모습 역시 사랑스럽고 귀엽다.

멀리서 나를 보자 동물병원 유리창을 긁으면서 반가워한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방광수술은 이제 아주 깨끗이 완치되었단다.

 

또르는 항상 현관 앞쪽에 앉아 문 쪽을 바라보며 가족이 오기를 기다린다.

문을 여는 순간 꼬리를 치며 반가워 한다.

 

집안에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안 들어온 가족이 있으면, 현관 앞으로 가서 한 없이 기다린다.

누군가 문을 여는 순간 품 안으로 달려 들어와 사정 없이 물고 빨면서 반가움을 표시한다.

 

지쳐서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집 안에 발을 들여 놓다가도 또르를 보는 순간 현관문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감격의 해후를 한다.

또르를 한참 부둥켜 안고 나면, 금세 생기를 회복한다.

 

또르는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연약한 생명체다.

그런 작고 나약한 강아지 한 마리가 오히려 나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아이로닉(ironic)하다.

 

또르를 보면서 사랑은 기다림이구나라고 느낀 적이 많다.

그 기다림은 오지 않는 대상에 대한 고통스런 기다림이 아니라, 믿음과 애정에 기초한 아름답고 행복한 기다림이다.

눈물 겹고 두근거리는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