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윤경 변호사의 세상萬思)】《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데서 비롯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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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틀렸다` 전제…은근한 우월심리 상대방에 상처
`나는 네 편`…"남 이야기, 귀담아 듣자“
《절대 충고하지 마라.》
그녀는 지금 남자친구와의 갈등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좋게 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난감하고 속이 상한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상의를 했다.
모두들 신뢰할 만한 막역한 친구들이다.
만나서 고민을 이야기하자마자 친구들 모두 곧장 속사포처럼 답을 쏟아낸다.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 있는데, … 하면 도움이 되더라”, “내가 너라면…”
모두들 충고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다 금과옥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를 나누고 난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 이유는 무얼까?
사람들은 남을 돕고 싶은 마음에 충고를 한다.
그 의도는 고결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의도와는 달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 방법이라도 친구에게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지만, 친구는 그녀만의 관점이 따로 있다.
절대 충고하지 마라.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충고는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龍)이란 원래 순한 동물이다. 길을 잘 들이면 사람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목 근처의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난 비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된다.
용은 이것을 건드리는 자를 반드시 죽여 버린다.
누구에게나 이런 역린이 있으니, 절대로 이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된다.
충고를 하다보면 이런 역린을 건드리게 된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君主)를 설득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世難)편에서 상대의 치부를 건드리면 결코 그를 설득할 수 없음을 역린지화(逆鱗之禍)라는 말로 표현했다.
비단 군주만이랴.
모든 사람은 역린(逆鱗)을 가지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라.” “대화를 자주 하라.”
이런 말은 인간관계를 다루는 책이라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말이다.
솔직한 표현과 많은 대화는 좋은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말은 부분적으로 옳다.
심지어 부부 관계에서도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건드는 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된다.
진실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든 아픈 상처를 건드리면 화가 난다.
아픈 상처를 찔러대는 자를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프랑스 속담을 명심하자.
“솔직한 진실만큼 마음에 거슬리는 것도 없다.”
충고는 기본적으로 ‘너는 틀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충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면의 심리가 담겨 있다.
“네가 보는 현실은 틀렸어.” “내 감각은 너보다 나아.” “세상을 보는 너의 시각을 바꿔야 해.”
즉 은근한 우월의식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월심리가 상대방에게 간접적으로 전달이 되어,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뒤통수를 때리게 되는 것이다.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라.
진심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라.
상대방을, 그의 문제를, 그의 시각을 이해하려 노력하라는 말이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경청을 자기 입장의 포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온전히 존중하려면, 자신의 관점을 버리고 “나는 네 편이야. 너의 시각으로 볼게.”라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렇게 상대방을 위로해 주고 난 다음에 조언을 바라는지 물어보자.
그래서 만약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때 비로소 충고를 해도 늦지 않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귀담아 들어주는 것 자체가 이미 훌륭한 충고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충고하지 마라.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정성껏 귀담아 들어라.
모든 최종 결정을 상대방에게 맡겨라.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그것은 그가 감당해야할 상대방의 몫일 뿐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귀를 기울이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은 것이고, 진심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데서 비롯된다.
◆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