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손해배상예정액감액, 약관 해당여부 판단기준>】《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의 한계 및 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 및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갑 주식회사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을 주식회사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ㆍ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던 경우, 위 공고문 등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특약이 포함된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와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와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한다. 구체적인 계약에서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갑 주식회사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을 주식회사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위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 ‘매매계약 이후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ㆍ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던 경우, 위 공고문과 매매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이후 설정된 처분금지가처분의 처리를 매수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내용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일부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데, 모든 부동산에 관한 공고문에 일률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개별 공매 목적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목적물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되고, 매매계약의 내용도 위 부동산에 한정하여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서 갑 회사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갑 회사가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서를 미리 작성하는 것은 공매절차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미리 작성하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위 특약이 포함된 공매 공고문 등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피고가 진행한 공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금 10%를 계약금(48억 10만 원)으로 지급하였다.
⑵ 이 사건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는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⑶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 이 사건 부동산에 처분금지가처분이 되자, 원고는 잔금 지급기일을 연장하고 가등기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⑷ 피고는 원고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한다고 통보하였다.
⑸ 이에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의 약정해제권 행사는 위법하고 원고의 법정해제권 행사가 적법함을 이유로 한 계약금 원상회복청구를, 예비적으로 피고의 약정해제권 행사가 적법하더라도 계약금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서 부당히 과다해 감액되어야 하므로, 감액할 금액 만큼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의 한계 및 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3.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가. 의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당사자들이 손해배상의 법률문제를 간편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해놓은 것이고, 위약벌은 계약을 위반한 사람을 제재하고 계약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하여 정해놓은 것이다(대판 1989. 10. 10, 88다카25601(공 1989, 1658); 대판 1998. 12. 23, 97다40131).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배상적 기능을 갖고 있고, 위약벌은 제재적ㆍ예방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경우에 관한 것이고, 실제로는 두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약금 약정이 위 두 가지 기능이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분하고 있다.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배상의 간편한 처리에, 위약벌은 이행강제에 주된 목적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는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만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대판 1993. 4. 23, 92다41719). 손해배상액의 예정에는 배상적 기능뿐만 아니라 예방적 기능과 경고적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구별하는 실익은 두 가지이다. 첫째,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위약벌 약정을 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위약벌 이외에 자신에게 실제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위약금을 지급하면 충분하고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대판 1988. 5. 10, 87다카3101). 둘째, 제398조 제2항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을 정하고 있고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없다. 판례는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판 1968. 6. 4, 68다419).
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 문제
⑴ 2000년대 이전의 판례
초기의 판례에서는 위약금에 제재적 성격이 있는 경우 위약벌로 인정하였다. 가령 대법원은 피고의 계약위반에 대한 위약벌 또는 제재금의 성질을 가진 것이라고 해석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판 1968. 6. 4, 68다491, 대판 1981. 7. 28, 80다2499). 위약금 이외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점을 들어 위약벌로 본 경우도 있다(대판 1998. 12. 23, 97다40131).
⑵ 2000년대 이후의 판례 (특히 계약보증금의 경우)
㈎ 계약보증금에 관한 판례를 보면 2000년 전후를 기준으로 판례의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 종전에는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본 사례들이 많았다(대판 1989. 10. 10, 88다카25601 등). 특히 도급계약에서 계약이행 보증금과 지체상금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고(대판 1989. 7. 25, 88다카6273, 88다카6280; 대판 1994. 9 30, 94다32986), 계약이행 보증금은 위약벌 또는 제재금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고 있었다(대판 1996. 4. 26. 95다11436; 대판 1997. 10. 28. 97다21932).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계약이행 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 경우도 있었다(대판 1995. 12. 12, 95다28526).
㈏ 그런데 대판 2000. 12. 8, 2000다35771은 도급계약서상 계약이행보증금과 지체상금이 함께 규정되어 있는 것만으로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급계약서 및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에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계약보증금이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이 계약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도급계약서 및 위 약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ㆍ입증되어야 하는바, 소외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와 소외 상원기계공업 주식회사 사이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에 계약보증금 외에 지체상금도 규정되어 있다는 점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같은 취지의 판결로는 대판 2001. 1. 19. 2000다42632; 대판 2004. 12. 10, 2002다73852; 대판 2005. 11. 10, 2004다40597; 대판 2001. 9. 28, 2001다14689).
종전에는 위와 같이 계약보증금과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이 있는 경우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고 있었으나, 이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자보수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지 위약벌에 해당하는지는 의사해석의 문제라고 보아 전원합의체에 의한 판례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위에서 본 판결들이 나온 후에도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인정한 판결들이 있다(대판 2002. 4. 23, 2000다56976, 대판 2009. 7. 9, 2009다9034, 대판 2005. 10. 13, 2005다26277, 대판 2005. 1. 27, 2002다42605).
⑶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질 수 있는지 여부
대판 2013. 4. 11, 2011다112032에서는 문제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보았다.
종래의 판례는 위약금의 법적 성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엄밀하게 구별하여 법적 판단을 하였으나, 이 판결은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를 부과하기로 한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보고, 그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나 위약벌 중 어느 하나에 귀속시키지 않고 법적 판단을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에,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로 인한 전기요금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전기요금 면탈금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한도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면탈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을 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위약벌로 볼 수 있다. 이 판결에서 위 약관 등에서 면탈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액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 상당을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위와 같은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⑷ 판례의 태도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기본적으로 계약의 해석 문제이다. 따라서 계약서에 기재된 문구가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계약을 체결할 당시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만으로 위약금 약정의 법적 성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무엇인지, 특히 상대방이 그 문구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의 의사가 어떻게 추정되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 성질을 결정해야 한다.
판례가 위와 같이 변화한 이유는, 위약벌에는 감액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모호한 경우 가능하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감액을 인정함으로써 형평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4. 위약벌도 감액을 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⑴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판 1993. 4. 23, 92다41719). 국가가 사인 사이의 계약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규정이다. 그러나 이 규정에서 증액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⑵ 이 규정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대판 1991. 3. 27, 90다14478; 대판 1993. 1. 15, 92다36212; 대판 1997. 7. 25, 97다15371; 대판 2000. 7. 28, 99다38637). 이 경우 실제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ㆍ확정할 필요는 없고(대판 1975. 11. 11, 75다1404; 대판 1987. 5. 12, 86다카2070), 다만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보면 충분하다(대판 1995. 11. 10, 95다33658; 대판 2004. 7. 22, 2004다3543: 대판 2013. 10. 24, 2010다22415).
나. 위약벌의 감액과 무효
⑴ 판례의 태도
㈎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한 판례
대법원은 위약벌의 감액을 부정하였다(대판 1968. 6. 4, 68다419). 위약벌의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액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례
1990년대에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는 없고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 초기에는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될 수 있다고 하였으나 구체적인 사건에서 무효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① 대판 1993. 3. 23, 92다4690에서는 백화점 수수료위탁판매매장계약에서 임차인이 매출신고를 누락하는 경우 판매수수료의 100배에 해당하고 매출신고누락분의 10배에 해당하는 벌칙금을 임대인에게 배상하기로 한 위약벌 약정을 하였는데, 이를 감액할 수 있는지 또는 위 약정이 무효인지 문제되었다. 원심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는 법리이고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고 전제한 다음, 위 위약벌의 배상배율이 판매수수료의 100배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위약벌 약정의 공서양속 위반 요건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요건을 비교해보면, 위약벌의 공서양속 위반 요건이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요건보다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위 판례에서 제시한 요건에 따르면 큰 차이가 없다. 위약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것으로 인정되면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또는 전부 무효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대판 2002. 4. 23, 2000다56976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는 없으며,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 위약벌 약정에 대하여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동지: 대판 2005. 10. 13, 2005다26277).
㈐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무효를 인정한 판례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대판 1997. 6. 24, 97다2221)는 많지 않다. 다만 대판 2002. 2. 5, 2001다62091(공 2002, 635)에서는 “그 의무 강제에 따라 피고가 얻는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위약벌이 지나치게 무거워 약정 금액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을 지지하였다.
최근 대판 2013. 7. 25, 2013다27015에서는 연예인 전속계약에서 위약벌금으로 2억 원을 정한 것이 유효한지 문제되었는데,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벌 약정의 일부 무효를 인정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다는 점,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 그 무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은 기존의 판례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2억 원의 위약벌 약정이 1억 5,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고 이를 초과하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라고 하였는데, 이처럼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일부 무효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위약벌을 감액한 것과 차이가 없다.
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과 관련된 문제
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8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표제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그 문언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정한 것이지만, 위약벌에도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⑵ 대판 2009. 8. 20, 2009다20475, 20482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을 유사하게 취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제6조 제1항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약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 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들고 있으며, 제8조에서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6다19758 판결,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69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제16조 제3항에서 규정한 위약금을 원심과 같이 이른바 위약벌로 본다 하더라도, 그것이 약관 조항인 이상 앞서 본 바와 같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제8조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⑶ 이 판결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위약벌을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약관규제법 제6조와 제8조를 들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약관규제법 제6조와 함께 제8조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위약벌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취급하려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약관규제법 제8조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약벌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판결은 약관규제법 제6조도 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⑷ 약관에서 위약금 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것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를 구분할 필요 없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때에는 약관규제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 근거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관규제법 제8조가 위약벌에도 유추적용된다고 하는 방법도 있고,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위와 같은 약관이 무효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라.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예정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위약금의 감액방법(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 등 그 법적 성격의 판단 방법, ②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그런데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금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약벌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위약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할 때에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⑶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 이때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의무의 강제를 통해 얻는 채권자의 이익,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위약금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⑷ 甲과 그 하도급업자인 원고가 공사대금을 601,127,970원으로 정산하기로 합의하면서, 甲이 원고와의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조정에 응하여 원고가 그 조정조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가압류로 인한 배당금 93,462,500원을 빨리 수령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대신, 원고가 수령한 배당금 중 25,000,000원을 원고의 공사대금채권 변제에 충당하지 않고 甲에게 지급하기로 하되, 위 약정을 위반한 경우 甲은 정산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원고는 甲으로부터 지급받을 채권액 전액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사안이다.
⑸ 대법원은 원고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공사대금 채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실질적으로 그 금액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같으므로 위 특약은 위약금 약정에 해당하고, 위약금으로 정한 601,127,970원이 원래 채무액 25,000,000원의 20배를 초과하는데, 이는 위약금 약정의 경위나 甲이 25,000,000원을 실제 지급받음으로써 얻었을 이익이나 이를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입었을 손해 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과다하다고 보이는데, 원심은 위약금 약정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지는 않은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원고가 25,000,000원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 전액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으므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6. 약관 해당 여부 판단기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5-626 참조]
가.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8353 판결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규제 대상인 약관이라 함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계약에서의 개별적 합의는 그 형태에 관계없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라고 판시하고 있다.
나. 위 판례의 취지
⑴ 약관을 만드는 회사 쪽에서는 약관에 해당하는 내용을 수기로 기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수기로 기재되어 있으면 개별적 합의라는 강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⑵ 그러나 약관에 해당하는지는 그 내용을 손으로 썼는지, 인쇄되어 있는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⑶ 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매매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은 인쇄되어 있었으나, 그 기재가 다른 부동산의 공매절차에서 찾기 어려운 것을 볼 때 개별적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여 약관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7. 손해배상예정액 감액
가. 취지
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장래의 채무불이행시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사전에 정하는 계약으로 채무불이행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며 원채무에 종된 계약이다(따라서, 원채권의 담보는 배상예정액도 담보하게 된다). 이러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일반적으로 ① 손해의 발생 사실 및 손해액의 입증곤란 해소, ② 채무자에 대한 심리적 경고 ③ 2항의 감액제도는 실질적 평등의 보장 ④ 분쟁의 신속한 해결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법원 1993. 4. 23. 선고 91다41719 판결은 " 민법 제398조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규정한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는 국가가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1991. 3. 27. 90다14478 판결).
⑵ 판례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보면,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대법원 1997. 6. 10. 선고 95다37094 판결, 1993. 1. 15. 선고 92다36212 판결,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등)이라고 하여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의 보호라는 관점을 강조한 경우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는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28526 판결, 1996. 4. 26. 선고 95다11436 판결)고 하여 일반사회인을 기준으로 과다여부를 판단하는 경우로 나뉘어져 있다.
⑶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비슷하지만 구별되는 제도로 '손해배상의 합의', '위약벌', '계약금'이 있다. 손해배상의 합의도 실손해의 배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같으나 기본적으로 손해발생 후에 하는 합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위약벌은 채무불이행시 손해유무와 관계없이 정한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비슷하나, 그 외에 자신의 귀책사유에 의한 손해가 있을 때에는 그에 대해서도 추가로 배상을 해야 하며, 이러한 위약벌에 대해서는 법원이 감액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대법원 1968. 6. 4. 68다491 참조, 하지만 제103조 및 104조에 의한 전부무효, 일부무효가 인정될 수는 있다. 그에 관해서는 대법원 1993. 3. 23. 92다46905 판결). 한편, 계약금은 체약의 증거금(당연히 인정되는 성질), 채무 일부이행의 지급금, 해제권 유보( 제565조), (합의에 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약정이 있으면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질도 함께 지닌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6.14. 선고 95다11429).
나.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 판단기준
⑴ 부당과다 여부의 판단 기준
판례에서는 부당과다 여부의 판단 요소로, ①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②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③ 계약의 목적 및 내용, ④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⑤ 실제 손해와 그 예정액의 대비 (또는 예상손해액의 크기) ⑥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예시하며 기타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함이 일반적이다.
이 중 실제 소송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③ 내지 ⑥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⑵ 구체적인 예
㈎ 계약의 목적 및 내용
대법원 1988. 12. 6. 87다카2739 판결은 대금 2억 7천만 원의 공장매매계약에서 9천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사안에서 '얼핏 과다한 배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매수인이 중도금만을 지급하고 목적물 일체를 명도받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그 운영수익에 따른 대가와 시설의 사용에 따른 매도인의 손해 등을 감안할 때……부당하지 않다'고 하여,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이 과도한 것으로 보임에도 중도금 지급시 목적물 인도, 사용수익이라는 계약의 비전형적인 내용에 비추어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은 '원심은……통상 위약금은 매매대금의 10분의 1정도로 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약금이 매매대금(1,100억 원)의 10분의 1인 금 11,000,000,000원보다 훨씬 적은 금 7,000,000,000원에 불과하고,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일반사회관념에 비추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고 하였고, 이 사건 판결에서도 '……등의 제반사정을 모두 고려해 보면, 과천선 82량에 대한 납품대금 47,228,306,000원 중 약 38%에 해당하는 금 17,838,367,470원을 지체상금으로 공제한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그 지체상금은 위 전동차의 총납품대금의 15%인 금 7,084,245,900원(47,228,306,000원× 15%)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제반사정 중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을 중요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였다.
㈐ 실제 손해와 그 예정액의 대비(또는 예상손해액의 크기)
대법원 1988. 1. 12. 87다카2291 판결은 건물임차인이 임대인의 승낙없이 계약상의 권리를 양도하거나 전대 등을 할 경우 임차보증금의 30%를 위약금으로 징수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약정위반이 있을 경우 피고가 입을 손해액이 특히 크리라는 별단의 사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사정 하에서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인 위 소외회사와 임대인인 피고사이에 판시 약정위반이 있을 경우 그 위약금수액을 임차보증금중 30퍼센트인 금 6,300만원이나 되는 고액으로 정하였음은 그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하고, 대법원 1996. 4. 26. 95다11436 판결은 대한민국에 수중탐사선, 쾌속후송선 등을 건조하여 인도하기로 하고, 지체상금은 법령에 따라 1일당 선박대금의 1.5/1000으로 하기로 약정한 자가 인도를 지연한 사안에서 '지연손해금은 계산상 1,432,642,500원이지만……대한민국의 유형적 손해가 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지체상금액은 부당히 과다하다'고 하여 기록에 드러난 실제 손해액(또는 예상손해액)을 부당과다 여부의 판단요소로 고려하였으나, 대법원 1975. 11. 11. 75다1404 판결, 대법원 1987. 5. 12. 86다카2070 판결 등에서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실제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실제 손해액이 기록상 나타나지 않은 때 이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은 아니라고 보았다.
㈑ 당시의 거래관행
판례는 부동산 매매의 경우 대금의 10% 정도의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약정하는 거래관행을 인정하여, 대법원 1993. 4. 23. 92다41719 판결에서는 부동산을 92억 원에 매수한 자가 계약금으로 7억 2천만 원을 지급하고 위약시 반환받지 못하기로 약정하였다가 대금지급을 지체하여 해제된 사안에서 항소심은 위약금을 4억 6천만 원으로 감액하였으나, 대법원은 다른 사정 외에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매대금의 10%정도를 계약금으로 정하고 이를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약정함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인데……이 사건 예정액은 그 8%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점을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다. 기준 시점
손해배상 예정액의 부당과다 여부 및 적당한 감액의 범위 판단의 기준 시점에 관하여 변론종결시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고, 판례도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의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 15. 92다36212 판결 등)고 하여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위약금 약정이 이루어진 당시는 물론 계약의 해제여부, 채무불이행 이후의 거래관계 등 채무불이행 이후 법원의 사실심 판단시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함이 타당할 것이다.
라. 과실상계 적용 여부
판례(대법원 1972.3.31. 선고 72다108 판결)는 과실상계 규정의 적용을 부정한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7126 판결도 '…지체상금이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인정되어 이를 감액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위 등 제반사정이 참작되므로 손해배상액의 감경에 앞서 채권자의 과실 등을 들어 따로 감경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마.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당사자가 손해배상의 법률문제를 간편하게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위약금 약정을 하였으면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고, 이보다는 채무자로 하여금 이행에 나아가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하여 채무불이행에 대한 사적 제재를 정한 것이면 '위약벌'인 것으로 보게 되는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구별은 이와 같이 당사자의 의사 해석에 달려 있으나, 민법 제398조 4항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하여 이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약금의 약정이 위약벌로 되기 위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진다.
8.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 및 범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5-629 참조]
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와 범위는 사실심의 전권 사항
⑴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와 범위에 관한 사실심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⑵ 따라서 일정한 ‘한계선’ 아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얼마를 감액하든 대법원은 잘 관여하지 않는다.
나. 이러한 ‘한계선’에 해당하는 사례
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위약금으로 정한 계약금 10%를 감액하는 것
매매대금액이 큰 경우에는 위약금의 액수가 과다하다고 하여 감액을 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계약금을 매매대금의 10%로 하면서 위약금 약정을 하는 것은 거래관행이므로, 이를 감액하면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
⑵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약정 지연손해금률을 법정이율 또는 그 이하로 감액하는 것
법정이율로 감액하면 지연손해금률을 별도로 약정한 의미가 없다.
즉, 일부러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약정 지연손해금률을 정한 당사자의 의사를 외면하는 것이다.
⑶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위약금으로 정한 계약금 20%를 10% 이하로 감액하는 것
계약금을 매매대금의 10%로 정하는 거래관행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계약금의 비율을 일부러 높임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15% 정도로 감액하는 것은 파기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거래관행 수준인 10%로 감액하면, 거래관행을 알고도 구태여 고율을 약정한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한 것으로서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
9.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625-629 참조]
⑴ 이 사건은 위 ①의 경우(매매대금의 10% 위약금)가 문제된 사안이다.
⑵ 원심은 본래 매도인인 피고가 해야 할 의무를 원고에게 전가한 점, 원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계약을 해제당해 추가적인 손실을 많이 입게 된 점 등의 사정을 고려 하여 손해배상예정액 40%를 감액하였는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즉, 이 사건에서는 감액을 인정할 만한 이례적인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았던 것이고,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대금의 10% 미만으로 함부로 감액하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