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진폐 관련 보험급여>】《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는바(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 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산재보험법 제91조의3, 제91조의8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의 경우 진폐근로자의 진폐병형, 심폐기능의 정도 등 진폐장해상태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83조의2 [별표 11의2], [별표 11의3]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 한다.
2. 진폐 관련 보험급여 체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가. 진폐근로자에 대한 보험급여 특례
진폐는 ‘분진을 흡입하여 폐에 생기는 섬유증식성(纖維增殖性) 변화를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병’을 의미한다(산재보험법 제5조 제7호). 2010. 5. 20. 개정 전 산재보 험법 제36조 제1항은 보험급여의 종류를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 장의비, 직업재활급여로 구분하였고, 진폐와 그 밖의 질병을 달리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폐의 경우 합병증 등의 치료 목적으로 요양을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에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을 함께 지급받고, 사후에는 진폐와 사망사이의 인과관계가 쉽게 인정되어 유족급여도 더 용이하게 지급받게 됨에 따라 다른 질병에 비해 장기요양이 선호되었다.
이에 따라 보험급여의 지속적 증가 및 요양을 받지 않는 진폐근로자나 다른 업무상 재해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한편 진폐 근로자와 그 유족이 진폐장해일시금이나 유족보상일시금을 수령한 후 단시일 내에 이를 소비해 삶의 질이 저하되자, 이들에 대한 생활보호를 위하여 진폐에 대한 전반적인 보험급여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어왔다(헌법재판소 2014. 2. 27. 선고 2013헌바12, 6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 따라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산재보험법을 개정하면서(이하 편의상 2010. 5. 20. 개정 전의 산재보험법을 ‘구 산재보험법’, 개정 후의 산재보험법을 ‘개 정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에 단서 조항을 신설하여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의 종류를 요양급여(제1호), 간병급여(제4호), 장의비(제7호), 직업재활급여(제 8호) 및 같은 법 제91조의3, 4에 따른 진폐보상연금, 진폐유족연금으로 정하였다.
진폐근로자에게 휴업급여, 장해급여, 상병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진폐장해 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산한 금액의 진폐보상연금(제91조의3)을, 그 유족에 대하여는 유족보상연금과 유족보상일시금의 두 가지 형태로 지급되어 온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생계를 같이 하는 유족에게만 진폐유족연금(제91조의4)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나. 진폐장해등급 판정기준
진폐보상연금은 진폐장해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산재보험법 제 91조의3 제2항).
원고가 추가지급을 구하는 ‘진폐장해연금’은 진폐장해등급별로 지급액이 산정하는데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은 아래와 같다(산재보험법 제91조의3 제2 항 및 [별표 6]).
예를 들어, 진폐장해등급 제7급의 진폐장해연금은 ‘72일분의 평균임금’, 제1급의 진폐장해연금은 ‘132일분의 평균임금’이다.
진폐보상연금은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부터 그 지급받을 권리가 소멸한 달까지 지급하고 장해등급별 진폐보상연금액은 매년 12등분하여 진폐근로자에게 매달 25일 그 달 치의 금액을 지급한다(산재보험법 제70조 제1항, 제3항).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제1항 및 [별표 11의2]는 산재보험법의 위임에 따라 진폐근로자에 대한 진폐판정 및 보험급여의 지급 여부 결정에 필요한 진폐병형 기준, 심폐기능의 정도 판정기준, 진폐장해등급 기준 및 합병증 등에 따른 요양대상인정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진폐장해등급은 ‘진폐병형’(제1형 내지 제4형)과 ‘심폐기능의 장해정도’[경미한 장해(F1/2), 경도장해(F1), 중등도장해(F2), 고도장해 (F3)]의 두 가지 요소를 기준 판정한다.
진폐증의 발병 유무와 진폐증의 진행 정도는 흉부 엑스선 사진을 판독하여 결정하고, 그 판독 결과에 따라 ‘진폐병형’이 결정되고, ‘심폐기능의 장해정도’는 폐기능 검사를 실시하여 폐활량을 측정한 다음 정상 예측치와 비교하여 판정한다.
‘진폐병형’이 제1형 이상으로 판정되어야만 진폐장해등급이 부여되고, 여기에 ‘심폐기능의 장해정도’가 더해져 진폐장해등급이 최종 결정된다.
다. 진폐보상연금 등 청구 및 지급 절차
진폐에 대한 진폐보상연금 지급 절차를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① 분진작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의 진폐보상연금의 청구(산재보험법 제 91조의5 제1항,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 ② 근로복지공단의 진폐예방법 제15조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 지정 건강진단기관에 대한 진폐진단 의뢰 → ③ 건강진단기 관의 진폐진단(실무상 ‘진폐정밀진단’이라고 한다) 실시 → ④ 건강진단기관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진폐진단 결과 통보(이상 산재보험법 제91조의6 제1항, 제2항) → ⑤ 진폐심사 위원회의 진폐진단 결과 심사 → ⑥ 근로복지공단의 진폐판정 및 보험급여의 지급 결정 (이상 산재보험법 제91조의8 제1항, 제2항)
진폐보상연금에 관한 산재보험법 제91조의3 제3항은 진폐보상연금을 받던 사람 이 그 진폐장해등급이 변경된 경우 변경된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진폐 장해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은 장해급여와 관련하여 장해등 급 재판정에 관한 규정을 제59조에 두고 있었는데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산재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제59조에 진폐장해등급 재판정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면 서, ‘장해등급 재판정’과 ‘진폐장해등급 재판정’에 관한 사항을 함께 규율하였다.
피고는 수급권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진폐장해등급을 재판정할 수 있다.
수급권자의 신청에 의한 진폐장해등급 재판정은 진폐장해등급 결정을 받은 진폐근로자가 장해진단서, 방사선 검사자료, 진료기록부 등 장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 근로복지공단 보상업무처리규정 (별지 제14호 서식)의 진폐장해등 급 재판정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보상업무처리규정 제15조).
이와 같은 재판정 신청서 제출은 진폐장해등급 변경에 따른 진폐보상연금 차액 청구의 의사표시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폐장해등급 재판정 시에도 최초 진폐장해 등급 판정 시와 마찬가지로 근로복지공단 지정 건강진단기관에 의한 진폐진단을 실시한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6조 제3항, 제5항).
최초 진폐장해등급 판정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의 경우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 재판정에 따른 진폐보상연금 차액은 변경된 날의 각 다음 달부터 지급된다.
근로복지공단의 보상업무처리규정은 “법 제91조의5 및 제91조의6 제3항에 따라 요양급여 등을 청구하여 보험급여의 지급 대상이 된다고 확인될 경우에는 요양급여 등의 청구 당시에 발급된 진단서나 소견서의 발급일을 법 제70조 제1항 및 제91조의3 제1항의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 또는 법 제91조의3 제3 항의 변경된 날이라 한다.”라고 규정하여(제17조의3 본문), 진폐보상연금 등의 청구 시 제출된 진단서나 소견서의 발급일을 위 각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 ‘변경된 날’로 보는 것으로 이해된다(진단서나 소견서 미제출 시는 ‘진폐정밀진단일’ 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장관 지정 건강진단기관의 진폐진단(진폐정밀진 단) 결과, 위 진단서나 소견서의 내용대로 진단이 이루어지면 그 진단서나 소견서 의 발급일을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 ‘변경된 날’로 본다는 것이다.
3. 소멸시효의 기산점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98-308 참조]
가. 개설
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제166조 제1항). 다만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위반행위가 있은 때부터 진행하고(제166조 제2항),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3년의 단기소멸시효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한다(제766조 제1항).
⑵ 제166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 권리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으나,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법률상 장애/사실상 장애 이분론. 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누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수).
법률상의 장애사유에는 그 밖에, 권리행사에 장애가 되는 하위의 법규범이 상위의 법규범에 위배되어 무효이어서 사실은 권리 행사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하위 법규범의 존재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한다(대법원 1970. 12. 20. 선고 69누148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5219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현실적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경우에 권리행사를 부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의 존재는 권리행사에 대한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3다3622 판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⑶ 민법은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제한능력자가 법정대리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시효중단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제179조~제182조 참조), 이러한 입법태도는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는 시효기간의 진행 그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와 같은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따라서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질병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사실상의 장애에 불과하여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으며, 또한 권리자가 제한능력자인데 그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소멸시효 완성의 정지사유(제179조 참조)로 고려될 수 있을 뿐 시효기간의 개시나 진행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⑷ 다만, 대법원은 근래 들어 정의와 형평의 관념 및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원칙에 대하여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의 이사회결의가 부존재함에 따라 발생하는 제3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처럼 법인이나 회사의 내부적인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있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고(대법원 2003. 2. 11. 선고 99다66427,73371 판결,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64964 판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31168 판결 등).
권리자에게는 소멸시효가 완성하기 전에 자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이 ‘권리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사실의 존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확인된 권리발생시점부터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인정하는 것은 확실히 부당하다.
나. 기한을 정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확정기한부 채권 :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
⑵ 불확정기한부 채권 : 그 기한이 객관적으로 도래한 때
⑶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
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② 그리고 이른바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 특약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전액을 일시에 청구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할부변제를 청구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회의 불이행이 있더라도 각 할부금에 대해 그 각 변제기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순차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채권자가 특히 잔존 채무 전액의 변제를 구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하여 전액에 대하여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28340 판결).
⑷ 기한 유예의 합의가 있는 경우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되어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이와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한데, 계약상의 채권관계에서 어떠한 경우에 기한 유예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계약의 체결경위와 내용 및 이행경과, 기한 유예가 채무자의 이익이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
다.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반환시기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의 경우 대주는 언제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제603조 제2항), 소멸시효는 채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한다.
라. 예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기간은 상법상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인데, 그 기산점에 관하여는 각 예금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다.
① 우선 예치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언제든지 예입·반환을 반복할 수 있는 보통예금의 경우에는 계약 성립과 동시에 소멸시효가 진행하지만, 계약 기간에 예입과 반환이 되풀이될 때에는 금융기관 측의 채무승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최후의 예입 또는 반환 시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다268265 판결 : 금융기관 직원의 예금 무단 인출로 인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예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사안).
② 그리고 기한의 정함이 있는 정기예금의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③ 당좌예금의 경우에도, 당좌예금은 그 계약이 존속하는 한 예금주는 수표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반환은 그 계약이 종료한 때에 비로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당좌예금주는 단순히 수표만에 의하여 반환을 받는 제한을 받을 뿐 반환의 청구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소비임치와 마찬가지로 예금계약 성립시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하는 견해가 대립한다.
마. 정지조건부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 : 조건이 성취된 때
바. 선택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선택권의 귀속에 관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의 선택권 행사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때 즉 채무자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진행한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23195 판결 : 이 사건에서 매립지 중 100평을 선택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하여 당초 약정이 없었으므로 민법 제380조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고에게 있다고 볼 것이고, 피고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381조에 따라서 채권자인 김종택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선택을 최고할 수 있고, 그래도 피고가 그 기간 내에 선택하지 아니할 때에 김종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기산점은 자신이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 즉 피고가 100평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선택하지 아니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65. 8. 24. 선고 64다1156 판결 참조),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고 도시계획결정 및 지적고시가 이루어져 피고가 소유할 토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되어 공부상 정리가 마쳐진 1987. 2. 26.에는 피고가 100평의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때로부터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날로부터 김종택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것이다).
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22833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0249 판결,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다201156 판결 : 甲 주식회사가 잠수함 건조계약에 따라 해군에 인도한 잠수함의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하자, 이에 국가(해군)가 甲 회사를 상대로 계약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가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후 항해훈련 전에는 이상 소음이 발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추진전동기의 하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밝혀진 점 등에 비추어, 국가(해군)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는 추진전동기에서 이상 소음이 처음 발생한 때 또는 사단법인 한국선급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전동기의 고장 원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때이고,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한 사례].
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제766조 제1항(3년) :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특히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29924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11836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등).
②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7577 판결 등).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0263 판결 : 피해자 등에게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만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설사 사고 발생 후 피해자 등이 사고 경위 등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위 법조항 소정의 단기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이 있었는지 여부는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판단할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였다.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71592 판결 :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甲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甲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甲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될 것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甲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甲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甲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였다.
◎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甲의 소유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후 건물 임차인인 乙 주식회사가 임대인인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위 건물의 다른 임차인이 甲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관련사건에서 위 화재에 관하여 甲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이 선고될 무렵에 乙 회사가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아 乙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안에서, 甲은 관련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甲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던 점, 甲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丙 보험회사가 乙 회사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甲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丙 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乙 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乙 회사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6384 판결 : 청소년 시절 피해를 당하였던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 된 사안에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제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한 사례.
③ 그리고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있은 후 상당한 기간 동안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어 그로 인한 손해가 현실화된 사안이라면,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행위가 있을 당시 피해자의 나이가 왕성하게 발육ㆍ성장활동을 하는 때이거나, 최초 손상된 부위가 뇌나 성장판과 같이 일반적으로 발육ㆍ성장에 따라 호전가능성이 매우 크거나(다만 최초 손상의 정도나 부위로 보아 장차 호전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증상의 발현 양상이나 진단 방법 등으로 보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 원고는 만 1세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뇌 손상을 입은 후 발달지체 등의 증세를 보여 계속 치료를 받던 중 만 6세 때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언어장애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경우 위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포함하여 사고 당시 피해자의 나이, 최초 손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경과나 증상의 발현시기, 최종 진단경위나 병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언어장애 등의 손해가 언제 현실화되어 원고나 그 법정대리인이 언제 그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원심이 이러한 심리 없이 곧바로 교통사고 당시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교통사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피고(가해자)의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④ 여기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행위능력이 제한된 자인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아야 위 조항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9897 판결 : 피고가 2000. 7. 25. 05:30경 안양산 휴양림 청소년수련원의 여학생 숙소 내에서 잠을 자던 원고를 간음한 사안에서, 피고로부터 위와 같이 간음을 당할 당시 만 15세로서 미성년자이던 원고의 법정대리인이 원고의 피해사실 및 그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성년이 된 2005. 4. 25.경까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사례이다.
⑤ ‘법인’의 경우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뜻한다. 그렇지만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그 대표자의 이익은 상반되므로 법인의 대표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대표권도 부인된다고 할 것이어서 법인의 대표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이를 안 때에 비로소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만약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이 법인의 대표자와 공동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다른 대표자나 임원 등을 배제하고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4126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20475 판결,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다50435 판결 등 참조. 하지만 법인이 대표자의 신원보증인에게 갖는 권리의 소멸시효는 대표자가 안 때가 기산점이 되고, 다른 임원, 사원, 직원 등이 안 때로 기산점이 늦추어지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13614 판결)].
⑥ 권리자인 피해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용태, 즉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가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다32913 판결).
⑦ 한편,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데(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에 유공자예우법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이 확정될 때까지는 같은 항 본문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법률상 이를 행사할 수가 없다 할 것이므로, 이처럼 다른 법령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음이 판명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
채권자가 북한에 납북되어 있다는 사정은 기본적으로 권리행사에 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이 판결은 이를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⑵ 제766조 제2항(10년) : 불법행위를 한 날
①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55312 판결).
◎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54566 판결 : 甲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乙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주었고, 丙 회사 등이 위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乙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구매승인서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丙 회사 등에 위 거래에 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으나 그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국가가 甲 은행 등을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은행 등이 수출계약서 등 근거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乙 회사 등에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준 것 때문에 국가가 입은 손해는 乙 회사 등에 물품을 공급한 丙 회사 등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 징수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한 것인데, 국가가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는지는 乙 회사 등이 구매승인서 내용대로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 불법으로 내수 유통시킨다는 것을 丙 회사 등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에 달려 있고, 이는 丙 회사 등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된 후 그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패소 여부가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가려지는 것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손해의 결과 발생이 현실화된 시점은 부과처분을 한 세무서장이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확정된 때이고, 국가의 甲 은행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역시 위 판결 확정일이라고 한 사례.
◎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9다282197 판결 :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피압수자의 손해는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아직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위법한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위법한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시점이 아니라 무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로 봄이 타당하다.
② 그 발생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③ 하지만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 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④ 그런데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공급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제를 통하여 환자인 피해자가 감염되었는데, 감염의 잠복기가 길거나, 감염 당시에는 장차 병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감염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감염일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감염 자체로 인한 손해 외에 증상의 발현 또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손해는 증상이 발현되거나, 병이 진행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 : AIDS의 잠복기는 약 10년 정도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며, AIDS 환자가 되었다는 것과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HIV 감염이 진행되어 실제 AIDS 환자가 되었을 때 현실적으로 그 손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⑤ 또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 심리적, 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 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 甲이 초등학교 재학 중 테니스 코치 乙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는데, 약 15년 후 甲이 乙과 우연히 마주쳤고 성폭력 피해 기억이 떠오르는 충격을 받아 3일간의 기억을 잃고 빈번한 악몽, 불안, 분노 등을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게 되어,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⑥ 한편,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전원재판부 결정은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38865 판결).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원고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76307 판결).
⑶ 계속적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지는 결과 손해도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부터 각별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고(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함께 각 손해가 발생한 때부터 각별로 10년(국가배상채무의 경우 5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935 판결).
◎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그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고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그 시점에 이러한 일조방해행위로 인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가능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 때부터 진행한다. 다만, 지극히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935 판결 : 피고는 방OO에 대한 수사 및 재판과정을 통하여 망 김OO이 소대장인 방OO의 구타 등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처리하고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망 김OO이 병사하였다는 부실한 통지를 함으로써 망 김OO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이를 망 김OO의 유족들에게 정확하게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불이행하였고, 이러한 위법한 부작위는 해군참모총장이 2008. 4. 15. 원고 측에게 망 김OO이 군복무 중이던 1958. 1. 28. 진해해군병원에서 순직하였다는 순직확인서를 발송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이로 인하여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망 김OO의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날마다 새로운 피고의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각별로 진행한다.
⑷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에 관한 특례
①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제766조 제3항).
이는 민법이 2020. 10. 20. 법률 제17503호로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해당 부칙 제2조에 따라 개정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하여진 성적 침해로 발생하여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 등은 주변인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대리인을 통한 권한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성년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입법 취지이다.
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성립과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다47886 판결).
◎ 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7다9039, 9046 판결 : 갑의 보험금 납부 등 보험관리업무를 맡은 을이 갑이 송금한 돈 중 일부를 사용하고 갑의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용한 사안에서, 을의 사용 권한 범위, 갑의 허락 여부 등을 밝힘으로써 용도 외 사용 당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을이 갑의 보험관리업무를 종료한 때부터 갑의 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차. 부작위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위반행위를 한 때(제166조 제2항)
카. 구상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⑴ 보증인의 구상권
구상권이 발생한 때이다. 사전구상권과 사후구상권은 별개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⑵ 공동불법행위자의 구상권
피해자에게 현실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이다.
파. 소멸시효의 기산일은 변론주의 적용 대상
① 판례는 취득시효와는 달리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소멸시효 주장 내지 항변의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해당하여 변론주의 적용대상인 주요사실로 보아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과 다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0111 판결).
② 이때 당사자가 본래의 기산일보다 뒤의 날짜를 기산일로 하여 주장하는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9.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대의 경우(예컨대 본래의 기산일이 2018. 7. 1.인데 2018. 1. 1.을 기산일로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 피고는 위 물품대금 채무에 대하여 거래 종료 시점인 1990. 9.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91. 3. 30.을 기산점으로 하여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였는바, 위 양 기간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변론주의에 위배되고 나아가 판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③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을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여야만 상대방으로서도 법원이 임의의 날을 기산일로 인정하는 것에 의하여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음이 없이 이에 맞추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및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 등에 관한 공격방어방법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원고의 시효중단 재항변이 이유 있는 경우에, 설령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피고가 그 점을 항변으로 다시 주장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시효중단 시점부터 기산하여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2852, 2286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0244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0111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14241 판결).
4. 과거사 사건 소멸시효에 대한 판례의 태도
가. 이 사건 위헌결정 이전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이전에는 대체로 장기소멸시효(5년)가 완성되었음을 전제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인지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이래 판례는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권리남용)로서, ①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제1유형), ②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제2유형), ③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제3유형), ④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제4유형)를 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 중 사실행위형 사건에 대하여는 제3유형으로 파악하였다.
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제정 등으로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하였다는 평가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하 생략)].
과거사 사건은 6․25를 전후하여 자행되었던, 재판 없이 행한 불법처형을 비롯한 물리적인 사실행위에 의한 인권침해(사실행위형)와 장기간의 불법구금 및 고문 등에 의한 방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낸 후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유죄판결형)로 나눌 수 있다.
한편 유죄판결형 사건에 대하여는 제2유형으로 파악하였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나. 이 사건 위헌결정의 선고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2)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위헌결정을 하였다.
* 제2조(진실규명의 범위)
①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 8. 15.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4. 1945. 8. 15.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 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을 일부 위헌결정으로 보아 기속력을 인정하였고, 그에 따라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였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고 할 것이어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에 따른 ‘객관적 기산점을 기준으로 하는 소멸시효’(이하 ‘장기소멸시효’라 한다)는 적용되지 않고, 국가에 대한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역시 이러한 객관적 기산점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한 것으로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38865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 다239455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다220380 판결 등이 있다].
다.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대법원은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대하여 장기소멸시효 적용이 배제됨에 따라 단기소멸시효의 완성 여부만을 판단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쟁점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경우에도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지 문제 될 수 있다.
실제 이 사건에서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쳐,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위헌결정문의 주문 및 이유에 따르더라도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는 사건에 한정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
비록 이 사건 위헌결정의 청구인들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경우이기는 하지만[다만 헌재 2015헌바440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원회 차원의 진실규명결정은 없었고,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보고서를 근거로 당해 신청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인용 되었으며[서울고법 2019. 7. 4. 선고 2018재나20224 판결(상고취하 확정)], 재심무죄판결[서울중앙지법 2009. 12. 23. 선고 2008재고합4, 2009재고합27, 28 판결(구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확정]이 선고되었다], 이는 위 청구인들이 진실규명결정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특수한 사정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기 때문일 뿐 진실규명결정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장기소멸시효를 배제하여 권리구제를 넓히고자 하는 이 사건 위헌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다231984 판결에서도 원고들에 대한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없었음에도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이 라고 보아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였다.
5. 과거사 사건 단기소멸시효 완성 여부
가. 일반론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함을 뜻하고, 단순한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손해 발생의 사실을 모른 때에는 과실로 알지 못하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한다.
손해의 인식이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무엇인가 손해를 입은 사실을 앎으로써 족하고, 반드시 손해의 정도나 수액을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
소멸시효가 진행하려면 손해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알아야 하고, 여기서 가해자란 배상의무자를 뜻하므로, 직접 가해행위자와 별도로 사용자책임․국가배상책임 등과 같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할 의무자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사실을 안 때부터 소멸 시효가 진행한다.
결국 손해와 가해자를 안다고 하는 것은 가해자에 의하여 불법행위가 행하여졌 음을 인식한다는 의미하고, 판례도 같은 취지이다(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32371 판결).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 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 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나. 소멸시효 기산점
이 사건 위헌결정 이후 대법원은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대체로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① 먼저 진실규명결정이 있는 사건에서는 진실규명결정을 안 날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46573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86925 판결 등).
② 재심무죄판결이 있는 사건에서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다231625 판결,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32284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76307 판결 등).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의 이 사안에서 원고 甲에 대해서는 재심무죄판결이 있었으나, 원고 乙, 丙에 대해서는 재심무죄판결이나 진실규명결정이 없는 상황으로, 원고 乙, 丙에 대한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 된다.
원심은 불법행위가 종료된 때, 즉 원고 乙, 丙에 대한 불법구금 상태가 해소된 1987. 7.경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06564 판결은 원고 甲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원고 甲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이 취소된 이후) 비로소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6.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서의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
가. 관련 규정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진실규명의 범위)
①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진실을 규명한다.
3.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
4.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나.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 :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의 객관적 기산점을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 4호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에 적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소멸시효제도를 통한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합리적 이유 없이 위 사건 유형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 필요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다. 장기소멸시효 적용 배제
⑴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으로 이른바 과거사정리법 적용 사건에 대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적용이 배제되었다.
이러한 위헌결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권리남용과 신의칙을 근거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⑵ 장기소멸시효 조항에만 위헌결정을 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에 단기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는 여전히 적용된다.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사실인정의 문제이나, 진실규명결정일(2010. 6. 30.)이 아닌 그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정통지서 송달일이 언제인지는 기록상 불명확했던 것으로 보이나, 그날로부터 소를 제기(2013. 6. 18.)하기까지 3년을 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7.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가. ‘손해의 발생이 현실화’된 날로부터 10년
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장기소멸시효).
◎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⑵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의 경우, ‘불법행위를 한 날’은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
불법행위와 위법행위(가해행위)의 개념은 구별되어야 한다.
불법행위는 위법행위, 손해, 인과관계, 책임성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 사용하는 개념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인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를 한 날이 아닌 ‘가해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하며, 그 인식은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그리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손해를 안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그 발생 시기에 대한 증명책임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나. 성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750조)의 특수성
⑴ 성범죄 피해의 영향은 피해자의 나이, 환경, 피해 정도, 가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양상, 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뒤늦게 나타나거나, 성범죄 직후 일부 증상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에는 장차 증상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질환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⑵ 이러한 경우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피해자는 당시에는 장래의 손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고, 장래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피해 당시 아동이었거나 가해자와 친족관계를 비롯한 피보호관계에 있었던 경우 등 특수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인지적ㆍ심리적ㆍ관계적 특성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97137 판결 [성범죄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나타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⑴ 이 사건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원고가 성인이 되어 피고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잠재적ㆍ부동적인 상태에 있었다가 피고를 만나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음으로써 객관적ㆍ구체적으로 발생하여 현실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⑵ 민법 제766조 제2항에서 정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정확하게는 원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병한 때’가 될 것이나, 이 사건에서 과거 일부 증상이 발현되었으나 고착화되지 않은 점, 피고를 조우하기 전후에 겪은 정신적 고통의 현저한 차이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 그 손해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아 이를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았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 또한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가 될 것이다.
⑶ 위 판결은, 원고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때인 2016. 6. 7.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8.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가. 산재보험법상 소멸시효
⑴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기간
현행 산재보험법은 제112조 제1항 본문은 제36조 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의 시효를 3년으로 정하면서 단서에서 그에 대한 예외로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다.
단서 규정은 2018. 6. 12. 법률 제15665호 개정을 통하여 신설되어 2018. 12. 13. 시행되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경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
이와 같이 보험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면 발생하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 는 권리’, 이른바 ‘추상적 수급권’의 경우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소멸 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대상판결 사안은 추상적 수급권에 관한 사안이어서 문제되지 않지만, 피고의 보험급여결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구체적 수급권’의 경우에도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시효가 적용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⑵ 소멸시효의 기산점 일반론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에 의하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 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즉,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 할지라도 소멸시효 진행에 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때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행사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추상적) 수급권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를 통해 이루어진다(산재보험법 제 36조 제2항,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2항 참조).
따라서 진폐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경우 ‘최초 진폐보상연금 청구’를 통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추상적 수급권이 발생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 청구가 가능한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개별 보험급여의 근거법률의 해석을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는 요양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누2318 판결),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누2033 판결).
장해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판결은 확인되지 않지만, 산재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5조 제4호에 의하면 장해급여는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된 때 지급하고,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의미함에 비추어(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4977 판결 참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때’로 해석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4810 판결).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인데, 산재보험법 상 보험급여의 법적 성격과 산재보험법 제91조의3의 해석에 터 잡아 그에 관한 판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유족의 수급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검토
⑴ '유족급여'는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그 유족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족급여제도는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상속인이 그 재산을 상속하는 제도와는 취지를 달리한다.
유족급여는 별도의 보험급여로서 소멸시효 기산점은 유족이 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의 사망 시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판례도 같은 태도이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두11013 판결 참조).
⑵ 그런데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는 유족급여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망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수급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망인과 유족은 권리 주체가 다르고, 유족이 망인의 포괄승계인의 지위에서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래의 보험급부와 ‘기산점’을 달리 보아야 하는 것 아닌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① 고유권설(유족 자신의 법률에 의한 독자적 권리 취득 및 행사로 보는 견해)과 ② 승계취득설(유족은 망인의 수급권을 법률상 승계한 것으로 보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승계취득설이 타당하다.
다.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검토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 해석에 관하여 장해상태 기준시설, 등급결정시설 및 개별적․순차적 진행설의 대립이 있다.
장해상태 기준시설이 타당하다.
라.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
⑴ 장해상태 기준시설에 의하면,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 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망인의 진폐장해상태는 2012. 5. 23.경 ‘진폐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여 진폐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한다.
망인은 2012. 5. 23.부터 피고에게 더 높은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청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망인의 유족인 소외 1이 망인의 사망 후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라 망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이 사건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망인의 진폐증이 2014. 4.경까지 계속하여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2012. 5. 23.에는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 2012. 5. 23.을 소멸시효의 기 산점으로 하였을 때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를 한 2016. 6. 14.에 3년의 소 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⑵ 위 판결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9. 유족에 의한 진폐보상연금(차액) 청구 가부 (제1 처분사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가.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두14297 판결 법리의 직접적인 적용 범위(= 장해급여)
(1) 수급권자의 개념 및 산재보험법 제81조의 해석
산재보험법은 제36조 제1항은 보험급여의 종류에 관하여 규정한 이후, 제2항에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를 수급권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이른바 ‘추상적 수급권’ 이라 한다).
산재보험법 제40조, 제52조부터 제57조까지, 제60조부터 제62조까지, 제66조부터 제69조까지, 제71조, 제72조, 제91조의3 및 제91조의4에서 정하는 각각의 보험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갖춘 (추상적)수급권자가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 청구를 하고, 이후 공단의 보험급여 결정 등이 있으면 ‘구체적 수급권’을 취득하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이 행정행위라는 데에는 견해가 일치하는 바, 보험급여 지급을 위해서는 ‘실체적 요건’과 함께 ‘근로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 한 보험급여 신청 +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 결정’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참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두49119 판결도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요건에 해당하는 것만으로 바로 구체적인 급여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자의 보험급여 청구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을 함으로써 비로소 구체적인 급여청구권이 발생한다.”라고 판시하여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면 추상적 수급권이 발생되는 것으로 본 바 있다.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의 보험급여 지급에 관하여 산재보험법 제8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은 “보험급여의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수급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험급여로서 아직 지급하지 아니한 보험급여가 있으면 그 수급권자의 유족의 청구에 따라 그 보험급여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여, 망인이 구체적 수급권을 취득하였으나 아직 수령하지 못한 경우를 규율하고 있다.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그 수급권자가 사망 전 보험급여를 청구하지 아니하면 같은 항에 따른 유족의 청구에 따라 그 보험급여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여, 망인이 추상적 수급권을 취득한 후 보험급여를 청구하지 못하여 구체적 수급권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를 규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산재보험법 제81조 제2항 적용 사안으로, 망인의 유족(소외 2)은 망인이 진폐보상연금에 관한 추상적 수급권을 취득하였으나 사망 전에 보험급여 청구를 하지 않은 채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미지급 보험급여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 처분사유가 정당한 처분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피고가 실체적 요건을 심사하지 아니한 채, “망인이 사망 전 진폐장해등급 결정을 받지 않았다.”라는 사유를 들어 위 미지급 보험급여 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2) 피고의 종래 실무 및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두14297 판결
피고(근로복지공단)는 종래 진폐증으로 인한 장해급여의 경우, 보험급여 수급권자가 생전 청구하였다면 지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장해등급 판정을 받지 아니한 채 사망하였다면 산재보험법 제81조 제2항에 따른 유족의 보험급여 청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2014두14297 판결은 진폐증으로 요양 중 장해등급 판정을 받지 아니한 채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구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 지급신청에 대한 피고의 부지급 결정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보험급여 청구에 앞서 별도로 진폐판정 또는 장해등급의 결정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장해급여 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 대법원판결은 진폐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구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 청구 사안이어서 대상판결 사안과 같이 개정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 청구 사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된다.
나.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두14297 판결 법리의 진폐보상연금 적용 可否
진폐보상연금 지급 始期의 관점에서, 진폐장해등급이 결정․변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폐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그 유족의 진폐보상연금 청구 가부와 관련하여 긍정설과 부정설의 대립을 상정할 수 있다.
대상판결도 긍정설을 전제로 제1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10.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제2 처분사유 관련)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가. 산재보험법상 소멸시효
⑴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기간
현행 산재보험법은 제112조 제1항 본문은 제36조 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의 시효를 3년으로 정하면서 단서에서 그에 대한 예외로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다.
단서 규정은 2018. 6. 12. 법률 제15665호 개정을 통하여 신설되어 2018. 12. 13. 시행되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경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된다.
이와 같이 보험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면 발생하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 는 권리’, 이른바 ‘추상적 수급권’의 경우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소멸 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대상판결 사안은 추상적 수급권에 관한 사안이어서 문제되지 않지만, 피고의 보험급여결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구체적 수급권’의 경우에도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의 시효가 적용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⑵ 소멸시효의 기산점 일반론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에 의하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 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즉,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 할지라도 소멸시효 진행에 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때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행사는 산재보험법 제36조 제2항에 따른 (추상적) 수급권자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를 통해 이루어진다(산재보험법 제 36조 제2항,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2항 참조).
따라서 진폐보상연금을 받을 권리의 경우 ‘최초 진폐보상연금 청구’를 통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추상적 수급권이 발생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 청구가 가능한 시점으로 볼 수 있는데, 개별 보험급여의 근거법률의 해석을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는 요양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누2318 판결), 휴업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요양으로 인하여 구체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한 날의 다음 날부터 매일매일 진행하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누2033 판결).
장해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판결은 확인되지 않지만, 산재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5조 제4호에 의하면 장해급여는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된 때 지급하고,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의미함에 비추어(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4977 판결 참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때’로 해석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두4810 판결).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인데, 산재보험법 상 보험급여의 법적 성격과 산재보험법 제91조의3의 해석에 터 잡아 그에 관한 판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유족의 수급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검토
‘유족급여’는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그 유족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족급여제도는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상속인이 그 재산을 상속하는 제도와는 취지를 달리한다.
유족급여는 별도의 보험급여로서 소멸시효 기산점은 유족이 그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근로자의 사망 시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판례도 같은 태도이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두11013 판결 참조).
그런데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른 미지급 보험급여는 유족급여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망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수급권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망인과 유족은 권리 주체가 다르고, 유족이 망인의 포괄승계인의 지위에서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본래의 보험급부와 ‘기산점’을 달리 보아야 하는 것 아닌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① 고유권설(유족 자신의 법률에 의한 독자적 권리 취득 및 행사로 보는 견해)과 ② 승계취득설(유족은 망인의 수급권을 법률상 승계한 것으로 보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승계취득설이 타당하다.
다.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검토
산재보험법상 진폐보상연금의 소멸시효 기산점 해석에 관하여 장해상태 기준시설, 등급결정시설 및 개별적․순차적 진행설의 대립이 있다.
장해상태 기준시설이 타당하다.
11. 대상판결의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2호, 허이훈 P.3-37 참조]
⑴ 장해상태 기준시설에 의하면,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 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망인의 진폐장해상태는 2012. 5. 23.경 ‘진폐의 병형이 제1형 이상이면서 동시에 심폐기능에 고도장해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여 진폐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한다.
⑵ 망인은 2012. 5. 23.부터 피고에게 더 높은 진폐장해등급에 따른 진폐보상연금을 청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망인의 유족인 소외 1이 망인의 사망 후 산재보험법 제81조에 따라 망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이 사건 진폐보상연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⑶ 망인의 진폐증이 2014. 4.경까지 계속하여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2012. 5. 23.에는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위 2012. 5. 23.을 소멸시효의 기 산점으로 하였을 때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급여 청구를 한 2016. 6. 14.에 3년의 소 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⑷ 대상판결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대상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진폐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폐근로자의 진폐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진폐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