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부동산담보신탁, 변제자대위, 도산절연효과,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담보신탁에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 가능성, 물상보증인의 구상권>】《변제자대위에서 담보신탁의 위탁자와 인적보증 사이의 관계, 담보신탁계약상 타인의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설정한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 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 연대보증인과 사이에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 채무자 아닌 담보신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보증인의 대위변제액이 부담부분을 초과하여야 담보신탁자에게 우선수익권을 변제자대위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다27818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 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 연대보증인과 사이에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된 사안]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위탁자가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경우,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수익권은 경제적으로 금전채권에 대한 담보로 기능하지만, 그 성질상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이다.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수익권과 법적 성질이 다르지 않고, 채권자가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에, 설령 경제적인 실질에 있어 위탁자가 부동산담보신탁을 통하여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탁자가 자기의 재산 그 자체를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 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보증인의 총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 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 간과 같이 상호 이해 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법정대위자 상호 간의 관계에 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에 우열을 인정하지 않고 양자를 동등하게 취급하여 그에 따라 변제자대위를 제한하거나 같은 항 제4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 그 재산의 가액에 따라 변제자대위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민법의 해석상 공동보증인 상호 간의 변제자대위가 구상권의 범위에 따라 제한된다고 보는 것은 변제자대위의 순환을 방지하여 혼란을 피하고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등 법정대위자 어느 일방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위탁자가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경우에 채권자가 가지는 우선수익권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법정대위할 수 있는 ‘담보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채권자 C 은행(이하 ‘C’라 한다)은 2012. 9. 28. 채무자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에 40억 원을 대출하였고(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원고는 D의 C에 대한 위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⑵ 주식회사 Tr(이하 ‘Tr’이라 한다)은 그 무렵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이던 양산시 XX동 1010-3 토지 및 같은 동 1010-4 토지에 관하여 Te 주식회사(이하 ‘Te’라 한다)와 우선수익자를 C(우선수익한도금액 52억 원), 수익자를 Tr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 Te에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
이 사건 신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이 신탁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관리와 위탁자(채무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이를 포함한다)가 부담하는 채무 내지는 책임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 시 환가․정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제1조).
② 우선수익자(C)는 수익권증서에 기재된 52억 원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와 사이에서 여신거래로 발생하는 원금, 이자 및 지연손해금 등에 한하여 수익권의 수익을 얻을 권리가 있고, 신탁원본에 대한 우선수익자의 수익권은 수익자(Tr)의 수익권보다 우선한다(제7조, 제22조, 특약사항 제1조).
③ 신탁기간 만료 전에 우선수익자의 요청 등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양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에 신탁이 종료하고(제2조), 우선수익자와 채무자 사이에 체결한 여신거래 약정 위반이 있는 경우 신탁기간 만료 전이라도 우선수익자의 요청 등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제18조).
⑶ 원고는 2014. 5. 23.부터 2015. 1. 2.까지 C에 이 사건 대출금채무 중 이자 합계 184,620,507원을 대위변제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위변제’라고 한다).
⑷ 그 후 Te는 신탁부동산의 처분 및 정산을 거친 결과 이 사건 신탁계약의 수익자인 Tr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할 잔여 금액이 1,903,236,092원인데, 이에 대하여 다수의 채권가압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2015. 6. 1. 위 잔여 금액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년 금 제*****호로 공탁하였다.
⑸ 위 공탁금에 대하여 창원지방법원 2015타배**호로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2015. 10. 27. 피고에게 합계 334,435,911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되었고, 배당이의소송 등의 결과를 반영하여 2017. 1. 11. 피고에게 합계 165,701,953원을 추가로 배당하는 내용의 추가 배당표가 작성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배당절차에서 이 사건 대위변제로써 원고가 C의 우선수익권을 변제자대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금액에 대하여 우선하여 배당받을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위와 같이 작성된 배당표 및 추가 배당표에는 그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⑹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배당절차에서 피고가 실제로 배당받은 금액(500,137,864원)과 원고가 신탁부동산의 처분수익 중 184,620,507원을 우선하여 배당받게 될 경우 피고가 배당받게 될 금액(450,985,143원)의 차액인 49,152,721원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반환을 구하였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이 담보하는 D의 C에 대한 대출금 이자채무 184,620,507원을 D 대신 변제함에 따라 변제자대위 법리에 의하여 C가 D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이 사건 신탁계약상 제1순위 우선수익권)를 대
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
② C가 이 사건 신탁계약에 기하여 취득한 우선수익권은 Tr을 비롯한 일반수익권자에 우선하는 권리로서 신탁부동산의 처분수익 1,903,236,092원 중 52억 원에 달하기까지의 수익은 C에 우선하여 귀속되고 그 나머지만이 Tr에 귀속된다.
③ Te는 우선수익권자인 C를 대위한 원고에게 귀속되는 위 184,620,507원을 공제한 나머지 처분수익만을 공탁하였어야 했는데, 처분수익 전부를 잘못 공탁하고 법원은 이를 기초로 그 전부에 대하여 배당절차를 진행함으로써 피고가 위 184,620,507원으로부터도 배당을 받게 된 것은 실질적으로 무효인 압류, 가압류에 기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⑺ 제1심은,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 1,903,236,092원 중 52억 원에 달하기까지의 금액은 우선수익권자인 C에게 귀속되고 원고는 대위변제한 금액 범위 내에서 C를 대위할 권리가 있으므로, Te는 원고 귀속분을 제외하고 공탁했어야 함에도 그와 같이 하지 않아 피고가 원고 귀속분에서 배당받은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⑻ 반면, 원심은 제1심과 같이 원고가 변제자대위에 따라 C가 가지는 채권 및 담보권(우선수익권)을 대위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Tr은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가지므로 원고로서는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 및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 판결의 법리에 따라 부담부분을 초과하는 범위에 한하여 C를 상대로 이 사건 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을 뿐인데,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변제하였다는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사안의 개요
⑴ 동림산업개발은 경남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대출(40억 원)을 받았고, 원고는 이를 연대보증하였으며, 동림개발은 코리아신탁과 이 사건 대출을 담보하기 위한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⑵ 이 사건 신탁계약은 경남은행에게 우선수익권을 부여하고 남는 신탁원본이 있으면 동림개발에 수익권이 있다고 정하였다.
⑶ 이후 원고는 이 사건 대출금의 이자를 변제하는 이 사건 대위변제를 하였다.
⑷ 피고들은 동림개발의 수익권에 대하여 가압류 또는 압류ㆍ추심명령을 받았고, 이에 코리아신탁은 동림개발에 지급할 수익금을 공탁하였다.
⑸ 법원은 원고와 피고들이 평등배당을 받는 내용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들은 각자 배당금을 수령하였다.
⑹ 그 후 원고는 변제자대위로써 경남은행의 우선수익권을 취득하였으므로 그보다 후순위인 피고들보다 순위가 앞선다는 이유로, 피고들을 상대로 배당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⑺ 원심은, 동림개발이 물상보증인의 지위에 있고, 연대보증인인 원고는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에 따라 인원수에 비례한 분담비율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여야 동림개발을 상대로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으나 그 주장ㆍ증명이 없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다.
⑻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가 일부 부적절하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① 담보신탁계약의 우선수익권 특성상 채무자가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도 아니고,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 그 자체를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인 담보위탁자에 대하여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을 변제자대위하는 경우에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② 그러나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간에 변제자대위의 순환을 방지하고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일방적으로 전가당하지 않게 한다는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경우에도 보증인은 인원수에 비례하는 분담비율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할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 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 위탁자를 자기의 재산 그 자체를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②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입법 배경, 취지나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이다.
⑵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수익권은 경제적으로 금전채권에 대한 담보로 기능하지만, 그 성질상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이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수익권과 법적 성질이 다르지 않고, 채권자가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참조). 그러므로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에, 설령 경제적인 실질에 있어 위탁자가 부동산담보신탁을 통하여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탁자가 자기의 재산 그 자체를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 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간에는 보증인의 총 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간과 같이 상호 이해 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 61120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법정대위자 상호간의 관계에 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에 우열을 인정하지 않고 양자를 동등하게 취급하여 그에 따라 변제자대위를 제한하거나 같은 항 제4호가 물상보증인 상호간에 그 재산의 가액에 따라 변제자대위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민법의 해석상 공동보증인 상호간의 변제자대위가 구상권의 범위에 따라 제한된다고 보는 것은 변제자대위의 순환을 방지하여 혼란을 피하고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등 법정대위자 어느 일방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위탁자가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경우에 채권자가 가지는 우선수익권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법정대위할 수 있는 ‘담보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⑶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채무자의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여 담보신탁을 설정하였는데 대출금채무의 연대보증인인 원고가 이자 중 일부를 대위변제한 다음 담보신탁 부동산의 처분 및 정산 이후 배당절차가 개시되자 배당을 받은 피고를 상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을 변제자대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위변제한 금액에 대하여 우선하여 배당받을 권리를 주장한 사안이다.
⑷ 대법원은,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곧바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하여 원고가 자기의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는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3. 부동산신탁
가. 신탁의 의의와 기능
⑴ 판례는 신탁을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ㆍ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것이고, 다만,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함에 불과하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고 한다.
⑵ 일정한 목적을 위해 재산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신탁제도를 택하는 이유는, 우선 신탁은 정형화된 물권법의 틀에서 벗어나 재산권의 귀속자와 실질적인 수익자를 분리하고 수익자를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재산권의 실질을 유지하면서도 그 목적에 맞게 재산권을 다른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권리자가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기 어렵거나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원하는 경우, 재산관리 능력이나 신용, 법인격 등을 수탁자의 것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재산의 귀속과 수익이 분리되면, 재산으로부터 이익을 수여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고, 분산된 재산권의 권리 주체를 수탁자로 단일화하거나 하나의 재산권의 수익자가 여럿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어떤 재산권을 신탁을 통해 신탁수익권으로 전환하면 이를 증권화하여 유동성을 증대시키거나, 유언신탁이나 적립신탁 등을 통해 재산권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시점을 장래로 이연시킬 수도 있다.
⑶ 다음으로 신탁의 중요한 특징은 도산격리의 기능이다.
신탁재산은 재단법인과 같이 법인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위탁자와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성을 가진다. 이는 수탁자가 대내외적인 소유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수탁자 개인에 대한 채권자는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으며(신탁법 제22조),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파산시 파산재단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신탁법 제23조).
나아가 위탁자의 채권자도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것이 아닌 이상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위탁자 파산시 신탁재산이 위탁자의 파산재단을 구성하지 않는다. 이처럼 신탁은 재산권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제도 설계를 가능하게 하고, 도산격리 기능을 통해 재산보전에 유용한 도구로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나. 부동산신탁의 종류
⑴ 부동산신탁이라는 용어가 법에 정의되어 있지는 않으나, 신탁재산으로 부동산을 수탁하여 이를 관리, 보전 및 처분하는 신탁을 통칭하여 부동산신탁이라고 할 수 있다(신탁법 제2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조 및 제103조 등 참조).
부동산신탁은 대표적인 신탁의 한 형태로서, 노하우나 자금이 부족한 위탁자가 신탁회사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하는 데에 유리하게 신탁을 설정할 수도 있으며, 도산격리를 통해 사업 진행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⑵ 통상 부동산신탁회사 또는 신탁겸영 금융기관이 수탁자로서 신탁행위에 의하여 위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이전받아 신탁사무를 수행하며, 신탁회사들의 영업실무상 부동산신탁 관련 상품들은 그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토지신탁, 관리신탁, 처분신탁, 담보신탁 등으로 구분된다.
그 외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정되는 부동산집합투자기구,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분양자의 보호를 위해 분양관리신탁을 하는 경우(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29조의2),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산유동화를 위해 신탁을 하는 경우(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그런데 실무에서는 정책적인 이유로 부동산을 신탁하는 방식의 자산유동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부동산 소유자가 유동화전문회사에 직접 소유권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채권의 담보를 위해 시행사가 금융회사에 대해 토지소유권을 신탁하는 경우 등 부동산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다. 토지신탁
⑴ 토지신탁은 토지 소유자가 효율적 개발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토지를 신탁회사에 신탁하고(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도 신탁업허가를 받아 신탁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정책적인 이유로 부동산신탁 중 토지신탁은 영위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신탁회사는 신탁약정에 따라 개발자금의 조달, 건축물의 건설 및 임대·분양,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이에 따른 수익을 지정된 수익자에게 교부하는 방식의 신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지신탁을 개발신탁 또는 토지개발신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⑵ 신탁회사가 건물의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이를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그 수익을 위탁자이자 수익자인 토지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는 임대형 토지신탁이고, 신탁회사가 토지 위에 건축물 등을 건설하여 이를 분양하고, 분양수입으로 우선 개발에 소요된 자금의 상환 및 기타 개발비용에 충당한 다음 잔여 개발이익을 금전 또는 잔여신탁부동산으로 수익자에게 교부하는 형태는 분양형 토지신탁이다.
⑶ 재건축사업에서 재건축조합 대신 수탁자가 재건축사업의 시행자로서 지정되는 경우가 있는데(도시 및 주건환경정비법 제27조 제1항 제3호 참조), 이는 일종의 분양형 토지신탁으로 볼 수 있다. 분양형 토지신탁 중에는 부동산시행사가 수익성 있는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토지를 물색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한 후 신탁계약을 통해 토지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고 개발이익을 얻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부동산시행사가 진행하는 분양형 토지신탁은 위탁자인 부동산시행자가 개발자금 조달책임을 지는 이른바 관리형 토지신탁이 대부분이다(이에 반해 수탁자가 자금조달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는 차입형 토지신탁에 해당한다).
라. 부동산 관리신탁 및 처분신탁
⑴ 부동산 관리신탁은 부동산 소유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회사에게 이전하면 신탁회사가 신탁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소유권의 관리는 물론 임대차, 시설의 유지·보수, 세무, 법무 등 각종 부동산의 관리업무를 이행하고 부동산 임대료 등 신택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지정된 수익자에게 교부하는 신탁이다. 부동산 소유자가 외국에 장기 거주하거나 임차인이 다수 존재하거나 관리 대상 부동산이 여럿이거나 고령으로 인해 관리가 쉽지 않은 경우에 부동산 관리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부동산의 전문적,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종합관리형신탁이 갑종 부동산관리신탁이다.
이에 비해 부동산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분쟁을 예방하여 소유권을 안전하게 보존할 목적 등으로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을종 부동산관리신탁이 있다. 개발사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활성화되면서 을종 부동산관리신탁이 이용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⑵ 한편, 대규모 부동산, 매수인이 제한되는 부동산, 잔금 정산까지 장기간이 소유되는 경우, 소유권 관리가 까다로운 경우 등 처분이 어려운 부동산을 안정적으로 처분하기 위해 이용하는 신탁이 부동산 처분신탁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수탁자가 되는 경우가 많고, 수탁재산의 처분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처분수익을 수익자에게 교부하는 내용의 신탁계약이 체결된다.
신탁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수탁자가 매도인이 되어 수탁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이나, 처분신탁을 해지하여 위탁자에게 소유권을 반환한 다음 위탁자가 매도인이 되어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마. 부동산 담보신탁
⑴ 부동산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부동산신탁의 방식이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0732 판결).
실무상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고 수탁자로부터 수익권증서를 교부받는데, 위탁자는 이 수익권증서를 금융기관 등 우선수익자에게 양도하고 대출을 받는다. 우선수익자는 위탁자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환가를 요구할 수 있고, 수탁자는 환가대금에서 우선수익자의 피담보채권을 변제하고 잔여 금액을 위탁자에게 지급하는 식이다.
⑵ 담보신탁은 부동산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설정된다는 점에서 담보권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담보권신탁과 구별된다.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자금을 융통한다는 점에서 저당권과 유사하지만,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보다 소요 비용이 적고,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시 경매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수탁자의 임의처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⑶ 담보신탁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담보신탁에 의한 수익권을 관습법상 담보물권으로 보아야 한다거나, 담보신탁은 실질적인 담보거래로 보고 그 성질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담보법의 법리를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담보신탁에서 수익권은 우선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의 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견해이다.
법원도 후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59797 판결; 대법원 2016. 5. 25 자 2014마1427 결정 등. 다만,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은 담보신탁의 기능 등에 비추어 그에 따른 공매 등은 저당권 등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 등과 구별하여 다루어야 할 만큼 실질적인 차이가 없고 담보신탁과 양도담보는 실질적인 면에서 같다고 하면서,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 절차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 정하고 있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절차 등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였다).
4. 부동산담보신탁 관련 법리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양시호 P.168-206 참조]
가. 담보신탁의 개념
⑴ 신탁법상 신탁
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특정한 재산을 처분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등을 위하여 신탁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신탁법 제2조). 현행 신탁법은 일본 신탁법을 기반으로 1961년 제정되었다가 2011. 7. 25. 전부 개정되었다.
신탁에서는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이전되고, 그 결과 수탁자는 신탁재산에 관한 배타적인 처분․관리권을 가지게 된다(대법원 2003. 1. 27. 자 2000마2997 결정,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0235 판결 등).
신탁재산은 형식적으로는 수탁자에게 귀속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독립된 별개의 재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48956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61814 판결 등).
⑵ 담보신탁의 개념
담보신탁이란 ‘채권의 담보를 목적으로 설정하는 신탁’이라고 하거나, ‘위탁자가 차입거래에서 부담하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담보목적물을 수탁자에게 신탁하고 타익신탁의 방식으로 채권자에게 수익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담보권설정자가 되어 수탁자에게 담보권을 설정해 주고 피담보채권의 채권자를 수익자로 지정하는 신탁법상의 담보권신탁과는 구별된다.
담보권 신탁의 경우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여전히 위탁자에게 남아 있게 된다.
⑶ 담보신탁의 유형으로는 ① 자익신탁형, ② 타익신탁형 및 ③ 결합형이 있다.
㈎ 자익신탁형
① 자익신탁형은 수익권에 대하여 양도/질권 설정하는 방식으로 도산절연효과[위탁자의 도산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절연(격리 또는 멀어짐, Bankruptcy Remoteness)된다는 법리]가 없다.
② 자익신탁형에서는 신탁만으로는 담보제공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수익권을 담보목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추가적인 행위가 필요하다고 설명된다.
즉 신탁 자체는 담보와 필연적 관련이 없고, 자산(수익권) 유동화와 유사한 유형에 해당한다.
③ 여기서는 신탁의 목적 자체가 담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권을 양도 또는 질권 설정하는 것이 담보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에 해당한다.
④ 자익신탁형은 타익신탁형이나 결합형에 의한 신탁과 달리 도산절연효과가 없다. 신탁계약 시에 위탁자인 정리 전 회사가 자신을 수익자로 지정한 후 그 수익권을 담보 목적으로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그 수익권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것으로서 정리절차개시 당시 회사 재산에 대한 담보권이 된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49484 판결). 정리담보권에 해당하여 정리계획인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취지이다.
㈏ 타익신탁형 및 결합형
타익신탁형 및 결합형은 판례에 의하여 도산절연효과가 인정된다.
타익신탁형은 채권자를 곧장 (우선)수익자로 지정한다는 측면에서 타익신탁이라고 한다. 신탁설정행위 이외에 담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추가적인 약정이 불필요하고, 신탁 목적물 자체가 담보로서 기능한다. 우선수익자는 타익신탁형과 결합형에서만 등장하는 개념이다
결합형은 자익신탁과 타익신탁의 결합형으로서 채무자(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담보신탁을 설정하면서 담보의 목적으로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지정하고 채무자를 수익자로 지정하는 구조를 취한다. 결합형은 우선수익자인 채권자가 주된 수익자이고 실제로 위탁자가 잔여액을 받을 가능성이 많지 않으므로 타익신탁의 일종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결합형에서는 채무불이행 시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수익자인 위탁자에게 반환하게 된다. 위탁자의 수익권이라는 용어는 신탁법상 용어라기보다 거래계에서 원인채권자의 우선변제받을 권능과 대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로 위탁자의 채무변제기가 도래하기 전 위탁자의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를 근거 없이 수익자에게 교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여하는 권리라고 본다.
우선수익자는 신탁법상 개념은 아니고(신탁법상으로는 ‘수익자’에 해당한다), 신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우선수익권을 갖게 된다. 우선수익권은 ① 주로 일정한 요건(채무불이행 등)하에서 신탁재산의 처분요청권과 ② 신탁재산의 처분 시 그 처분대금에서 1순위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신탁법상으로는 수익자만 규정되어 있으나 신탁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우선수익자를 설정하는 것이 신탁법상 금지되지 않는다(신탁법 제2조, 제56조 제1항, 제71조 제3항 참조).
종래의 문헌에는 담보신탁의 개념을 설명함에 있어서 위탁자가 채무자임을 전제로 하는 것들이 있으나, 물상보증인과 마찬가지로 채무자가 아닌 제3자도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담보신탁을 설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위탁자가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일 때에는 당연히 도산절연효과가 발생하게 된다[채무자에 대한 도산은 채무자 아닌 제3자(보증인, 물상보증인 등)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은 타익신탁형 사안에서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다9267 판결을 통해 최초로 담보신탁에 대하여 도산절연을 인정한 이래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결합형 담보신탁에 대하여도 그 유효성을 긍정해 오고 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부동산담보신탁은 2001년 대법원이 도산절연을 인정한 이래 ① 담보물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저당권 설정비용보다 저렴한 점, ② 예측하지 못한 우선채권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어 담보가치 유지에 유리한 점, ③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경매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부동산 처분절차가 간편한 점, ④ 물상대위권 행사시 압류가 필요 없는 점, ⑤ 담보신탁의 신탁재산은 위탁자로부터 도산절연이 되는 이점이 있는 점, ⑥ 수탁자가 부동산담보신탁 전문회사인 경우 신탁재산의 보존이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점 등을 이유로 그 활용도가 증가하여 수탁고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등 거래계에서 정착되었고, 관련 분쟁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나. 담보신탁의 법적 성질
이에 대하여는 ① 담보권 긍정설(변칙담보권으로 보는 입장)과 ② 담보권 부정설(신탁의 한 유형으로 보는 입장)이 대립한다.
다. 담보신탁 관련 판례의 법리
도산절연 관련 법리는 이 사건에서 문제 되지 않으므로 제외하고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유추)적용 여부와의 관계에서 관련 법리를 검토한다.
⑴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담보권 부정설로 이해되었음)
㈎ 모두 채무자 소유인 경우 공동저당권에 관한 민법 제368조의 유추적용 (= 부정)
민법 제368조는 공동저당에서 후순위 권리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36040 판결) 동시배당의 경우 경매대가에 비례한 안분의 원칙을(①항), 이시배당의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같은 결과가 되도록 안분의 경우에 비하여 배당상 불이익을 입은 후순위 저당권자 등으로 하여금 해당 금액에 관하여 다른 공동저당 부동산상의 공동저당권에 대하여 대위할 수 있음을(②항)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368조는 후순위 권리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고, 자신의 소유물이 경매된 물상보증인이나 제3취득자의 보호는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나 대위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민법 제480조 내지 제486조). 이에 따라 민법 제368조 제1항은 공동저당 부동산의 소유자가 채무자이든 물상보증인이든 동일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일부는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의한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용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위탁자가 수 개의 부동산을 담보목적으로 신탁한 경우 신탁법에는 공동저당에 관한 민법 제368조와 같은 규정이 없어 후순위 우선수익자들 사이에 정산방법이 문제 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79347 판결은 채무자가 금융기관인 채권자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11개 부동산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담보신탁을 설정하고 채권자를 1순위 우선수익자로 지정하였는데, 그중 일부 부동산이 먼저 매각되면서 그 부동산에 관한 2순위 우선수익자가 수익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나머지 건물에 대한 채권자의 1순위 우선수익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채권자 등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담보신탁의 경우 채무자 소유의 수 개 부동산에 관하여 공동저당이 설정된 경우에 관한 민법 제368조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 일부 채무자 소유, 일부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에 관한 대법원 2008다41475 판결 법리 유추적용 (= 부정)
민법 제368조 제1항의 적용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은 담보목적물의 일부가 채무자 소유이고 일부가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이른바 변제자대위 우선설에 따르고 있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8다41475 판결).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8다41475 판결(변제자대위 우선설) :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 위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의한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 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68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25417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823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러한 경우 경매법원으로서는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공동저당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당을 하고, 부족분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물상보증인 소유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추가로 배당을 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뿐만 아니라 제3자가 신탁부동산을 제공함으로써 위탁자가 수인이 되는 경우 정산방법에 관하여 신탁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변제자대위 우선설을 취한 대법원 2008다41475 판결 법리(先 채무자 소유 → 後 물상보증인 소유)가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안이 서울고등법원 2010나52982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는데, 위 법원은 신탁계약의 취지와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다른 약정의 내용, 계약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산방법을 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대법원 2008다41475 판결의 법리를 (유추)적용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신탁계약의 내용에 정한 바가 없으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도록 신탁계약을 해석해야 한다고 본 원심을 수긍하였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59797, 59803 판결).
◎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59797, 59803 판결 :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판시 사정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신탁하는 위탁자는 그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 채무의 변제에 충당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신탁하는 위탁자는 채무자가 신탁한 부동산의 처분대금으로 채무가 전부 변제된다면 자신이 신탁한 부동산이나 그에 갈음하는 물건은 그대로 반환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들과 원고들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 등이 참가인의 주식회사 신한은행(이하 ‘신한은행’이라고 한다)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부동산을 신탁한 후에 그 신탁부동산이 처분되어 그 처분대금에서 우선수익자인 신한은행에 배분하는 수익금을 공제하여 이를 신한은행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출금 채무를 상환함에 있어, 우선 참가인이 신탁한 부동산 부분의 처분대금에서 신한은행에 대한 수익금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수탁자의 선관의무와 공평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다. 한편 부동산담보신탁이 변칙담보권에 해당한다는 가정적인 판단을 전제로 하여 공동저당권의 목적물인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함께 경매되어 그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경우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공동저당권자에 대한 배당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8다41475 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에 대해서도 유추적용되어야 한다고 본 원심판단의 당부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이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 부분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⑵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 담보권 부정설을 명시적으로 확인)
㈎ 신탁계약상 권리임을 명시하고 담보물권의 부종성․수반성을 부정함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원인채권이 전부(轉付)된 경우 담보물권의 수반성, 즉 담보신탁이 담보하는 금전채권과 우선수익권이 분리되어 존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직접적으로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우선수익권은 담보로 기능할 뿐, 금전채권과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천명하였다. 즉, 수반성을 부정하여 금전채권과 귀속이 달라졌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아 금전채권이 제3자에게 전부(양도)되었더라도 우선수익권을 목적으로 한 원고의 질권 침해가 긍정되었으며, 부종성도 부정하여 우선수익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해 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수익권은 경제적으로 금전채권에 대한 담보로 기능할 뿐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우선수익권과 별도로 금전채권이 제3자에게 양도 또는 전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우선수익권이 금전채권에 수반하여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고, 금전채권과 우선수익권의 귀속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우선수익권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同旨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52589 판결).
대법원은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로도 담보신탁이 신탁의 형식을 통하여 도산절연,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케 하는 것일 뿐 우선수익권은 신탁계약상 권리라는 점을 확인하는 등 담보신탁의 기능과 법적 성격을 구분한 판시를 낸 바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 신탁행위로 정한 바에 따라 수익자로 지정된 사람은 당연히 수익권을 취득한다(신탁법 제56조 제1항). 신탁재산에 속한 재산의 인도와 그 밖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요구하는 청구권이 수익권의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수익자는 그 외에도 신탁법상 수익자의 지위에서 여러 가지 권능을 가지며, 수익권의 구체적인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신탁계약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정할 수 있다. 우선수익권은 구 신탁법이나 신탁법에서 규정한 법률 용어는 아니나, 거래 관행상 통상 부동산담보신탁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에 신탁재산 처분을 요청하고 그 처분대금에서 자신의 채권을 위탁자인 채무자나 그 밖의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법적 성질은 일반적인 수익권과 다르지 않다.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이다.
㈏ 실현 방식, 설정 방식에 관한 담보물권과의 유사성은 긍정함
대법원은 골프장 입회보증금 반환채무 승계에 관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판시를 내놓은 바 있다.
해당 사건의 사안은 골프장 회원들인 원고들이 위탁자가 담보신탁에 따라 신탁한 사업부지와 건물이 공매절차에서 낙찰되자 이를 취득한 낙찰자를 상대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이라 한다)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입회금반환채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입회금반환청구를 한 사안이다.
● 체육시설법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合倂)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 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에 의한 환가(換價)
3. 국세징수법 ․ 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 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라. 담보신탁의 기능 등에 비추어 그에 따른 공매 등은 저당권 등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 등과 구별하여 다루어야 할 만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1)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 절차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 정하고 있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절차 등은 다음과 같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① 채권자의 채권을 변제하기 위해서 채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하는 강제적이거나 비자발적인 환가절차이다. ② 법원의 감독이나 허가를 받거나 법원 또는 관청이 절차를 주관하는 등 당사자들의 의사만으로 절차의 진행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③ 우선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개경쟁입찰방식 등을 거친다. ④ 일정한 요건 아래에 임의매각이나 수의계약 방식에 의한 처분도 허용된다(채무자회생법 제492조, 제496조에 따른 임의매각, 국세징수법 제62조에 따른 수의계약, 관세법 제210조 제3항에 따른 수의계약, 지방세징수법 제72조에 따른 수의계약). (2)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 절차는 수탁자 앞으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된 다음 절차가 진행되고, 신탁재산이 공매로 처분되어도 그 제한물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당권 등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 절차가 저당권 등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수탁자로의 소유권 이전은 신탁재산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고, 위탁자가 여전히 신탁재산을 사용․수익하면서 영업 등을 그대로 영위한다. 또한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수탁자가 담보신탁계약에 따라 공매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처분할 수 없다. 한편 경매 등으로 인한 제한물권의 소멸은 민사집행법 등에서 이른바 소멸주의를 채택한 결과에 따른 것이고,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이 반드시 제한물권을 소멸시키는 절차만을 상정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형식으로 체육필수시설의 취득․운영에 드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위탁자인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에 채무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재산의 공매와 같은 강제환가절차를 통해서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이전된다. 따라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실질적으로는 저당권등 담보권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중략) (3) 소유권 이전의 설정 방식과 관련하여 담보신탁은 소유권 등 권리이전형 담보의 일종인 ‘양도담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즉, 담보신탁은 채권담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처분권한을 제한하는 조치로 수탁자가 위탁자인 채무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그 부동산을 처분할 때에도 채무자에게로 다시 그 소유권이 회복되지 않은 채 그대로 처분절차가 진행된다.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체육필수시설에 대해 양도담보나 가등기가 설정된 경우 그 양도담보나 가등기담보가 실행될 때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호나 제4호가 적용될 여지가 있는데(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이하에서 이 법률이 적용되는 부동산양도담보나 가등기담보에 대하여 담보권 실행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제12조는 담보가등기권리자는 그 선택에 따라 제3조에 따른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담보목적부동산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긍정한다면 담보신탁과 양도담보는 채권담보 목적으로 설정되고 설정 당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같으므로,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와 수의계약도 양도담보의 실행과 마찬가지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있다.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의 입법 목적, 문언, 입법자의 의사 등을 살펴 담보신탁에 따른 공매가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 해당하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사안으로 담보신탁의 법적 성질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가른 직접적인 쟁점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담보신탁에 따른 공매가 민사집행법상 경매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거나 ‘담보신탁이 소유권 등 권리이전형 담보의 일종인 양도담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판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⑶ 담보신탁 관련 대법원의 법리에 대한 평가
대법원이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담보신탁의 담보권적 성격이 부각되는 판시를 한 바는 있으나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수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체육시설법의 해석의 국면에서 법의 취지와 구체적 타당성 등을 고려하여 도출한 결론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을 신탁계약상의 권리라고 보아 담보신탁과 담보물권을 구별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안에서 신탁계약과 법령의 해석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① 대법원 2012다79347 판결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대법원 2011다59797, 59803 판결에서도 신탁계약의 해석을 통해 채무자가 신탁한 부동산의 수익금에서 먼저 채무가 변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②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우선수익권이 신탁계약상 별개의 권리라고 보면서도 결국 신탁계약의 해석상 우선수익권을 피담보채권의 귀속과 상관없이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보았다.
그 결과 결국 양자를 동일시하는 입장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도 용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대법원은 담보신탁과 담보물권의 구별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도산격리’의 문제에서는 여전히 엄격한 구별을 하고 있다). 대법원 2011다59797, 59803 판결의 결론과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이 결국 담보물권성을 인정할 경우와의 결론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은 대법원이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쟁점, 즉 담보신탁에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규정이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검토함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이 고려되어야 한다.
5.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담보신탁에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 가능성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양시호 P.168-206 참조]
가. 변제자대위 관련 규정
● 민법
제481조(변제자의 법정대위)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
● 제482조(변제자대위의 효과, 대위자 간의 관계)
① 전2조의 규정에 의하여 채권자를 대위한 자는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권리행사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
1. 보증인은 미리 전세권이나 저당권의 등기에 그 대위를 부기하지 아니하면 전세물이나 저당물에 권리를 취득한 제삼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
2. 제삼취득자는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지 못한다.
3. 제삼취득자 중의 1인은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다른 제삼취득자에 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4.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수인인 경우에는 전호의 규정
을 준용한다.
5.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와 보증인 간에는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그러나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수인인 때에는 보증인의 부담부분을 제외하고 그 잔액에 대하여 각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대위한다. 이 경우에 그 재산이 부동산인 때에는 제1호의 규정을 준용한다.
나. 변제자대위의 성격
⑴ 구상권
① 변제가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 변제한 제3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求償權)을 취득하게 된다. 구상권은 ‘부담해야 할 의무에 관하여 대신 출연한 자가 그 타인에 대하여 상환을 구하는 권리’로 정의된다.
② 구상권의 발생 근거로 민법에 상세한 규정이 있는 경우도 있고(예컨대 불가분채무자 제411조, 연대채무자 제425조, 보증인 제441조, 제442조, 제444조, 제447조, 제448조, 물상보증인 제341조, 제355조, 제370조), 규정이 없어도 일반 법리에 근거하여 구상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예컨대 제3자의 변제에 따른 구상관계, 사용자책임에 있어서의 구상관계,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구상관계 등).
③ 대법원은 위임과 사무관리에서의 상환청구권도 구상권의 근거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8106 판결).
④ 물상보증인의 경우 보증인의 구상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민법 제341조, 제441조, 제447조), 부탁을 받은 경우 면책 이후 법정이자,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을(민법 제441조, 제425조 제2항), 부탁을 받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그 당시에 이익을 받은 한도로(민법 제444조 제1항), 채무자의 의사에 반한 경우 주채무자의 현존이익을 한도로(민법 제444조 제2항) 각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⑤ 물상보증은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무를 이행하는 사무의 처리를 위탁받은 것이 아니므로, 물상보증인이 변제 등에 의하여 채무자를 면책시키는 것은 위임사무의 처리가 아니고 법적 의미에서는 의무 없이 채무자를 위하여 사무를 관리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된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다6237 판결).
⑵ 변제자대위
한편 변제자대위는 구상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채권에 관한 권리가 구상권의 범위 내에서 법률상 당연히 변제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구상권은 본체적 권리로서 선재(先在)하고, 변제자대위는 구상권과는 별개의 권리로서 구상권의 효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여 양자는 청구권 경합관계에 있게 된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1556 판결).
민법 제482조 제1항이 ‘자기의 권리에 의하여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채권 및 그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다. 변제자대위에 관한 민법 제482조 제1항 및 제2항의 취지 및 성격
⑴ 제482조 제1항(= 변제자대위의 효과, 변제할 정당한 이익)
① 변제자대위의 효과로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하고 그 경우 자신의 구상권 범위 내에서 그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
② 여기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란 (i) 변제하지 않으면 채권자로부터 집행을 당할 경우(보증인, 연대보증인, 보증보험자, 물상보증인,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 연대채무자, 불가분채무자, 부진정연대채무자 등), (ii) 변제하지 않으면 채무자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후순위 저당권자, 저당권 목적인 토지에 관한 지상권을 가지는 자 등), (iii) 기타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이행인수인 등)에 인정되며, 사실상 이해관계(채무자와 사업을 같이하고 있어 채무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음으로 인하여 사업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자 등)를 가지거나 특별법에 의한 청구권 대위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의하여 대위 규정이 마련된 자 등)는 포함되지 않는다.
③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는 의미에 대하여 다수설과 판례(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4다208378 판결)는 대위행사설이 아닌 채권이전설을 취하고 있다.
④ 대위의 대상인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에는 이전하는 채권을 담보하는 질권, 저당권 등과 같은 물적 담보 또는 보증채무, 연대채무 등의 인적 담보도 포함되므로, 구상권의 범위 내에서 대위자에게 이전하고,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특약이 있는 경우 그 특약에 기초한 채권자의 권리도 이전의 객체가 된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 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 변제자대위에서 말하는 ‘담보에 관한 권리’에는 질권이나 저당권 또는 보증인에 대한 권리 등과 같이 전형적인 물적․인적 담보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 그 특약에 기하여 채권자가 가지게 되는 권리도 포함된다.
⑤ 현행 민법과 유사한 규정 형식을 취하는 일본 민법의 해석상으로도 여기서의 담보에 관한 권리는 전형담보에 한하지 않고 가등기담보․양도담보 등과 같은 비전형 담보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⑥ 변제자대위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482조 제1항은 ‘임의규정(任意規定)’이므로 이와 다른 당사자 사이의 합의는 당연히 허용된다.
⑵ 민법 제482조 제2항
한편 민법 제482조 제2항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 즉 법정대위자가 여럿 있는 경우 먼저 대위변제를 한 자가 부당하게 이익을 얻거나 대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위관계를 공평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대위자들 상호 간의 대위의 순서와 분담비율 및 요건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종국적인 구상의무자인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관한 기준이 된다.
민법 제482조 제2항 역시 ‘임의규정(任意規定)’이어서 당사자 사이에 다른 특약이 있으면 그에 의하게 된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3헌바201 전원재판부 결정).
라.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담보신탁에의 적용 내지 유추적용 가능성
⑴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적용 대상 (보증인인가 물상보증인인가)
① 민법 제482조 제2항 제1호, 제2호는 보증인과 전세물․저당물의 제3취득자와의 관계, 제3호는 제3취득자 상호 간의 관계, 제4호는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를 정하고 있는 데 대하여 제5호는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를 정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제4호, 제5호의 법문상으로는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로 되어 있으나 주석서 및 민법주해 모두 ‘물상보증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② 한편 민법상 ‘물상보증인’은 제341조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민법 제341조(물상보증인의 구상권) ※ 권리질권(제355조)․저당권(제370조)에 준용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질권설정자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질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질물의 소유권을 잃은 때에는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이 있다.
물상보증인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기 재산 위에 담보권을 설정한 자’를 말한다.
물상보증인은 직접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지 않고 단지 담보로 제공한 질물에 한해서 물적 유한책임을 지고 설정해 준 담보물이 피담보채권액에 부족하더라도 잔여 채권액을 변제할 의무가 없다.
⑵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효과 및 근거 (= 합리성, 당사자의 의사 및 기대를 이유로 한 인원수 단순 비례)
㈎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원수(人員數)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
①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의 위험 분배 원칙(= 제482조 제2항 제5호 전문)
② 보증인 상호 간의 위험 분배 원칙(= 제448조)
③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위험 분배 원칙(= 제482조 제2항 제5호 후문)
● 제448조(공동보증인간의 구상권)
① 수인의 보증인이 있는 경우에 어느 보증인이 자기의 부담부분을 넘은 변제를 한 때에는 제444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 주채무가 불가분이거나 각 보증인이 상호연대로 또는 주채무자와 연대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어느 보증인이 자기의 부담부분을 넘은 변제를 한 때에는 제425조 내지 제42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위 ②에 관하여는 다수당사자의 채권관계에 관한 규정 중에서 공동보증인 상호 간의 구상에 관한 규정(제448조)이 적용된다. 변제자대위의 경우 그 규정이 아울러 적용되어 대위의 상한을 획정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1556 판결,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다22451 판결 등).
위 ③에 관하여는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 각자가 담보로 제공된 목적물의 가액에 비례하여 위험분배가 이루어진다. 물상보증인이 담보목적물의 가액을 한도로 유한책임을 지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칙은 형평에 부합한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위 ①은 ②, ③과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원칙이다. 즉, 물상보증인과 보증인 사이의 위험분배는 상호 간의 대위비율에 관한 특약이 없는 한 1:1로 정해지게 되고, 보증인의 자력 유무나 보증의 성질도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 이와 같이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는 민법에서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공평이나 형평을 실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규정은 아니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
㈐ 대법원은 ‘합리성’,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를 그 근거로 삼고 있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 61120 판결 :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보증인의 총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 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 간과 같이 상호 이해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 취지는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고, 이 중에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겸하는 자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참작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 전문에 의한 대위비율은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겸하는 자도 1인으로 보아 산정함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대법원판결의 태도는 물상보증인과 보증인이 경합하는 경우 인원수 비례를 적용하는 것이 ‘특약이 없는 경우 일응의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고, 당사자의 의사나 기대를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⑶ 담보신탁에의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준용) 가능성
신탁만으로 담보제공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자익신탁의 경우는 논의 범위에서 제외한다.
㈎ 적용 가부 (= 불가)
① 타익신탁형 내지 결합형(실질적 타익신탁형) 담보신탁에서 위탁자는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것과 같은 물상보증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38113 판결(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위탁자가 후순위로 보유하는 수익권이 위탁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본 사안) : 담보신탁재산에 대하여 위탁자가 가지는 담보신탁계약상의 수익권도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위탁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0732 판결 참조). 따라서 위탁자가 이미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위탁자 소유의 재산을 그 담보권의 피담보채무를 다시금 담보하기 위하여 그 담보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담보신탁한 경우에는 이로 인해 위탁자의 책임재산이 담보권의 피담보채무 등이 공제된 담보신탁재산의 잔존가치에서 담보신탁계약상 수익권의 가치로 형태만 변경될 뿐, 위탁자의 자력에 아무런 변동이 생기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담보신탁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탁자 역시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기 재산’을 타인에게 신탁한 다음 채권자에게 우선수익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은 우선수익권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 해당 재산의 교환가치를 파악하게 된다. 이는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과 유사한 점에 해당한다.
② 다만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 즉 ‘법리상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이전되어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귀속되므로 위탁자는 더 이상 신탁 목적물을 자기의 재산으로 보유하지 않게 되어 그 자체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위탁자가 아닌 수탁자가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함에 있어서 ‘자기의 재산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자’는 위탁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③ 타익신탁형 내지 결합형 담보신탁에의 적용 가부를 살핀다.
타익신탁형 내지 결합형(실질적 타익신탁형) 담보신탁에서 위탁자에게 물상보증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담보신탁에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할 수는 없다.
④ 결국 여기까지만 살피더라도 원심이 Tr에 대하여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긍정’함으로써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에 관한 대법원 2007다61113 판결의 법리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 유추적용’(준용) 가부 (= 견해 대립이 가능함)
유추적용의 요건은 ‘① 공통점 또는 유사성 + ② 유추적용의 정당성’이다.
이에 대하여는 유추적용 긍정설과 유추적용 긍정설이 대립한다.
‘유추적용을 통한 경합관계의 해소 방안’과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해석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한 경합관계의 해소 방안’이 가능하나, 후자가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 보다 부합한다.
7. 대상판결 검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양시호 P.168-206 참조]
가. 쟁점의 해결방안
결론적으로 인원수 비례가 당사자의 통상적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고 이와 함께 변제자대위 순위에 관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입법 취지등에 근거하여 유추적용 긍정설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취함으로써 공평타당한 결론을 도모하고 대위관계의 경합에 관한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기존 대법원 판시와의 정합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유추적용한다.’의 설시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결국 원심이 Tr에 물상보증인의 지위가 있다고 보아 곧바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한 잘못은 있으나 원고가 인원수에 따른 대위비율로 정한 방식에 따라 산정한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다.
나.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대법원은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 우선수익권의 경제적 실질이 담보권에 유사하더라도 담보물권이 아니라 신탁계약상의 권리라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우선수익권이 담보물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보증인과의 변제자대위 순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담보신탁의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이기 때문에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 내지 유추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른 결과와 마찬가지로 인원수 비례에 따른 대위의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8. 대상판결의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074-2076 참조]
가. 타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담보신탁은 물상보증이 아님
① 물상보증은 소유자가 채권자에게 대세적 권리인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이다.
채권자가 취득하는 것은 소유자의 재산 그 자체로서, ‘담보’인 것이다.
② 담보신탁은 목적물의 소유권 자체를 이전하면서 채권자에게 ‘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수익금을 지급받을 지위’를 부여하는 행위이다.
채권자가 얻는 것은 소유자의 재산 그 자체가 아닌 신탁계약상 권리로서,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과 같은 ‘담보적 기능’일 뿐이다.
나. 변제자대위에서는 담보신탁이 물상보증에 준한다고 봄이 타당함
① 담보신탁에 따라 채권자가 우선수익권으로 만족을 받으면, 그 범위에서 위탁자는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고 채권자의 권리를 변제자대위할 수 있다.
담보신탁에서도 채무자의 보증인ㆍ물상보증인ㆍ제3취득자에 대한 변제자대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들과의 관계에서 변제자대위에 관한 이해관계의 조절이 필요하다.
② 담보신탁도 목적물의 처분대금에서 채권자가 우선 만족을 얻고 남는 범위에서만 소유자가 돌려받는다는 점에서는, 물상보증과 마찬가지이다(= 타인 채무에 대한 물적 유한책임)
담보위탁자의 보증인ㆍ물상보증인ㆍ제3취득자에 대한 변제자대위 또한, 물적 유한책임이라는 물상보증의 특성이 반영된 민법 제482조 제2항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는 ‘인원수 비례 부담부분 + 부담부분 초과 변제’를 요구함
문언은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한다”고만 되어 있으나, 이는 ‘인원수에 비례하여 부담부분이 정하여지고 부담부분을 넘는 변제를 해야 채권자를 대위한다’는 의미이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61120 판결 : [1]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 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간에는 보증인의 총 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간과 같이 상호 이해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 취지는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고, 이 중에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겸하는 자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참작되어야 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 전문에 의한 대위비율은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의 지위를 겸하는 자도 1인으로 보아 산정함이 상당하다. [2]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는 동일한 채무에 대하여 인적 무한책임을 지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지는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고 그 중 어느 1인이 먼저 대위변제를 하거나 경매를 통한 채무상환을 함으로써 다른 자에 대하여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하게 되는 경우, 먼저 대위변제 등을 한 자가 부당하게 이익을 얻거나 대위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위관계를 공평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대위자들 상호간의 대위의 순서와 분담비율을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여러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에서는 그 중 어느 1인에 의하여 주채무 전액이 상환되었을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주채무 전액에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에서 정한 대위비율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이 각자가 대위관계에서 분담하여야 할 부담 부분이다. 그런데 여러 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 중 어느 1인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산정되는 자신의 부담 부분에 미달하는 대위변제 등을 한 경우 그 대위변제액 또는 경매에 의한 채무상환액에 위 규정에서 정한 대위비율을 곱하여 산출된 금액만큼 곧바로 다른 자를 상대로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먼저 대위변제 등을 한 자가 부당하게 이익을 얻거나 대위자들 상호간에 대위가 계속 반복되게 되고 대위관계를 공평하게 처리할 수도 없게 되므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의 규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이 여럿 있는 경우 어느 누구라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산정한 각자의 부담 부분을 넘는 대위변제 등을 하지 않으면 다른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을 상대로 채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없다.
라. 원고는 동림개발에게 변제자대위를 할 수 없고, 오히려 동림개발이 원고에게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음
① 대상판결 사안에서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대위변제할 자는 원고와 동림개발 둘 뿐이므로, 각자의 부담부분은 1/2로서, 지연손해금을 포함하여 각 ‘20억 원 +⍺’이다.
② 원고의 대위변제액은 1.8억 원에 그쳐 자신의 부담부분을 넘지 못하였으므로 동림개발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없다.
③ 오히려 동림개발이 부동산 담보신탁의 처분ㆍ정산으로서 경남은행에 40억 원을 지급하여 자신의 부담부분을 넘어 대위변제하였으므로, 경남은행의 원고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을 변제자대위로서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