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행위<현명주의, 복대리, 하자 있는 대리행위의 효력, 대리권>】《자격 없는 복대리인의 대리행위, 대리인의 의사능력과 행위능력, 대리행위의 효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대리행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18-227 참조]
가. 현명주의
⑴ 의의
대리인은 대리행위를 할 때 그 행위가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야 한다(제114조 제1항 참조). 이는 반드시 명시적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
⑵ 법적 성질
종래의 통설은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 이유는 대리인의 대리적 효과의사 때문이고 현명은 이러한 대리적 효과의사를 상대방에게 표시하는 ‘의사표시’라고한다.
그러나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 이유는 대리권 때문이다. 즉 법률행위 해석에 의하여 본인이 당사자로 확정되었을 때 본인 아닌 다른 사람의 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 이유는 바로 그 다른 사람이 본인을 위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현명주의는 상대방에게 법률행위의 주체가 본인인 것을 알림으로써 법률관계를 명료하게 하고, 상대방이 본인과 대리인간의 내부관계를 조사해야 되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하나의 법기술에 불과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⑶ 방식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본인은 특정되어야 한다.
민법상 조합의 경우 법인격이 없어 조합 자체가 본인이 될 수 없으므로, 이른바 조합대리에 있어서는 본인에 해당하는 모든 조합원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야 하나, 반드시 조합원 전원의 성명을 제시할 필요는 없고, 상대방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조합을 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79340 판결).
⑷ 현명하지 않은 대리행위의 효과
㈎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는 자기를 위한 것으로 본다(제115조 본문). 그러나 상대방이 대리인으로서 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제115조 단서).
◎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43490 판결[긍정례] : 채권양수인 명의로 채권양도통지가 되고 묵시적 현명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사안에서, 채권양도통지서 자체에 양수받은 채권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채권양도양수계약서가 위 통지서에 첨부되어 있으며, 채무자로서는 양수인에게 채권양도통지 권한이 위임되었는지 여부를 용이하게 알 수 있었다는 사정 등을 종합하여 무현명에 의한 채권양도 통지를 민법 제115조 단서에 의해 유효하다고 본 사례
◎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14759 판결[부정례] : 수급인이 도급인의 대리인으로서 건물을 분양하면서 대리관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한 채 수급인 명의로 된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그 밖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도급인을 위한 것임을 전혀 표시하지 아니하였으며, 상대방도 분양권자가 수급인이라고 인식하는 등 건물의 분양을 둘러싼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급인이 대리인으로서 분양한 것임을 상대방이 알 수 없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15조의 규정에 의하여 분양의 효력이 도급인에게 미치지 아니하는 것이다.
㈏ 다만 이러한 예외는 현명주의를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려면 대리행위의 다른 유효요건, 즉 행위자의 ① 대리의사 및 ② 대리권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① 대리의사에 관한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다5434 판결 : 대리에 있어서 이른바 현명주의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15조 단서는 어디까지나 행위자가 타인(본인)에게 직접 그 행위의 효과를 귀속시키려는 대리의사가 있었을 때 적용되는 것이지 대리의사 없이 행위자 자신이 직접 당사자로서 행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대리권에 관한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77569 판결 : 채권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경우, 양수인에 의한 채권양도통지는 민법 제115조 단서에 의해 유효하게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 하지만 대리행위가 ‘상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다르다. 상법 제48조는 “상행위의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여도 그 행위는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알지 못한 때에는 대리인에 대하여도 이행의 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①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4다41935 판결 : 상가건물 분양업체에 그 소유자를 대리할 권한이 있고, 그 점포의 분양행위가 그 규모, 횟수, 분양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법 제46조 제1호 소정의 부동산의 매매로서 본인인 상가건물 소유자의 상행위가 되는 경우, 분양업체가 수분양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건물 소유자의 대리인임을 표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법 제48조에 의하여 유효한 대리행위로서 그 효과는 본인인 건물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한 사례
②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79340 판결 : 조합대리에 있어서도 그 법률행위가 조합에게 상행위가 되는 경우에는 조합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행위의 효력은 본인인 조합원 전원에게 미친다. 甲이 금전을 출자하면 乙이 골재 현장에서 골재를 생산하여 그 이익금을 50:50으로 나누어 분배하기로 하는 내용의 동업계약에서, 乙은 민법상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乙이 위 골재 현장의 터파기 및 부지 평탄작업에 투입될 중장비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유류를 공급받는 행위는 골재생산업을 영위하는 상인인 甲과 乙을 조합원으로 한 조합이 그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로서 상법 제47조 제1항에 정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乙이 위 골재현장에 필요한 유류를 공급받으면서 그 상대방에게 조합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상법 제48조에 따라 그 유류공급계약의 효력은 본인인 조합원 전원에게 미친다고 한 사례.
㈑ 다만 이 경우에도 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려면 그 밖에 행위자의 대리의사와 대리권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⑸ 마치 본인처럼 행동하는 대리인의 행위
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 받아 마치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여 상대방과 법률행위를 한 경우 법률관계는 어떠하지 문제된다.
이는 결국 법률행위 당사자 확정의 문제라고 할 것인데 행위자의 개성이 특히 의미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 명의자인 본인이 법률행위 당사자가 되고 이때 대리인의 행위는 대리행위로 평가된다. 그리고 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 받았기 때문에 결국 대리인의 행위는 유권대리행위가 되어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한다.
나. 하자 있는 대리행위와 그 효력
⑴ 의사표시의 효력이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경우에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으로 하여 결정한다(제116조 제1항 본문).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한 경우에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좇아 그 행위를 한 때에는 본인은 자기가 안 사정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의 부지를 주장하지 못한다(제116조 제2항).
⑵ 법인의 경우 법인의 대표자가 어떠한 사정에 관하여 악의이거나 과실이 있으면 법인이 악의이거나 과실이 있는 것으로 다루어진다(제116조 제1항의 유추적용). 이는 대표자가 법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적 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대표자가 법인을 대표하여 무효인 법률행위를 하고 급부를 수령한 경우, 대표자가 악의이면 법인은 악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사용자책임에서 법인이 피해자인 경우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일체의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 법률상 대리인이 가해자인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안 때에는 피해자인 법인이 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법률상 대리인이 본인인 법인에 대한 관계에서 이른바 배임적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3다30159 판결).
다. 대리인의 능력
⑴ 대리인이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대리인은 의사능력은 있어야 한다.
⑵ 대리인은 행위능력자임을 요하지 아니한다(제117조).
라. 대리행위의 효과
⑴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한 행위의 효과는 직접 본인에게 귀속한다(제114조).
대리인이 그 권한에 기초하여 계약상 급부를 수령한 경우에도, 그 법률효과는 계약 자체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접 본인에게 귀속되고 대리인에게 돌아가지 아니한다. 따라서 계약상 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상대방 당사자에 의하여 유효하게 해제되었다면, 그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는 대리인이 아니라 계약의 당사자인 본인이 부담한다(대법원 1990. 5. 22. 선고 89다카1121 판결 등 참조).
⑵ 이는 본인이 대리인으로부터 그 수령한 급부를 현실적으로 인도받지 못하였다거나 해제의 원인이 된 계약상 채무의 불이행에 관하여 대리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하여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0871 판결 : 甲이 乙 주택조합을 대리한 丙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丙에게 조합원분담금 일부를 송금한 사안에서, 丙이 乙을 대리하여 조합가입계약을 적법하게 체결하였고 나아가 丙이 계약상 급부를 乙을 위하여 수령할 권한이 없다고 할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甲이 계약상 채무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유효하게 해제하였다고 인정하면서도 丙이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2. 복대리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218-227 참조]
가. 의의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대리인 자신의 이름으로 선임한 본인의 대리인을 말한다.
그 법적 성질에 대하여는 ① 병존적 설정행위설과 ② 병존적·설정적 양도설이 대립한다.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원대리인의 대리권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복대리권의 범위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는 원대리인의 대리권과 복대리인의 대리권이 병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나. 요건
⑴ 임의대리인이 복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① 본인의 승낙이나 ②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대리인 스스로 대리행위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본인의 행방불명, 중병 등 으로 본인의 승낙을 얻을 수 없거나 사임의 표시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이다(제120조).
이 경우 대리인은 원칙적으로 복대리인의 선임·감독에 책임을 진다(제121조).
◎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30690 판결 : 대리의 목적인 법률행위의 성질상 대리인 자신에 의한 처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본인이 복대리 금지의 의사를 명시하지 아니하는 한 복대리인의 선임에 관하여 묵시적인 승낙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판결과 대법원 1999. 9. 3. 선고 97다56099 판결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의 분양업무는 분양업자의 능력에 따라 건축주의 분양사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므로 사무처리의 주체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묵시적인 승낙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⑵ 법정대리인이 복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제한이 없다(제122조 본문). 이 경우 대리인은 복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선임·감독상 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책임을 진다. 단,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복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선임·감독상 책임만 진다(제122조 단서).
⑶ 복대리인이 다시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지 여부
복대리인은 대리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으며(제123조 제2항), 복대리인이 다시 복대리인을 선임해야 할 실제적인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긍정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복대리인은 임의대리인이기 때문에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다시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제120조).
다. 효과
⑴ 복대리인과 본인 사이의 법률관계
복대리인은 대리인에 의하여 선임되기 때문에 원래 복대리인과 본인 사이에는 대리관계 이외에는 아무런 내부관계가 생길 까닭이 없으나, 제123조 제2항은 당사자들의 추정적 의사에 근거하여 복대리인과 본인 사이에도 대리인과 본인 사이에서와 같은 내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제하고 있다. 따라서 예컨대 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위임계약이 존재하였다면 복대리인과 본인 사이에도 위임계약이 존재하는 것으로 의제되어, 복대리인은 본인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대리행위를 할 의무를 부담하는(제681조) 대신 본인에게 비용의 상환을 청구하거나(제688조) 보수를 청구할 수도 있다(제686조).
⑵ 복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
복대리인은 직접 본인을 대리하여 상대방과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제123조 제1항, 제2항).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복대리인과 일반의 대리인은 전혀 다를 바 없다.
⑶ 복대리인과 대리인 사이의 법률관계
대리인은 복대리인을 감독할 수 있다. 복대리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대리인의 대리권은 존속한다(각자 대리). 복대리인의 대리권은 그 범위나 존속에 있어 대리인의 대리권에 종속한다.
라. 복대리인의 대리행위의 효과 (= 본인에게 미치는지 여부)
⑴ 자격 있는 복대리인의 대리행위
㈎ 원대리인의 권한 범위에서 행위한 경우 : 유권대리
㈏ 원대리인의 권한을 넘어 행위한 경우 : 무권대리. 제126조의 표현대리 문제
⑵ 자격 없는 복대리인의 대리행위
㈎ 원대리인이 제120조를 위반하여 복대리인을 선임하였는데, 복대리인이 원대리
인의 권한 범위에서 행위한 경우
원대리인이 사자를 활용하여 대리행위를 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 대리행위의 효
과가 본인에게 귀속된다(유권대리).
㈏ 원대리인이 제120조를 위반하여 복대리인을 선임하였는데, 복대리인이 원대리인
의 권한을 넘어 행위한 경우(= 제126조의 표현대리 문제)
①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하였는데(원대리권 수여), 을이 병으로부터 연대보증인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임의로 병에게 갑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하여(복대리권 수여), 병이 갑을 대리하여 자신의 정에 대한 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 정은 갑에게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된다.
② 먼저 임의대리인인 을이 병에게 복대리권을 수여할 때 본인인 갑의 승낙이 없었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지도 않았으므로 위 복대리권 수여행위는 효력이 없고, 따라서 병은 갑을 대리할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병이 갑을 대리하여 한 연대보증행위는 무권대리행위가 되는데, 이 때 정은 제126조의 표현대리의 성립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면, 병은 갑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없기 때문에 기본대리권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할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되지만(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8982 판결의 원심 판결 입장),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8982 판결은 “상대방인 정이 병을 대리권을 가진 대리인으로 믿었고 또한 그렇게 믿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복대리인 선임권이 없는 대리인에 의하여 선임된 복대리인의 권한도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위 김미홍은 비록 무권대리인이기는 하지만 피고로부터 대출 신청에 관한 기본대리권을 수여 받은 자로서 위 어진정에게 원고와 사이에서 피고 명의의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사용하라면서 피고의 인감도장을 교부하였고, 위 어진정, 최순혁 등은 결국 위 김미홍의 의사에 따라 피고 명의의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서의 작성에 관여한 것이므로, 이들은 무권대리인인 위 김미홍이 결정한 의사를 서명 대행의 방식으로 원고에게 표시하여 그 의사를 완성한 사자(使者) 내지는 위 김미홍에 의하여 선임된 피고들의 복대리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상대방인 원고가 위 어진정 등이 대리권을 가진 대리인으로 믿었고 또한 그렇게 믿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복대리인 선임권이 없는 대리인에 의하여 선임된 복대리인의 권한도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대법원 1967. 11. 21. 선고 66다2197 판결 등 참조), 위 어진정 등이 사자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대리행위의 주체가 되는 대리인인 위 김미홍이 별도로 있고 그들에게 본인인 피고로부터 기본대리권이 수여된 이상, 민법 제126조를 적용함에 있어서 기본대리권의 흠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③ 원대리인이 직접 권한을 넘어 행위한 경우와 복대리인을 통하여 권한을 넘어 행위한 경우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기본대리권의 존재 여부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상대방이 복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 원대리인이 원대리권의 소멸 뒤에 복대리인을 선임하였는데, 복대리인이 원대리인의 원래의 권한 범위에서 행위 한 경우: 제129조의 표현대리 문제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을 팔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등기권리증,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을 교부하였는데(원대리권 수여), 그 직후 갑이 사망하였고(원대리권의 소멸), 이후 을은 병에게 위 부동산을 대신 팔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위 서류 등을 교부하여(복대리권 수여), 병이 갑을 대리하여 정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경우 정은 갑의 상속인에게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위 복대리권 수여행위는 원대리권의 소멸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으므로 병은 갑을 대리할 권한이 없고, 따라서 병이 갑을 대리하여 위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는 무권대리행위가 된다. 이 때 정은 제129조의 표현대리의 성립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병은 갑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을 수여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기본대리권이 있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제129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55317 판결의 원심 판결 입장),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55317 판결은 “표현대리의 법리는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어떠한 외관적 사실을 야기한 데 원인을 준 자는 그 외관적 사실을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책임이 있다는 일반적인 권리외관 이론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직접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는 물론,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하여 복대리인으로 하여금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알지 못하여 복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과실이 없다면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제129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직접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는 물론, 대리인이 대리권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하여 복대리인으로 하여금 상대방과 사이에 대리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알지 못하여 복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 과실이 없다면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
원대리권 소멸 뒤에 원대리인이 직접 행위한 경우와 복대리인을 통하여 행위한 경우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기본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상대방이 복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과실이 없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마. 소멸
그 사유로는, 대리인의 대리권 소멸(복대리인의 대리권은 대리인의 대리권에 종속하기 때문), 대리권의 일반적 소멸 원인(제127조), 대리인과 복대리인 사이의 기초적 내부관계 종료, 대리인의 복임행위 철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