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당사자 사이의 부당이득, 소유권유보부매매 목적물의 부합에 있어 부당이득반환 문제, 부당이득제도의 이론구성에 관한 통일설과 비통일설】《급부부당이득, 침해부당이득, 비용부당이득, 급부/침해/비용지출 등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급부과정의 단축에 의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3각 관계 급부), 자신의 계약상대방과의 법률관계 소멸을 이유로 그 제3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부정), 계약에 의한 급부가 제3자의 이득으로 된 경우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그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전용물소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부정), 침해자의 권리침해에 따른 이익을 제3자도 사실상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서, 이른바 ‘편취금전에 의한 채무변제에서의 부당이득’ 문제, 전용물소권, 횡령한 돈에 의한 변제, 편취한 돈에 의한 변제, 이른바 지시삼각관계 또는 단축급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I. 부당이득제도의 이론구성에 관한 통일설과 비통일설
⑴ 통일설 : ‘공평의 이념’을 근거로 하여 부당이득제도를 하나의 통일적 제도로 설명하는 견해로서 종래의 다수설이다. 통일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려면, ①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에 의하여 이익을 얻을 것(이득요건), ② 그 이득으로 말미암아 그 타인에게 손해를 주었을 것(손해요건), ③ 그 이득과 손해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을 것(인과관계 요건), ④ 그 이득에 법률상의 원인이 없을 것(법률상의 원인의 흠결 요건)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⑵ 비통일설(유형론)
① 급부부당이득: 계약 기타 채권관계에서 채무의 이행으로 이루어진 급부의 청산을 내용으로 하는 부당이득제도로서(반환의무자의 이득은 손실자의 급부에 의하여 발생함), 급부의 원인관계가 불성립/무효/취소 등으로 소멸된 경우, 협의의 비채변제 등이 대표적 예이다. 급부부당이득법은 주로 계약법의 보충규범으로 기능한다.
② 침해부당이득: 반환의무자가 타인(= 반환청구권자)의 권리를 객관적으로 침해함으로써 반환청구권자에게 부여되는 배타적 이익이 그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된 경우 그 반환을 내용으로 하는 부당이득제도로서, 반환의무자의 이득이 반환의무자의 행위(소비, 처분, 사용, 부합, 혼화, 기공 등)에 의하여 반환청구권자의 권리내용이 침해되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침해부당이득법은 불법행위법의 보충 규범이다.
③ 비용부당이득: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타인 소유의 물건에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사안에서 비용지출자가 사무관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 그로 인하여 그 타인이 얻은 이득의 반환에 관한 부당이득제도로서, 비용부당이득법은 사무관리법의 보충규범으로 기능한다.
① 급부부당이득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② 침해부당이득과 ③ 비용부당이득을 포괄하여 비급부부당이득이라고 한다.
마. 급부/침해/비용지출 등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⑴ 급부과정의 단축에 의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3각 관계 급부), 자신의 계약상대방과의 법률관계 소멸을 이유로 그 제3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부정)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2001다46730 판결, 2006다46278 판결).
이와 같이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에, 제3자가 급부를 수령함에 있 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2006다46278 판결).
⑵ 계약에 의한 급부가 제3자의 이득으로 된 경우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그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전용물소권)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부정)
계약상의 급부가 계약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이외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일반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계약상의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이익의 귀속 주체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49976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9269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48568 판결).
⑶ 침해자의 권리침해에 따른 이익을 제3자도 사실상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서, 이른바 ‘편취금전에 의한 채무변제에서의 부당이득’ 문제 : 채권자(제3자)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부당이득이 인정되지 아니함(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으면 피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음)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53740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등).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53740 판결), 채무자가 횡령한 금원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⑷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타인 소유 물건에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등의 부당이득(비통일설에서는 비용부당이득으로 봄)에 있어서는 성격상 비용지출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란 상정하기 어려울 것임
판례는 급부부당이득 사안에서는 계약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제3자의 선의나 악의, 과실 유무 등을 불문하고 허용되지 않지만 침해부당이득 사안[피해자 ➜ 채무자(편취자) ➜ 채권자]에서는 채권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요건으로 채권자에 대한 피해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허용된다는 입장이다(비용부당이득은 이 사건과 무관하므로 논외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급부부당이득 사안인지 침해부당이득 사안인지의 구별이 의미가 있다.
II. 다수당사자 사이의 부당이득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241-1248 참조]
1. 전용물소권
⑴ 계약상의 급부가 계약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제3자의 이익으로 된 경우에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상의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이외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⑵ 이를 긍정하게 되면, ① 자기 책임 아래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② 채권자인 계약당사자가 채무자인 계약 상대방의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우대받는 결과가 되어 일반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게 되고, ③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계약상의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는 이익의 귀속 주체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66571 판결 이래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다).
2. 횡령한 돈에 의한 변제
⑴ 예를 들어 A가 B 소유의 돈을 횡령하여 자신의 채권자 C에게 변제한 경우, B는 C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금전에 관하여 ‘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가 있다’는 법리에 따르면, C는 위 돈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때문에 B의 청구원인으로는 부당이득만이 문제될 수 있다.
⑵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은 “부당이득 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고, 한편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B가 C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증명해야만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C의 변제 수령의 법률상 원인은 C의 A에 대한 채권으로서 C가 악의 또는 중과실이라고 하여 법률상 원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르면 B는 경우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의 법리에 의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은
별론, C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⑶ 한편,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횡령한 금원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 甲이 지방세무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아무런 과오납환부사유가 없는 사망자나 관외 거주자 등에게 과오납 환부사유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여 친정아버지인 乙을 포함한 가족들 또는 지인들 명의의 계좌로 과오납금을 송금하는 방법으로 수차례 횡령을 하였는데, 乙이 자신에게 송금된 돈 중 甲에게 다시 계좌이체를 해주고 남은 돈 및 횡령금의 일부로서 甲에게서 별도로 교부받은 돈을 집수리비용과 차량구입비용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甲이 횡령금 중 일부를 乙에게 송금하거나 교부함으로써 증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乙이 위 돈을 송금받거나 교부받을 당시 그것이 횡령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부당이득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에 이르지 않은 채 선의취득 여부만을 살펴 乙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편취한 돈에 의한 변제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241-1248 참조]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등),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다49726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53740 판결,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2다44358, 44365 판결).
4. 이른바 지시삼각관계 또는 단축급부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241-1248 참조]
가. 총설
⑴ 급부의 목적물이 물건인 경우와 금전인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금전의 경우에는 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가 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금전이 지급된 뒤 원인행위가 무효이거나 취소·해제되더라도 급여자에게 소유권이 회복되지 않고, 따라서 부당이득만이 문제 된다.
반면 물건의 소유권이 이전된 뒤 원인행위가 무효이거나 취소·해제되면 물권행위의 유인성에 따라 소유권 변동의 효과 또한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어 급여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므로 부당이득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도 문제되는데,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상대방은 현재 소유권을 침해하는 자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계약상대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⑵ 한편, 세 당사자가 등장하더라도 지시삼각관계 또는 단축급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가 타인의 생활상의 부양이나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보험자와 사이에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하여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을 취득한 경우, 보험자의 보험수익자에 대한 급부는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자 자신의 고유한 채무를 이행한 것이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험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제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하여 그가 이미 보험수익자에게 급부한 것의 반환을 구할 수 있고, 이는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6다255125 판결).
나. 물건의 소유권의 직접 이전
⑴ [예시]
A가 B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이어 B가 C에게 그 부동산을 미등기전매 하였는데, B의 지시에 의하여 A가 C에게 직접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이는 다시 A와 B 사이에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있고 C는 단지 제3자로서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제3자를 위한 계약형)와, A, B, C 3자 사이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는 경우(3자 합의형)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대가관계(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소유권 귀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분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3다49771 판결의 사안은 A와 B 사이에 A가 직접 C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A와 C 사이에 직접 매매계약서가 작성된 것인데, 대법원은 이를 A와 B 사이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성립하였고 C는 A와 직접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그에 대한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를 A, B, C 3자 사이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한편,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에는 둘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바, C가 단순히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것인지 아니면 합의의 당사자로서 의사표시를 한 것인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보다 검토가 필요한 듯하다.
⑵ 제3자를 위한 계약형
㈎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기본관계)이 무효인 경우
기본관계가 무효이면 제3자를 위한 계약도 무효가 되므로 C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제3자 보호 규정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인무효가 된다. 따라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초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대가관계)이 무효인 경우
대가관계가 무효라도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따라서 C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3다49771 판결 참조).
그렇다면 B는 C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야 한다.
㈐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과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인 경우
기본관계와 대가관계가 모두 무효인 경우 제3자를 위한 계약도 당연히 무효가 된다.
따라서 C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가 되므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초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⑶ 3자 합의형
A에게서 C로 직접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3자 합의는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 및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유효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둘 중 하나라도 무효가 되면 3자 합의 또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
3자 합의는 무효이고, 또한 C 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C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다. 따라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초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제3자 보호 규정이 있는 경우(예컨대 제108조 제2항)에는 C 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하다고 평가될 수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6다44860 판결 : 이 판결은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 을, 갑, 피고 사이에 차례로 매매(교환)계약이 체결된 뒤 위 4인의 합의에 의하여 원고로부터 피고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가 원고가 을의 사기를 이유로 을과의 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한 사안에서, 피고는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유권에 기한 등기말소청구를 기각하였다.
㈏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
3자 합의는 무효이고, 또한 C 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C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다. 그런데 B는 소유권을 취득한 바 없기 때문에 C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B는 A를 대위하여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뒤 다시 A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아야 한다(통설).
이에 대하여는 이 경우에 한하여 유인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C 명의의 등기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B는 C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이유로 소유권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는 소수설이 있다(제철웅).
㈐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과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인 경우
3자 합의는 무효이고, 또한 C 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C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다. 따라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초
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다. 금전의 직접 지급
⑴ 예시
(예) 위 사례에서 B의 지시에 의하여 C가 A에게 직접 매매대금을 지급한 경우. 이 경우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형인지 3자 합의형인지 나누어 볼 필요가 없다. 기본관계(B와 C의 매매계약) 또는 대가관계(A와 B의 매매계약)에 흠결이 있는 경우 어떤 형태든지 금전의 소유권은 여전히 금전을 받은 A에게 있어 오직 부당이득 반환만 문제되기 때문이다.
⑵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기본관계)이 무효인 경우
① 이 경우 C는 누구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여야 하는가? 급부가 C에서 A로 이루어졌으므로 A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가?
②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이른바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C는 A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③ A가 C로부터 매매대금을 받은 것은 B와의 유효한 매매계약에 의한 것으로 법률상 원인이 있고, B와 C의 매매계약의 청산은 그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만일 C가 A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 아래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B의 무자력의 위험)을 제3자인 A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C의 A에 대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면 A는 다시 B에게 매매대금의 지급을 청구하여야 하는데, B가 무자력이라면 그 만족을 얻을 수 없다)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C는 계약상대방인 B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지 A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98706 판결 : 예를 들어 계약상 금전채무를 지는 이가 채권자 갑의 지시에 좇아 갑에 대한 채권자 또는 갑이 증여하고자 하는 이에게 직접 금전을 지급한 경우 또는 남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꽃을 산 사람이 경사의 당사자에게 직접 배달시킨 경우와 같이, 계약상 급부가 실제적으로는 제3자에게 행하여졌다고 하여도 그것은 계약상 채무의 적법한 이행[이른바 ‘제3자방(第三者方) 이행’]이라고 할 것이다. 이때 계약의 효력이 불발생하였으면, 그와 같이 적법한 이행을 한 계약당사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3자가 아니라 계약의 상대방 당사자에 대하여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이유로 자신의 급부 또는 그 가액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3다55447 판결 : 甲 주식회사가 乙 등과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丙 주식회사와 체결한 분양관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라 분양대금채권을 丙 회사에 양도하였고, 乙 등이 이를 승낙하여 분양대금을 전부 丙 회사의 계좌로 납입하였는데, 그 후 乙 등이 甲 회사와 丙 회사를 상대로 분양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또는 분양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으로 乙 등이 납부한 분양대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乙 등이 분양계약에 따라 丙 회사 명의의 계좌에 분양대금을 입금한 것은 이른바 ‘단축급부’에 해당하고, 이러한 경우 丙 회사는 甲 회사와의 분양관리신탁계약 및 대리사무계약에 따른 변제로서 정당하게 분양대금을 수령한 것이므로, 乙 등이 丙 회사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원상회복청구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한 사례이다.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04992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④ 이러한 법리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에게 직접 돈을 지급하였는데 입질채권이 부존재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은, 원고 보험회사가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질권을 취득한 피고 은행에 보험금을 직접 지급하고 피고 은행은 그 중 일부를 피고 회사에 대한 대출금채권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피고 회사에 반환하였는데 나중에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이 부존재한 것으로 밝혀진 사안에서, “금전채권의 질권자가 민법 제353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자기채권의 범위에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질권자는 질권설정자의 대리인과 같은 지위에서 입질채권을 추심하여 자기채권의 변제에 충당하고 그 한도에서 질권설정자에 의한 변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므로(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5다60420 판결 등 참조), 위 범위에서는 제3채무자의 질권자에 대한 금전지급으로써 제3채무자의 질권설정자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급부도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입질채권의 발생원인인 계약 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어 입질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제3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 계약당사자인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이고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제3채무자가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을 제3자인 질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질권자가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7566, 7573 판결 등 참조). 반면에 질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자기채권을 초과하여 금전을 지급받은 경우 그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는 위와 같은 제3채무자의 질권설정자에 대한 급부와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급부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3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수익자는 실질적으로 그 이익이 귀속된 주체이어야 하는데, 질권자가 초과 지급 부분을 질권설정자에게 그대로 반환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질권설정자가 실질적 이익을 받은 것이지 질권자로서는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⑤ 이와 같이 삼각관계에서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에, 제3자(A)가 급부를 수령함에 있어 계약의 일방당사자(C)가 계약상대방(B)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6278 판결 : 원심은, 삼선동재건축조합에서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등 납부를 결정한 이 사건 임시총회 및 정산총회의 결의가 부존재하거나 무효이므로 조합원인 원고들이 추가부담금 등을 납부할 법률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선동재건축조합과 피고(시공사)의 추가부담금 등의 부과에 따라 원고들이 이를 납부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실을 입었고, 피고는 원고들이 납부한 금원을 공사대금 등에 충당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러한 이득을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가 그대로 보유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반하여 부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는 직접 또는 삼선동재건축조합과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추가부담금 등을 부과·징수하였으므로 그 이득을 원고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설령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임시총회 및 정산총회의 결의에 하자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던 이상 피고는 그 이득을 원고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조합원의 지위에 있는 원고들은 비법인사단인 삼선동재건축조합과의 사이에 정관과 조합원총회의 결의에 따라 추가부담금 등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내부관계에 있고, 삼선동재건축조합은 피고와 재건축사업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상의 의무로서 피고에게 공사대금 등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법률관계에 있는데, 원고들은 이 사건 임시총회 및 정산총회의 결의에 따른 삼선동재건축조합의 지시에 따라 직접적으로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는 제3자인 피고에게 추가부담금 등을 직접 지급한 것으로 인정된다. …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3자인 피고에 대하여 한 급부는 원고들의 삼선동재건축조합에 대한 추가부담금 등의 납부의무의 이행으로서 이루어진 것임과 동시에 삼선동재건축조합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등 지급채무의 이행으로서도 이루어진 것이고, 다만 삼선동재건축조합의 지시 등으로 그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원고들이 피고에게 직접 급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원고들이 삼선동재건축조합에게 추가부담금 등을 납부한 법률상 원인이 된 이 사건 임시총회와 정산총회가 부존재하거나 무효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삼선동재건축조합과 사이의 재건축사업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등의 변제로서 원고들로부터 추가납부금 등을 수령한 것이므로 피고가 그 급부의 수령에 대한 유효한 법률상 원인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급부를 수령함에 있어, 원고들이 삼선동재건축조합에게 추가부담금 등을 납부한 법률상 원인이 된 이 사건 임시총회와 정산총회가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추가부담금 등을 수령함으로써 이를 부당이득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한 것은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있다.
한편, 이득자가 손실자의 부당한 출연 과정을 알고 있었거나 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이득이 손실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은 손실자의 권리가 객관적으로 침해당하였을 때 그 대가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이른바 침해부당이득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손실자가 스스로 이행한 급부의 청산을 구하는 경우(이른바 급부부당이득관계)에 관련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⑶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대가관계)이 무효인 경우
① 이 경우 직접 급부를 하지 않은 B가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가?
② 위 2001다46730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C에서 A로 직접 급부가 이루어짐에 따라 C의 B에 대한 급부, B의 A에 대한 급부가 각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B는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⑷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인 경우
① 이 경우 C는 직접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가?
② 만일 C가 A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A가 그 계약 상대방인 B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C는 B에게, B는 A에게 각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지 C가 직접 A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B가 무자력인 경우에는 C가 B를 대위하여 A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5. 소유권유보부매매 목적물의 부합에 있어 부당이득반환 문제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5호 민철기 P.79-101 참조]
가.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의 분석
⑴ 원심의 판단
이 사건 철강제품이 공장 건물들에 부합되었으므로 부합 당시의 소유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철강제품 대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철강제품은 완공된 위 공장 건물들의 주요 구조체인 뼈대를 이루어, 위 건물들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고는 분리해 낼 수 없게 되었으므로, 위 건물들의 구성부분으로 부합되었다.
부합 당시 이 사건 철강제품의 소유자는 원고이고, 공장건물의 소유자는 피고이다. 따라서 원고는 甲뿐만 아니라 제3자인 피고에 대하여도 이 사건 철강제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공장건물들에 대하여는 피고가 건축허가를 받았고 완공 후 피고 명의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와 甲 사이에는 완공된 건물의 소유권을 피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시킨다는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철강제품이 위 공장 건물들에 부합될 당시 위 공장 건물들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있었다.
피고는 부합에 관한 규정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이 사건 철강제품이 위 공장 건물들에 부합됨으로써 피고는 위 철강제품의 매매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는 그 대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⑵ 문제점 제기
위 사안에서 소유권유보의 특약이 있으므로 이를 대외적으로 공시하지 않거나 제3자가 이에 관하여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이상 제3자(피고)는 매도인(원고)에 대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매도인은 제3자에 대하여 유보된 목적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99다30534 판결). 다만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소유권유보의 특약이 있더라도 매수인으로부터 매매 목적물을 취득한 제3자가 부합, 선의취득 등의 독립한 원시취득의 요건을 구비한 경우 제3자가 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매도인은 제3자에 대하여 목적물을 추급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부합과 선의취득의 효과에는 차이가 있다. ① 선의취득은 민법 제249조가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부합의 효과에 관하여는 민법 제261조가 ‘전 5조의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 다(선의취득으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은 무권리자인 양도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뿐 선의취득을 한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는 없다).
② 부합의 경우에는 선의취득의 경우와 달리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선의취득의 경우에는 거래에 의하여 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하는 반면, 부합의 경우에는 사건에 의하여 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기 때문이다. 즉 부합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의 의사가 개입되지 않는 사건에 의하여 소유권의 귀속이 달라지는 결과 그로 인한 정산의 필요가 남게 되는 것이다.
⑶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의 급부로 순차로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계약관계에 기한 급부가 법률상의 원인이 되므로 최초의 급부자는 최후의 급부수령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참조).
이와 달리,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된 상태에서 매매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는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점유의 이전만 있어 매수인이 이를 다시 매도하여 인도하더라도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므로(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계약관계에 의한 급부만을 이유로 제3자는 소유자의 반환청구를 거부할 수 없고, 부합 등의 사유로 제3자가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면 그 가액을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함이 원칙이다. 다만 매매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 유보된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다시 매수한 제3자의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때에는, 그 선의취득이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되므로 제3자는 그러한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매도인에 의하여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를 매수인이 제3자와 사이의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3자 소유의 건물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됨에 따라 매도인이 소유권을 상실하는 경우에, 비록 그 자재가 직접 매수인으로부터 제3자에게 교부된 것은 아니지만 도급계약에 따른 이행에 의하여 제3자에게 제공된 것으로서 거래에 의한 동산 양도와 유사한 실질을 가지므로, 그 부합에 의한 보상청구에 대하여도 위에서 본 선의취득에서의 이익보유에 관한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과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에 의하여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그에 관한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⑷ 위 판결의 내용 분석
① 매도인과 중간자(건축업자)의 국면 : 소유권유보에도 불구하고 원고인 매도인의 급부가 있는 것으로 보게 되면 선의취득의 법리를 고려할 필요 없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부정된다. 그러나 소유권이 유보된 경우에는 단순한 급부관계가 연속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연속적 급부관계가 있었던 기존의 판례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소유권이 유보된 상태에서 급부가 이루어지면 소유권의 이전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침해부당이득에 의한 소유권취득에 해당한다.
② 중간자(건축업자)와 건축주의 국면 : 선의취득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경우에는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인정되더라도 거래행위를 통한 소유권취득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급부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선의취득이 인정되면 소유권취득을 넘어서 재산적 이익 취득도 종국적으로 인정된다(즉 선의취득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
선의취득 규정의 직접적용이 부정되어 부합을 포함한 첨부에 의한 법률규정에 따라 소유권취득이 인정되면 급부에 의한 소유권취득이 부정되므로 기본적으로 침해부당이득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부합의 경우 법률규정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더라도 재산적 이익의 종국적 취득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선의취득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선의취득 법리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종국적 이익취득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그런 측면에서 본 사안은 선의취득의 법리를 차용하여 이해관계의 조정을 하고 있는 금전편취 부당이득에 관한 판결례와 유사한 점이 있다).
③ 선의취득 규정의 유추적용 : 선의취득은 거래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취득의 경우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이 직접적용될 수 없으며 나아가 유추적용도 부정된다.
부합에 의한 소유권취득을 인정한 이상 거래행위가 아닌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의 변동이 있었으므로 선의취득에 관한 규정이 직접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선의취득 규정과 달리 부합의 경우에는 이익의 반환여부가 문제되므로 선의취득 법리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그 이익의 향유 여부에 관한 판단의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선의취득 요건을 충족한 경우 선의의 양수인은 그가 취득한 이득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이므로 진정한 소유자는 선의의 양수인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는 물론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에 반하여 최종 매수인이 악의이거나 선의인데 과실이 있는 경우 및 매도된 물건이 도품․유실물인 경우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원소유자는 최종 매수인에게 소유물반환청구권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매수인이 그 물건을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이 일어난 경우에는 소유권을 취득하므로 원소유자에게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즉 도급계약에 의하여 완공된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도급인의 경우를 동산을 재매수한 선의취득자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④ 입증책임의 분배 : 소유권유보부매매 목적물의 부합에 있어 부당이득반환 문제는 유형론의 입장에 따라 부합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법률상 원인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따라서 소유권유보 사실을 알지 못한 데 대하여 자신에게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⑤ 판단시점의 문제 : 원래 부합은 하나의 객관적 ‘사건’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 여부와는 무관하다. 다만 위 판결은 법률관계의 형평이라는 측면에서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 유무에 따라 부합에 따른 부수적 효과(부당이득반환)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판단 시점은 부합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82391 판결의 검토 (=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무권대리인에게 이전되고, 무권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본인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요건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본인에게 효력이 없는 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무권대리인에게 이전되고, 무권대리인과 본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본인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요건)
⑴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칙적으로 원고의 건축물에 부합된 승강기 가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지만 피고가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면(선의취득 법리의 유추적용) 승강기의 부합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어 서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⑵ 위 판결(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7다282391 판결)은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제3자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