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식물 원종의 부정취득에 의한 영업비밀침해>】《품종 원종 부정사용에 의한 영업비밀침해 여부(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42786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부정한 수단으로 토마토 원종을 취득해 토마토 종자를 생산하는 행위의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 및 영업비밀의 ‘취득’의 의미 /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체물을 취득함으로써 그 정보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9. 1. 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영업비밀의 ‘취득’이란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를 의미하므로,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체물을 취득함으로써 그 정보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박태일 P.2825-2833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종자회사인 ‘일본 A사’의 자회사로서 2009. 7. 9. 국립종자원에 일본 A사가 개발한 토마토 종자인 △ 종자에 대한 품종판매신고를 한 뒤 현재까지 국내에서 △ 종자를 생산 또는 수입하여 판매하였다.
⑵ 피고는 2015. 11. 3. 국립종자원에 토마토 종자인 ○ 종자에 대한 품종판매신고를 한 뒤 현재까지 국내에서 판매하였다.
⑶ 원고는 2018. 4. 3.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 품종, ○ 품종과 국내 시판 중인 다른 10개의 토마토 품종, 합계 12개 품종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의뢰하였다.
①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원고로부터 위 12개 품종의 종자를 전달받아 파종, 재배하여 3주 후 성장한 식물 중 가장 어린 잎을 시료로 채취한 뒤 DNA 마커 분석방법[DNA를 이루고 있는 염기들은 순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는데, DNA 마커(marker)는 특정 염기서열의 위치 표지를 의미한다. DNA 마커를 이용하면 염색체 중 특정위치의 염기서열을 확인할 수 있어 유전자좌(염색체 상에 유전자가 위치하는 특정 위치) 위에 있는 변이나 변형에 의해 일어난 다양성을 분석할 수 있다] 중 SNP 분석방법[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 다형성)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의 특정 위치에서 하나의 염기가 차이를 나타내는 변이를 의미하고, 그 변이가 나타나는 부위를 증폭하여 품종을 식별하는 방법을 SNP 분석방법이라 하며, 이 때 사용되는 SNP 표지를 SNP 마커라 한다]에 따른 분석을 하였다.
② △와 ○이 192개의 SNP 마커 중 186개의 유전자형이 100%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⑷ 원고는 2018. 5. 15.경 피고에게 △ 종자와 ○ 종자가 위와 같이 동일한 품종으로 밝혀졌다며 대화 및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 발송하여 그 도달하였다.
나. 소송 경과
⑴ 청구원인 : 아래 주장을 선택적으로 제기함
① 피고가 원고의 영업비밀인 △ 원종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가)목]
② 피고가 △ 원종에 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이를 취득하였거나 또는 그 취득한 △ 원종을 사용[같은 호 (나)목]
③ 피고가 설령 △ 원종 취득 당시에는 부정취득행위가 있었음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로부터 △ 종자와 ○ 종자가 동일한 품종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2018. 5. 15. 자 내용증명우편을 받은 때 또는 제1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 ‘서울대 산학협력단 결과보고서’가 서증으로 제출된 2018. 12. 6. 무렵에는 △ 원종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그 상태에서 △ 원종을 사용[같은 호 (다)목]
⑵ 제1심 : 2021. 6. 7.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다)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인정
① 나머지 청구원인은 판단하지 않았음
② (가)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성립하려면 피고가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였음을 원고가 증명하여야 하는데 이 점은 원고로서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주장조차 하기 어려운 사항이고,
③ (나)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성립하려면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피고가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영업비밀을 ‘취득’하였음을 원고가 증명하여야 하는데 이 점 역시 원고가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기 어려운 사항이었으리라고 보임
④ 반면 (다)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는 피고의 취득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한 수단 여부를 묻지 않고 사후적으로 피고가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원고가 주장․증명에 성공하기에 더 용이한 침해행위라고 보임
⑶ 원심 : 2022. 5. 12. 항소기각
⑷ 대상판결 : 2022. 11. 17. 상고기각
3. 품종 원종 부정사용에 의한 영업비밀침해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박태일 P.2825-2833 참조]
가. 종자산업의 기초원리
⑴ 멘델이 발견한 4가지 법칙 중 우열과 독립의 법칙에 의해 유전자형이 동형접합체(유전자형의 대립유전자가 서로 같은 개체를 동형접합체라 부르고, 유전자형의 대립유전자가 서로 다른 개체를 이형접합체라 부른다)인 RR인 둥근 콩(RR)과 rr인 주름진 콩(rr)을 교배하면, 그 자식(F1)대는 모두 유전자형이 이형 접합체인 Rr로 나타나며 재배해 수확한 콩은 모두 둥근 콩이 만들어진다.
① 그런데 그 자식(Rr)대를 교배(자가수분)시키면 유전자형이 RR, Rr, rr인 개체가 1 : 2 : 1의 비율로 나오고, R 유전자는 r 유전자에 비하여 우성이기 때문에 RR, Rr은 모두 우성의 형질을 보이게 되어 수확한 콩에서 둥근 콩 : 주름진 콩의 비율은 3 : 1로 나타나게 된다(우열의 법칙).
☞ [멘델의 법칙] 멘델 이전에는 유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정자와 난자 속에 있는 액체가 섞여서 부모의 특징이 이어진다는 혼합 이론을 사용하였다. 이 이론에 대항하여 멘델은 부모의 특성, 즉 형질을 결정하는 것은 단위로 환원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멘델 스스로는 여기에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이것이 바로 유전자이다. 멘델은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완두콩을 그 재료로 사용했다. 우선 완두콩을 잘 키워서 키가 큰 완두콩과 키가 작은 완두콩을 서로 분리해 낸다. 이렇게 키가 큰 것과 작은 것이 각각 완두콩의 형질이 된다. 키가 큰 것은 큰 것대로 따로 키우고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따로 키워서, 몇 세대 후에는 무조건 키가 큰 종자와 무조건 키가 작은 종자를 얻는다. 이 완두콩들을 서로 교배를 시켰더니 키가 큰 완두콩이 나오는 종자만을 얻을 수 있었다. 기존 발상으로는 키가 큰 것과 작은 것의 중간 키 정도가 되는 완두콩이 나와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가지 형질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우열의 법칙이라고 하며, 이 때 나타나게 되는 키가 큰 형질을 우성, 반대로 나타나지 않는 키가 작은 형질을 열성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이렇게 얻은 완두콩을 자가수분을 거쳐 다시 키워 보았다. 그러자 키가 큰 완두콩과 작은 완두콩의 비율이 3대 1로 나타났다. 이를 분리의 법칙이라고 한다. 또한 멘델은 완두콩의 키 이외에도 다른 형질로도 실험을 했다. 둥근 완두콩과 주름진 완두콩, 그리고 녹색 완두콩과 노란 완두콩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서로 다른 형질은 상관관계가 없이 서로 독립적으로 우열의 법칙과 분리의 법칙을 나타냈다. 이것을 독립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바로 멘델의 법칙이다.
☞ [자가수분] 수술에서 꽃가루가 나와서 암술머리에 도착하는 현상을 수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수분은 크게 자가수분과 타가수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자가수분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식물 자체의 꽃가루를 가지고 스스로의 암술머리에 수분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꽃은 암술과 수술을 하나의 꽃에 모두 가지고 있는 양성화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가수분은 식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자가수분은 또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강낭콩이나 벼에서와 같이 한 꽃에서 수분이 일어나는 자화수분이며 또 하나는 식물 한 개체에 피어 있는 서로 다른 꽃에서 수분이 일어나는 타화수분이다. 수분은 수정과 다르기 때문에 자가수분이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수정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가수분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품종을 개량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만일 식물이 가지고 있는 대립유전자가 서로 다르다면(헤테로: hetero) 자가수분을 했을 때 그 자손의 표현형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러한 자가수분을 계속하여 표현형을 골라내면 사람이 원하는 형질을 추출할 수 있다. 이런 자가수분을 동계교배 또는 근친교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멘델은 유전학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② 같은 원리에 따라 노란 콩(Y)과 검은 콩(y)이 있을 때, 유전자형이 RRYY인 동형접합체인 둥글고 노란 콩이 나는 개체와 유전자형이 rryy인 동형접합체인 주름지고 검은 콩이 나는 개체를 조합할 경우에도 노란 콩이 우성이라고 가정하면, 둥글고 노란 콩(RY), 둥글고 검은 콩(Ry), 주름지고 노란 콩(rY), 주름지고 검은 콩(ry)의 조합이 생기고, 위 각 개체의 비율은 9 : 3 : 3 : 1이 된다(독립의 법칙).
③ 겉보기에 ‘둥글고 노란 콩’이라 하더라도 그 개체의 유전자형은 RRYY인 동형접합체인 경우뿐만 아니라 이형접합체인 RrYy, RRYy, RrYY인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이형접합체인 개체에서 생산된 콩을 다시 심어서 키우면 주름지고 검은 콩, 주름지고 노란 콩, 둥글고 검은 콩 등 온갖 종류의 콩이 나타나게 된다.
☞ 따라서 ‘둥글고 노란 콩’끼리 교배시킨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둥글고 노란 콩이 생산되는 것이 보장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⑵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것은 10,000년 이상이 지났지만 ‘어떤 형질의 결과물이 나올 것인지 에 관한 확실한 예측가능성이 있는 종자’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20세기 중반부터였다.
① 이를 과학사학자들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녹색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② 녹색혁명으로 종자산업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품종을 육성하는 종자회사는 먼저 유전자형이 각각 RRYY, rryy인 동형접합체 콩을 만들고[유전자원의 고정(= 원종의 고정)], 위 두 개체 중 하나에서 꽃가루를 받아서(꽃가루를 받아내는 개체를 ‘부계’라고 함) 나머지 개체의 씨방에 달려있는 암술머리(주두)에 발라준다(씨방을 제공하는 개체를 ‘모계’라고 함).
☞ 그러면 그렇게 만들어진 종자[이것을 제1세대라는 의미에서 ‘F1’(the first filial generation)이라고 부름]의 유전자형은 반드시 RrYy가 되고, 그 종자를 심어서 생산된 콩의 유전자형도 반드시 RrYy가 되므로, 당대에는 언제나 ‘둥글고 노란 콩’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 이와 같이 채소종자는 자체번식이 안 되는 어류, 인간과 달리 자체번식(자가수분)이 가능하여 모계와 부계를 고정시킬 수 있다.
[유전자원의 고정(= 원종의 고정)] : ‘유전자원의 고정’(= 원종의 고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염색체형이 Aa(이형접합)인 개체를 자가수분하면 제2세대의 염색체형은 AA, Aa, Aa, aa가 된다(1 : 2 : 1). 위 각 개체를 자가수분하여 각각 같은 수효의 후손을 본다고 하면 제3세대의 염색체형은 AA, AA, AA, AA(여기까지 AA의 후손), AA, Aa, Aa, aa(여기까지 첫 번째 Aa의 후손), AA, Aa, Aa, aa(여기까지 두 번째 Aa의 후손), aa, aa, aa, aa(이는 aa의 후손)가 되어 AA : Aa : aa = 6 : 4 : 6이다. 제4세대, 제5세대 등 세대가 진행될수록 Aa(이형접합)의 비율이 낮아지고 AA와 aa의 비율이 높아진다. 이때 A 형질 또는 a 형질 중 하나를 골라 도태시키면 더욱 빠른 속도로 AA 또는 aa 형질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체군을 만들 수 있다.
③ 이러한 종자생산 방식에 따르면 형질을 예측할 수 있는 종자를 만들 수 있다.
⑶ 한편 경작자가 이러한 종자를 구입하여 얻게 되는 콩의 유전자형은 이형접합체인 RrYy뿐이므로 이를 자가수분시켜서 생기는 제2대(F2)의 유전자형은 RRYY, RrYY, rrYY, rrYy, rryy 등 뒤죽박죽이 되어 온갖 종류의 콩이 다 생산되게 되므로, 종자를 한 번 사면 1대만 쓸 수 있고, 다음 대에 자가생산된 종자는 형질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없어서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종자회사는 모계와 부계의 종자를 엄격히 관리하여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만 하면, 매년 종자를 판매할 수 있게 되어 품종을 육성하는 데 투자된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나. 품종보호권 침해 여부 판단에서 DNA 검정의 의미
⑴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다6486 판결
① 참외 품종보호권자인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 등이 생산·판매하는 참외 종자가 갑 회사의 품종보호권을 침해함을 이유로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에서, 아래의 이유로 재배시험결과 갑 회사의 보호품종과 을 회사 등의 품종 사이에 구별성이 없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아니하였고, 을 회사 등의 실시 품종이 갑 회사의 품종보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② 국립종자원 및 원광대학교의 각 재배시험결과 어느 것으로도 원심 판시 이 사건 보호품종과 피고들 실시 품종 사이에 구별성이 없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아니하였고,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보호품종 종자원종의 진정성이 뒷받침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로부터 생성된 정역교배종(부, 모계 종자원종의 부, 모 역할을 서로 바꾸어 교배하여 생성한 종자)과 피고들 실시 품종 사이에 구별성이 없다는 재배시험결과가 나왔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피고들 실시 품종이 이 사건 보호품종의 정역교배종임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③ 국립종자원 유전자분석결과에 의하면 이른바 ‘SSR(Simple Sequence Repeats) 마커’를 이용하여 37개 참외 종자시료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수행한 결과 국립종자원이 보관하고 있는 이 사건 보호품종과 피고들 실시 품종은 100%의 유전적 유사도를 나타낸 사실(‘이 사건 유전자분석결과’)을 인정할 수 있으나, 관련 전문가 집단 내에서 DNA 마커가 품종의 구별성 판단을 위한 도구로 적절한지에 대하여 적지 않은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적어도 품종의 구별성 유무를 결정하기 위한 유전자분석결과는 아직 그 과학적 신뢰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전자분석방법을 재배시험과 병행하여 실시함으로써 그 재배시험의 결과를 보강하는 참고자료로 삼는 것은 몰라도 유전자분석결과만을 토대로 품종의 구별성 유무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각 재배시험결과와 일부 어긋나는 취지의 이 사건 유전자분석결과를 참작하더라도 피고들 실시 품종의 실시가 이 사건 보호품종에 대한 원고의 품종보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⑵ 위 대법원판결은 아래와 같이 이해할 수 있다.
① 표현형은 유전자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재배 조건 등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② 반면에 유전자는 고유한 서열을 분석하는 것이어서 외부 조건 등에 영향을 받지 아니하므로 분석결과의 해석이 단순하다.
③ 그러나 한 개체가 가지는 유전자의 서열을 모두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여 개체 간의 차이가 많다고 알려진 일부의 DNA 영역인 마커를 분석하는데, 인간의 경우에는 비교적 개체 차이를 알 수 있는 DNA 영역과 분석 수단이 잘 알려져 있어서 법의학 영역 등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④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물체 사이에서는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특징적인 DNA 영역이 일반적으로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고, 특히 식물은 품종간의 유사성이 높아서 유전자 분석을 통한 품종 검증이 일반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⑤ 즉, 식물의 경우 두 종류의 시료에 대하여 일부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결과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두 시료가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일부 유전자 서열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동일하다(즉 구별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⑥ 식물신품종 보호법에서 규정한 구별성 판단 기준은 재배시험법이고, 국립종자원도 품종 구별성 판단에서 재배시험법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DNA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식물신품종보호를 위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에서는 품종보호요건으로 신규성(미판매성, 출원일 전에 해당 품종의 식물체 전부 혹은 일부가 판매되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 구별성(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품종과 한 가지 이상의 특성에 있어서 명확히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 균일성(품종의 본질적인 특성이 그 품종의 번식방법상 예상되는 변이를 고려한 상태에서 충분히 균일하여야 한다는 의미), 안정성(반복적인 증식 후에도 당초의 중요한 특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미) 및 품종명칭(다른 품종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1개의 고유한 품종명칭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의 5가지 기준을 채택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의 2012. 6. 1. 법률 제1145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구 종자산업법 및 2012. 6. 1. 법률 제11457호로 제정된 식물신품종 보호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품종보호를 받고자 출원한 품종이 위 5가지 품종보호요건을 구비하고 구 종자산업법(현행 식물신품종 보호법)에서 규정한 출원방식에 위배되지 않고 수수료를 납부하는 경우에는 품종보호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품종보호 대상작물을 농업용, 산림용, 해조류로 구분하여 농업용은 국립종자원, 산림용은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해조류는 수산식물품종관리센터에서 품종보호 출원을 담당하고 있다].
다. 대상판결(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42786 판) 사안과 품종보호권 침해 여부 판단의 차이
⑴ 품종보호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식물신품종 보호법 제56조 규정에 따라 품종보호권으로 보호되는 품종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아니하는 품종, 명확하게 구별되더라도 육종방법으로 인한 특성만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주요 특성이 원품종과 같은 품종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⑵ 반면, 원종을 영업비밀로 하여 그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각목의 행위에 해당함을 원고가 증명하면 되고 이를 위하여 반드시 품종보호권 침해를 인정할 수 있는 재배시험만이 요구된다고 할 수는 없다.
⑶ 대상판결 사안에서 원고는 원고 △ 품종 종자, 피고 ○ 품종 종자 등에 대해 유전자 분석실험(SSR 분석법)을 통해 동일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피고가 독자적으로 재배하여 원고의 △ 품종의 부계 및 모계 원종과 동일한 원종들을 재배하였을 확률이 사실상 없으므로, 영업비밀(원고 △ 부계 및 모계 종자)이 침해되었음이 추정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라. 품종 원종의 취득을 영업비밀 취득으로 볼 수 있는지
⑴ 영업비밀 침해행위
●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하 “부정취득행위”라 한다)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
나.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다.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라.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마.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바.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⑵ 부정취득행위와 관련된 침해행위
㈎ 부정취득행위
①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 ‘부정한 수단’이란 절취·기망·협박 등 형법상의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의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위에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함
② 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 영업비밀의 취득은 문서, 도면, 사진, 녹음테이프, 필름,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작성된 파일 등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영업비밀 자체를 직접 인식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음
③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 기업의 직원으로서 영업비밀을 인지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당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러한 사람이 당해 영업비밀을 단순히 기업의 외부로 무단 반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영업비밀의 부정취득에는 해당하지 않음
㈏ 부정취득자의 사용행위
①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 영업비밀 침해행위 중 하나인 영업비밀의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킴
영업비밀인 기술을 단순 모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뿐 아니라, 타인의 영업비밀을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함
②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13917 판결 : 피고인이 영업비밀이 저장된 서버에 보관된 자료들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단순히 그 자료들을 서버에 보관하여 관리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실만으로는 이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음
㈐ 부정취득자의 공개행위
형사처벌 대상인 ‘누설’과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하나인 ‘공개’가 동일한 것인지는 법규정상 명확하지 않지만, 이를 구별할 실익은 없다고 보이고, 아직 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8585 판결(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참조].
⑶ 비밀유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침해행위
◎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라 함은 계약관계 존속 중은 물론 종료 후라도 또한 반드시 명시적으로 계약에 의하여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뿐만 아니라 인적 신뢰관계의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상 또는 묵시적으로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경우를 포함
⑷ 품종의 원종을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
① 영업비밀의 요건 즉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유지성(비밀관리성)을 구비하였는지가 문제될 뿐 이러한 요건을 갖추었다면 품종의 원종이라고 하여 영업비밀이 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참조사례로 양배추 부계 원종이 영업비밀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양배추 부계 원종 부정취득행위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정한 수원지방법원 2019. 9. 19. 선고 2018노5924 판결[검사만 상고하였고(2019도14411) 상고기각되었음]도 있다.
⑸ 유체물의 취득을 영업비밀의 취득으로 볼 수 있는지
㈎ 원심에서 주된 쟁점으로 다루어졌고 대상판결(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42786 판결)이 법리로 명확히 인정하였음
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취득’은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영업비밀 자체를 직접 인식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바, 어느 경우에나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판결 참조).
② 이처럼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영업비밀의 취득이 인정될 수 있는 이상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가 담긴 유체물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원심의 설시).
③ 대법원은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체물을 취득함으로써 그 정보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라고 법리를 설시하였다.
㈏ 비록 직접적으로 기술정보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USB나 DVD 등의 유체물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타인의 품종 원종을 취득하면 이를 사용하여 종자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품종 원종의 취득 역시 그에 담긴 정보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마. 대상판결(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42786 판결)의 요지
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저장된 유체물을 취득함으로써 그 정보를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법리를 설시하고, 품종의 부계 및 모계 원종을 개발해 원고 종자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원고가, 위 품종의 원종과 동일한 원종을 사용해 생산된 피고 종자를 판매하는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유전자 분석 결과 피고 종자가 원고 종자와 동일한 품종으로 밝혀졌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받은 시점부터는 피고 종자를 생산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다)목의 영업비밀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이다.
⑵ 품종보호권 침해 여부 판단에 관한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다6486 판결의 사안과 달리 품종의 원종을 영업비밀로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사실을 추인할 수 있는 간접사실증명을 위해 DNA 검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이다.
⑶ 대상판결은 유체물 자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저장된 유체물을 취득함으로써 그 정보를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에는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종자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종을 부정취득한 경우에 (다)목 영업비밀침해를 인정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