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명보험 들어야겠어. 난 보호가 필요해.】《그런데 남편인 내가 죽어야 한다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 본 것은 거의 1년만이다.
나이가 드니, 주말에 나와 일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말에는 사무실이 한적하고 조용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에 몰입하고 집중하기에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최고다.
혼자 마시는 커피도 향긋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생명보험’, ‘암보험’ 등 평균 1-2개 이상의 각종 보험에 가입한다고 들었다.
나는 예금, 적금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주식’이라면 물론 다르지.
고스톱이나 포커처럼 짜릿하니까.
뭐, 도박이 따로 있나.
그런 나에게 ‘보험’이 흥미 있을 리 없다.
얼마 전 숙면을 취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오밤중에 미친 듯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마도 그녀의 혈관 속에 아주 새롭고 진기한 “money” 호르몬이 마구마구 분출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도둑이 든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녀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 왔던 것이다.
“당신 생명보험 들어야겠어. 난 보호가 필요해.”
보호라고?
가족도 보호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순간, 난 눈물이 팽 돌았다.
다음 날 집사람의 소개를 받은 여자보험설계사가 찾아 왔다.
나를 훑어보더니 변액생명보험에 들라고 설득했다.
“남편이 죽으면, 남은 가족들은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생활비도 고려하셔야죠. 연세도 있으신데, 더 나이가 드시면 생명보험 가입도 어렵습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내가 팔랑귀가 아니던가.
“듣고 보니 보험이란 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네요.”
설계사는 자동차 운전석 앞에 있는 강아지 인형처럼 고개를 연이어 끄덕끄덕거렸다.
그냥 괜히 미운 보험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