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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변화를 방해하는 말 - “그건 원래 그런거야!”]【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 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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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변화를 방해하는 말 - “그건 원래 그런거야!”]【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로마시대의 말 엉덩이를 쫒아가는 관습의 노예들>

개혁과 변화의 방해꾼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원래 그런거야! 바꿀 필요 없어!"

그러나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도 유래를 따라가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데서 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원래부터 그런거야!" 라는 표현이 적용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가 하나 있다.

미국의 철로는 폭이 일반적으로 “4피트 8.5인치”이다.

그냥 옛날부터 원래 그랬던 거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한번 따져보자고 들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수치의 폭이다.

 

왜 미국의 선로는 ‘딱 떨어지는’ 숫자의 폭이 아니라 굳이 그렇게 ‘복잡한’ 숫자의 폭으로 정해지게 된 것일까?

영국의 기준 수치가 원래 그러했고, 미국으로 간 이주자들은 그것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인들은 왜 또 선로의 폭을 그렇게 정했을까?

그것은 마찻길을 깔아왔던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 선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들은 왜 그렇게 이상한 수치로 길을 만들었던 것일까?

마차의 크기에 맞추어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차는 왜 또 그런 수치로 만들었을까?

그렇게 마차를 좀 널찍하게 만들지 않으면, 아주 옛날부터 있었던 낡은 길에 깊이 팬 바퀴자국에 마차 바퀴가 빠져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 옛날의 낡은 도로는 또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영국에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 로마인들이 건설한 것이었다.

이 도로는 먼 과거에도 사용되었고 마차가 생긴 다음에도 사용되었다.

 

그럼 그 깊은 바퀴 자국은 어쩌다가 생겼을까?

옛날 도로에 깊은 바퀴자국을 남긴 것은 바로 로마의 전차들이다.

그리하여 그 후로도 마차의 바퀴가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결국 마차를 로마 황제를 위해 제작되었던 전차들과 폭이 같게 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선로 폭은 로마시대 전차의 바퀴 폭에서 유래된 것이다.

로마시대의 전차는 “말 두 마리의 엉덩이 사이의 폭”에 맞추어서 그 폭이 정해졌다.

관료주의는 그렇듯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우주선 발사대에 세워져 있는 우주탐사선을 보면, 연료 탱크에 두개의 추진 로켓이 장착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을 전문용어로는 솔리드 로켓 부스터(SRB)라고 부르는데, 미국 유타주에 있는 한 회사에서 제작한다.

기술자들은 원래 부스터를 좀 더 입체감이 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스터를 유타에 있는 공장에서 발사대까지 기차로 운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차선로가 산악지대에 있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부스터의 폭도 하는 수 없이 터널의 폭에 맞추어야 했다.

그리고 기차가 지나가는 터널의 폭은 물론 로마시대 전차의 폭, 그러니까 말 엉덩이 두 개의 폭보다 조금 넓게 설계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된 교통수단인 우주왕복선의 디자인이 두 말 엉덩이 사이의 폭에 기준해서 설계된 것이다.

미국 우주왕복선 추진로켓의 폭이 4피트 8.5인치(약 1.435m)인 사연이다.

그런데도 진정 말의 엉덩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웃을 일이 아니다.

혁신과 개선의 대상들이 "원래 그런 거니까 바꾸기 어려울 거야"라는 관습 때문에 여전히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정원’을 지키는 경비병 - 명령을 중지시킨 사람이 없어서>

 

독일의 통일에 기여하였고 철혈 재상이라 불리는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k)는 한때 러시아 대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언젠가 그는 러시아 황제인 알렉산드르 2세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다.

피터스부르크(Petersburg)에 있던 궁전 정원의 한적한 곳에 군인들 몇 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히 중요한 시설이 있거나 누군가를 경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 비스마르크의 날카로운 눈에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황제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 2세 역시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신하에게 물었다.

신하 역시 알지 못해서 경비장교에게 물었지만 그도 왜 경비병들이 궁전 정원에서 보초를 서는지 몰랐다.

 

그러다가 어떤 사령관이 나와 황제에게 아뢰었다.

“그 것은 예전부터 내려온 관습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도 그 관습이 왜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황제는 사령관에게 당장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조사를 완료하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

알고 보니 그 유래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때는 80년 전 캐서린 대제(예카테리나 2세)가 집정하던 시기였다.

알다시피 러시아의 겨울은 매우 길고 혹독해서 긴 겨울이 끝나고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설렌다.

하루는 캐서린 대제가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언 땅을 뚫고 나온 갈란투스 꽃을 발견했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캐서린 대제는 경비병을 시켜서 누구도 그 꽃을 꺽지 못하도록 명령했는데, 바로 이것이 아무도 없는 정원에서 보초를 서게 된 연유였다.

그 후 ‘아무도 그 명령을 중지시킨 사람이 없어서’ 무려 80년이 지나는 동안 경비병들은 왜 자신이 정원을 지키는 보초를 서는지 물어볼 생각도하지 못한 채 그저 관습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따랐다.

 

러시아에는 “황제철도”라는 것도 있다.

러시아 황제인 알렉산드로 2세가 철도를 놓으라고 지시를 하면서 지도에 철도가 놓일 자리를 자를 대고 그었다.

그런데 자를 잡은 황제의 손가락이 조금 튀어나온 바람에 직선으로 긋다가 ‘볼록한 곡선’이 생겼다.

누구도 감히 황제에게 “직선을 그리려 한 것이었지요?”라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황제가 그어준 선 그대로 철도를 깔았다고 하여 그 구간을 “황제철도”라 한다.

 

이렇게 유래조차 알려지지 않은 관행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우리 주위에는 명령을 중지시킨 사람이 없어서 이유도 모른 채 아직도 정원을 지키고 있는 호위병이 많다.

 

로마의 황제 철학자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는 말했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하면, 되도록 ‘이 사람은 왜 이러한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해 보는 습관을 지녀라. 그러나 그 전에 그대 자신이 먼저 실행하여 경험을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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