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세척제’로 허가받은 상품이 ‘가습기 살균제’란 이름으로 팔렸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5. 3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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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제’로 허가받은 상품이 ‘가습기 살균제’란 이름으로 팔렸다.]【윤경 변호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최한 법률포럼에서의 주제 발표>

 

오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최한 법률포럼에 참석하여 주제발표를 하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관한 역학적 인과관계와 개별적 인과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너무 많은 변호사들과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한 것에 놀랐다.

 

법률실무가로 많은 소송을 취급하면서 이번 가습기 사전처럼 슬프고, 가슴 아픈 사건을 보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나 ‘임산부들’이다.

영문도 모르고 죽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급성 페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2001년부터 판매되었고 사망자가 계속 속출하였는데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실시되어 가습기 살균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이었다.

 

이런 미개하고도 후진적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되었다.

외국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세척제’로 허가받은 상품이 ‘살균제’란 이름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세척제’를 폐로 흡입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금지시키기는 커녕 국가인증통합마크(KC 마크)를 붙여주었다.

써도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해준 것이다.

그 결과는 수백명의 무고한 사망자들로 나타났다.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는 당연히 해야 할 독성실험도 생략한 채 가습기살균제를 대한민국에만 판매하였다.

영국 본사는 2001. 3. 31. 옥시를 인수했다.

그 후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을 ‘PHMG’로 바꾼 것도 영국 본사다.

영국 본사의 책임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아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하자 부모들은 자신들의 책임 때문에 아이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이혼을 한 부부도 많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 어린 자녀의 죽음처럼 고통스런 슬픔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심리에만 4년이나 지체된 이유를 난 알지 못한다.

인과관계를 증명할 충분한 자료는 이미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지금에서야 속도를 내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그 당시는 자료가 없다가 지금에서야 비로소 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리를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기업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기사를 보면,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악의적 범죄에 대한 민사상 위자료를 늘리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7월 15일에 열리는 전국민사법관포럼에서 ‘불법행위 유형에 따른 적정한 위자료 산정 방안’에 대해 토론한다고 밝혔다. 이 포럼에선 악의적 범죄에는 과실에 의한 사고와 달리 위자료를 더욱 많이 지급도록 하는 ‘위자료 이원화’ 방안이 논의된다.

 

또 법원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논의에도 귀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원장 호문혁)은 6. 27. 국회 입법조사처와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제조물 책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방안, 집단소송 요건 완화 및 확대 방안, 위자료 현실화 및 증액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번 가습기 사건을 계기로 이번 포럼에서의 논의와 토론이 좋은 제안에만 머물지 말고, 입법이나 판결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