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와 투자실패](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3. 6. 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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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와 투자실패](윤경변호사)

 

1차 세계 대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적군의 포탄이 한 번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포탄이 떨어지지 않으니 그 지점으로 피하라고 병사들을 교육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터에서 속설로 굳어져 많은 병사들이 이를 강하게 믿는 경향을 보였으며 꽤 오래 동안 고집스럽게 믿어졌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전장에서 같은 자리에 포탄이 두 번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더더욱 믿을 만한 사실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대포 전문가나 수학자들은 이를 전혀 근거가 없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포탄이 어떤 자리에든 떨어지면 그 다음 포탄이 어디에 떨어지느냐는 완전히 새로 출발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물론 포탄이 떨어져 움푹 파인 곳에 몸을 조금이라도 더 낮게 숨길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그런데도 왜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까?

 

코넬대 심리학 교수인 토마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동전 던지기를 10번 한다. 그런데 9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9번 연속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그 다음에는 뒷면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10번째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이다.

 

10번째 동전을 던질때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여부는 앞에서 9번 던진 동전들이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 지와 전혀 상관이 없다. 무심한 동전은 지난 9번 동전던지기 결과가 어땠는지 기억할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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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의 오류는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 사건이 서로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착각에서 기인한 논리적 오류로, 도박사들이 성격의 특성상 앞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 뒤에 일어날 사건이 서로 독립되어 있다는 확률 이론의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딸만 계속해서 갖게 된 부부가 다음에 아이를 갖게 된다면 꼭 아들일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 성공할 확률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그동안 9명에게 이 수술을 했지만 실패했으니 이번엔 꼭 성공할 것이다’라며 환자를 안심시키는 경우도 ‘도박사의 오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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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가 도박사의 오류뿐 아니라 이와 반대되는 오류도 범한다는 사실이다. 즉, ‘A가 많이 일어났으니 다음번에는 B가 일어날 거야.’라고 추측하는 것과 반대로, ‘A가 많이 일어났으니 다음번에도 A겠지.’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뜨거운 손 오류(Hot-Hand Fallacy)’라고 하는데, 뜨거운 손(hot-hand)은 행운의 연속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미국 농구에서 쓰는 말이다.

농구 경기 중 선수들은 슛을 연달아 성공시킨 선수, 즉 뜨거운 손에게 집중적으로 패스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뜨거운 손은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라서 패스를 많이 받는다는 게 선수나 감독의 주장이지만, 관련 학자들은 이 또한 우연히 일어난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오류일 뿐이다.

실제 통계 자료에서도 선수들이 평균 이상으로 많은 슛을 성공시킨 시기는 없었고, 자유투 실험에서도 첫 번째 슛이 두 번째 슛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뜨거운 손은 존재하지 않는다.